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불이 난 김필오
-윤동재
경주 가면 꼭 들르는 팔우정 거리 해장국집
메밀묵 해장국을 시켜 막걸리 한잔하는데
육두품 출신 급찬 직급 하급 관리였지만
글재주가 뛰어났던 신라 김필오와 자연스럽게 한자리했지요
그는 내가 사발에 막걸리를 따라 주는 대로 거푸 마시더니
국립경주박물관에 가보았느냐고 성덕대왕신종이 있는데
거기 명문銘文을 자기가 썼다고 했지요
예전엔 웬만한 사람이면 그 뜻을 알더니
요즘은 그 뜻을 새길 줄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했지요
눈으로 보아서는 알 수 없고 귀로 들어서도 들을 수 없는 큰소리
그 소리 누구나 제대로 들으라고 성덕대왕신종을 만들어
매달아 놓았다고 써 놓았다고 했지요
뭇 신선이 숨어 사는 우리나라
이웃 나라를 무찔러 하나 된 게 아니고 마음 합쳐 하나가 되었으니
성스러운 덕이 날이면 날마다
새로울 거라고 써 놓았다고 했지요
마침 서너 달 전 볼 일이 있어 서울 가
국립중앙박물관 서예실에 들러 전시물을 보다가
자기가 쓴 성덕대왕신종 명문 탁본
서예실에 다른 서예 작품과 같이 떡하니 걸린 걸 보고
한동안 할 말을 잃었다고 했지요
아무리 글 뜻을 새길 줄 모른다 해도
천하 명문을 어떻게 서예 작품으로나 취급하느냐고
천불이 나 참을 수 없었다고 했지요
입때껏 천불이 나 부르르 치가 떨린다고 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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