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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상으로는 '베어스타운 → 주금산 → 시루봉 → 금단이 고개 → 내마산(철마산 북봉) → 철마산 → 과라리 고개 → 천마산 → 마치고개'의 22.4km, 9시간 코스를 종주할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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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금산[鑄錦山]
높이: 813.6m
위치: 경기도 포천시
일명 비단산으로 불리고 있는 주금산의 정상은 공터이며 정상 부근의 기암과 수려한 비금계곡이 어우러져 마치 비단결 같은 산세를 자랑하고 있다.
이 산의 서북쪽 산자락에는 베어스타운 스키장이 자리 잡고 있으며, 정상에서 남쪽으로 흘러내리는 비금계곡은 아직도 오염되지 않은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 한국이 산하
철마산
높이: 711m
위치: 경기도 양주시 진전읍
철마산은 웅장하고 빼어난 자태는 없으나, 아기자기한 산행의 미가 등산객들의 발길을 끌어당긴다. 스키장으로 유명한 천마산이 남쪽으로 10km나 떨어져 있는 덕분에 사람의 때를 거의 타지 않아 자연 그대로의 깨끗함을 보존하고 있다.
음지 마을의 주산으로 옛날에 장군이 암굴에서 철마를 타고 나왔다는 전설이 있어 불린 산으로 화악산 줄기의 대표적인 명산이다.
정상에는 아직도 성터(철마산성)가 남아 있고 주위에는 높고 험한 산줄기가 이어져 천혜의 요새를 이루고 있다. 동남서 방향에 돌을 쌓았으며 불암이라는 절벽에는 장군이 나왔다는 바위굴이 있다. 그 바위굴은 장군이 말을 매어 두고 사육했던 곳으로 암반의 곳곳에 장군의 흔적이 역력히 남아 있다.
또한 전설에 의하면 바위굴은 신라의 선인 옥단춘의 출생지로서 고려 초 보조국사가 그 자리에 한선사를 건립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최근 들어 교통이 좋아지면서 등산객의 발길이 잦아지고 있는 산이다. - 한국의 산하
천마산[天摩山]
높이: 812m
위치: 경기도 남양주시 화도읍
경기도 남양주시 화도읍과 오남읍 경계를 이루는 천마산(812m)은 한북정맥에 맥을 대고 있다. 46번 경춘국도의 마치굴에서 북쪽으로 3㎞ 떨어져 있다. 산세가 험하고 복잡하다 하여 예로부터 소박맞은 산이라 불려왔다. 주봉을 중심으로 하여 북동쪽은 비교적 비탈이 급하고, 서쪽은 완만하다. 능선이 산정을 중심으로 방사선 형태를 이루고 있어 어느 지점에서도 정상이 바라보인다. 북쪽 기슭에는 보광사(普光寺)가 있다. 1983년 8월 29일 군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천마산은 서울 근교에서는 비교적 높은 산에 속하는 산으로서 산의 형세는 험하지 않으나 주 능선 길은 암릉이 많이 있으며 산세는 무척 아름답고 나무 또한 울창하여 사계절 많은 등산객이 찾는 곳이다. 천마산은 서울 근교의 당일 산행지로 인기가 있다. 산기슭에는 천마산심신수련장, 상명대학교 수련관 등 각종 연수원과 수련장이 들어서 있다.
산림청 선정 100대 명산
산꼭대기를 중심으로 능선이 사방에 뻗어있어 어느 지점에서나 정상을 볼 수 있는 특이한 산세와 식물상이 풍부하여 식물관찰 산행지로 이름나 있는 점 등을 고려하여 선정되었으며, 남쪽에 천마산스키장이 있다. - 한국의 산하
애초 이번 토요산행은 해발 1,000m가 넘는 산 중 하나인 강원 영월의 목우산을 가기 위해 오지 산행을 자주 하는 산악회 버스에 좌석 하나를 신청했다. 신청할 당시 산악회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산행 계획을 보던 중 목우산이라는 산은 초면이라 산행 계획에 들어가 산 소개를 확인하고는 깜짝 놀랐다. 아니 해발 1,000m가 넘는 산인데, 초면이라니. 해서 등산방 카페에서 목우산으로 검색해 보니, 해발 1,000m가 넘는 산 목록에 포함돼 있고, 2019년 9월 27일 산행계획도 만들어 놓은 걸 확인했다. 물론 대중교통으로는 당일 산행이 불가능해 산악회가 진행할지 여부도 모르는 채, 무턱대고 산악회를 이용해 오르는 계획이었다. 해서 이런 식으로 주의해서 보지 않았다면, 계획까지 세워놓고 지나쳐 버릴 산이 또 있을 수 있다는 생각에 산악회의 초면이라고 생각되는 모든 산행 계획을 등산방의 계획과 비교해 찾아낸 산이 덕태산, 노목산 등 대략 예닐곱 개 정도 된다.
그런데 산행 신청할 당시에도 분위기상 정상 진행이 힘들 거 같아 일단 자리만 신청하고 회비는 입금하지 않았었다. 과거 무조건 회비 입금 후 산행 신청을 했으나, 성원 미달로 산악회에서 취소하는 경우 입금한 회비 처리에 골치 아팠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라 근자에 들어 일단 진행이 확실한 시점에 입금하는 거로 바꿨다. 물론 취소되면 입금할 일도 없고. 고로 신청할 당시부터 Plan B를 염두에 두고 적당한 산을 찾았으나, 각 산악회가 진행하는 산행은 85% 정도는 이미 다녀온 산이고, 나머지 15%는 산행 거리 5~6Km에 불과한 동네 뒷산이라 내키지 않았다. 해서 대중교통으로 갈 수 있는 산을 찾다가 몇 주 전에 다녀올까 하다가 연기했던 천마산을 Plan B로 잡았다. 역시 예상대로 목우산은 신청자는 늘지 않는데, 취소자가 한둘 생기기 시작하더니, 목요일 오후에는 불과 9명만이 남아있었다. 해서 구체적인 천마산행 계획을 세우다 이왕 가는 천마산이라면 주금산에서 천마산까지 천마지맥을 달리는 게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등산방 계획 중 주금산에서부터 철마산을 거쳐 천마산까지 달리는 걸 찾았다. 애초 계획은 주금산까지 가는 교통편이 불편해 겨울철 스키 시즌에 스키장으로 가는 셔틀을 이용해 베어스타운까지 갈 예정이었다. 그래서 들머리도 베어스타운으로 정했으나, 스키장 오픈과는 거리가 먼 한여름이라 대중교통 즉 버스로 베어스타운까지 가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해서 구글링과 지도 앱으로 해결책을 찾다가 발견한 게 경기 11번 버스다. 그나마 평일은 배차 간격이 30분이나, 문제는 출발지 시간만 있지, 정류장 도착 시각은 교통 상황에 따라 제멋대로라는 거고, 토요일을 포함한 공휴일은 60분 간격이라는 거다. 그리고 정차 정류장인 강변역A에서 회차하는데, 대략 7시경이고, 내가 접근하기 좋은 광나루역은 7시 15분경 도착한다. 물론 평일 정상적인 상태 얘기다. 해서 일단 계획은 토요일 전철 시각에 맞춰 7시 7분 광나루역 3번 출구에서 만나기로 하고 등산방에 공지를 올렸다. 혹시 지옥을 맛보고 싶은 친구가 있을까 해서.
100 명산 이후 대간, 정맥, 지맥 산행을 하는 흥수도 상황은 나와 비슷해 갈만한 산이 없어 고민 중에 천마지맥을 갈 생각을 했었다고 글을 남겼다. 고로 흥수와 둘이 천마지맥을 달리기로 했다. 그리고 다시 교통편을 알아보니 토요일 서울로 출근하는 차량이 없고, 출근하는 사람도 없으니, 평소 정류장 도착 시각에 맞췄다가는 낭패를 볼 거 같아, 약속 시각을 강변역A는 6시 50분, 광나루역은 6시 58분으로 변경했다. 그리고 점심으로 라면을 끓일까 했으나, 더워서 평소와 같이 영양밥과 김치, 비상식을 들고 가고, 아무래도 산행 거리가 멀어 물은 1ℓ 두 통, 즉 2ℓ를 가져 거기로 했다. 하나는 얼린 물로. 소나기 예보에 따라 우산과 가볍고 간편한 카메라를 가져가기로 했다. 그리고 보니 천마산을 마지막으로 기상청 선정 서울·경기지역 산은 다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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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이 생각해보니 6시 53분 광나루 도착은 불안해 도착 시각을 6시 46분 당겼다. 그러기 위해서는 불광역에서 6시 6분 전차를 타야 한다. 고로 불광역까지 걸어가는 시간을 고려해 집에서 5시 50분에는 나가야 하고, 점심 등 산행 준비와 아침 먹는 시간에 최소 40분은 필요해 5시 10분 기상으로 알람을 맞췄다. 사실 이 시각은 양재역 국립외교원 7시 출발 산악회에 맞춰 놓은 시간과 같다. 산행 당일 알람에 잠을 깨 바로 기상한 후 전자레인지로 영양밥을 데우는 동안 누룽지 끓일 준비를 했다. 이후 냉장고에서 얼린 물통을 꺼내, 데운 영양밥과 같이 들고 아지트로 가 김치와 사과, 비상식이 들어 있는 디팩에 담아 그걸 배낭에 넣는 거로 산행 준비를 마쳤다. 등산복으로 갈아입고 배낭을 들고 아지트에서 돌아와 물에 불려둔 누룽지를 끓여 아침을 먹은 후 폰의 버스 앱으로 마을버스 운행 현황을 보니 9분 후 동명탕정류장 도착이다. 좀 아슬아슬하기는 하나 그 차를 타고 가기로 하고 6시 4분 전에 유유자적 집을 나섰다. 그리고 동명탕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렸는데, 6시가 지나도록 보이지 않는다. 심각하다.
초조하게 마을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마침내 6시 1분에 고개를 넘어 달려오는 마을버스가 보였다. 도착하는 장면을 미처 사진으로 찍기도 전에 마음이 급해 재빨리 버스에 탔다. 그리고 옆 창문을 보니 내가 간절히 원했던 버스 시간표가 붙어 있었다. 지난번에 '은평 02' 시간표는 이미 확보했으니, 이번에 '은평 04' 시간표를 확보하는 거로 내가 원하는 마을버스 정보는 다 얻었으나, 가장 중요한 6시 6분 불광역발 전철을 타기 위해서는 최소 5시 45분에 집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결론을 얻어 씁쓸했다. 50분에 출발해 걸어서 불광역으로 가는 게 더 낫다는 결론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유유자적 달리던 버스는 그나마 앞에 버스가 정차해 있는 바람에 불광역 출입구 가까운 곳에 6시 4분이 지나 차를 세웠고, 미리 준비하고 있던 나는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역을 향해 계단을 뛰어내려가 현황판을 보니 전차는 역에 도착한 거로 나왔다. 정신없이 개찰하고 계단을 뛰어내려가는데 내린 승객이 계단으로 올라오고 있었다. 아슬아슬한 순간이다. 그런데 마지막 계단을 밟는 순간 스크린 도어를 닿는다는 안내방송이 나오고 승차장에 도착해서 보니 막 열차가 출발했다.
기상해서부터 폰의 시내버스 앱으로 '경기 11'번 버스가 언제쯤 강나루역 버스정류장 도착하는지 계속 확인하는 중이라, 다음 전철을 타면 놓친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어 바로 역 밖으로 나가 택시를 잡아탔다. 그리고 강나루역을 외쳤다. 물론 극동아파트 버스정류장이라는 걸 부연 설명하고. 70대가 가까워 보이는 기사는 강나루를 향하는 내내 철저하게 교통법규를 지키는 모습을 보였다. 그랬을 때 내비가 알려주는 도착 시각은 6시 45분! 아주 아슬아슬한 타이밍이다. 그렇다고 법을 어기자는 얘기는 못 하겠고 초조하게 패드로 버스 도착 시각을, 택시의 내비로 택시의 도착 시각을 확인해 서로를 비교했다. 문제는 택시 도착 시각은 변함이 없는데, 버스 도착 시각은 갈수록 줄어든다는 거. 와중에 강변역에서 11번 버스를 탄 흥수의 텔 문자가 도착했는데, 6시 42분에 탑승했다는 거다. 평소라면 10분 정도 걸리는 강변역에서 강나루까지가 3분 걸리는 거로 나왔다. 그런데 강나루역 사거리에서 좌회전했다가 다시 유턴해야 하는데 좌회전에서 신호에 걸려서 꼼짝 못 하고 있는데 버스는 극동아파트 정류장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물론 패드의 시내버스 앱이 알려주는 정보다.
신호대기가 끝나고 좌회전해서 좌로 보이는 버스 정류장을 지나 유턴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데, 앞에서 버스 두 대가 달려오고 있었다. 앞장선 버스의 LED 정보창에 보이는 번호가 11번 같았다. 이대로 있으면 뒤로 보이는 버스 정류장에 정차했다가 떠난다. 해서 한숨을 쉬자 기사가 약간 화난 목소리로 "저 뒤에 보이는 정류장이 아닙니까?"하고 묻는다. "예, 맞는데, 저 앞에서 버스가 달려오고 있어서…." 그러자 기사가 바로 차를 돌려 버스정류장으로 가더니 막 도착한 버스 앞을 가로막았다. 물론 버스정류장으로 향하는 동안 택시 요금은 결제한 상태라 정차하자마자 택시에서 내려 막 택시를 피해 출발하려는 버스를 가로막았다. 다행히 버스 기사가 문을 열어줘 탈 수 있었다. 가쁜 숨을 몰아쉬고 배낭을 손에 들고 버스 내부를 둘러보니 승객이라고 3명이 있었고, 그중 한 명이 흥수였다. 바로 흥수 쪽으로 가 흥수 통로 옆자리 앉았다. 어쨌든 택시 기사 덕분에 아슬아슬하게 버스를 탈 수 있었다. 지하철에 이어 버스마저 놓쳤다면, 상상도 하기 싫은 상황이다!
'경기 11'번 버스는 퇴계원까지는 신나게 달리더니 퇴계원에 들어서자 온갖 골목은 다 돌며 우리의 목적지인 베어스타운으로 향했다. 분위기상 버스의 기점이자 종점인 소학 1리에서 퇴계원에까지 47번 국도 좌우에 있는 모든 동네에서 서울로 향하는 유일한 대중교통인 거 같았다. 해서 자가용으로는 30분 정도에 불과한 거리를 버스는 1시간 30분 정도가 소요되고, 48개의 버스정류장이 있었다. 다행히 토요일 이른 시각이라 도로가 한가했고, 특히 종점 방향으로 가는 손님이 거의 없어, 비록 골목을 통과하느라 빙빙 돌기는 했으나 평일보다 20여 분이 빠른 1시간 10분 정도가 걸려 베어스타운 정류장에 도착했다. 정류장에 내려 등산 준비를 하려는데, 흥수가 정류장 버스 도착 정보의 '7-1'번을 가리키며 저걸 타면 된다고 한다. 이게 무슨 소린지 의아한 표정을 짓자 한북정맥에서 천마지맥으로 분기하는 곳이 서파교차로로 맥 종주꾼들은 천마지맥 종주를 서파교차로에서 시작한다고 했다. 그리고 그 교차로로 향하는 차가 7-1이고, 정류장 도착까지는 12분이 남았다. 나야 맥 종주에 관심이 없으니 당연히 그 연결도 마찬가지나, 맥 종주산행을 진행하는 흥수에게는 중요한 일이라, 그럼 너 좋을 대로 하라고 했다. 베어스타운에서 서파교차로로 들머리를 변경함에 따라 대략 4~5km 정도의 거리가 추가될 거로 예상했으나, 뒤로 보이는 천마지맥을 보니 서서히 고도를 높이는 게 체력적으로 문제될 거는 없어 보였다. 그리고 천마산까지 가다 힘들면 중간에서 하산했다가, 다음에 거기서부터 다시 시작하면 되는 거고.
버스 정류장에 있는 지도를 보며 한북정맥과 그 지맥 중 하나인 천마지맥에 관한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서울 쪽에서 작은 버스가 달려왔다. 7-1번 마을버스다. 그 버스를 타고 소학 1리 버스 종점을 지나, 8시 28분에 천마지맥의 들머리인 서파교차로에 도착했다. 그런데 베어스타운 정류장에서 9개 정류장을 지나 교차로까지는 오는 동안 미니버스가 힘들어하며 고개를 올라왔다. 한북정맥과 천마지맥의 분기 고개니 당연한 얘기인데, 베어스타운 정류장과 비교했을 때 고도가 더 높은 곳에서 산행을 시작한다는 의미다. 우리가 마을버스를 탔을 때 승객 중 유일한 등산복 차림이었던 등산객도 서파교차로에 내려 우리와 같이 천마지맥을 달리는 등산객으로 생각하고 동행이 있어 좋아했다. 물론 속으로만. 산행을 시작하기 위해 흥수가 교차로 주변을 뒤졌으나, 등산로 입구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와중에 동행이라고 생각했던 등산객은 다른 산으로 올라가 버렸다. 어쨌든 천마지맥의 분기라고는 하나, 4차선 도로의 교차로고 주변에 식당을 비롯한 건물이 차지하고 있으니, 산행의 시작은 산 주변에서, 그것도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하는 게 정상이라는 생각에 정류장 뒤의 보도를 따라 서울 방향으로 20여 미터를 가자, 철책과 문이 있고, 그 철책에 산악회 리본이 달려있었다. 천마지맥의 산행 들머리다. 그 시각이 8시 31분으로 예상보다 이른 시각에 산행을 시작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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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앞으로 다가가 철책이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 방지를 위해 멧돼지 이동을 막기 위한 거라는 안내문을 확인했다. 당연히 문은 멧돼지가 열 수 없도록 만들어졌으나, 등산객은 열고 들어가 안에서 잠글 수 있었다. 들머리를 확인하고 아직 교차로 부근에서 등산로를 찾고 있는 흥수를 큰 소리를 불렀다. 그리고 흥수가 오는 걸 보고 철문을 열고 들어갔고, 뒤를 따라온 흥수가 안에서 철책 사이로 손을 넣어 문을 잠갔다. 그 시각이 8시 32분으로 이번 천마지맥 산행의 시작이다. 사실 난 그때까지 천마지맥의 끝을 천마산으로 알고 있었다. 예봉산이 끝이라는 걸 알고 있었음에도, 그런 착각을 한 이유가 지맥 명은 시작하는 산이나, 끝나는 산의 이름을 붙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천마지맥은 천마산에서 이름을 땄으니, 천마산을 끝이라고 생각했다.
철책 문을 지나 급경사를 3~4m 올라가자, 교차로 쪽에서 오는 정규 등산로와 만날 수 있었다. 아무래도 대간이나 정맥보다는 지맥의 인기가 떨어지니, 등산객이 많지 않아 교차로 쪽 입구는 찾기가 쉽지 않았던 거 같았다. 당연히 이정표도 없고. 사실 등산 앱의 지도에도 교차로에서 주금산으로 향하는 천마지맥의 등산로는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의외로 등산로 상태는 좋았다. 전형적인 흙산의 경사가 완만한 등산로라 걷기에 아주 편했다. 물론 그에 따라 평균 3.5km/h 정도의 속도로 갈 수 있었다. 상태가 좋은 등산로를 따라 40여 분을 가자 임도와 만났다. 그런데 임도라기보다는 작전도로 보였다. 그 작전도를 따라가다가 어느 순간 둘에게 공통으로 무엇인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능선은 오른쪽 위로 달리고 있고, 그 능선 위에 등산로가 있을 거라는 판단 때문이다. 등산 앱의 지도에는 애당초 길 자체가 없으니 도움이 안 돼, 비 탐방로를 잘 보여주는 ‘e-산경표’로 확인해보니, 아까 희미하게 보인 헬기장에서 등산로로 갔어야 했다. 빠른 속도로 여기까지 오기는 했으나, 분명 등산로 갈림길을 보지 못했는데.
작전도를 따라 계속 가 상동리 직전에서 개주산에서 오는 등산로를 따라 주금산으로 가도 되나, 목표가 주금산이 아니라 천마지맥을 따라가는 거로 바뀐 이상 가능한 한 빨리 천마지맥에 올라서는 게 중요했다. 그렇다고 다시 헬기장으로 돌아가기에는 너무 멀리 온 상태라 천마지맥 등산로와 작전도가 가장 근접한 지점에서 천마지맥으로 올라가기로 하고 계속 지도를 주시하며 전진했다. 9시 32분경 e-산경표의 지도가 알려준 가장 근접한 두 지점 중 첫 번째 지점에 도착했으나, 관목을 뚫고 올라가는 게 불편에 두 번째 지점에서 시도하기로 하고 다시 전진했다. 그리고 고개를 돌자 작전도 변에 안내문이 서 있는 게 보였다. 그 안내문이 있는 지점이 두 번째 지점이다. 뭔가하고 가까이 접근해 글을 읽어 보니 전차부대 구보 반환 지점임을 알리는 거였다. 우리가 걷고 있는 이 길이 예상대로 작전도임을 알려주는 거다. 그리고 그 뒤로 천마지맥으로 올라가는 길이 보였다. 우리와 비슷한 경우를 겪은 많은 대간꾼이 이 지점에서 길을 만들며 올라간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선배 대간꾼이 만든 길을 따라 올라가자 예상대로 능선을 따라 등산로가 뻗어가고 있었다. 다시 천마지맥을 따라 100여 미터 주금산 쪽으로 가자, 길을 가로막고 있는 나무에 열매가 달린 게 보였다. 개복숭아다. 그런데, 누군가 의도적으로 심은 건지 세 그루가 각각 열매를 달고 있었다. 복숭아나무를 지나 흙산에 어울리는 걷기 좋은 등산로를 따라 35분 정도 가자 개주산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에 도착했다. 작전도를 따라 계속 갔다면 왼쪽에서 올라왔을 그 길이다. 갈림길을 지나, 전진하다가 오지 산행에서 매번 만나는 반가운 리본을 발견하고 사진으로 남기기도 하며 천마지맥을 따라 갔다. 그렇게 전진해 정상이 가까워지자, 울창한 나뭇가지 사이로 주금산이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다시 상동리 갈림길도 지나, 11시 12분에 베어스타운에서 올라오는 등산로와 만났다. 주금산 정상 100m 전방이다.
이정표의 내용과는 다르게 울창한 수풀을 헤치고 100m 이상 가, 11시 15분에 주금산 정상에 도착했다. 8시 32분에 산행을 시작했으니, 정상까지 2시간 43분이 걸렸다. 정상은 정상석이 두 개가 있는 꽤 널찍한 평지였는데, 그중 하나에 카메라를 올려놓고 지친 모습의 인증을 남겼다. 이후 다른 등산객에게 방해가 되지 않게 한쪽 구석에 앉아 흥수는 김밥으로 점심을 먹고, 아직 배가 고프지 않았던 나는 시원한 물만 한 모금했다. 우리가 휴식하고 있는 동안 베어스타운 쪽에서 중년인 두 쌍의 부부가 올라왔다. 예상치 못했던 등산객이다. 휴식 후 다시 길을 재촉해 천마지맥을 따라 철마산으로 향하는데, 반대쪽에서 등산객이 계속해서 오고 있었다. 시간상으로 천마산에서 시작한 등산객은 아니고 베어스타운 반대쪽에 주금산으로 올라오는 등산로가 있고, 많은 등산객은 베어스타운이 아니라 그쪽에서 오르는 걸 선호하는 거 같았다. 사실 나라도 종주가 아닌 단순한 주금산행이 목적이었다면, 베어스타운에서 정상까지는 2.3km에 불과해 급경사를 올라와야 하는 구간이라 반대쪽의 완경사 등산로를 택했을 거다. 물론 반대쪽에 천마지맥이 아닌 등산로가 있다는 건 정상에 올라와서야 알았지만.
주금산을 지나 천마지맥을 따라 8km 전방에 있는 철마산을 향해 가는 길목에 전망대가 있었다. 해서 그 전망대에 올라 주변을 둘러보고 좀 무겁기는 하나 줌렌즈를 장착할 수 있는 카메라를 가져오지 않은 걸 후회했다. 남으로는 우리가 가야 할 천마지맥이, 북으로는 한북정맥이, 좌는 숲에 가려 보이지 않으나, 삼각산과 도봉산이 있을 거고, 우로는 이름 모를 산들이 장관이다. 전망대를 떠나 반대편에서 오는 등산객을 피해가며 전진하자, 갈림길이 나타나고, 이정표와 지도가 서 있었다. 그 지도를 통해 가평 쪽 '몽골문화원'이라는 곳을 들머리로 하는 등산로가 있음을 알았다. 그리고 그 갈림길 오른쪽 숲에 있는 길이 주금산의 명물이라는 독바위로 향하고 있었다. 독바위 방향으로 가니 정상에서 만났던 부부가 독바위에 걸쳐놓은 사다리를 타고 내려오며, 별거 없다고 했다. 독바위 정상에서 독바위를 볼 수 없는 건 당연하고 이미 전망대에서 주변을 조망한 상태라 그 말을 듣고 바로 발걸음을 돌려 철마산 방향으로 향했다.
독바위를 떠나 급경사를 내려가자 갑자기 눈앞에 정자가 나타났다. 그 정자 뒤 봉우리는 거대한 헬기장이었다. 헬기장이 있으니 정자가 있겠지. 그 헬기장에 올라가자 ‘등잔 밑이 어둡다!’고 독바위 바로 아래에서는 볼 수 없었던, 독바위의 장관을 감상할 수 있었다. 독(항아리)을 닮은 거대한 암봉이다. 독바위를 사진으로 남기고 길을 재촉하며, 진행 속도와 남은 거리 등을 계산해보니, 대략적이나, 총 거리가 28km 내외, 평속은 2.5km/h를 넘기가 어려워 보였다. 그럼 산행에 최소 10시간, 조금 지체하면 12시간 이상 걸린다는 결론이다. 지체했다간 야간 산행이다. 해서 서둘러 철마산을 향해 달려, 12시 4분에 우의 포천 음현리 갈림길을 지나고, 12시 9분에 좌의 남양주 비금리 갈림길을 지났다. 철마산의 북봉으로 알려진 대마산까지 남은 거리는 4km. 내리쬐는 햇볕 속에 급경사를 올라 12시 22분에 도착한 곳이 시루봉으로 정상석이 있는 건 아니고 이정표에 누군가가 ‘시루봉’이라고 써놓은 게 다였으나, 평지인 정상에 두 개의 나무 의자가 있었다. 힘들게 올라왔으니 쉬어가라는 의미일 거다. 해서 의자에 배낭을 벗어 두고 점심을 먹으려 했으나, 그늘은 물론이고 바람 한 점 없는 곳에서 밥을 먹는다는 건 자살행위라는 의견에 물만 한 모금하고 다시 배낭을 메고 시루봉을 떠났다.
그런데 시루봉을 떠나기 전 뻥 뚫린 주변을 둘러보다가 오른쪽으로 보이는 삼각산과 도봉산에 깜짝 놀랐다. 능선 오른쪽에 있는 건 알고 있었으나, 이렇게 잘 보일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해서 삼각산 주변을 파노라마로 찍고, 저 멀리 관악산과 청계산도 사진으로 남겼다. 시루봉을 떠나 12시 59분에 남양주 내방리 갈림길에 도착했다. 갈림길에는 이정표뿐만 아니라 의자도 두 개가 있어, 그곳에 자리를 잡고 앉아 점심을 먹었다. 흥수는 주금산에서 김밥으로 점심을 먹은 후라, 간식으로 주스와 빵을 먹고, 나는 김치와 영양밥으로 점심을 먹었다. 점심과 간식으로 배를 채우고, 충분한 휴식으로 체력을 보충한 이후 1시 12분경 휴식처를 떠나 천마지맥을 따라 철마산으로 향했다. 1시 26분에 남양주 팔야리 갈림길이 있는 해발 535m의 '금단이고개'에 도착했다. 앞선 대간꾼이 코팅한 표지를 나무에 걸어놓은 덕에 ‘금단이고개’임을 알 수 있었다.
쉬지 않고 금단이고개를 지나 2시 12분에 의자가 있는 봉우리 정상에 도착해 배낭을 벗어두고 잠깐 쉬며 주변을 둘러보니, 건너편 나무에 대간꾼이 매날아놓은 표지가 보인다. 철마산 북봉으로 알려진 해발 774.2m의 "내마산"이다. 그런데 철마산의 고도가 771m에 불과하니, 내마산이 고도가 더 높다. 그리고 서파교차로에서 천마산 날머리에 이르는 총 28km 내외의 천마지맥 산행 중 14km 지점으로 반을 왔다. 그 거리만큼 더 가야 한다는 얘기고. 내마산 정상에서 잠깐 휴식 후 다리 천마지맥을 달려 2km가량 떨어진 철마산으로 향하는 중 신창 APT. 갈림길을 지나자 밧줄을 매어놓은 구간이 나왔다. 이 천마지맥 구간에 의외로 밧줄이 많이 매여 있었는데, 별 쓸모는 없어 보였다. 해서 흥수에게 비슷한 말을 하자 겨울 결빙기에는 쓸만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밧줄이 매여 있는 고개로 내려가 다시 헉헉대고 봉우리에 오르자 "철마산 정상 740m"라는 이정표가 나타났다. 이 구간의 두 번째 목표가 멀지 않았다.
능선 아래로 난 길을 따라 이정표를 지나 철마산 정상으로 가는데 오른쪽 능선 위로 무언가를 본 거 같아 가던 발걸음을 돌려 다시 돌아와 보니, 노루인지 고라니인지 헷갈리는 녀석이 꼼짝 않고 서 있는 게 보였다. 해서 사진을 찍고 동영상도 찍었는데, 꼼짝을 안 하니 동영상이 의미가 없어 큰소리로 위협도 했으나, 고개만 돌려 쳐다볼 뿐 움직일 생각을 안 해 포기하고 가던 길을 5분가량 더 가자, 의자가 놓여있는 앞에 정상석이 서 있는 게 보였다. 철마산이다. 일단 의자에 카메라를 거치하고 인증을 찍은 후 주변을 둘러봤다. 그런데 정상에 태극기가 걸려 있는 게 이상해 다가가 보니 철마부대장과 연대장의 기념 식수 사이에 깃대가 있었다. 아마 철마산 밑에 있어, 철마라는 별칭을 붙인 부대가 깃대를 설치하고 태극기를 게양해 놓은 거 같았다. 그럼 최소 일주일에 한번은 올라와 태극기를 관리한다는 얘긴가? 어쨌든 실제 정상은 10여 미터 더 가야 하나, 평지가 아니라 여기를 정상으로 삼아 정상석과 깃대를 설치한 거 같았다. 그리고 주변이 뻥 뚫려있어 조망이 좋았다. 특히 삼각산과 도봉산 조망은 감탄을 자아냈는데, 무박 종주를 고민 중인 불수사도북이 한눈에 들어왔다.
철마산 정상을 떠나기 전 이정표로 천마산까지의 거리를 확인했다. 7.1km! 해발 700m대의 철마산 정상에서 고개로 내려갔다가, 해발 800m대의 천마산 정상에 올라야 한다는 걸 고려하면 최소 세 시간 이상이 걸리는 거리다. 그런데 비 오듯 흘린 땀에 절어 온몸이 끈적거려 더 가기가 힘들 지경이었다. 그런데 '천마산 정상' 아래에 '오남저수지 4.4km'가 눈에 띄었다. 그걸 보고 흥수에게 농반진반으로 '지금 물에 뛰어들고 싶은 심정이 간절하니, 천마산을 버리고 저수지로 가자!'고 했다. 그러자 흥수가 '그럼, 천마산역 방향으로 하산하지 말고, 호평 쪽으로 하산해 계곡에서 씻고 가자!'라고 했다. 어디든 계곡이 있으면, 만족이다. 철마산 정상을 떠나 '초당' 갈림길을 지나, 3시 39분에 복두산 갈림길에 도착했다. 이 갈림길에서 천마지맥은 좌회전하고 있었다. 그리고 3시 49분에 과라리(마을) 갈림길을 지났다. 사실 전망대가 아니면 울창한 숲에 가려 주변이 보이지 않아 사진을 찍지 않은 것도 있으나, 산행에 지쳐 만사가 귀찮은 상태라 찍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그래도 기록은 남겨야 할 거 같아 갈림길 이정표와 길의 상태는 사진을 찍었다. 생각보다 많은 대간꾼이 다녔는지 길 상태는 좋았고, 흙산답게 걷기도 편했다.
가끔 강한 바람이 불어 시원하기는 했으나, 땀을 식혀주지는 못했다. 그런 상태에서 거의 3km/h가 넘는 속도로 가니 땀은 더 쏟아져 내렸다. 쉬어야 할 타이밍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작은 언덕에 오르자 아래로 나무 의자가 있는 게 보였다. 과라리고개다! 고개로 내려가 일단 배낭을 벗어 의자 위에 두고, 땀을 말리기 위해 웃통을 벗어 이정표에 걸었다. 그리고 배낭에서 사과를 꺼내 껍질을 깎았다. 당과 수분을 보충하기 위해서였는데, 과거 흥수 얘기를 들었음에도 망각하고 큰 실수를 저질렀다. 흥수는 손도 안 대는 사과를 혼자 먹으며, "반바지"라는 선구자가 코팅해 나무에 매단 "과라리고개, 425m"를 보고 좌절했다. 천마산의 해발 고도가 812m니, 387m를 올라야 하는데, 평소라면 별거 아닌 고도나, 높지는 않으나 기복이 꽤 있는 20km가 넘는 천마지맥을 땀을 뻘뻘 흘리며 온 후라, 그 높이는 지리산 천왕봉 올라가는 거보다 더 많은 체력이 필요하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사과와 에너지바로 체력을 보충하며 쉬고 있는데, 천마산 쪽에서 요란한 엔진음과 함께 바이크가 내려왔다. 산을 다니다가 등산로를 달리는 자전거는 가끔 봤지만, 바이크를 볼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그런데 한두 대가 아니다. 먼저 도착한 몇 명이 가지 않고 계속 서 있어 무슨 일인가 궁금해하며 보고만 있었는데, 후미가 도착하기를 기다린 거였다. 서너 대에 불과할 거로 생각해 세지를 않았는데, 10여 대가 넘었다. 해서 길목에서 바이크를 만나면 위험해 그들이 다 도착하기를 기다린 후 우리도 과라리고개를 떠나 이번 산행 마지막 목표인 천마산으로 향했다. 역시 예상대로 급경사 길이라 힘들었다. 와중에 아까 출발했던 바이크 구르는 소리가 아래에서 들려오기도 했다. 큰 사고가 아니기를 빌며 계속 올라 의자가 있는 곳에 도착했다. 아주 적절한 장소에 있는 의자다. 볼 것도 없이 그 의자에 앉아 얼마 남지 않은 물을 아껴 마시며 특히 입술을 닦는 데 집중했다. 먹지 말아야 할 사과를 먹은 덕분에 갈증은 더 심해지고, 입술 주위에 설탕이 생겨 끈적거리며 바짝바짝 마르고 있었다. 앞으로 산에는 충분한 물이 있는 경우가 아니면, 오이를 들고 다니기로 했다.
5시 15분에 의자를 떠나, 해발 676m의 과라리봉에 도착했다. 물론 정상석이 있는 게 아니라, 누군가 이정표에 써놓은 걸 보고 알았다. 그런데 고도를 보고 또 좌절해야 했다. 최소 700m는 넘을 거로 생각했는데, 아직 600m대라니. 천마산으로 향하는 마지막 고개의 해발 고도가 600m 이상이기를 빌며, 과라리봉을 떠나 15분가량 가자, 저 앞에 마지막 고비가 보인다. 그 고비를 보며 내려가 팔현리 갈림길 고개에 도착했다. 고도가 궁금해 폰을 꺼내 등산 앱으로 확인해보니 고도 570m대다! 고로 240m를 올라가야 한다. 남아 있는 체력의 한 방울까지 뽑아내며 오르기 시작해 6시 45분에 별도봉에 도착했다. 봉에 도착하기 전 천마산까지 280m라는 이정표를 보고 지금 오르는 봉이 천마산 정상이라 생각했는데, 아니어서 실망해 바위에 주저앉았다. 그렇게 조금 쉰 이후 아무리 지쳐도 초면의 천마산 모습은 기록으로 남겨야겠다는 생각에 별도봉 전망대로 가 천마산 정상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흥수 뒤를 따라 정상으로 가기 위해 고개로 내려가는데, 한참 아래로 가는 길과 중간에서 좌회전하는 길이 보였다. 중간에서 좌회전하는 길은 능선을 따라가는 길이고, 아래로 내려가는 길은 앞에 있는 작은 봉을 우회하고 있었다. 아주 당연히 능선 쪽을 택해 갔는데, 과거에는 많이 다녔을지 모르나, 현재는 거의 다니지 않는 길로 별도봉과 천마산 중앙의 암봉을 넘는 길이었다. 물론 위험하기도 하고, 그래서 암봉을 우회하는 길을 만들었을 테지만. 덕분에 천마지맥 산행 중 처음으로 암봉에 기어오른, 암봉에서 천마산이 일목요연하게 보였다. 그걸 사진으로 남기고 암벽에 매달려 반대쪽으로 내려가자 천마산 정상을 향해 놓여있는 데크 계단이 보였다. 그 계단 중간에서 갑자기 사라진 나를 흥수가 기다리고 있었다. 데크 계단을 올라, 뒤로 돌아보자 별도봉과 암봉의 장관을 볼 수 있었다. 그 모습에 이번 산행에서 가장 잘한 일이 별도봉과 천마산 정상 사이의 암봉에 오른 거라는 걸 깨달았다.
태풍급의 강한 바람이 부는 가운데, 천마산 정상석이 있는 곳에 도착한 시각이 7시 1분이다. 3시 16분에 철마산을 떠나며 천마산까지 대략 3시간 정도 걸릴 거로 예측했는데, 2시간 45분이 걸렸다. 일단 천마산 정상석에 기대앉아 인증을 남긴 후 날려갈 거 같은 바람 속에서 주위를 둘러봤다. 그리고, 왜 100 산을 뽑는 모든 조직이 천마산을 100 산에 넣는지 알 수 있었다. 주변에 가장 높은 산답게 모든 걸 조망할 수 있었다. 강한 바람에 추위까지 느끼며 주변을 구경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말소리가 들려 찾아보니, 정상 바로 아래 튀어나온 테라스에 남녀 한 쌍이 자리를 잡고 앉아 술을 마시고 있었다. 이렇게 강한 바람에 꿋꿋이 앉아 술 마시는 모습에 감탄한 후 천마산 정상을 떠라 계곡을 향해 출발했다. 땀을 씻는 것도 중요했으나, 입가를 깨끗이 씻어 사과의 당분을 없애고, 열기로 바짝 마른 입안을 식히는 게 더 중요했다. 해서 당연히 천마산역 갈림길에서 호평동 방향을 선택해 내려갔다.
꺽정바위를 지나 급경사를 내려가며 앞을 보니, 전망데크에 파라솔 같은 게 보이고 말소리가 들렸다.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혹시 막걸리 파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빠른 속도로 내려가 확인해보니, 야영꾼 몇 명이 데크를 차지하고 텐트를 치고 있는 거였다. 그것도 3동이나, 전망대가 아니라, 야영장이다! 그걸 보자 유튜브에서 봤던 평일 천마산 야영 영상이 떠올랐다. 그때 본 영상의 데크가 지금 눈앞에 있는 거. 야영데크로 변한 전망데크 옆에 설치된 급경사의 데크 계단을 내려간 후 다시 빠른 속도로 경사가 심한 등산로를 따라 내려가다 야영 배낭을 짊어진 젊은 여성 등산객을 본 순간, 이미 데크는 다른 야영꾼이 차지했는데, 어디에 테트를 칠지 궁금해졌다. 그런데, 10여 분을 더 내려가자 젊은 여성 야영꾼 둘이 짐을 바리바리 싸 들고 올라오고 있었다. 내가 본 데크는 전망데크 하나인데? 하긴 꼭 데크에 칠 필요는 없지만. 그런 생각을 하며 내려가는 길은 날이 어두워져 위험할 수 있으나, 문제 있는 구간 몇 군데 빼면, 전반적으로 등산로 상태가 좋아 위험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7시 30분이 지나자 너무 어두워 배낭 허리띠 주머니에서 손전등을 꺼내, 앞을 비추며 빠른 속도로 전진해 7시 44분에 임도에 도착했다.
도로를 따라 내려가다 "천마의 집" 앞에서 계곡으로 들어가 씻을 만한 곳이 있는지 찾아봤으나, 수량이 너무 적어 계곡 옆으로 난 길을 따라 가며 물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어두워 계곡의 상태를 알 수 없으니, 물소리로 1차 판단 후 손전등을 비춰 확인해야 했다. 8시 1분경 원하는 장소를 찾아 손전등으로 물을 비춘 상태에서 속옷만 입고 물로 들어가, 일단 깨끗이 씻고 가능한 상류로 가서 특히 입술 주변을 빡빡 문질러 당분을 닦아 낸 후 물을 퍼마셨다. 그렇게 하고 나자 체력이 회복되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어느 정도 여유가 생겨 물에서 나와 우리가 씻은 소를 보니, 물고기가 꽤 많았을 뿐만 아니라, 큰 녀석도 많이 있었다. 어항으로 잡는다면 서너 명이 둘러앉아 술 한잔할 수 있을 정도? 체력을 회복하고 계곡에서 나와 조금 내려가자 아까 그 임도와 다시 만났다. 이제는 귀경이 문제라 역까지 어떻게 갈 것인가를 논의하다가 택시를 불러 타고 가기로 했는데, 호출 앱이든 콜이든 반응이 없다. 해서 일단 번화가에 내려가 방법을 강구하기로 하고, 16분가량 빠른 속도로 가자 주차장이다. 그 시각이 8시 34분으로 12시간이 넘는 천마지맥 서파교차로에서 호평동까지의 산행이 끝난 시각이다!
3
휘황한 불빛 아래 주변을 둘러보니 여기저기 식당이라 어차피 역 근처에서 저녁 먹을 생각이었으니, 여기서 먹고 가기로 하고 바로 처음 만난 식당으로 들어갔다. 사실 다른 식당은 전문 메뉴가 있었는데, 마음에 들지 않아 백화점식의 메뉴가 있는 집으로 들어간 거다. 실내로 들어가는 것도 귀찮아 밖에 자리를 잡고 앉아 두부 황태 전골과 빨갱이, 테라를 주문했다. 전골이 나오기 전 밑반찬을 안주로 소맥으로 갈증을 해소했다. 그리고 조금 후에 나온 전골을 안주로 맥주 한 병, 소주 3병을 반주로 밥을 먹고 10시 20분경 식당을 나왔다.
주차장 입구에 있는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평내호평역으로 가 전철을 타고 각자의 집으로 향하는 거로 이번 산행을 최종 마감했다. 사실 이후 어떻게 집에 왔는지 기억이 없다. 소주를 몇 병 마셨는지도.
계획과 달리 천마지맥을 제대로 밟기 위해 '서파교차로 → 천마지맥 → 임도 → 천마지맥 → 개주산 갈림길 → 상동리 갈림길 → 주금산 → 시루봉 → 금단이 고개 → 내마산(철마산 북봉) → 철마산 → 과라리 고개 → 과라리봉 → 별도봉 → 천마산 → 천마산역 갈림길 → 임도 → 계곡 → 임도 → 수진사 주차장'의 28.6km(트랭글 기준)을 12시간 9분이 걸려 달렸다.
역시 15km가 넘는 산행은 체력을 극한까지 몰아붙이는 경향이 있어 자제해야 한다.
생각보다 날이 좋아 남으로는 불수사도북(불암산, 수락산, 사패산, 도봉산, 북한산)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 물론 저 멀리 관악과 청계도, 북으로는 한북정맥을.
천마산이 왜 인기 명산에 이름을 올렸는지 알게 된 산행이었다.
첫댓글 흥수 승!
흥수 체력을 따라갈 사람은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