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9시인데도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았다.
이 도시는 특별히 관광객이 모이는 곳은 아니다.
보석, 광부, 전설적인 1990년대 갱단들의 반목, 러시아 초대 대통령 엘친의 부상등
일반인들이 원하는 관광거리와는 약간 거리가 있는 우랄산맥을 끼고 있는 산업도시일뿐이다.
더구나 오늘이 일요일이어서 인지
단단히 챙겨입고 밖을 나오니
싸늘한 기운이 싸ㅡ하게 나를 에워싼다.
전부 어디갔나?
어디서나 개사랑은 유별나다.
이 추운날씨에 산책을 나온 저 사람은 자기를 위해서 일까?
개를 위해서 일까?
요사이 개를 키우는 젊은 여자들은 자기를 이모라고 한다는데
그럼 개판?
여기는 볼세비키가 1918년 니콜라이 2세와 그 일가를 처형한곳이다.
지금 그와 그 가족의 유해는 상트페테부르크에 있으나 처형지인 여기는 지금도 추모객이 오는 모양으로 누군가가 가져다 놓은 꽃위에 눈이 덮였다.
남의 역사이긴 하지만 비극의 현장에 서니 숙연해 진다.
버스 정류장에서 저 아줌마가 안고 있는것은 갓난 아이다.
저 아이는 태어나자 마자 혹독한 추위와 만나게 된다.
어디서나 어머니는 위대하고 거룩하다.
니콜라이 2세나 그의 아버지인 1세나 비운의 그리고 무능한 황제였다.
러일전쟁에서 패하고 1차 세계대전에서도 무능했다.
거기다가 그의 황비까지 괴승과의 불륜에 민심은 이반되어 결국 1917년 혁명에 의해 퇴위하였고, 1918년 7월 16일 그와 그 가족들은 볼세비키스트 야코프 스베르들로프에 의해 총살을 당하고 만다.
그 현장이 보존되어있는 것이다.
사진의 저 두 아이가 나에게 구걸을 했다.
너무나 의외였다.
그러나 나는 그때 옷을 너무 껴입어 지갑을 꺼낼려면 불편했다.
잠시 망설이고 있는 사이
저 아이들은 그냥 가버렸다.
직업적인 구걸은 아닌것 같은데
내내 아쉬움으로 남는다.
아!
좀 챙겨줄껄...
내 불편함이 저들의 추위와 배고픔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닐것인데
내가 너무 포시라운 생각을 하고 있는것은 아닐까?
니콜라이 2세를 죽인 볼세비키들도 망했고 1924년 그를 죽인 스베르들로프의 이름을 딴 이 도시의 이름 스베르들로프는 1991년 시민투표에 의해서 옛이름인 예카테린부르크로 환원
되었다.
위 동상이 니콜라이 2세를 죽인 스베르들로프동상으로 니콜라이 2세의 처형지와는 1키로 정도 떨어져 있다.
죽인자나 죽은자나 모두 역사의 현장에서 그대로 보존되어있다.
돌고 도는 정치사이고, 인생사이다.
사진에 추위가 묻어 있지만
사실은 지금은 우리나라 의복이 잘 나와 그렇게 추위를 느끼지는 않는다.
아들놈이 스마트폰을 조작할 수 있는 장갑을 사줬는데 이게 가끔은 트집을 부려 사진을 찍을때 장갑을 벗다보니 손이 시럽운것 빼고는.
사실은 나돌아 다닐때 추위보다는 미끄럼이 문제인것 같다.
다음에 나올때는 여기에 대한 대비를 해야할듯
이 엄동설한에 또 나온다고?
글쎄올시다!
이 일대가 우랄산맥지역이니 우랄항공회사가 있나보다.
사실 효율면에서 본다면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보스톡까지 비행기타고 가는게 백번 이득이다.
시간적으로 보나
체력적으로 보나
금전적으로 보나
그런데
왜
이런 미련곰탱이같은 일을 하고
이 여행기를 보는 사람은 이것을 한없이 부러워들 할까?
나오면 우리나라 기업가들이 애국자들이라는걸 백번 동감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기업가들을 장사꾼이라고 비아냥거리지만
적어도 한국을 외국에 알린 사람이
바로 그들이다.
내가 묵고있는 호텔의 테레비도 LG제품이었다.
나도 한국에서는 CNN을 보지 않지만 나와서는 볼 수밖에 없다.
생판 모르는 러시아말보다는 영어 자막이 쉬우니까
여기서 주로 먹는 라면도 제품 이름이 도시락이다.
봉다리 라면과 함께 컵라면을 많이 먹는것 같다.
맛은 현지화를 시켜 내 입에는 조금은 어색하지만 내 입맛에 맞추면 이 회사는 여기서 망할것이다.
한국 어느 회사인지는 모르겠다.
자랑스러운 현다이.
여기 사람들은 이 회사 회장이 한국의 정치판에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질문몇개 받을려고 나와있는지 모를것이다.
기업가들이 닦아놓은 길위에 스포츠 스타와 연예계 아이들이 질주하여 우리나라를 알리는데 일조를 했다.
물론 우리나라 정치가들도 일조를 했다.
어떤쪽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시아와 유럽의 경계비로
이 사진은 내 가이드북에서 인용했다.
여기서 서쪽으로 14키로 지점에 있다는데
이 추위에 가는것은 생략했다.
굳이 나와서까지 한국식당을 찾고 한국음식을 고집하지는 않는다.
그 나라에 가서는 그 나라 음식을 먹어보고 그 지방 술을 마셔봐야 그 곳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이 우리나라에 와서 힐튼호텔에서 자고 햄버거 먹고 코카콜라 먹고 간다면 그는 한국을 보고 느낄 수가 없을것이다.
대포집에서 소주에 삼겹살 먹어봐야 한국을 볼 수 있을것이다.
술 취해서 뻥치고
"입가심으로 딱 한잔만 더"하는 한국의 술꾼들을 보고
그들은 한국의 문화를 어떻게 생각할까?
아메리카노 한 잔.
사실 맥도널드 할아버지와 스타벅스 커피와 코카콜라가 세계인의 입맛을 평준화시켜 버렸다.
입맛에도 네쇼날리즘이 중요한데
구멍가게.
여기도 구멍은 없었지만 마트보다는 정겹게 보였다.
추위에 천지가 꽁꽁 얼어있다.
한국은 이상기온에 철없는 봄꽃이 때를 모르고 고개를 내민다는데
오늘은 추위를 핑게로 호텔에서 게으름을 피우면서 한국의 친구들에게 편한 글을 전해본다.
내일은 또 떠날 몸이지만
첫댓글 연합통신 글로벌 기자이신 박교수님 덕분에 앉아서 좋은 구경 즐감했습니다.
건강 유의하세요!!
처음부터 여행기 올리신 사진에서 白雪 원없이 봅니다.
근데요~ 흰눈에 한번 누워보고 싶은.. ㅎㅎ~
현대 - 가아 - 정말 나라를 먹여살리는 기업이다.....
40여년전 노르웨이 북쪽 오지로 공연갔을때 일제 혼다. 스즈키를 보고 일본인들
대단하다고 생각했는데, 이젠 우리가.......
눈위에 빨간 꽃이 인상적이네요
추운 곳에 따뜻한 커피의 맛은 환상적일 것 같습니다
기아차와 현대차를 보니 기분이 묘 합니다
핸드폰 든 동상은 첨이네요 ...ㅋ 러시아는 핸폰이 귀하기도 하지... 눈위에 하얀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