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펑크와 솔 가수로 많은 사랑을 받았고 영향력을 끼친 그웬 매크레이(매크래)가 오랜 투병 끝에 여든한 살 삶을 접어 추모가 이어지고 있다고 영국 BBC가 25일(현지시간) 전했다. 유족이 이날 늦게 방송에 전한 성명에 따르면 고인은 지난 21일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눈을 감았다.
팝의 역사에 밝다고 자부하는 이들 중에 '올웨이즈 온 마이 마인드'를 가장 먼저 부른 이가 윌리 넬슨이니 엘비스 프레슬리이니 입씨름을 벌이곤 하는데 실은 고인이 가장 먼저였다. 1972년 3월에 매크레이가, 같은 해 6월 브렌다 리가, 같은 해 10월 엘비스가, 1982년 윌리 넬슨이 녹음했다. 다만 매크레이는 노래 제목을 길게 붙여 '유 우어 올웨이즈 온 마이 마인드'라고 발표했다. 아래 유튜브 영상들을 비교해 들어보면 알겠지만 매크레이의 것은 훨씬 솔 느낌이 진했다.
고인에게 애정 어린 별칭 '레어 그루브(rare groove)의 여왕'를 안긴 최고의 히트곡은 'Rockin' Chair'(1975)였다. 댄스판의 국가 격인 'All This Love That I'm Givin''을 비롯해 '90% of Me Is You', 'Keep the Fire Burning', 'Funky Sensation' 같은 트랙들이 레이디 가가, 캐시어스, 아비치(Avicii), 매들립(Madlib), 사이프러스 힐과 몹 딥(Mobb Deep) 등 후배 아티스트들에게 샘플링됐다.
세 딸 완다와 소피아, 레아, 아들 알렉스는 "그녀가 몹시 그리울 것이며 우리 마음은 무겁지만, 우리는 지난 몇 년 동안 그가 견뎌온 고통을 더 이상 받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돼 위안이 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재능있고 은총을 받은 아티스트의 괄목할 유산을 마음껏 누리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음악계에선 영국 전자음악 듀오 디스클로저와 DJ 데이브 피어스가 고인의 추모에 앞장섰다. 디스클로저는 "위대한 그웬 매크레이에게 영원한 안식을"이라고 남겼고, 피어스는 "솔 레전드 그웬 매크레이의 별세를 알게 돼 슬프다. 대단했던 모든 음색에 감사드린다"라고 말했다.
플로리다주 펜사콜라에서 그웬 모슬리로 태어난 고인은 교회를 다녀 음악을 좋아하는 가정에서 자라 일곱 살 때 교회 성가대에서 노래를 시작했다. 10대 시절 지역 클럽에서 'The Lafayettes'와 'The Independents' 같은 밴드들과 노래했다. 젊은 해군병사 겸 가수 조지 매크레이와 몇 주 만남을 갖다 결혼에 이르렀다. 둘은 헨리 스톤과 스티브 알라이모의 TK 레코드와 계약했는데 이 레코드사는 나중에 디스코 폭발의 진원지가 됐다.
그웬이 솔로 아티스트로 이름을 맨처음 R&B 차트에 올린 곡은 싱글 'Lead Me On'(1970)이었다. 2년 뒤 '올웨이즈 온 마이 마인드'를 녹음해 뒤에 엘비스, 펫 샵 보이즈, 윌리 넬슨 등이 따라 불러 각각 히트하게 했다.
그녀는 1975년에 'It's Worth the Hurt'가 히트하긴 했지만, 자신에게 헌정하려고 했다가 남편이 발매한 'Rock Me Baby'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는 바람에 가려지고 말았다. 그녀의 반응은 자신의 빅 히트곡 'Rockin' Chair'의 형태로 나왔는데 윌리 클라크와 클래런스 리드가 가사를 붙인 이 트랙은 이 레이블의 댄스 지향적인 마이애미 사운드를 규정하는 데 도움을 줬다. 미국 음악매체 '솔 트랙스'는 "그녀의 풍부한 알토 목소리는 아직도 교회 안에서 부르는 느낌으로 들렸는데 가사는 순수하게 70년대 팝 솔이었다"고 지적했다.
각자의 성공은 결혼 생활의 갈등을 증폭시켜 일 년 뒤 둘은 이혼했다.
그 뒤 미국의 주류 차트에서 이렇다 할 성공을 거둔 노래들이 부족했는데도 고인은 계속해서 호평 받는 앨범들을 녹음했고 북부 솔과 레어 그루브 신(scene)에서 따르는 이들이 생겨났으며 영국과 유럽의 레코드 수집가들과 디스크자키(DJ)들에게 컬트 교주 같은 존재가 됐다.
그녀는 이런 위치를 활용해 KC 앤드 더 선샤인 밴드를 유명하게 만든 '플리즈 던 고'처럼 TK에서 크게 히트했던 노래들을 조지 초콜릿 페리 프로듀서와 함께 커버한 앨범을 내놓기도 했다.
고인은 또 뇌졸중을 일으켜 음악을 만들지도 노래를 부르지도 못하게 된 2012년까지 계속 공연하고 녹음했다. 1997년 영국 일간 가디언 인터뷰를 통해 "내가 진짜 행복한 유일한 시간은 무대에서 많은 청중을 앞에 두고 노래하는 시간"이라며 "그 때 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여자"라고 말했다.
Brenda Lee, Elvis Presley & Willie Nelson - Always On My Mind - YouTu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