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을 대신해 저작권료를 징구하는 한국 대행업자
오래전에 우연히 알게 된 분으로부터 임종석이 대표로 있는 재단에서 북한에 보낼 돈을 많이 가지고 있는데 이 돈이 북한에 넘어가서는 안 된다는 그런 말을 들을 바 있지만 까맣게 잊고 있다가 이번에 6.25 당시 국군 포로 가족들의 경문협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였다는 보도를 접하면서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경문협)이 저작권료를 받아서 북한에 돈을 보내려고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경문협)의 법인 대표자는 임종석이고, 임원으로는 강맑실 등 8명, 감사 정성희, 직원은 사무처장 이재상 등 6명으로 되어 있고 정관 제3조에서 이 재단이 하는 사업으로 1. 경제와 문화 분야의 협력과 지원 사업, 2. 남북․해외동포 인적 교류 사업, 3. 인도적 지원 사업, 4. 경제․문화 교류협력을 위한 연구 조사 사업, 5. 총회 또는 이사회가 제2조 목적 달성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결정한 사업, 6. 위 각 항의 사업수행에 필요한 부대사업 및 수익사업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경문협의 사이트에서 연혁을 보면, 2002.8 임종석의원을 대표제안자로 북측의 민화협 김일성사회주의 청년동맹에 남북 경제문화교류 제안, 2002. 9. 금강산에서 북측관계자와 협의 진행, 2003.9.1~3김일성사회주의 청년동맹과 금강산 실무회담, 2004.1.29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 창립총회 (초대 이사장: 한완상 전 통일부총리), 2005.5.5~7 북측 민화협, 저작권 사무국과 개성 실무협의 진행, 북측소설 황진이 영화각색권 합의, 임꺽정 저작권 합의, 2005.7.29 2대 이사장 취임(이사장: 임종석 국회의원), 2005.10.6~8 북측 민화협,저작권사무국, 민경협 등과 실무협의 진행, 경제협력사업, 회원 평양방문, 저작권 사업, 김일성 종합대학 전자도서관화 사업 논의, 2005.12.30~31북측 저작권사무국과 포괄적 협상권한 양도 및 저작권 협의에 관한 합의서 체결, 2017.6~11 남북저작권교류 관련 사료 수집 분야 참여한 것으로 되어 있다.
연혁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경문협이 2005.5.5~7. 북한의 저작권사무국과 북측소설 황진이 영화각색권 합의, 임꺽정 저작권 합의를 하였고, 2005.12.30~31 북측 저작권사무국과 포괄적 협상권한 양도 및 저작권 협의에 관한 합의서 체결하여 경문협이 북한이 제작한 영화, 영상 등에 대해 한국 내에서 저작권 대행업을 하기로 하였다는 것이다. 북한의 저작권사무국과의 계약에 따라 경문협이 지상파, 종편 등으로부터 영상 등 저작권료를 징구하는 일을 대행하였다는 것이다.
북한의 저작권사무국과의 계약에 따라 국내에서 저작권료로 받은 금액이 총 약 31억 원에 이르고, 그중 7억 9천만 원을 북측에 보냈고 나머지 23억 원은 유엔의 북한 제재 때문에 보내지 못하고 법원에 공탁을 하였다는 것으로 밝혀졌다. 북한으로부터 2005.5.5~7. 북한의 저작권사무국과 북측소설 황진이 영화각색권 합의, 임꺽정 저작권 합의를 하였다면 그 저작권을 대행하는 업무를 할 수는 있는 것이다. 여기에서 문제는 있다. 경문협이 한국 내에서 저작권료를 받아서 북한의 저작권사무국에 보내기로만 한 것인지 아니면 한국의 영상 등을 북한의 영상 매체들이 사용하면 이들로부터 저작권료를 북한의 저작권사무국에서 징구하여 한국의 저작권자에게 보내주기로 한 것인지 하는 것이다. 경문협이 일방적으로 북한을 위해서 업무를 대행하는 그런 재단인지 아니면 한국의 영상 저작권을 보호해주는 그런 역할을 해주는 것인지가 분명하지 않다. 그렇다면 북한과 저작권과 관련된 계약이나 합의 전부를 공개해야 할 것이다.
경문협이 북한 저작권사무국과 저작권 업무대행을 하기로 하였다면 영상별로 구체적인 위탁대행 계약을 하였다는 근거를 제시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은 구체적으로 위임 또는 양도할 수는 있지만 포괄적인 위임 양도는 효력이 없다. 경문협은 지상파 등과 2005.12.30~31 북측 저작권사무국과 포괄적 협상권한 양도 및 저작권 협의에 관한 합의서에 따라 저작권료에 대해 협상을 하고 저작권료를 받아왔을 것으로 보인다. 포괄적 협상 권한을 양도받아서 한국의 지상파 등과 협상을 하였다면 그 협상은 무효다. 위임이 무효라면 권한 없는 자와 한 협상에 따라 지상파 등이 저작권료를 지급한 것이 분명하다면 지급한 저작권료 반환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는 것도 검토돼야 하는 것은 아닐까.
국민 99.9%가 모르고 있던 북한 저작권료가 문제가 된 것은 6·25전쟁 때 북한의 포로로 강제 노역을 했던 국군포로들이 김정은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한 후 승소금 4천200만 원에 대해 경문협이 보관 중인 저작권료 23억 원에서 압류 및 추심을 하면서부터다. 경문협에서는 '저작권료는 북한 정부의 돈이 아니고 북한 방송사·소설가 등 저작권자의 돈이기 때문에 지급할 수 없다'라고 하자 서울동부지법에서는 경문협이 지난 2005~2008년 북한에 송금한 저작권료 7억 9천만 원이 경문협 주장대로 북한 방송사, 소설가 등에게 지급됐는지 확인이 필요하다고 판단, 올해 4월 '사실조회'를 통일부에 요청했지만 통일부는 ‘국익’, '경영상 비밀'이라는 이유로 거부했다.
통일부의 거부 이유와 경문협의 주장은 상반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경문협의 주장이 맞는 것이라면 통일부가 말하는 '국익'이나 '경영상 비밀'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는 것임을 누구나 알 수 있다. 경문협이 북한에 보낸 저작권료 7억9천만 원이 북한의 어떤 저작권자인 누구에게 얼마씩을 보낸 것인지를 구분하여 그 내역과 함께 보냈을 것이고 지상파는 어떤 저작권자의 저작물을 사용한 것에 대한 저작권료를 지급한 것인지를 구분하여 지급하였을 것이므로 경문협이 북한에 보낸 돈에 대한 구체적 저작권료 지급과 관련된 내역, 지상파 등에서도 저작권료를 지급하면서 구체적으로 어떤 영상에 대한 것인지 그 영상의 저작권자가 누구인지를 밝히고 그 사용료에 대한 자료를 서울 동부지방법원에 제출해야 할 것이다.
경문협이 대행해서 징구한 저작권료의 저작권자는 북한의 관영매체일 가능성이 높다. 대표적인 관영매체인 조선중앙TV, 노동신문, 김일성 주체사상과 관련된 저서 등일 것이지만 저작권료의 90% 이상이 조선중앙TV의 영상이라면 저작권료를 지급받는 곳은 북한 당국일 것이다. 북한 당국이 저작권료의 대부분을 받는 것이라면 6.25 국군 포로 가족들이 제기한 소송은 정당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통일부는 저작권료가 어떤 성격인지도 모른 채 황당하게도 익이니 경영상 비밀이라고 하면서 자료 제출을 거부하니 과연 국민을 위한 통일부인지 되묻고 싶다.
사진 출처: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