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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를 읽자
미카엘 뢰비, 에마뉘엘 르노, 제라르 뒤메닐 지음
김덕민, 배세진, 황재민 옮김
나름북스 l 145*205 l 456쪽 l 20,000원
발행일 2020년 9월 17일
책 소개
『마르크스를 읽자』는 정치, 철학, 경제 세 영역을 중심으로 마르크스 원전의 핵심 부분을 발췌하고, 전문가 3인이 해설하는 마르크스 입문서다. 미카엘 뢰비, 에마뉘엘 르노, 제라르 뒤메닐 등 프랑스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마르크스주의 연구자들이 마르크스 원전을 토대로 그의 사상을 소개한다. 마르크스가 당대 역사적 현실에서 제기된 문제에 직면하여 정치사상을 어떻게 갱신했는지, 기존 철학을 어떻게 비판하고 급진화했는지, 마지막으로 『자본』을 통해 어떠한 경제 이론을 탄생시켰는지 안내한다.
당대 역사적 현실에서 길 찾기
사상가이자 실천적 운동가로서의 마르크스 읽기
경계를 넘나드는 카를 마르크스의 방대한 사상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선 그의 저술에 집중해야 한다. 그러나, 마르크스 사상을 처음 접하는 독자들이 준비 없이 뛰어들기엔 그의 저작이 그리 호락호락하진 않다. 『마르크스를 읽자』는 초심자들을 위해 정치, 철학, 경제 세 영역으로 나눠 마르크스 원전의 핵심 부분을 발췌하고, 프랑스를 대표하는 마르크스 연구자 3인이 해설한 마르크스주의 입문서다.
제1부 「정치」 편은 마르크스 저작을 연대기적으로 읽으며 그의 정치사상의 변화를 살핀다. 책의 시작인 「정치」 편에선 전반적인 마르크스 사상도 개괄적으로 소개한다. 특히 「정치」 편에선 동시대에 제기된 정치적 질문에 마르크스가 어떠한 이론적 접근과 실천적 개입을 모색했는지가 자세히 드러난다. 마르크스가 어떤 지적 여정을 거쳐 세계를 변혁하는 보편 계급으로서 프롤레타리아를 설정하게 되는지, 또 혁명이나 계급투쟁 그리고 국가에 대한 이론과 실천 전략이 어떻게 발전하는지를 다룬다.
「정치」 편 저자인 미카엘 뢰비는 마르크스 청년기 저술인 『헤겔 국법론 비판』(1843)과 「헤겔 법철학 비판 서문」(1844)을 읽으며, 헤겔좌파에서 공산주의자로 이동하는 마르크스의 지적 경로를 추적한다. 또 『독일 이데올로기』(1846), 『공산주의자 선언』(1848), 『루이 보나파르트의 브뤼메르 18일』(1852)를 읽으며 프롤레타리아, 계급투쟁, 그리고 혁명에 대한 그의 사상을 훑는다. 「고타강령 비판」(1875), 「독일 사회민주당 지도자들에게 보내는 회람문」(1879) 등을 통해선 마르크스가 사민주의자 등과 논쟁하며 국가와 노동자계급 진로 등의 주제를 두고 어떤 실천성을 강조했는지 보여준다.
「정치」 편을 옮긴 배세진은 “「정치」 편의 핵심은 마르크스의 이론적이고 사상적인 변화와 운동가로서 마르크스의 정치적 변화 사이의 밀접한 관련성을 해명하는 것”이라고 평했다. 또 배세진은 “뢰비는 마르크스의 시작에서 끝으로 나아가는 그의 이론적, 그리고 정치적 변화를 간결하면서도 명료하고 정확하게 정리함으로써 교과서라는 본서의 형식에 걸맞게 마르크스 속으로 우리가 입문할 수 있게 도와준다”고 덧붙였다.
철학과 대결한 지적 여정의 재추적
철학으로부터의 탈피=철학적 실천의 근본적 전환
제2부 「철학」 편은 1부와는 다르게 마르크스의 청년 시절 저술에 집중한다. 에마뉘엘 르노가 쓴 「철학」 편은 비판철학의 구성이라는 기획에서 시작해 ‘철학으로부터 탈피’로 나아가는 마르크스의 사상적 궤적을 따라간다. 1841년 박사논문 「데모크리토스와 에피쿠로스 자연철학의 차이」로 시작된 마르크스의 지적 이력은 『독일 이데올로기』(1846)에 이르기까지 철학적 표현 양식을 주로 사용했다. 하지만 르노에 따르면, 마르크스는 『독일 이데올로기』에서 이미 ‘철학으로부터의 탈피’를 기획하고 있었다.
따라서 2부에선 시기적으로 1843~1846년 사이에 쓰인 『독불연보』, 『경제학-철학 수고』, 「포이어바흐에 관한 테제」, 『독일 이데올로기』가 주요 읽기 대상이다. 이를 통해 르노는 마르크스가 철학과 대결하면서 밟아간 지적 여정을 재추적함으로써 그가 ‘철학으로부터의 탈피’에 이르게 된 이유를 짚고, 그러한 ‘탈피’의 기획이 이후 저작에 어떠한 철학적 색조를 입혔는지를 분석한다.
「철학」 편의 1장에선 『독불연보』를 통해 마르크스의 지적 여정이 청년헤겔주의와 비판철학의 자장 안에서 형성된 것임을 확인한다. 이어 2장에선 인간학적 재구성(『경제학-철학 수고』)과 실천철학(「포이어바흐에 관한 테제」)을 매개로 청년헤겔주의를 벗어나려 한 마르크스 사유의 자락을 들여다본다. 3장에선 『독일 이데올로기』를 통해 마르크스가 청년헤겔주의를 넘어 철학 자체와 단절의 필요성을 주장했던 이유를 확인하게 된다. 르노는 청년 시절 마르크스의 이 같은 지적 여정에 대해 “각각의 여정이 직전 여정에 대한 이론적이고 정치적인 자기비판으로 간주될 수 있는 이러한 경로에 비추어 본다면, ‘철학으로부터의 탈피’는 철학의 청산이나 새로운 철학이라기보다 오히려 철학적 실천의 근본적 전환이라는 기획에 속한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옮긴이 황재민은 「철학」 편의 의의를 마르크스 사상 전개에서 청년헤겔학파라는 지적 맥락이 갖는 중요성을 재확인하고, ‘정치경제학 비판’ 역시 철학적 관점(철학의 새로운 실천이라는 관점)에서 자리매김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찾는다. 황재민은 “마르크스의 철학, 마르크스적 철학이란 곧 마르크스가 청년 시절부터 철학이 역사적 분석, 경험적 탐구, 현실적 투쟁 등과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가에 관한 그 자신의 끊임없는 숙고 과정의 산물로 파악될 수 있으며, 이는 오늘의 철학 함에도 많은 시사점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자본』을 통해 마르크스 경제 이론 읽기
‘철학으로부터 탈피’에서 ‘정치경제학 비판’으로
「철학」 편의 중심 주제인 ‘철학으로부터 탈피’라는 마르크스의 사상적 궤적은 결국 ‘정치경제학 비판’으로 이어진다. 이 정치경제학 비판은 마르크스 말년의 주저 『자본』을 통해 드러나는데, 이는 『마르크스를 읽자』 3부 「경제」 편에서 다룬다.
제라르 뒤메닐이 쓴 「경제」 편은 『자본』을 토대로 마르크스 경제 이론의 주요 내용을 설명한다. 뒤메닐은 「경제」 편을 3개의 장과 11개 절로 구성했는데, 이중 1장 전체를 할애해 마르크스의 방법론과 이론 구조를 상세히 설명한다. 두 번째 장에선 상품, 화폐, 자본 등 마르크스 경제 이론의 기본 개념들로 시작해, ‘잉여가치’, ‘자본의 유통’, ‘대부자본과 현대자본주의 제도’ 등의 주제를 다룬다. 2장에선 『자본』 1권과 2권을 중심으로 내용이 전개되지만, 거대 주식회사와 금융기관들을 다룬 『자본』 3권의 논의들도 소개된다. 3장에선 경쟁 이론, 축적, 기술과 분배, 위기, 금융 메커니즘 등의 내용을 『자본』의 플랜과 연계해 설명한다.
옮긴이 김덕민은 「경제」 편에 대해 “경제학의 역사성과 마르크스의 『자본』이 기초하고 있는 지식에 대한 이론, 그리고 (자본 관계를 사회적 관계와 직접적으로 동일시하면서 경제법칙과 경제적 범주를 전면적으로 부정하려고 하는) 사회학의 반경제학적 편향 등을 다각도에서 논의하고 있다”고 그 의의를 설명했다. 또한 “마르크스 경제 이론의 법칙들과 범주들, 그것들의 상호 관계에 대한 하나의 관점을 제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마르크스 사상을 이해하는 징검다리
한편, 이 책의 공동저자인 미카엘 뢰비, 에마뉘엘 르노, 제라르 뒤메닐은 “본서에서 제시하는 바는 단순히 말해 저자들이 선별한 텍스트들로부터 출발하는, 그리고 이 선별된 텍스트들에 대한 저자들의 간략한 맥락화와 설명이 이어지는 마르크스 독해의 입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저자들은 마르크스 사상을 이해하는 정석은 그의 저작을 직접 읽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저자들은 “만일 우리가 본서의 독자 중 단 몇몇에게만이라도 마르크스의 온전한 텍스트, 논문 그리고 저작들을 원전 형태로 읽고자 하는 관심을 불러일으킨다면, 우리의 목표는 아마 달성된 것이나 다름없다”는 기대의 말도 덧붙였다. 세 저자의 바람대로, 『마르크스를 읽자』가 독자들에게 마르크스와 그의 사상을 이해하는 징검다리가 되길 기대한다.
지은이 소개
미카엘 뢰비(Michael Lowy)
현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 명예 주임연구원. 브라질 출신으로 상파울루대학교를 나와 프랑스 소르본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CNRS) 연구원으로 일하면서 사회과학고등연구원(EHESS)에서 강의하였다. 사회학자이자 철학자이면서 좌파 정치 운동과 무토지 농민 운동 등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마르크스주의 생태학을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으며, 2007년 제1차 국제생태사회주의회의를 조직하기도 했다. 주요 저서로 『발터 벤야민: 화재경보』, 『신들의 전쟁』, 『마르크스주의 100단어』 등이 있다.
에마뉘엘 르노(Emmanuel Renault)
현 파리낭테르대학교 철학과 교수. 프랑스의 저명한 마르크스주의 철학자로, 마르크스주의 학술지 『악튀엘 마르크스(Actuel Marx)』의 편집 주간을 맡은 바 있다. 최근엔 마르크스주의 전통과 실용주의 전통의 수렴 조건을 탐색하기도 했다. 주요 저서로 『사회적 고통(Souffrances sociales)』, 『인정, 갈등, 지배(Reconnaissance, conflit, domination)』 등이 있고, 국역서로는 『마르크스의 용어들』, 『마르크스주의 100단어』가 있다.
제라르 뒤메닐(Gerard Dumenil)
전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 주임연구원. 제라르 뒤메닐은 도미니크 레비와 함께 『신자유주의 위기』, 『거대한 분기』 등의 저서를 집필하였으며, 마르크스 경제학에 기초한 여러 논문을 발표하였다. 그의 모든 저작과 논문 목록은 제라르 뒤메닐과 도미니크 레비의 홈페이지(www.cepremap.fr/membres/dlevy)에서 확인할 수 있다. 철학자 자크 비데와 함께 『대안 마르크스주의』를 집필하기도 하였다.
옮긴이 소개
김덕민
충남대학교 연구교수. 제라르 뒤메닐과 도미니크 레비의 『신자유주의 위기』, 『거대한 분기』, 『현대 마르크스주의 경제학』 등을 번역하였다. 한국 경제의 이윤율과 자본축적 간 관계를 다룬 「자본축적과 이윤율, 그리고 구조적 단절: 한국경제(1975-2016)」, 시스템 다이내믹스를 활용한 경기변동 분석으로 「스톡관리 모형의 거시경제적 구성과 경기변동」과 「시스템 다이내믹스에 기초한 비선형 경제모형」을, 알튀세르의 호명이론과 자크 비데의 메타구조론을 정리한 「공산주의는 어디에」 등 여러 논문을 발표하였다.
배세진
연세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커뮤니케이션 대학원에서 「마르크스주의 이데올로기론의 재구성: 알튀세르와 발리바르의 논의를 중심으로」라는 논문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프랑스 파리7대학 사회과학대학의 ‘사회학 및 정치철학’ 학과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고, 현재 같은 대학원 박사 과정에서 정치철학 전공으로 미셸 푸코와 루이 알튀세르, 에티엔 발리바르에 관한 논문을 쓰고 있다. 발리바르의 『마르크스의 철학』과 『역사유물론 연구』, 알튀세르의 『무엇을 할 것인가?』와 『검은 소』, 제라르 뒤메닐·에마뉘엘 르노·미카엘 뢰비의 『마르크스주의 100단어』, 자크 비데의 『마르크스의 생명정치학』 등을 옮겼다.
황재민
한국외대 철학과 박사 수료. 푸코-알튀세르의 주체화 양식 연구라는 주제로 박사 논문을 준비 중이다. 루이 알튀세르의 『루소 강의』, 『재생산에 대하여』(공역, 근간), 스튜어트 엘든의 『푸코, 권력의 탄생』(근간)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차례
서문 _ 8
원전 약어 _ 14
제1부 정치
Ⅰ. 헤겔 좌파에서 공산주의로 _ 22
목재 절도에 관한 법률(1842)
헤겔 국법론 비판(1843)
헤겔 법철학 비판 서문(1844)
「프러시아 왕과 사회 개혁」에 대한 비판적 평주(1844)
Ⅱ. 프롤레타리아 혁명 _ 53
독일 이데올로기(1846)
공산주의자 선언(1848)
공산주의자동맹에 보내는 1850년 3월의 회람문
Ⅲ. 1848년 혁명에 대한 분석 _ 85
프랑스에서의 계급투쟁(1848-1850)
루이 보나파르트의 브뤼메르 18일(1852)
인민일보 창간 4주년 기념 축하회 연설(1856)
Ⅳ. 인터내셔널, 국가 그리고 러시아 코뮌 _ 109
국제노동자연합의 발기문과 임시 규약(1864)
『자본』 1권 7편, “본원적 축적”(1867)
프랑스 내전(1871)
고타강령 비판(1875)
독일 사회민주당 지도자들에게 보내는 회람문(1879)
베라 자술리치에게 보내는 편지(와 이 편지의 몇몇 초안)(1881)
제2부 철학
I. 종교·정치·철학 비판 _ 173
『독불연보』
비판철학
인민의 아편
정치 비판에서 인권 비판으로
철학의 실현과 지양
II. 소외된 노동과 실천철학 _ 213
『경제학-철학 수고』와 「포이어바흐에 관한 테제」
소외된 노동
완성된 자연주의로서 인간주의
관념론, 유물론, 실천
III. 이데올로기 비판과 철학으로부터의 탈피 _ 258
『독일 이데올로기』
유물론적 역사관
이데올로기의 불모성
철학으로부터의 탈피에서 정치경제학 비판으로
제3부 경제
Ⅰ. 계획과 방법 _ 314
역사의 과정
이론의 궤적들: 사고의 구체
『자본』: 그 저작과 개념
Ⅱ. 상품, 화폐, 자본 _ 347
상품, 가치, 화폐, 그리고 가격
잉여가치 또는 초과 가치, 그리고 그 분할과 확장
자본의 유통
대부자본과 현대자본주의 제도
Ⅲ. 경쟁, 기술, 분배, 금융 _ 395
자본주의적 경쟁
축적, 기술 변화와 분배의 경향들
위기
금융 메커니즘들
옮긴이 후기 _ 444
더 읽을거리 _ 453
책 속에서
우리는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 마르크스가 제안했던 해결책, 즉 “진정한 민주주의”의 의미를 사고해야 한다. 마르크스의 논의에서 이 해결책은 부르주아적이고 공화주의적인 민주주의에 관한 것이 아니라, 정치 국가의 소외된 형태와 “사유화된” 시민사회의 형태 모두에 대한 동시적인 지양(depassement)을 함의하는 근본적이고 급진적인 변혁에 관한 것이다. 민주주의라는 개념은 인민─데모스(demos)─의 주권과 관련될 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것과 정치적인 것, 보편적인 것과 개별적인 것 사이를 분리하는 이러한 분리의 존재를 폐지하는 것과 관련된다. _34쪽
이는 『공산주의자 선언』을 집필했던 150여 년 전보다 “세계화”의 시대인 오늘날 훨씬 더 현실에 부합하는 분석인 것이다. 정말이지 자본은 21세기 초인 오늘날처럼 세계 전체에 대한 그토록 완벽하고 절대적이고 온전하고 보편적이며 무제한적인 권력을 성공적으로 행사했던 적이 없다. 과거에 자본은 현재와 같이 자신의 규칙, 정치, 도그마, 이해관계를 세계 전체의 모든 민족에 강제할 수 있었던 적이 없었다. 결국, 어떠한 시기에서도, 인간 삶의 모든 영역─사회적 관계, 문화, 예술, 정치, 섹슈얼리티, 건강, 교육, 스포츠, 오락─이 오늘날만큼 자본에 예속된 적이 없었으며 “이기적 타산이라는 얼음처럼 차가운 물” 속에 이토록 깊이 빠져 버린 적이 없었다. _69쪽
『자본』의 저자는 협동조합에 반대하지는 않았지만, 그가 난외 주석에서 강조하듯, “협동조합은 이 협동조합이 독립적이라는 조건에서만, 그리고 이것이 정부에 의해서도 부르주아지에 의해서도 보호[간섭]받지 않는 노동자들의 창조물이라는 조건에서만 가치를 지닌다.” _139쪽
마르크스는 열거된 인권들(평등, 자유, 안전, 소유)을 하나하나 검토하는 데서 시작한다. 그러면서 이 인권들의 원리를 이루는 것이 사적 소유임을 입증하려고 한다. 실제로 자유는 타인을 해치지 않는 한 모든 것을 행할 수 있는 권리로서 부정적으로 정의되는데, 이는 인간들이 타인으로부터 보호해야 하는 배타적 취득물들에 의해 서로 분리되고 고립되어 존재한다는 비관주의적 인간학을 전제하는 것이다. _196쪽
사실상 마르크스는 여러 상이한 이론적 도식들을 배합해 소외된 노동이라는 개념을 만들었다. 마르크스는 종교적 소외란 인간의 고유한 유적 본질의 상실이자 인간이 자기에게서 낯설게 되는 것이라는 견해를 포이어바흐로부터 받아들인다. 인간이 자기 자신의 생산물(신)에 의해 억압당하는 것이 종교적 소외라는 발상은 바우어에게서 끌어온다. 헤스로부터는 수단과 목적 관계의 전도로서 화폐 속의 소외에 관한 구상을 가져온다. 소외된 노동이 문제가 되는 것은 자기 상실 및 자기 생소화, 자기 활동의 생산물에 의한 지배, 수단과 목적의 전도라는 이 세 가지 의미에서인 것이다. _216~217쪽
마르크스가 덧붙이기를 지배계급의 사상은 어느 시대에나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관념이라는 의미에서 지배적 사상이 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두 가지 설명이 제시된다. 한편으로, 지배적 사상은 그것이 지배적인 사회적 관계를 표현한다는 점에서 기인하는 특수한 사회적 힘을 자생적으로 보유한다. 다른 한편으로, 지배적 사상은 “정신적 생산수단”을 소유한 지배계급에 의해 사회의 나머지에 대해 강제될 수 있다. _275쪽
이데올로기가 부르주아계급의 수동적 이데올로그들에게는 효력이 없다는 점을 마르크스가 각별히 강조하고 있다는 사실을 덧붙인다면, 마르크스의 목표가 이데올로기적 기능의 중요성에 관한 이론을 생산하는 데 있지 않고 반대로 이데올로기의 불모성(이데올로기는 지배적 사상의 재정식화에 그친다)과 비효율성(이데올로기는 지배계급의 다른 구성원들을 납득시키지 못한다)을 강조함으로써 진보라는 의미에서 역사의 흐름에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하는 이데올로그들의 자부를 가장 발본적인 방식으로 비판하는 데 있다는 점이 충분히 명확하게 드러난다. _279쪽
“자본은 가치의 총합이다”라는 것은 당연한 말이다. 그것은 꽤 정당한 표현이지만, 경제학자들은 이러한 말을 너무 일반적인 표현이라 평가할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좀 더 명확히 “경제활동에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선대된 가치의 총합”이라고 표현할 것이다. 그리고 마르크스는 거기에 가치의 증식이라는 관점을 추가하였다. “자본”은 “더 많은 가치를 낳으려는 목적으로” “가치 증식을 위해 선대된 가치의 총합”이라고 썼다. 자본가들은 결국 가치의 증대를 목적으로 일정한 가치량을 선대한다. _337~338쪽
상품 개념에 대한 설명은 어떤 수많은 기초 개념 또는 “상품 범주들”과 “추상 노동”, 즉 말하자면 각 노동의 구체적 성질을 잃어버린 특정한 노동 개념의 도입으로 이어진다. 이는 교환, 가치, 유용성의 대상과 같은 범주들에 추가된다. 하지만 노동가치론을 통해 바로 그러한 더 광범위한 기초 개념들의 도입이 이루어진다. 서로 다른 노동의 고유한 성질을 추상한다는 아이디어 이외에도 상품 가치를 결정하는 평균적인 숙련과 강도의 노동을 지칭하는 사회적 필요노동량에 대한 논의도 있다. 게다가 서로 다른 노동을 통해 동일한 정도의 가치가 창조되지도 않는다. _353쪽
마르크스는 오늘날 우리가 “경기변동”이라고 부르는 것을 명확하게 확인한 최초의 경제학자 중 하나이다. 경기변동이라는 표현을 통해 관련된 현상이 보편화되고, 그 복잡성의 일부가 숨겨지기도 한다. 이러한 경제의 순환은 19세기 초반에 나타났고, 1817년에 『정치경제학과 과세의 원리에 대하여』를 출판한 리카도는 이러한 문제를 그때까지 철저히 고려하지 못했다(특정한 부문에서 발생하는 “침체”에 대해서만 이야기했을 뿐이다). 경기변동은 생산의 확장과 후퇴, 주기적이지만 불규칙한 경제활동의 축소와 그에 뒤따른 회복 과정을 지칭한다. 자본주의는 이러한 자본주의 현실에 특징적인 일상적 운동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생산의 증가 및 감소와 그 양상들을 변화시키는 다소 결정적인 금융적 변동이 결합한다. 마르크스는 이러한 금융적 혼란과 결합되어 나타나는 경제활동의 축소 국면을 “위기”라고 불렀다. _419~420쪽
어떤 순간 기업들은 자신들이 제공하는 가격에서 판매가 이루어지지 않는 곤란한 지경에 이르게 된다. 상품들이 판매되지 않고 재고로 쌓인다. 이것이 바로 “과잉생산”이다. 마르크스가 살던 시절에 이러한 새로운 상황이 도래했으며, 역설적으로 보였다. 과거의 경제 위기는 어떤 부족함을 표현하는 것이었다. 농업 생산물을 생각해 보면 될 것이다. 마르크스는 이러한 과잉생산을 목격하였고, 이를 실업과 빈곤의 원인이라고 보았다. 따라서 우리는 팔리지 않은 상품들과 기본적인 생활조차 어려운 인구들이 공존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러한 과잉생산 국면은 제한적이며, 그 이후 기업들은 판매가 부진하면 생산을 지속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폭락과 경기 불황, 즉 생산의 붕괴가 나타난다. _42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