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해 한용운 삶과 시를 그리다

서대문노인복지관(관장 탁우상) 에서는 지하교육실에서 10월18일~11월22일 까지 매주 목요일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만해 한용운에 대한 특강을 했다..
강의는 카톨릭대 국어국문학과 전공 류양선 명예교수이다.
# 첫날
조선 불교 유신론부터 시작하여 만해의 불교에 대한 사상을 서론으로 전개해 나갔다.
나는 일찍이 우리 불교를 유신(維新)하는 문제에 뜻을 두어 얼마간 가슴속에 성산을 지니고도 있었다.
다만 일이 뜻 같지 않아 세상에 행할 수는 없었다.
무릇 매화나무를 바라보면 서 갈증을 멈추는 것도 양생의 한 방법인바 이 논설은 말할 것도 없이 매화나무의 그림자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요즈음 불가에서는 가뭄이 매우 심한 터인데, 알지 못하겠다.
우리 승려 동지들도 목마름을 느끼고 있는지..
나도 이 매화나무 그림자나마 보시한 공덕으로 지옥은 면할수 있을까?
1910년 12월 8일밤 저자씀

#둘째날
만해의 오도송(悟道頌)
사나이 가는 곳 어디나 고향인걸
나그네 시름 잠긴 사람 얼마나 많은가
한 소리 크게 질러 온 우주를 깨뜨리니
눈보라 속 복사꽃이 조각조각 날리네
심(心)
심은 심이니라
심만 심이 아니라 비심(非心)도 심이니 심외는 하물 (荷物)도 무(無) 하니라
생(生)도 심이요 사(死)도 심이니라
무궁화도 심이요 장미화도 심이니라
공간(空間)도 심이요 시간 (時間)도 심이니라
심은 무의 실재(實在)요 유의 진공(眞空)이니라
심은 절대며 자유며 만능이니라
일경초의 생명
강상수봉의 푸른빛 너머로 백목단화 같은 한 조각 구름이 오른다.
무엇 보다 민속한 나의 뇌가 무엇을 느끼려다가 미처 느끼지 못한 그 찰나 구름이 벌써 솜뭉치 같이 피어서 한편 하늘을 덮어온다.
선아야 솜뭉치 좀 빌려라.
가벼운 추위를 견디지 못하는 보드라운 싹을 싸 주자.
선아는 침묵이다 그러나 넘칠 듯한 애교 나를 향하여 동정을 들어붓는 듯하다.
어느 겨를에 그리 청명하던 창공 수묵색의 장막을 편 듯하다.
베개위에 오히려 낯 졸음을 쫓는 패연한 소리 대한의 야에 활수가 났도다.
아아 나의 감사를 표하는 시선,
새삼스럽게 벌써 개인 강산의 수봉에 대인다.
제 아무리 악마라도 어찌 막으랴, 초토의 중에서도 금석을 뚫을 듯한 진생명을 가졋던 그 풀의 발연을,
사랑스럽다, 귀의 부로도 마의 아로도 어쩌지 못할 일경초의 생명,
# 셋째 날
만해의 조선 독립의서
1.개론
자유는 만유의 생명이요 평화는 인생의 행복이라
고로 자유가 무(無)한 인은 사해와 동하고 평화가 무한자는 최고통의 자라.
압박을 피하는 자의 주위의 공기는 분묘로 화하고 쟁탈을 사하는 자의 경애는 지옥이 되느니 우주의 이상적 최 행복의 실재는 자유와 평화라.
고로 자유를 득하기 위하여 생명을 홍모시 하고 평화를 보하기 위하여는
희생을 감이상 하느니라
차는 인생의 권리인 동시에 또한 의무일지로다..(후략)..
설야(雪夜)_
눈 내리는 밤 (옥중시)
감옥 둘레 사방 산에 눈이 가득 내리는데
이불은 쇠처럼 차고 꿈마저 잿더미라
오히려 철창도 가두어 두지 못해
한 밤중 어디선가 종소리 들려 오네
무궁화 심으과저 (옥중시)
달아 달아 밝은 달아 옛 나라에 비춘 달아
쇠창살 넘어 와서 나의 마음 비춘 달아
계수 나무 버혀 내고 무궁화 심으과저

# 네째날
지옥(地獄)에서 극락(極樂)을 구하라
_한용운씨 옥중감상_
이십이일 오후에 경성 감옥에서 조선 불교계에 명성이 높은 한용운씨를 가회동으로 방문 한즉 씨는 수척한 얼굴에 침착한 빛을 띠고 말 하되
“내가 옥중에서 느낀 것은 고통속에서 쾌락을 얻고 지옥 속에서 천당을 구하라는 말이올시다. 내가 경전으로 여러 번 그러한 것을 보았으나 실상 몸으로 당하기는 처음인데 다른 사람은 어떠하였지 모르나 나는 그 속에서도 쾌락으로 지냈습니다. 세상 사람은 고통을 무서워하여 구차로이 피하고자 하기 때문에 비루한데 떨어지고 불미한 이름을 듣게 되나니 한번 엄숙한 인생과 아래에 고통의 칼날을 밟는 곳에 쾌락이 거기 있고 지옥을 향하여 들어간 후에는 그 곳을 천당으로 알 수 있으니 우리의 생각은 더욱 위대하고 더욱 고상하게 가져야 하겠다.”고 씨는 인류의 철학적 인생관을 말하여 흐르는 물과 같음으로 다시 말머리를 돌려 장래는 어찌 하려느냐 물은즉 “역시 조선불교를 위하여 일할 터이나 자세한 생각은 말 할 수 없다고” 하더라
(동아일보 1921.12.23.)
님의 침묵(沈默) 군말
님만 님이 아니라 기룬 것은 다 님이다.
중생이 석가의 님이라면 철학은 칸트의 님이다. 장미화의 님은 봄비라면 마치니의 님은 이태리다. 님은 내가 사랑할 뿐 아니라 나를 사랑하나니라. 연애가 자유라면 님도 자유 일 것이다.그러나 너희는 이름 좋은 자유에 알뜰한 구속을 받지 않느냐.너에게도 님이 있느냐 있다면 님이 아니라 너의 그림자니라. 나는 해저문 벌판에서 돌아가는 길을 잃고 해매는 어린 양이 기루어서 이 시를 쓴다.
님의 침묵(沈默)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 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의 꽃 같이 굳고 빛나던 옛 맹서는 차디찬 티끌이 되어서 한숨의 미풍에 날아갔습니다.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을 돌려 놓고 뒷걸음 쳐서 사라졌습니다.
나는 향기로운 님 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멀었습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그러나 이별은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을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것인 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정수박이에 들어부었습니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제 곡조를 못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다섯째날
나룻배와 행인(行人)
나는 나룻배 당신은 행인
당신은 흙발로 나를 짓밟습니다.
나는 당신을 안고 물을 건너갑니다.
나는 당신을 안으면 깊으나 옅으나 급한 여울이나 건너갑니다.
만일 당신이 아니 오시면 나는 바람을 쇠 고 눈비를 맞으며 밤에서 낯까지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당신은 물만 건너면 나를 돌아보지 않고 가십니다 그려.
그러나 당신이 언제든지 오실 줄만 알아요.
나는 당신을 기다리면서 날마다 날마다 낡아 갑니다.
나는 나룻배
당신은 행인

만해 한용운의 프로필
만해는 1879년 충남 홍성에서 태어나 6살 때 서당공부를 하고
1892년에 결혼
1903년 19세에 출가하였다
1905년 백담사 승려
1920년 님의 침묵을 씀
1924년불교청년회 회장
1930년 만당당수
1944년 6월29일 사망
방 경희 기자
첫댓글
못들엇다는 아쉬움이 남네요.
송해사님과 함께 들었으면 저도 너무 좋앗을텐데 말입니다.
한용운 시 누구보다 사랑합니다 정보를 놓쳤네요.아쉽습니다 다음 기회되면 공유 합시다.
윤근영님 다음엔 꼭 함께 해요.~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