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를 갈아타고 증심사 주차장에 내리니 8시 50분이 안됐다.
처음 네파 가게에 들러 수건을 5장 사는데 여주인은 날 알아보신다.
화정산악회 따라 지리산 서산대사길 다녀왔다고 다음에 꼭 오시란다.
정류장으로 오니 운동화에 검은 운동복을 입은 종훈이가 와 있다.
10시가 막 지나 정희와 정오가 걸어온다.
중머리재에 가 막걸리와 머릿고기 물 등을 사는데 정희가 계산해 버린다.
신림교회 당산나무를 올라 잠깐 쉰다.
난 힘이 들어 땀범벅으로 수건을 머리에 두른다.
옛대피소에서도 또 쉬자 한다.
덩치가 큰 정희는 출근을 산을 넘어 한다더니 잘 걷는다.
조기축구 3개에 수영을 한다는 정오도 잘 걷고, 꾸준히 운동한다는 종훈이도
숨소리도 없이 잘 따라온다.
나만 힘들다.
한시간이 지나 중머리재에 닿는다.
까만 운동복을 입은 젊은 남녀들이 많다.
등산복을 입지 않고 바닥 두꺼운 운동화를 신고 그들은 산을 잘 오른다.
의자는 거의 차 있어 그냥 아마 매트 위에 앉는다.
햇볕이 없고 가끔 바람도 분다.
막걸리 두병을 머릿고기에 마신다.
정오는 운전한다고 조금 마시다 만다.
막걸리 두병은 금방 떨어져 일어난다.
정희는 서석대 다녀와도 좋다고 하지만 난 중봉만 다녀오자고 한다.
막걸리를 마신 덕으로 용추봉 비탈을 잘 올라간다.
소나무 아래에 앉아 사진을 찍고 바위 사이를 올라 용추봉에 선다.
나의 일몰처였다고 자랑질 하며 바위에 서 보라고 한다.
뒤에서 사진 찍어주고 중봉으로 오르다가 신사형님께 전화하니 목교라 하신다.
중봉에서 만나기로 한다.
중봉 아래로는 구름이 덜하고 서석대 쪽은 흰안개구름에 갇혔다.
가쪽 바위에 앉아 물을 나눠마시고 있는데 아래에서 신사 형님과 도리포가 올라온다.
내 배낭에 남은 어제의 소주를 마지막 따뤄 드린다.
둘은 이미 반쯤 취해 있다.
신사 형님의 산 애기 등을 들으며 아이들이 같이 내려가고 난 멀찍이서 따라간다.
나비야 청산가자는 연락처가 없다.
정희가 덕진상회에 백숙을 주문한다.
종훈이 처까지 7명이 돼 한마리 더 시키라고 한다.
1시 예약인데 조금 늦게 운림중 근처의 덕진식당에 도착하니 종훈이 처가 와 있다.
화순에 간다는 정희 그리고 운전해야 한다는 종훈이 정오는 술을 마시지 않고
신사 형님이 종훈처에게 아가씨 하면서 술을 따뤄 주신다.
아이들에게 나의 사회생활의 경박함을 보여주지 않았나 조금 조바심이 나지만
그들도 이 사회의 중견이다.
아이들이 가고 택시를 타고 도리포를 효천에 내려주고 둘이서 황하호연에 간다.
둘 다 술에 취해 다 마시지도 못하고 나 혼자 일어나 계산하고 집으로 왔다.
(다음날 금당산에서 또 두 분이 만난다고 연락하는데 난 동강으로 와 비몽사몽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