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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형자산의 가치가 급증한 지식경제(Knowledge Economy)의 시대를 맞아 세계경제는 혁신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경제 성장에 있어 지식기반자본(KBC, Knowledge-Based Capital)의 역할이 더욱 강조되고 있으며, 지식 집약적 혁신 활동은 기업의 경쟁 우위 확보에 주요 동력이 된다. 기업의 지식재산(IP, Intellectual Property)권은 크게 산업재산권(특허, 상표, 산업 디자인, 지리적 표시 등)과 저작권(문학 작품, 영화, 음악, 예술 작품, 건축 디자인 등)으로 구분되는데, 기업이 IP를 수익화하게 되면 지식재산을 자금 조달의 담보로 활용할 수 있으므로 혁신 아이디어를 금융자산으로 전환할 수 있게 된다. 결과적으로 혁신 주도 기업은 고용 창출, 해외자본 유입, 고급기술 개발, 경쟁력 있는 상품 생산, 경제 성장 견인, 부의 공정 분배 등 다양한 방식으로 경제에 기여할 수 있다.
IP 및 기타 무형자산을 자금 조달 담보로 사용한 예를 인도에서는 쉽게 찾을 수는 없지만, 전 세계적으로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1880년대 토마스 에디슨(Thomas Edison)은 자신의 전구 특허를 당시 전구조명회사 제너럴 일렉트릭(General Electric) 설립자금 조달을 위한 담보로 사용한 바 있다. 현재 무형자산의 중요도는 더욱 확대되어 국제 컨설팅업체 브랜드 파이낸스(Brand Finance)의 글로벌 무형금융 트래커(Global Intangible Finance Tracker)에 따르면 2022년 세계 무형자산 가치가 57조 달러(한화 약 7경 6,977조 원)에 달한다. 애플(Apple), 사우디 아람코(Saudi Aramco),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Alphabet), 아마존(Amazon) 등 글로벌 시가총액 상위 5개 기업은 모두 무형자산 중심의 기업들이다. 2023년 9월 18일 기준, 이들 기업의 시가총액과 순자산 대비 무형자산 비율은 애플 2조 7,366억 달러(한화 약 3,695조 7,235억 원)와 96%, 마이크로소프트 2조 4,530억 달러(한화 약 3,312조 7,274억 원)와 93%, 사우디 아람코 2조 2,000억 달러(한화 약 2,970조 원)와 86%, 아마존 1조 7,370억 달러(한화 약 2,345조 7,837억 원)와 81%, 알파벳 1조 4,480억 달러(한화 약 1,955조 4,950억 원)와 73%이다.
인도와 지식경제
최근 몇 년간 인도에서 IP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높아지고 교육기관에서의 혁신이 촉진됨에 따라 지식경제가 꾸준히 발전하고 지식자본(Intellectual Capital) 창출의 역할이 점차 중요시되고 있다. 이 시점에서 인도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 중인 ‘인도개발계획(Amrit Kaal)’ 하에 선진 경제로 발돋움하기 위해서 지식자본 또는 IP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고무적이게도 세계지식재산기구(WIPO, World Intellectual Property Organization)는 인도 스타트업 기업의 상당수가 적어도 하나 이상의 IP을 보유하였다고 발표하였다. WIPO IP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의 전체 특허 출원 신청은 1980년 3,024건에서 2022년 세계 순위 6위에 해당하는 7만 7,068건으로 증가하여 연 평균 증가율(CAGR) 7.8% 를 기록하였고, 전체 산업 디자인 등록 신청은 1980년 1,033건에서 2022년 세계 순위 11위에 해당하는 2만 2,557건으로 CAGR 7.4%를, 전체 상표 등록 신청은 1981년 1만 4,397건에서 2022년 세계 순위 3위에 해당하는 50만 305건으로 CAGR 8.6%를 기록하였다.
인도 정부는 전 세계의 혁신 허브로 발돋움하기 위해 IP 금융을 경제 성장의 원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다. 일례로, 인도 산업무역진흥국(DPIIT, Department for Promotion of Industry and Internal Trade)은 IP 전략과 행동 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통해 인도의 IP 자금 조달을 지원하고 제도화할 계획이다. 이와 같이 IP 자본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는 시기에 인도 정부는 지식·혁신 주도 경제로서의 장점을 적절히 활용할 필요가 있다.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스타트업 기업을 보유한 국가라는 특징과 국가발전 동력으로서 IP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제고되고 있는 점을 활용하여, 인도경제의 포용적 성장을 극대화해야 할 것이다.
한편, 인도 경제에서 혁신 주도 기업의 역할이 강조됨에 따라 IP 을 수익화하기 위한 자금조달 및 시장 접근 필요성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IP이 효율적 자산으로 인식되는 선진국과는 달리, 인도에는 IP을 관리하고 육성하는 선진 인프라가 부재하며 상당한 시장 비효율성이 존재한다. 때문에 IP 금융의 활용과 IP 담보 자금 조달이 어려우며 이는 인도의 지식자본 중심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인도 스타트업의 부채금융 활용 현황
인도의 스타트업은 미래 혁신을 주도하고 있으나 담보가 될 수 있는 유형 자산이 부족하여 부채성 투자 자금을 조달 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대부분의 지식 기반 신생 기업들은 대출을 통한 부채금융(Debt Financing)이 경영 통제권을 포기하지 않는 효과적 재원 확보 수단임에도 불구하고 소유지분을 매각하는 지분금융(Equity financing)을 가장 보편적인 자금 조달 대안으로 사용해 왔다. 실제로 인도 스타트업 전문매체 Inc42의 2023년 상반기 스타트업 자금 조달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 스타트업 가운데 부채금융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비율은 4.8%에 불과하다. 최근 일부 인도의 상업 은행들은 지분 투자형 벤처캐피탈(VC, venture capital)의 형태로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나, 지정학적 긴장의 고조와 선진국의 긴축 통화 정책이 지속되면서 인도 스타트업의 자금난은 계속되고 있다. 이로 인해 신생기업들은 다양한 대체 자금 출처를 모색하게 되는데, 은행 담보 대출(bank-backed loans)이 그중 하나이다.
특허, 상표, 디자인, 저작권과 같은 IP를 담보로 하는 IP 기반 부채금융(IP-Based Debt Financing)은 인도 스타트업 업계에 아직 생소한 자금 조달 방식이지만 신용 등급이 낮고 보 가치가 낮은 신생 혁신 기업에게 무한한 기회를 제공한다. 또한 치열한 업계 경쟁으로 이자 수익 확대 한계에 부딪힌 인도 은행들도 지금까지 미개척 분야였던 IP 담보 대출을 시작함으로써 상당한 규모의 자산 확장을 기대해 볼 수 있다. 인도 금융업계가 비이자 수익 창출을 위해 가능한 모든 방법을 모색하고 있는 시기에 새로운 금융 분야로의 확장은 시장의 자금 조달 상황 개선 회복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인도의 경제 성장 국면을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IP 금융 정책과 전략은 국가별로 큰 차이가 있다. 미국, 스웨덴, 영국 등과 일부 유럽 국가는 IP 금융의 선두주자로 꼽히는 반면, 일본은 IP 담보 대출 규제와 지원 인프라 부족으로 인해 지분금융을 통한 기업 자금 조달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한편 인도는 국내 경제에서 스타트업 생태계의 중요성을 깨닫고 스타트업 육성을 위한 다방면의 지원 정책을 시행해 왔다. 2016년 1월, 인도 정부는 ‘스타트업 인디아 이니셔티브(Startup India Initiative)’를 공표하고 IP 기반 기업의 발전과 금융 접근성 개선을 위한 사업 계획을 실행하여 특허 등의 IP 출원 등록과 혁신연구 재원 마련을 지원하는 촉진자 패널을 발족하였다. 또한 2016년 5월에는 최초의 IP 정책을 발표하고 기업의 혁신기술 소유권을 금융증권화하여 자금조달 담보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였는데, 이는 세계무역기구(WTO, World Trade Organisation)의 ‘무역 관련 지식재산권 협정(Agreement on Trade-Related Aspects of Intellectual Property Rights)’을 준수하는 조치이다.
인도는 이미 2002년에 ‘금융자산 증권화·재구축 및 증권 이익 집행법(SARFAESI Act, Securitization and Reconstruction of Financial Assets and Enforcement of Security Interest Act)’을 통해 은행이 IP을 담보로 인정하도록 한 바 있다. 동 법 2(1)(t)조는 ‘재산(property)’의 정의에 노하우, 상표, 저작권, 라이선스 또는 프랜차이즈와 같은 구체적인 무형자산을 포함시켰고, 2(1)(zf)조는 ‘담보권(security interest)’을 유·무형 자산에 대한 담보 채권자의 권리, 소유권 또는 이익으로 정의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기존 규정과 신규 정책 도입에도 불구하고 인도 금융업계는 여전히 IP 담보 금융을 기피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데, 금융업계가 IP 담보 대출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게 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들은 인도 경제 전반에 산적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문제점은 IP 기반 대출 금융을 위한 필수 인프라가 미비하다는 것이다. 기업의독창적인 자산인 IP를 등록하고 적절히 유지 및 보호하도록 하는 인프라나 전문 인력 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하면 민간 시중은행들의 IP 담보대출 제공 가능성은 희박해진다.
둘째로 IP 가치 평가 매커니즘의 부재도 문제가 된다. 인도에는 단일한 IP 가치평가 중앙기관이 없을 뿐만 아니라, 인도의 시중 은행은 IP 금융에 특화된 서구의 대출기관과 달리 관련 업무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하다. 따라서 인도의 IP 평가는 비용이 많이 들며 신뢰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은행은 부실 담보 대출의 위험성을 떠안게 되고 규제자본(regulatory capital) 산출 시에도 IP 기반 담보를 포함하지 못한다. 이 때문에 은행이 IP 담보 대출을 제공하는 인센티브보다 리스크가 훨씬 더 크므로 대출기관의 위험 회피 경향은 가속화될 수 밖에 없다.
셋째로 악성 대출에 대한 인도 대출기관들의 불안감을 해소시킬 필요가 있다. 인도 금융업계는 2010년대 중반 킹피셔(Kingfisher) 항공이 17개에 달하는 은행에서 ‘킹피셔 브랜드’를 담보로 대출한 약 900억 루피(1조 4,643억 원)의 채무를 불이행한 사건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대출기관들에게 좀더 공격적인 대출을 요구하기 위해서는 부실 대출에 대한 안전장치 마련이 필수적이다.
네 번째 문제는 인도의 IP 시장이 비유동적이라는 점이다. IP 관련 기관 및 제도가 미비한 인도에서는 IP의 가액 및 등급 평가가 어렵고 IP 담보 처분이 까다롭다는 점도 IP 금융 시장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이다.
마지막으로 자산으로서의 IP는 개발 기업과 분리하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가 된다. 기업의 기술이나 디자인, 기타 창작물은 해당 비즈니스의 특정 맥락을 염두에 두고 개발되었기 때문에 기존의 기업과 분리할 경우 활용도가 떨어지게 되고 다른 환경에서 사용이 어렵다. 또한 이러한 IP은 기업의 경영과 밀접한 연관성을 가지므로 은행의 담보권 행사도 어려워 질 수밖에 없다.
한국의 부채금융 경제 발전
한국은 IP 기반 시장 인프라 개발 및 IP수익화 지원과 관련한 행정적 혁신을 주도하는 대표적인 모범국으로 손꼽힌다. 한국은 전 세계적 IP 강국으로 2022년 기준 전체 특허 출원 신청 수 세계 4위(23만 7,633건), 마드리드 국제상표 출원 세계 11위(2,030건), 헤이그 국제산업디자인 출원 세계 7위(1,346건) 등 혁신 활동 지표인 상표, 디자인, 기술 등의 특허 권리 출원에서 높은 위상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 특허청(KIPO, Korean Intellectual Property Office)은 기술 주도 경제 발전을 위해 IP을 자본화하여 혁신기업의 자금 조달 통로를 확보하는 것에 주력해 왔다. 2018년 특허청은 IP 담보 금융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2022년 달성을 목표로 하는 일련의 개혁안을 발표하고 금융권의 담보·신용 대출 의존도 저감, IP에 대한 대중의 인식 제고, 법적 보호 인프라 개발 등에 주력하였다. 이후 IP 시장 활성화와 혁신성장 주도를 위한 정책 역량을 총결집한 결과 한국의 IP 금융 규모는 2020년 2조 원 규모를 돌파하였으며 이는 당초 예상보다 2년이나 앞당겨진 성과였다. 이에 특허청은 2024년까지 IP 금융투자 시장 규모를 누계 1조 3,000억 원으로 확대한다는 후속 계획을 수립하기도 하였다.
대한민국 정부는 IP 금융 확대를 위해 다방면으로 획기적인 변화를 꾀하고 있다. 특허청은 IP 담보대출 회수지원 정책의 일환으로 기업의 IP 담보 채무 불이행 시 정부와 은행이 공동 출연한 IP 담보 회수전문기관이 부실 담보를 매입하여 은행의 손실을 경감시키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또한 은행이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IP 금융을 제공한 후 해당 기업의 특허권, 실용신안권, 디자인권을 담보로 보유하게 되는 경우에는 특허 연차등록료를 50% 감면해주기도 한다. 이외에도 기술보증기금(KOTEC, Korea Technology Finance Corporation)은 특허등급산출시스템을 수립하여 매매 가치 실현 가능성이 높은 IP 변별 평가를 시행함으로써 금융기관의 대출 심사를 지원하고, 한국산업은행(KDB, Korea Development Bank)은 특허청, 한국발명진흥회 등과의 협업을 통해 IP 담보평가의 공신력을 부여하고 부실화된 IP 처분에 대비한 회수 기금을 조성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정부의 IP 금융투자 정책에 힘입어 한국 국책은행 외에도 우리은행, 신한은행, KEB 하나은행 등의 주요 시중 은행이 IP 담보대출 공급을 대폭 확대하였는데, 이는 2019년 이전에는 전무한 일이었다. 대한민국은 회수 가능한 IP 가치에 대한 신뢰 구축, IP 가치 평가기준 신설, IP 담보 회수전문기관 설립 등을 통해 IP 활성화 과제를 적시에 해결함으로써 지식 기반 경제 발전에 성공한 것으로 평가된다.
결론
인도는 IP 기반 담보 시장의 병목 현상을 해결하고 지식재산 금융을 활성화하기 위해서 IP 보험 시장을 개척할 필요가 있다. IP 보험은 보험사가 금융기관에게 스타트업의 무형자산 담보에 대한 보험 가액을 보장하는 대신 대출이 연체 압류될 경우 담보 소유권이 보험사에 이전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따라서 금융기관은 어떤 경우에도 지식재산 담보에 대한 보험 가액 이상을 보장받게 되고 해당 무형자산의 가치가 보험 가액보다 높아질 경우 상승 차액을 취할 수 있다. 이는 궁극적으로 IP의 시장성을 높이고 신용 리스크를 줄여 스타트업의 지식재산 금융 사용을 용이하게 하고 더 나은 금리 협상 기회를 부여할 뿐만 아니라, 대출기관과 규제기관이 지식재산 담보대출율(Advance Rate)을 결정할 때 참고 가능한 신용도 있는 하방값(Floor Value)을 제공할 수 있다. 따라서 인도 정부가 이러한 IP 가치 증진 수단을 적극 활용하고 지식재산 가치평가 시스템 관련 필수 인프라를 구축한다면 시중 상업은행과 혁신 스타트업 간의 상생협력 환경을 조성하여 시장 실패를 만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인도가 지식 기반 자본 활성화를 통한 혁신성장을 주도하게 된다면 2021년 나렌드라 모디(Narendra Modi) 총리가 발표한 ‘인도개발계획(Amrit Kaal)’ 하의 기술 중심 및 지식 기반 경제 비전 달성도 머지않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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