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0월 추석연휴를 맞이하여 고교시절 절친한 친구이자 성동고 16회 자전거 동호회 회장인 손창인과 단 둘이서 호반의 도시 춘천으로 여행을 떠나기로 하였다. 여행을 하면 할수록 기분전환되고 삶의 활력소가 되기 때문이다. 나는 어렸을적부터 집안에만 있으면 답답해서 어디 나서기를 매우 좋아했다. 어느 시인이 말하기를 행복을 얻고 싶다면 길을 아는 것으로 충분치 않다. 여행을 떠나야 한다고 하였다.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재미가 바로 라이딩이다. 자전거는 길이 있으면 어디든지 적은 비용으로 갈 수가 있다.
상봉역에서 친구와 랑데뷰하고 07시28분 춘천행 열차를 타고 강촌역으로 향했다. 이른 아침 시간대라 붐비지 않고 편안하게 갈 수 있었다. 차창 밖으로 시시각각으로 펼쳐지는 풍경들을 감상하면서 8시15분경에 강촌역에 도착했다. 강촌역은 2010년에는 수도권 광역전철 개통으로 기존의 강촌역에서 1,3km 떨어진 방곡리로 이전했다. 강촌 일대는 2000년대 초기 대학생의 MT 성지로 연간 100만명 이상이 찾던 대표 관광지였다. ITX -청춘 개통으로 강촌역이 이전하면서 관광객이 급감했고 공동화 현상이 심화됐다. 운동하기 전에 몸을 푸는 것이 좋다.스트레칭체조를 하고 옛 강촌역으로 향한다.
강촌천 수변길을 따라가면 옛 강촌역이 나온다. 옛 강촌역은 북한강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절벽 아래 자리잡고 있었다. 낙석이 철로에 떨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피암터널을 구축하고 피암터널 상부를 승강장으로 활용했다. 피암터널 안쪽 벽은 라커와 스프레이 페인트로 그림과 글자를 표현한 그래피티 작품들로 온통 도배했다. 아이러니하게도 피암터널은 영화나 드라마, 케이팝(K-POP), 콘덴츠 촬영장소로 각광받고 있다. 강촌교를 건너면 북한강 수변길로 이어진다. 호젓한 수변길은 수풀이 우거져 있고 푸른 산과 맑은 강이 어우러져 아름답게 펼쳐진다.
조금 가다 보면 삼악산 등산로 입구가 나온다. 삼악산은 2017년 9월 육사 27기 산악회가 등정했던 친숙한 산이다. 삼악산 정상에 오르면 조망이 압권이다. 사방이 확터져 눈 앞에 보이는 풍경들이 한폭의 그림처럼 펼쳐진다. 가까이는 의암호와 춘천시내, 멀리로는 화악산과 소양댐이 한눈에 들어온다. 의암댐과 신연교를 지나면 바다와 같은 의암호가 장엄하게 펼쳐진다. 마치 어느 외국에 와 있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었다. 의암호는 북한강 중류에 있는 인공호수로 너비 5km, 길이 8km의 거대한 호수이다. 호수 안에는 아기자기한 섬들이 둥둥 떠있다.
의암호 북쪽으로는 춘천호, 북동쪽으로는 소양호로 이어진다. 춘천파크골프장을 지나면 애니메이션 박물관과 토이로봇관이 나온다. 어린이들을 동반한 젊은 부부들이 눈에 많이 띄였다. 이곳에서 숲이 울창하게 우거진 중도가 선명하게 보인다. 파란 하늘과 산, 의암호의 섬들이 어우러져 그림같은 풍광을 펼치면서 섬과 나무 숲이 데칼코마니처럼 거울 같은 수면위에 도장처럼 찍히는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 눈이 황홀할 지경이었다. 애니메이션 박물관을 지나면 의암호 수면 위에 나무덱으로 연결한 자전거 도로가 놓여있다. 편안하고 쾌적해 마치 호수 위를 달리는 듯한 쾌감을 맛볼 수 있었다.
그리고 곳곳에 포토존을 마련하여 사진 찍기에도 좋고 쉬어갈 수도 있어서 편리했다. 그리고 가다가 쉬고 쉬고 또 쉬면서 경치를 감상하느라 눈이 호강하면서도 피곤할 정도였다. 수중 나무덱이 끝나는 지점에 '춘천시 서면 도포서원(道浦書院)'이라고 쓴 표지석이 나온다. 도포서원은 조선 후기 신숭겸 등 3 인의 선현을 추모하기 위해 창건한 서원이다. 고려말 대학자인 야은 길재 선생의 후손들이 집성촌을 이루웠고 도포서원을 통해 수많은 문무관급 제자를 배출했다. 그러나 1868년 흥선대원군의 서원 철폐령으로 문을 닫았다. 서면은 마을 뒤로는 삼악산이 자리하고 있고 마을 앞으로는 북한강이 흐르고 있다.
전형적인 배산임수(背山臨水)형 마을이다. 그래서 그런지 이 조그마한 마을에서198명(2025년 기준)이 박사가 배출되었다. 여덟 집에 한 집 꼴로 박사가 나온 셈이다. 부모들의 헌신적인 뒷바라지와 자녀들의 뜨거운 향학열이 이뤄낸 성과라고 볼 수 있다. 박사마을 신화가 알려지면서 마을의 정기를 이어받아 훌륭한 후손을 얻고자 신혼부부들이 종종 방문한다고 한다. 춘천문학공원을 지나 북한강 수변길를 따라가면 신매대교가 나온다. 신매대교는 북한강 고슴도치섬을 가로지르는 교량으로 서면과 연결된 유일한 교량이다. 신매리와 서상리 마을로 들어서면 온통 배추밭으로 초록 물결로 수놓고 있었다.
서상리 마을을 통과하여 나무데크 자전거길로 들어서면 자전거길 종점이 나온다. 이곳에서 꿀맛같은 휴식을 취한 후 서상로를 타고가면 웅장한 춘천댐이 제모습을 드러낸다. 춘천댐이 건설된지 올해가 52주년이다. 춘천댐은 낯익은 댐이지만 댐을 상세하게 보는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 댐은 춘천과 화천으로 가는 도로상에 있는 중요한 댐이다. 춘천호는 경치가 무척 아름답고 교통이 편리하여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오는 호수로 전국 유수의 낚시터로 물고기 중 쏘가리가 단연 으뜸이라고 한다. 춘천댐에서 의암호로 이어지는 약 19km의 길은 춘천에서 유명한 낭만적인 드라이브 코스이다.
영서로를 타고 춘천안형극장을 지나 북한강 자전거길로 들어서면 나무숲 터널로 이어진다. 가로수 나무들이 시나브로 붉은색으로 변해가고 있어 가을 분위기를 한층 느낄 수 있었다. 소양 2교에 이르면 귀여운 오리배들이 즐비하다. 아이를 동반한 가족, 연인들이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오리배에서 신나게 즐기고 있었다. 소양2교를 건너면 의암호에 우뚝 서있는 소양강 처녀 조각상이 눈길을 끌었다. 아름다운 한복 차림을 한 18세의 어여쁜 소양강 처녀가 치마자락을 휘날리면서 떠나간 임을 그리워하며 서있는 모습이 애처러웠다. 1968년 반야월 선생이 해질녘 소양강의 아름다움을 노랫말로 표현하였다.
1970년대까지 전국적으로 애창과 사랑을받았던 노래로 가수 김태희가 대히트한 곡이다. 의암호와 연결한 현수교 모양의 다리에는 많은 관광객들이 붐비고 있었다. 현수교 끄에는 마치 자전거를 타고 있는 모양의 눈길을 끌었다. 여행에서 먹거리는 빼놓을 수 없다. 여행지에서 먹는 음식은 더욱 감흥을 불러 일으킨다. 오후 1시가 지난 뒤라 배가 출출하였다. 춘천에 왔다하면 찾는 음식은 단연 닭갈비 아니면 막국수이다. 소양강 스카이워크 맞은편에 위치한 소양강 처녀닭갈비집으로 향했다. 식당은 손님들로 가득하여 마치 잔칫집 같은 분위기 였다. 식당 한 쪽 면에 자전거족의 사진들로 가득하였다.
바이커들이 많이 찾는 유명한 식당이었다. 나는 1975년 37사단 중대장 시절에 춘천에 사는 애인을 주말마다 만나러가기 위해 충주에서 버스를 타고 풀방구리에 쥐 드나들 듯이 들락날락하였다. 그 당시 먹었던 음식이 바로 춘천 닭갈비와 막국수였다. 약 20분 기다린 후 철판에 양념을 한 닭갈비와 신선한 채소로 볶아서 오래간만에 호식하였다. 맛이 별미였다. 막국수로 오찬을 끝낸 후 춘천역에서 마침표를 찍고 오후 3시 40분경 열차에 몸을 싣고 서울로 향하였다. 친구와 함께 보낸 호반의 도시 춘천에서 낭만적이 여행은 가슴속 깊이 아로새겨질 것이다. 정말 아름답고 멋진 여행이었다.
친구는 이미 이 세상을 떠났지만 추억은 그대로 남아있다. 친구는 1973년 서울대 치의대를 졸업한 후 군의관 생활 3년 임기를 마치고 50년간 의사직을 수행하다가 신경암에서 척추암으로 전이되어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에서 약 2년간 치료하다가 2025년 6월 10일 아침에 운명하였다. 그동안 간담상조하면서 절친하게 지낸 친구였는데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슬픔이 매우 컸다. 배려심도 많고 인정도 많은 훌륭한 친구였다. 내가 죽는 날까지 친구의 이름은 영원히 지을 수 없다. 친구의 영면에 다시 한번 조의를 표한다. 내가 만날 때까지 하늘나라에서 편안히 보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