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워(1073) -모네를 통해 살핀 삶과 문화 때 이른 한파 지나고 낙엽이 우수수, 때에 맞춰 블로그에 올린 지인의 시구에 마음이 시리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발소리가. 가까이 오라. 우리도 언젠가는 낙엽이리니 가까이 오라. 밤이 오고 바람이 분다.’(레이드 구르몽의 ‘낙엽’에서) 사진작가인 지인의 작품, 낙엽을 연상시키는 노란단풍 엊그제 프로야구 한국시리즈가 LG의 29년만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도하 각 신문에 전면광고를 내며 자축하는 구단의 감회가 남의 일 같지 않게 흐뭇하다. 공감이 가는 광고의 멘트, ‘모두의 축제 모두의 승리. 펜과 하나 되어 이룬 통합 우승’ 30여 년간 응원해온 골수팬 중엔 50~60대 이상도 많다. LG는 마침내 팬들의 29년 한을 풀어줬다. 가까운 인척은 몸이 불편하여 입원 중에도 일구월심 LG의 우승을 목말라 기다렸다. 기쁜 소식과 함께 병마도 떨쳐내었으면. 프로야구가 인기종목인 미국, 일본, 한국, 대만 모두 금년도 우승팀은 오랫동안 우승을 못했던 팀들이 시리즈를 제패했다. 그야말로 한풀이 우승, 월드시리즈를 제패한 미국 메이저리그(MLB)의 텍사스 레인저스는 1961년 창단 이후 한 번도 월드시리즈 우승을 경험하지 못했고 재팬시리즈에 오른 일본 프로야구(NPB)의 한신 타이거즈도 1985년 이후 37년간 무관의 세월을 보냈다. 한국 프로야구(KBO)의 LG트윈스 역시 1994년 이후 28년 동안 한국시리즈 우승을 경험하지 못했고 대만 프로야구(CBBL)의 웨이췐 드래곤즈도 24년간 우승과 거리가 있었다. 한풀이 우승의 기운이 LG에게도 예외가 아닌 것을 고마워해야할까. 아무튼 박수를 보낸다. 2023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 LG선수단 프로야구가 막을 내리자 한 해를 마무리 하는 천하장사씨름대회가 뒤를 이었다. 첫날은 초등학교‧ 중학교‧ 대학부 단체 결승전, 둘째 날은 여자부와 세계장사 결정전, 셋째 날부터는 남자 체급별 장사결정전이 연달아 펼쳐진다. 체력은 국력, 경륜은 천심. 청년들이여, 힘을 기르라. 어른들이여, 지혜를 가꾸라. ‘젊은 자의 영화는 그 힘이요 늙은 자의 아름다운 것은 백발이니라.’(잠언 20장 29절) 부실한 체력을 다지며 스러지는 지혜를 보완하는 일에 게으르지 말아야 할 터, 틈나는 대로 열심히 걷고 간간이 도서관을 찾는다. 전날 도서관에서 접한 칼럼, ‘클로드 모네와 레옹 모네’라는 짧은 글에 필이 꽂힌다. 그 내용, ‘1840년 11월 14일, 인상주의의 아버지 클로드 모네(Claude Monet·1840~1926)가 파리에서 태어났다. 그의 형 레옹은 섬유 공장 영업직으로 직장 생활을 시작했고, 클로드는 장사를 하던 부친의 반대를 무릅쓰고 화가가 됐으니 둘의 재능과 성정이 서로 크게 다른 것 같다. 하지만 모네 형제에게는 놀랍도록 색채에 민감한 눈을 가졌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형을 따라 루앙에서 공장 조수로 일하던 젊은 화가 클로드는 염료 공정과 조색 과정을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었다. 이러한 경험이 훗날 그가 위대한 색채의 화가로 떠오르게 된 밑바탕이 됐다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경험만으로 성공한 화가가 되지는 않는다. 1874년, 처음으로 클로드가 “해돋이: 인상”이라는 작품을 전시했을 때도 그는 온갖 조롱과 멸시만을 받았다. 그다음 해 다시 클로드가 파리의 예술 경매에 작품을 내놨는데, 구매자 한 사람이 유독 열정적으로 값을 올려 작품을 구입했다. 레옹 모네였다. 레옹은 동생뿐 아니라 똑같이 가난하고 대책 없는 친구들(르누아르, 피사로, 시슬레)의 작품을 수시로 구입했다.’(조선일보 2023. 11. 14 '우정아의 아트 스토리'에서)
클로드 모네가 그린 이 초상화의 주인공 레옹 모네는 클로드의 네 살 위 형, 촌수를 따지면 ‘인상주의의 큰아버지’인 셈이다. 칼럼을 읽노라니 십 수 년 전 영국에 40여일 머물며 전국 각지의 미술관, 박물관, 도서관을 자주 찾을 때 모네의 그림을 접한 기억이 떠오른다. 그때의 기록, ‘스코틀랜드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곳으로 알려진 글라스고의 캘빈그로브(Kelbingrove) 미술관에 들렀다. 미술관에 들어서자 ’Every Picture Tells Story’라고 적힌 문구를 보며 그림 뿐 아니라 모든 사람은 각기 소설 한 권 쓸 정도로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는 평소의 생각을 다시 되새기게 된다. 전시작품 중에는 17세기에서 19세기의 네덜란드, 프랑스 유명화가인 밀레‧ 모네‧ 램브란트‧ 고흐 등의 작품들이 특히 눈길을 끄는데 클로드 모네의 ‘Life of Water’(1884년 작)에 붙인 여류작가 에밀졸라의 다음 글이 마음에 와 닿는다. ‘Monet is one of the few painters who know how to paint water – with him, water is alive and deep it is true water’(모네는 물을 제대로 그릴 줄 아는 몇 안 되는 화가의 한 사람이다. 살아 있으면서 깊은 물이야말로 진짜 물이다.) 어찌 물만 그리 하겠는가? 이후 모네의 작품뿐만 아니라 유명미술가의 작품을 주의 깊게 관찰하는 안목을 덤으로 얻게 되어 감사하다. 인터넷에서 살핀 모네의 수채화
* 모네 관련 기록을 살피다가 그때 다른 기념관 등에 들렀을 때의 정황들을 마주하니 여행에서 배우는 삶과 문화의 다양한 소회를 되새길 수 있어 흐뭇하다. 그 중 한두 가지를 덧붙인다.
1. 더블린 조이스 센터(율리시즈의 작가 제임스 조이스의 기념관)의 3층 전시실 입구에서 접한 메시지, “What did you do in the Great War? I wrote Ulysses. What did you do?” 내일 모래면 건국60주년을 맞이한다. 60년의 마디마다 우리는 무엇을 하였을까? 나는 시민으로, 가장으로, 공무원으로, 교수로, 크리스천으로 성실하고 근면하게, 사랑하고 신뢰하며, 아름다운 역사와 이야기를 만들고 가꾸어 왔다. 남은 때도 그리 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 은퇴 후 시작한 인생은 아름다워 시리즈가 이때부터 꽈리를 틀었을까?
2. 런던박물관(Museum of London)을 돌아본 후 적은 글, ‘AD 410년에 로마의 지배에서 벗어났다. 604년에 St. Paul 성당이 세워지고 804년에 바이킹이 침공하였고 886년에 알프레드 왕이 런던을 재건하였다. 1189년에 첫 시장이 등장하였고 1215년 마그나 카르타가 제정되었다. 1348년 유럽을 휩쓴 흑사병으로 8만 명 시민 중 절반 이상이 사망하였다. 1534년 로마교황청에서 분리된 영국교회가 설립되었고 1558년에 신교도인 엘리자베스 1세가 즉위하였다. 1666년에 대화재가 발생하여 시가지를 거의 태우고 5일 만에 진화되었다. 2005년 현재 런던 시내에 737만 명의 시민이 거주하고 있다.’(1666년 대화재 이후의 자료를 전시한 1층의 전시실은 수리 중이어서 살펴 볼 수 없었다.) 한 눈에 살피는 역사의 궤적이 흥미롭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