|
청소년의 이해와 발달 및 문제
. 일시: 2020. 9. 16. 10:00-12:00
. 장소: 경주 유림회관 4층 대강당
. 강사: 교육학박사 김영호(金泳豪)
1. 발달 단계의 이해
발달은 출생에서 사망에 이르기까지 생체에 있어서의 진보적이고 계속적인 변화를 말한다. 수태에서 청년기에 이르기까지 상승적인 변화와 청년기 이후 노인기에 이르기까지 하강적인 변화를 포함한다.
발달은 성숙과 학습이라는 두 가지 요인 간의 상호작용 결과에 의하여 나타난다. 성숙은 주로 성장의 결과로 나타나는 변화를 지칭하고, 학습은 경험의 결과로 나타나는 변화를 뜻하다.
발달은 연속적인 과정이지만 그 속도는 알정하지 않다. 어느 시기에 가서는 발달이 빠르고 또 어느 시시에 가서는 몹시 느리다. 그리고 한 단계에서 다음단계로 이행하는 것이 명확한 구별이 있는 것도 아니며 서서히 나타나기 때문에 엄밀하게 발달단계를 구분하기가 어렵다.
공자는 논어에서 15세를 지학, 30세를 이립, 40세를 불혹, 50세를 지천명, 60세를 이순의 시기로 구분하였고,
허록은 개인의 일생을 10단계로 구분했는데, 임신부터 출생까지를 출생전기라 하고, 출생부터 2주까지를 신생아기, 2주부터 2세까지를 유아기, 2세부터 6세까지를 아동초기, 6세부터 10-12까지를 아동후기, 10세-12세부터 14세까지를 사춘기, 14세부터 16-17세까지를 전청년기, 16-17세부터 21세까지를 청년후기, 21세부터 60세까지를 성인기, 60세 이후를 노년기라 하였다. 학자마다 발달단계가 일치하지 않는다.
수정에서부터 노년기에 이르기까지의 사람의 일생을 그 발달과업에 있어서 나타나는 시기적인 공통적 특징을 기준으로 구분한 것은 다음과 같다.
. 태아기(胎兒期): 수정으로부터 출생까지의 기간
. 신생아기(新生兒期): 의학의 입장에서는 생후 약 2주간, 심리학 입장에서는 약 1개월간.
. 유아기(乳兒期): 생후 약 2개월부터 1세 반까지, 즉 보행이 가능할 때까지.
. 유아기(幼兒期): 생후 약 1세내지 1세반부터 5세까지. 제1반항기라고도 한다.
. 아동기(兒童期): 약 6세부터 11세까지. 학동라고도 한다.
. 청년기(靑年期): 약 12세부터 성숙에 이르기까지. 제2반항기라고도 한다.
. 성인기(成人期): 약 23세터 65세까지. 사회구성원으로 독립된 생활을 하는 시기.
. 노년기(老年期): 약 65세 이후를 말한다.
2. 청소년의 개념
청소년은 어린이와 청년의 중간 시기이다. 청소년의 보호와 규제를 목적으로 하는 청소년보호법에서는 19세 미만(19세가 되는 해의 1월 1일을 맞이한 사람은 제외한다.)을 청소년으로 정의하고 있다. 통상 중학교 와 고등학교의 시기에 해당된다.
청소년에 대한 연령 규정은 법령이나 규범에 따라 다르다. 만9세에서 만19세의 학생, 직장인을 청소년으로 규정하기도 하고, 대한민국의 청소년기본법에는 9세에서 24세 사이의 사람이지만, 청소년보호법, 아동 · 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서 19세 미만의 사람을 청소년으로 규정하고 있다. 청소년과 유사한 개념으로 민법에서는 만 19세 미만을 무능력자, 형법에서는 만 14세 미만을 형사 미성년자로 규정하여 보호하고 있다
영어식으로는 만 13~19세를 teenage라고 하는데, 이 시기는 청소년기와 꽤 일치한다. 즉 2차 성징이 나타나면서부터 성장이 급속화 되는 2차 급속성장기의 성장이 끝나 성인이 되기 전의 연령을 이르는 말이다. 그러나 사회, 문화 및 법적 규정은 각각 조금씩 나이의 차이를 보인다. 10대의 청소년을 연령단계로 나눠 만 15~16세 미만을 로틴(low teen, 대체로 중학생), 만 15~16세 이상을 하이틴(high teen, 대체로 고등학생)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 구분은 청년심리학에 있어서 청년전기·청년중기와 거의 대응한다.
3. 청소년의 명칭 및 시대별 인식
청소년에 대한 개념은 현대 서구 사회에서 처음 등장한 것으로 보인다. 전근대 사회에서 아동은 거의 대부분 어린 나이에 가사 및 기타 노동에 참여하였으며 산업혁명 이후에도 현대에 이르기 전까지, 아동들은 어린 나이부터 노동에 종사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이는 당시의 아동들이 오늘날과 달리 노동을 위한 예비 노동자와 같은 개념으로 대하여졌으며, 이로 인하여 사회생활에 보다 빨리, 직접적으로 적응하면서 오늘날에는 흔한 사춘기에 겪는 각종 심리적 변화가 두드러지지 않았던 데에 있다.
서구 사회 이외에서도 아동들은 보통 10대 중후반의 어린 나이에 관례를 치르거나 노동에 종사하기 시작하였으며, 서구 전현대 사회와 마찬가지로 아동에 대한 별도의 개념이나 보호 의식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는 서구 사회에서 아동에 대한 별도의 의식과 이를 위한 교육 제도 등이 나타나면서 이로 인하여 아동과 사회 생활간의 분리가 나타났고, 이로 인하여 정신 및 신체적 성장이 두드러지는 10대 중후반에 이러한 특징이 두드러지면서 청소년기에 대한 개념이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개념은 서구적 제도가 타 문화권에도 전파되면서 청소년 및 청소년기에 대한 개념은 세계적으로 당연시되었다.
4. 청소년의 특징
10대는 ‘위기의 시대’라고도 한다. 신체적으로 이미 성인의 수준에 달하고 있는데도 성인과 같이 취급되지는 않고, 특히 현저한 성적 성숙에도 불구하고 성적 행위가 사회적으로 터부시되어 있기 때문에 소위 '사춘기'를 둘러싼 문제가 많다.
또 10대는 자아의식이 고양되고 독립과 해방에의 욕구가 강화되는 시기인 만큼 거기에서 생겨나는 기성가치 부정의 경향이 전통적인 가정·사회의 존재양식과 때때로 충돌을 일으킨다. 또한 사회적인 경험이 미숙하기 때문에 사회적 적응력이 부족하고 문제를 잘 처리하지 못하며 그들의 행동은 어쩌면 충돌적이고 방향 없는 것이 되기 쉽다.
한편 성인도 아니고 어린이도 아닌 연대에 맞는 동일연령의 동료 가운데서만 비로소 정신적 안정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배타적(排他的)인 동료집단의 규범에 모든 것을 거는 마음이 특히 강하다. 이 점에서 매스컴의 영향도 한 몫을 차지하여 복장·음악·스포츠 등에서 그들만이 서로 이해할 수 있는 독특한 희망을 표시하는 경향이 표면에 나타난다. 그렇지만 일반적으로는 밝고 합리적인 생활태도·강한 권리의식·현실적인 행복관·기성권위의 부정 등 일찍이 없었던 적극적인 면이 두드러지고 아울러 깊이 없는 사고·약한 인내심·엷은 책임감·순간적 행동 등 소극적인 면이 나타나는 것도 이 연대의 특징이다.
5. 청소년기의 성장과 교육
중학생 시기에 해당하는 청년 전기에는 신체의 성장이 현저하며, 성적 관심도 강해진다. 중학 1학년 시기에는 외부세계에 대한 관심이 아직도 강하며, 학교교육에 대해서도 열심이다. 그리고 2학년 때쯤에서부터 청년적 특질을 나타내기 시작한다. 교사에 대한 비판이나 반항도 강해진다. 이 시기에는 학생의 신체적·지적·정서적·사회적 발달에 상응하는 교육내용과 방법, 충분히 토의시키고 연구시키는 일이 필요하다. 또한 활발한 운동과 동시에 올바른 성교육(性敎育)도 필요하게 된다.
성교육(性敎育)은 인간의 2차성징, 인간의 생식, 성교, 건강한 성생활, 이성과의 정서적 관계, 성과 관련된 권리와 책임와 책임, 피임, 그리고 인간의 성적행동이 갖는 다른 양상들을 아우르는 넓은 범위의 교육을 지칭한다. 성교육은 일반적으로, 부모나 상담사, 학교 교육 프로그램과 공공 건강 캠페인으로부터 받게 된다.
우리나라 청소년의 연령이 평균적으로 낮아지면서 13세~18세 청소년 중 5% 가량이 성경험이 있으며, 성경험이 있는 청소년들의 평균 성경험 시작 연령은 14.2세로 조사되었다. 성경험하는 연령이 낮아짐으로 성교육의 중요성이 높다.
성교육은 성의 모든 면을 포함하는 교육으로서, 가족계획(수정, 임신, 그리고 출산 때까지의 배아와 태아의 발달), 뿐만 아니라 성과 관련된 모든 정보(바디 이미지, 성적 지향, 성적 쾌감, 가치, 의사결정, 의사소통, 정, 연애, 관계, 성병, 이에 대한 예방법과 피임법)를 설명하기도 한다.
고등학교 시기인 청년 중기에는 신체적·지적·정서적·사회적 성장과 발달이 현저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 시기에는 신체적으로나 지적으로나 충분히 단련되어야 한다. 이 시기에는 운동과 학습에 전념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이 시기는 성인에 의존하고 있었던 아동기와 자주독립하는 성인기와의 과도기이므로, 신체적 변화에의 적응, 가족으로부터의 독립, 친구에의 적응, 장래의 생활설계, 인생관의 확립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생겨, 정신적·정서적으로 혼란이 일어나기 쉽다. 그러므로, 개별적인 카운슬링도 필요해진다.
대학연령기인 청년 후기는 대학교육을 받거나 직업에 취업하여 일하고 있는 연령이다. 이 무렵에는 남녀 모두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성장이 거의 완료되어 있다. 남자는 이 시기에 모든 운동능력이 정점에 이르도록 발달하여, 경기나 모든 종류의 경쟁적 운동에 대한 관심이 강렬해진다. 정서적으로는 감정을 억제하여, 언제나 희로애락을 극단적으로 표현하지 않게 됨으로써 정서적 성숙이 이루어진다. 또한, 사회적·정치적·경제적 관심이 높아지고, 성인적 태도와 능력이 발달한다.
6. 청소년 정서의 발달
청소년기는 성년기에의 과도(過度)기로 부적응의 시기라고 일컬어질 정도로 정서적 불안정의 시기이다. 자아의 발견 때문에, 또는 많은 불안을 안고 있기 때문에 다양화하고, 심화하고, 동요하는 내면생활이나 감정으로 인해서, 자기의 이해자를 찾기 위한 애정적인 욕구도 강해질 것이며, 그것들을 얻지 못한 데서 오는 강한 고독감이나 자기부정의 감정·열등감 등이 특징적인 정서적 상태이다. 자기혐오나 자기비판 등도 나타나게 된다. 이 시기에는 정서적으로 극히 불안정하고, 때로는 그 표출이 반사회적으로 나타나는 위험성까지도 지니게 된다.
7. 청소년 신체의 발달
신체적 성장은 점차 둔화되면서 19세를 전후하여 거의 멈추게 되는데, 20대 초반까지 계속되는 경우도 있다. 영구치는 13세까 지 28개가 나오는데, 여자가 남자보다 약간 빨리 나오는 경향이 있다.
14세 이후 남자의 신장이 급속도로 성장하나, 여자는 이때부터 키 성장 속도가 점차 줄어든다. 여자의 월경 시작은 12세에서 14세 사이이며, 전반적으로 12세에서 14세 사이에 여자의 95% 정도가 처음 월경을 치른다.
8. 청소년 운동 발달
청년기에는 다시 운동능력의 급격한 발달변화가 일어난다. 운동능력의 발달은 남자가 여자보다 상당히 급하고, 연령과 함께 성차(性差)가 커진다. 대체로 16~17세를 정점으로 하여, 이후는 정체하든지 감퇴된다.
여자는 민첩성이나 주력은 16~17세에 정점에 달하지만, 그 밖의 운동능력 중에는 12세 이후에는 전혀 늘지 않거나 쇠퇴해 버리는 능력도 있다.
남녀 모두 손끝의 운동은 더 뒤에까지 발달하나, 환경요인과 직접적으로 경험에 의해서 강하게 영향을 받는다. 어떤 운동능력을 획득하는 데는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준비성이 필요하나, 획득 후의 발달에는 연습·경험·학습이 커다란 역할을 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현재의 수준이 자극이 되고 토대가 되어서 차차 강력성·속도·유연성·교묘성 등을 발달시킨다. 운동의 발달은 대체로 질서 있게 진행되나, 개중에는 반대가 된다든지, 뛰어넘는 일도 있고, 이행(移行)도 순조롭다고는 단정할 수 없으며, 개인차도 현저하다.
9. 청소년문제
청소년문제는 사회적 관심이 되는 청소년기 특유의 여러 문제를 말하다. 청소년기는 연령적으로 10대가 중심이다, 이 시기는 아동기에서 성인기에 이르는 과도기이며, 두 가지 면에서 중요한 의의를 지닌다. 하나는 인격형성의 면이고, 다른 하나는 생활향수(生活享受)의 면이다. 전자의 경우, 청소년기는 신체적 ·정서적 ·도덕적 ·사회적 발달단계로, 감수성이 예민하여 개체적 ·사회적 환경의 영향을 받기 쉬우며, 가소적(可塑的)이고 불안정한 상태에 있다. 그러므로 환경조건 여하에 따라서는 인간형성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후자의 경우, 청소년에게도 그들 나름의 생활, 즉 욕구충족의 활동이 있다. 그러나 욕구의 형성과 충족활동 역시 개체적 ·사회적 여건에 따라 각양각색으로 나타나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욕구불만이 생길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두 가지 측면은, 현대사회에 있어서 사회체제의 모순과 결함의 심화, 급격한 변동 등으로 인하여 많은 장애에 부딪히고 있다. 오늘날 청소년문제가 다양화되고 빈번히 발생되고 있는 것은, 청소년들이 그러한 상황에 처해 있기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다.
청소년문제가 제기하는 과제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크게 나누면 ① 청소년교육과 생활지도 ② 생활환경 등의 정화 ③ 연소노동 또는 근로청소년 문제 ④ 청소년의 비행과 비행집단 ⑤ 비행대책과 갱생보호 ⑥ 요보호아동 문제 등이다. 청소년교육과 생활지도의 경우는 중 ·고등학생의 진로지도, 학교문제아의 생활지도, 야간중학생 ·근로청소년의 사회교육과 여가지도 등 폭넓은 건전한 지도육성이 필요하다.
생활환경 등의 정화 경우에는 선정적 · 괴기적 영화나 출판물 등의 불량문화, 환락시설, 결손가정의 증대 등이 주목의 대상이 된다. 연소노동 또는 근로청소년 문제의 경우에는 비정상적인 부당한 고용, 열악한 노동조건, 이직(離職)과 전직(轉職)의 빈발, 농어촌 청소년 문제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청소년의 비행과 비행집단 의 경우에는 환각제 사용, 아동 ·학생의 장기결석, 중 ·고등학생의 폭력, 근로청소년의 비행 ·가출, 비행집단의 빈번한 출현 등이 문제가 된다.
비행대책과 갱생보호의 경우에는 청소년들의 단체활동, 비행방지지구의 감시활동, 청소년선도 센터운영, 청소년지도원의 제도화 및 활동 등이 과제이다.
요보호아동 문제의 경우에는 심신장애아나 양호(養護)가 필요한 아동이 주요 대상이 된다.
오늘날의 청소년문제에 대한 논의와 활동은 청소년의 건전지도·육성 문제, 비행예방 문제, 보호문제 등을 중점으로 전개되고 있다. 청소년문제가 발생하는 조건은 기본적으로 개체적인 것과 사회적인 것으로 나눌 수 있다.
개체적 조건이란, 청소년기 특유의 불안정한 심리적 ·생리적 특징 자체이지만, 특히 현대사회에 있어서는 생리적 성숙의 가속현상과 사회적 성숙의 지연현상이 나타남으로써 심신발달의 불균형이 현저해졌는데, 이것이 청소년의 사회적 적응을 어렵게 하고 있다.
사회적 조건이란, 청소년의 인간형성과 생활향수의 장(場)인 직접적인 집단적 ·사회적 · 문화적 환경, 특히 가정 · 학교 · 직장 · 대중문화 등의 해체와 이상(異常), 보다 근본적으로는 현대사회의 여러 상황, 즉 고도의 경제성장 ·기술혁신 및 고밀도의 도시사회 대중사회 등의 출현으로 산출된, 전체사회에 있어서의 지속적인 사회해체 · 아노미 · 인간소외 등의 상황들이다.
대중사회는대중이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분야에 진출하여, 그 동향을 좌우하는 사회상황 또는 사회형태를 말한다.
20세기를 사회상황이라는 측면에서 특징지을 때의 개념이다. 자본주의의 고도발달과, 자본의 독점·집중에 따른 생산규모의 증대로 말미암아 ① 대규모 기계적 수단의 발달, ② 대량생산과 대량소비, ③ 각종 기능집단의 무수한 파생과 그 규모의 거대화 및 기구의 관료제화, ④ 매스커뮤니케이션의 발달 등과 같은 현상이 급속히 진전되면, 인간의 의식과 행동양식이 규격화·획일화되어 사람들은 조직 속의 톱니바퀴 같은 존재가 되거나, 또는 산산히 분해되어 원자화(原子化)한 대중 속의 한 사람이 된다.
이러한 현상에서 퍼스낼러티(personality)의 분열이라든지 아노니(anomie:無規制) 소외 등 인간적 위기상황이 출현한다. 사람들은 개성적인 창조력을 상실하며, 고독하고 부동적(浮動的)인 경향과 수동적·타인지향적 경향을 더해 간다. 현대의 사회상황을 ‘대중사회’ 상황이라 부를 때에는 이상과 같은 징후가 지적되는 것이다.
10. 청소년 비행
비행(非行)은 일반적으로 청소년이 저지르는 잘못된 행위를 말한다. 성인과 달리 과거의 객관적 범죄행위뿐 아니라 장래에 죄를 범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이는 법률을 위반한 의미에서의 비행보다는 반사회적 행위에 초점을 둔다. 즉, 미성년자로서 지켜야 할 규칙을 위반하는 행위, 부모에 대한 불복종, 상습적인 학교 결석, 가출, 음주, 성행위 등을 말한다.
소년이란 말에는 소녀도 포함되며, 우리나라에서는 '소년법'으로 19세 미만이라고 규정하고(소년법 제2조), 여러 외국에서는 연령에 다소 차이가 있다. 넓은 뜻으로 '나쁜 일'을 한 아이의 행동을 뜻하는 비행은, 법률적으로 보면 「소년법」 제4조제1항에 따라 죄를 범한 소년, 형벌 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한 10세 이상 14세 미만인 소년, 앞으로 형벌 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할 우려가 있는 10세 이상인 소년의 행위를 말하고 이들을 비행소년이라고 부른다. 실태는 통계적인 면과 사례의 두 가지 측면에서 알 수 있다.
Weiner(1982)는 심리적인 문제로 인하여 행하여지는 일탈행동을 심리적 비행(psychological delinquency)이라 이름하고, 비행자의 심리적인 특성에 따라 비행의 종류를 성격적 비행(personalitic delinquency) 신경증적 비행(neurotic delinquency), 정신적 비행(psychotic delinquency) 등으로 구분하였다. 원인, 대응에 대해서는 비행행동을 어떻게 보는가의 입장에 따라 차이가 있다.
예를 들면, 문제행동으로 보는가, 메시지 혹은 사인으로 보는가에 따라 대응은 달라진다. 예방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적어도 본인이나 가족에게만 그 원인을 구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며, 사회 문제의 일환으로 사회적 책임을 지고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청소년 비행은 청소년의 절도, 강간, 약물사용 등의 청소년 범죄와 음주 및 흡연 등의 일탈행동을 말한다. 청소년비행은 넓은 뜻으로는 ‘나쁜 일’을 한 아이의 행동을 말하는데, 성인과 다르게 과거의 객관적 범죄행위뿐 아니라 장래에 죄를 범할 가능성도 내포한다.
법률을 위반한 의미에서의 비행보다는 반사회적 행위에 초점을 두고 있다. 즉, 미성년자로서 지켜야 할 규칙을 위반하는 행위, 부모에 대한 불복종, 상습적인 학교 결석, 가출, 음주, 성 행위 등을 말한다. 우리나라 소년법 제4조에서는 청소년비행을 청소년에 의한 범죄행위, 촉법행위, 우범행위로 제시하고 있다. 이처럼 법률적으로는 세 가지 의미가 있는데, 가정법원의 심판대상이 되는 범죄소년(형벌 법령에 저촉된 행위를 한 19세 미만의 소년), 촉법소년(형벌 법령에 저촉된 행위를 한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소년), 우범소년(방치하면 형벌 법령에 저촉될 위험성이 강한 10세 이상의 소년)이다. 한편, 싸움, 흡연 등의 불량행위와 관련이 있으면 비행소년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비행행동을 어떻게 보느냐 하는 것은 입장에 따라 원인과 대응에 차이를 보인다. 예를 들면, 문제행동으로 보는가, 메시지 혹은 신호로 보는가에 따라 대응과 예방이 달라진다. 청소년비행은 본인이나 가족에게만 그 원인을 국한시키기보다는 사회문제의 일환으로 사회적 책임을 지고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11. 청소년 부적응
부적응(不適應)은 일정한 조건이나 환경 따위에 맞추어 응하지 못하는 것을 뜻한다. 개인은 생(生)을 영위함에 있어서 여러 상황에 처하여 완전하게 또는 훌륭하게 적응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때로는 적응 상 곤란을 느끼며 정서적 고통을 느끼게 되고, 자기의 능력을 잘 발휘하지 못하여 개인뿐만이 아니라 사회전체에 영향을 미쳐서 많은 문제를 야기(惹起) 시킨다. 그래서 부적응행동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부적응행동의 원인과 증상, 유형, 예방에 대해 다음과 같이 살펴보고자 한다.
1) 부적응행동의 원인
가. 생물학적인 원인
출생 시에 부모로부터 전수받은 생물학적인 특질이나 신체생리학적 요인들이 부적응의 원인이 될 수 있으며, 질병이나 신체적 외상에 의해 부적응을 나타내기도 하고, 기질, 내분비선의 기능, 영양실조, 피로, 등은 적응능력에 영향을 미치거나 혹은 성격적 변화를 초래하여 이들이 부적응행동의 원인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나. 충동과 욕구의 좌절
충동은 순간적으로 어떤 행동을 하고 싶은 욕구를 느끼게 하는 마음속의 자극을 뜻하고, 욕구는 무엇을 얻거나 무슨 일을 하고자 바라는 일이며, 좌절은 마음이나 기운이 꺾이는 것을 뜻한다.
인간의 충동이나 욕구는 만족스럽게 충족되기도 하지만 때에 따라서는 여러 조건에 의하여 좌절되기도 한다. 정상적으로 충족되면 그로인해 한층 차원 높은 다른 욕구로 옮아갈 수 있으나, 좌절되면 부적응상태로 빠질 수 있게 된다.
다. 불건전한 정서적 경험
정서는 내적 외적인 자극에 의해 신체적 표현과 함께 일시적으로 일어나는 희로애락과 같은 폭발적인 감정이다. 이 정서는 일상생활 속에 필수적으로 일어나는 것으로 생활의 일부가 되고 있다. 과도하고 불필요한 불안, 적대감. 죄책감, 긴장을 야기하는 가족의 태도, 타인으로부터 경험되는 차별감과 열등감 등의 불건전한 정서적 경험들은 부적응행동의 원인이 된다.
라. 가정의 제 조건
가정은 가까운 혈연관계에 있는 사람들의 생활공동체이며, 생활의 터전이다. 가정은 가족구성원에게 심신의 안정을 주고, 종족보전과 어린이의 사회화의 기능을 하는 곳이다. 사회화는 모든 인간 사회에 보편적으로 존재하는 현상으로 학습을 통한 개인의 적응과 사회의 유지를 의미하며, 의도적이고 체계적인 가르침 없이 일어나는 배움도 포함한다. 사회화는 인간이 사회의 한 성원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기성세대에 동화하거나 또는 그런 일을 지칭한다.
가정의 조건이 부부간이나 친자 간 및 형제간의 불화, 부모의 자녀에 대한 편애와 익애, 과잉보호, 정서나 애정적 유대의 결여 등과 같은 양육태도나 지도방법, 심리적 양육이나 지도가 결핍된 결손가정, 경제적 빈곤으로 인한 문제와 같은 가정조건은 수용하는 사람에 따라 부적응의 원인이 될 수 있다.
2) 부적응행동의 증상
부적응행동의 증상은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으나, 대체로 다음과 같은 네 가지로 요약해 볼 수 있다.
첫째, 근심 걱정이 많아진다.
근심 걱정이 발전하면 불안과 공포, 우울감, 죄책감 따위의 증세로 나아가게 되어, 이로 인해 생활의 위축현상이 나타나거나 당면문제를 효과적으로 대처하는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
둘째, 신체적인 질병의 효소이다.
부적응행동으로 나타나는 신체적 질병은 기관지천식, 소화불량, 불면, 편두통 등과 같은 심인성(心因性) 신체질환이다.
셋째, 사회적 준거와 유리된 행동을 보이는 것이다.
인간은 사회의 성원으로써 사회가 공인하고 있는 규범에 따라 행동해야 적응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 남에게 위해를 가하거나 귀찮게 행동함으로써 타인에게 손해를 입게 하는 등의 반사회적 행동은 부적응으로 인해 나타나는 행동인 것이다.
넷째, 기능상의 비효율성을 나타내는 것이다.
부적응행동은 지각능력상실로 현실을 바르게 지각하지 못하고 괴기(怪奇)한 언행과 사고를 하며, 각종의 망상과 환각증상을 나타내어 인간으로서 정상적인 기능을 하지 못하고 비효율성을 나타내게 된다.
3) 부적응행동의 유형
가. 사회적 행동문제
어린이들은 사회화과정을 통하여 남과 어울려 살아가는 방법, 기술 또는 지식을 습득해 나아간다. 친구와 어울리지 못하고 항상 사회적으로 고립되거나 가정으로부터 분리되어 학교라는 새로운 집단에 소속되는 것을 지나치게 불안해하여 학교에 가기를 거부하는 어린이들은 이러한 사회적 행동문제의 유형으로 구분될 수 있는 부적응군(不適應群)들이다.
나. 정서 및 성격과 관련된 행동문제
인간의 정서는 성장함에 따라서 표현방식도 점차 세련되고, 또한 성숙해질 뿐만 아니라 표현의 통제도 할 줄 알게 된다. 불건전한 정서적 경험이나 혹은 정서적 갈등상태에 빠졌을 경우, 불평, 불만 혹은 심신에 위해를 야기하는 데로 발전할 수 있는 것이다. 이상성격으로 인한 잔인성, 도벽성 등을 포함한 반사회적 행동유형 따위가 있겠으며, 정서적 긴장으로 인한 언어장애나 혹은 지나친 자기비하나 자기과시 따위의 행동도 이러한 부류에 포함시킬 수 있는 것이다.
다. 학업과 관련된 행동문제
학업과 관련된 행동문제는 학업지진아와 학업부진아의 문제 등을 곱을 수 있다. 이 중에서 학업지진아는 낮은 지적 능력으로 인하여 일반 아동들과 보조를 같이 할 수 없이 특수교육을 필요로 하는 아동이며, 학업부진아는 정상적인 지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여러 가지 이유로 해서 기대되는 수준의 학업성취를 이루지 못하는 아동을 지칭하는 말이다. 지진아는 통상적으로 정상아동과 분리시켜 교육하므로 부적응행동에서는 다루지 않는다.
학업부진아들은 학습습관상의 문제로 주의가 산만하고, 학습방법을 잘 몰라 무계획적으로 학습하며, 동기의 결여, 좌절감, 과도한 불안, 부정적 자아개념 등이 문제로 제기된다. 또한 선행학습의 결함, 문화적 경험의 결핍, 흥미부족 등도 학업과 관련된 행동문제로 열거할 수도 있다.
4) 부적응행동의 예방
가. 신체적 건강을 통한 부적응의 예방
신체적으로 건강하지 못할 때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못하다든가 반대로 정신적으로 불건강할 때 신체적으로도 불건강하다는 것을 주위에서 많이 경험한다. 그래서 신체와 정신 사이의 불가분의 관계가 있다는 것에 주목하여 정신적인 부적응을 예방하고 그 건강을 유지하기 위하여 신체적 건강을 유지 증진하는 일은 매우 중요한 예방책이 된다.
나. 유희와 놀이를 통한 긴장해소
학자들 가운데 불안이나 불만 혹은 긴장의 에너지를 적절한 유희, 놀이, 운동 혹은 특수한 작업 등을 통하여 정서적 긴장을 해소시켜 주는 것은 치료적인 가치가 있다고 보면서 정신치료에 유희적 요법을 개발하였다. 이러한 방법은 부적응행동의 예방에는 손쉽고 효과적인 방법이 된다.
다. 적절한 교우관계의 형성
교우관계를 통하여 자아의식을 형성할 수 있고, 독립된 인격적 경험을 하게 되며, 가정이나 학교생활에서 발생되었던 욕구좌절의 부정적 효과를 감소시킬 수도 있다. 그래서 건전한 교우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한다고 하는 것은 부적응행동의 예방을 위하여 필요한 활동이다.
라. 집단 활동에의 참여
인간은 가정이라는 특수집단에서 출발하여 집단속에서 항상 생활하게 된다. 소속집단으로부터의 유리나 고립 혹은 도피적인 것은 부적응의 대표적인 증상이 된다. 그래서 어떤 집단이든 그가 소속된 집단에서 건전한 집단구성원으로서 적극적으로 참가하고 능동적으로 활동할 수 있게 하는 것은 훌륭한 적응력을 배양해서 부적응에 빠지지 않도록 도와주는 길이 된다.
마. 현실에의 대응력 배양
우리는 현실과 유리된 사고나 행동을 했을 때 이를 부적응의 증상으로 간주한다. 현실에 대한 정확한 지각능력은 적응능력의 준거가 되며, 이것은 현실에 대응해 나가는데 기본이 된다. 일상생활에서 극복해야 할 많은 문제와 장애를 정확히 지각하고 이에 대응해 나아갈 힘을 길러 적절히 장애를 극복하거나 목표를 달성해 가는 사람들은 언제나 자아를 위협하는 충격을 완화할 수 있다. 이것은 건전한 적응에 중요한 의미를 갖게 하는 것이다.
바. 건전한 심리적 분위기 조성
심리적으로 인상지어지는 분위기는 행동이나 반응양식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가 되므로, 불건전한 분위기에서는 심리적 긴장과 피로를 더해주어 위해로운 것으로 간주된다. 따라서 성원들이 보다 안정되고 부드럽고 명랑하며, 건전한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을 때에는 부적응은 상당히 예방될 수 있는 것임을 유의해야 한다.
이상은 경주향교에서 실시한 청소년 지도자 교육에서 강의한 원고입니다.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영혼이 손뼉 치는 노년
교육학박사 김영호
경주는 노인들의 인구 구성비가 20%를 상회하고 있어서 노년기에 살기 좋은 청정한 도시로 공인 되어가고 있다.
평균수명이 늘고 퇴직 후 귀향(歸鄕)을 하였거나 노년기의 이주(移住) 등의 요인이 작용된 수치라 하겠으나 비록 문화재 때문에 재산적 피해는 많다 할지라도 산수가 깨끗하고 아름다워서 이곳에 생활의 터전을 마련해준 조상의 음덕이 천공(天空)에 가득한 도시라 생각된다.
아침 산책길에 송화산에 올라보면 멀리 토함산의 든든한 장벽 같은 모습이 일출의 서광을 받아 빛나고, 금오산의 준엄한 자태 또한 남쪽 하늘에 새 희망을 안겨주는 듯 자꾸만 눈빛이 간다.
금장대(金藏臺) 아래 청청(淸淸)한 형산강 물에 발을 담근 백조(白鳥)가 펼치는 날개 짓은 한 폭의 선화(仙畵)를 이룬다. 심호흡을 해보면 맑은 공기가 가슴 가득한 폐기(肺氣)를 뱉어내고 심신을 상쾌하게 해준다. 천혜(天惠)의 지형적 특성 때문에 왕도(王都)로 선택되어서 천년 수도(首都)로 세계사에 전해지게 된 것은 마땅하다고 여겨진다. 그러나 젊은 사람들이 많이 살아야 활기가 넘치는 도시가 될 터인데, 시 전체의 인구는 해마다 감소하는 데 노인인구는 증가하고 있어서 노인화의 도시로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 다소 유감스럽다.
노인들이 많다보니 이들의 지지(支持)를 받지 못하면 선거에서의 당선은 어렵게 되어 이것을 예민하게 감지한 정치희망생들이 노인행사장에 찾아와서 단정한 자세와 표정 갖추어 보여주는 근접성 인사범절이 고맙기도 하다.
노인 이는 듣기만 해도 슬픈 말인데, 인사를 해주는 정치희망생이 있어 자존감을 버릴 수는 없을 것 같다.
윌리엄 버틀러 에이츠는 “영혼이 손뼉치고 노래하지 않으면 노인은 한낱 막대기에 걸린 누더기처럼 보잘 것 없는 존재에 지나지 않는다.”했으니, 누더기처럼 대접 받지 않으려면 노(老)정치인의 말씀처럼 아름답게 물든 고운 저녁노을이 되어야 할 것이다.
영혼이 손뼉치고 노래하려면 인생의 마지막 나날을 잘 마무리 짓는 과업수행이 중요하다.
성공적인 노화(老化)를 위한 과업은 경주의 노인에게만 필요한 것은 아닐 것이다. 노년(老年)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 것인가의 관점이 중요하다고 여겨진다.
하버드대학교 『인생성장보고서』에서 노년을 바라보는 관점을 늙은 나무를 대하는 태도와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다고 하였다. 늙은 나무를 보면서 어떤 이는 더 이상 가지치기할 가지가 없다고 애석해 하지만, 어떤 이는 그 간결한 곡선미에 찬사(讚辭)를 보낸다는 것이다.
언제 닥쳐올지 모르는 사멸(死滅)에 대한 공포는 어디에나 늘 존재하나 봄이 오면 서리 맞은 떡갈나무에 새싹이 움트듯, 생명이 유지되는 한 노년에게도 계속해서 성장과 쇠퇴가 반복된다는 것이다. 자연이 오고 있는 쇠퇴는 불가항력이기에 거기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과 같이 여기면서 성장을 위한 종반기 해피 웰(happy-well) 프로젝트를 기획하여 즐거운 마음으로 참여하는 것이 성공적인 노화에 이르는 한 방안이라 생각된다.
노인들이 지닌 산 경험을 통해 얻은 확신들은 소중한 가치가 있는 것으로 다음 세대에게 남겨줄 수 있는 가장 소중한 유산이며, 위급한 상황에 처했을 때 겁먹지 아니하고 침착하게 대처할 수 있는 능력 역시 노인들이 지닌 소중한 재능이다.
노련한 판사, 야구 감독, 고위 외교관, 국제조직의 지도자가 되려면 수 십 년 동안의 경험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좀 더 폭넓은 관점으로 삶을 조망하는 것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으로부터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지혜는 어느 정도 세월이 흐른 뒤에야 가능하므로 노인을 육체적 힘이 약한 존재로만 단순히 인식하여서는 아니 될 것이다.
사람은 생물학적으로 제 나이에 비해 젊을 수도 있고 늙을 수도 있다. 노화가 진행되면서 병이 들고, 생물학적 쇠퇴를 몸으로 느끼게 되지만 자기관리를 철저히 하고 늘 의욕적으로 생활하며 절친한 친구를 곁에 두고 정신건강을 유지한다면, 실제로는 병에 걸렸지만 아픔을 모르고 살아갈 수 있다고 하니 정신사회적 건강을 유지하는 것 역시 노년의 성장이며, 이는 영혼이 손뼉 치는 노년을 위한 방안이 아니겠는가.
우애대길
경주 탑동에 태어나서 K공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육군사관학교에 입학하여 육군대령으로 전역한 권 박사가 마지막으로 모부인(母夫人) 상복(喪服)을 입고 고애자(孤哀子)가 되었다.
그는 고등학교 재학시절에는 도보로 먼 거리를 통학하면서 불피풍우(不避風雨)하고 결석하지 않았으며 특히 등(登)・하교(下校) 때 그냥 걸어가는 시간 낭비가 아까 와서 그날 배울 교과목을 예습한 것과 배운 것 중에서 중요한 핵심내용을 정리하여 둔 것을 보행 중에 익히면서 열심히 공부하였던 분이다.
귀가(歸家)해서는 부모님의 농사일을 도와야 하며, 특히 소를 몰고 나가 먹이어야 하고 꼴을 베어 쇠죽을 끓이는 등으로 가정학습에 할애되는 시간이 부족하여 등・하교 시간은 물론 야반(夜半)까지 공부를 해야 했던 것이다.
힘든 생활을 하면서 국가의 간성이 된다는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학업에 열중한 결과로 육군사관학교에 입학을 할 수 있었으며, 임관(任官) 후 군무(軍務) 수행 중에도 대학원에 입학하여 박사학위를 취득한 엘리트 장교였다. 그러나 장군으로 승진하지 못한 것이 한스러웠으나 그 분을 잘 아는 지인(知人)들은 비록 대령으로 예편 되었지만 위국충정을 다한 육군대장과 같이 존경해 오고 있다.
더욱 향민(鄕民)들이 그분을 존경하게 된 것은 삼우제(三虞祭)를 마치고 산소에 다녀 온 후에 모인 가족회의의 말씀이 너무나 돈독한 우애의 의미를 지녔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는 모두 부모님을 여인 고애자(孤哀子)가 되었습니다. 특히 저는 불효자입니다. 장자로 태어나서 여러 아우보다 부모님의 극진한 사랑을 먼저 많이 받고 자랐으나, 내 자신의 영광을 위해 군에 입대하여 군방업무에 종사하느라 부모님을 봉양하지 못하여 자식으로서의 마땅한 도리를 다하지 못하였고, 모든 것을 아우와 제수씨께 맡겨서 불효막심한 자식이며 형입니다. 그러니 부모님께서 물려주신 재산을 저는 한 푼 도 가질 수 없습니다. 모두 아우와 여동생이 나누어 가져야 합니다.”
형제자매들이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폭탄 같은 선언적인 말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한다.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아주버님! 천만의 말씀입니다. 시부모님께서 남겨주신 재산은 비록 상속법이 있기 하지만 권씨 문중의 전통 가례(家禮)에 따라 모두가 장자이신 아주버님의 재산입니다. 저희들이야 훌륭하신 아주버님의 명성(名聲) 때문에 자랑스럽게 생활해 오고 있는 데 그것을 어찌 재산에 비교하겠습니까. 저희들은 한 푼도 갖지 않겠습니다.” 이렇게 이들 형제자매들은 부모님께서 남겨주신 재산에 대해서 현재의 상속법에 따라 배분 받지 않고 모두 장자가 가져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을 하였고, 장자인 권 대령은 또 한 가질 수 없다고 항변하여 오랜 토론시간이 이어졌다고 한다.
끝내 장자인 권 대령은 자기의 법적 지분(持分)을 포기하고 형제자매들에게 합의에 의해 불평이 없도록 배분하여 모범적인 우애의 극치를 보여 주어서 그 이야기가 향내의 아름다운 화두로 오늘날까지 이야기 되고 있다. 재벌가에서 재산상속 때문에 형제간에 반목(反目)이 되어 법정투쟁을 하는 사례와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모든 부모들은 자식들이 우애(友愛) 있게 살기를 희망할 것이다. 우애 있는 삶이 무엇보다 아름답다고 강조하지만 막상 부모님이 세상을 떠나시면 형제간의 우애 또한 재산상속 때문에 동반 화장(火葬)되는 사례가 없지 않다. 우애란 무엇일까. 우애 있는 형제는 사회적 관계도 대체로 원만하여 성공적인 사회생활을 영위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형제자매간의 관계를 골육지친(骨肉之親), 동기일신(同氣一身), 여족여수(如足如手) 등으로 칭하고, 형제간의 우애를 수족지애(手足之愛), 동기지친(同氣之親), 형우제공(兄友弟恭) 등으로 표현되고 있다. 모두가 우애의 중요함을 나타내는 말이다.
우애는 형제사이의 사랑, 친구 사이의 정분(情分)을 뜻하고 있다. 영어로는 friendship(우정), fraternity(정애), philanthropy(박애) 등으로 표기된다. 이 모두는 사랑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사랑하다는 것은 배려적 의미를 갖는다. 그래서 형제자매간의 우애는 형제자매가 서로 배려함을 뜻한다.
배려한다는 것은 관심을 가지고 생각해 주는 것이고 염려하는 것이다. 물질적・정서적인 것이 포함된다. 날씨가 춥거나 독감이 극성을 부릴 때 “ 형님! 요즈음 독감이 유행이라는 데, 어떻게 지내십니까. 건강에 특별히 유념하셔야 합니다.”, “가뭄이 심한데 농작물에 피해는 없는 가?” 등으로 형제가 서로 걱정해 주고 마음을 써 주는 것이 우애이다.
직접 가서 배려의 말을 하지 못할 때는 전화로라도 안부를 묻고 걱정해 주는 것이 우애인데, 그것이 어려운 것 같다.
난해(難解)한 고차방정식이나 위상수학문제를 푸는 것도 아니다. 전화 한 통화로 가능하다. 휴대전화(手電)로 친구와 애인 간에는 수없이 통화하면서도 우애의 통화는 대체로 빈도가 낮은 것을 보면, 우애는 그 고귀한 의미를 상실해가는 시대를 만난 것 같다.
입춘대길(立春大吉)도 좋지만 우애대길(友愛大吉)이 더 좋다는 새 봄을 모두가 맞이하였으면 한다.
위의 두 주제는 정풍회에서 강의했던 특강 자료의 일부입니다.
참고문헌
고형일・김현철 외. 新敎育社會學. 서울: 학지사
김영호. 敎育素談. 서울: 학지사
임승권. 敎育心理學. 서울: 양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