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성서 – 소금항아리]
나의 신앙생활은 무엇을 지향하고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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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30/연중 제30주간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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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카 복음 13장 22-30절
“지금은 첫째지만 꼴찌가 되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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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들의 종
저와 친한 한 젊은 신부님은 주로 사무실에서 일을 합니다. 젊은 사제로서 신자들을 만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지만, 순명의 태도로 충실하게 임하고 있습니다. 어느 날 국제 회의가 있어서 외국에서 많은 신부님들이 오셨고, 회의가 잘 진행되도록 모든 제반 사항들을 이 신부님이 주도적으로 준비해야 했습니다. 간식 준비, 설거지, 잔심부름 등 이른바 허드렛일을 도맡아 했지요. 신부님의 겸손한 성품은 저도 잘 알고 있었지만, 결국 사람인지라 인내심의 한계에 부딪히는 순간이 왔다고 합니다. “내가 이럴려고 사제가 되었나?” 이 심정을 공동체 식사 시간에 토로하자 올해 90세이신 신부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고 합니다. “신부님, 앞으로는 그런 일을 할 때마다 ‘나는 Servus Servorum이다’라고 말해보세요.”(‘Servus Servorum’은 성 대 그레고리오 교황님이 처음 사용한 말로, 더 정확히는 Servus Servorum Dei이며 ‘하느님의 종들의 종’이라는 뜻입니다. 이후에도 교황님들의 호칭으로 사용되어 왔습니다.) 젊은 신부님은 한계에 부딪힐 때마다 그 말씀을 떠올렸고, 놀랍게도 평화를 얻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섬김을 받으러 오신 것이 아니라 섬기러 오셨습니다. 섬김을 받고 싶은 마음이 올라올 때 우리도 떠올려 봅시다. 나는 하느님의 종들의 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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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중 스테파노 신부(예수회)
생활성서 2024년 10월호 '소금항아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