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는 축구스타와 네티즌과의 만남을 매주 마련했다. 첫 회에는 울산 현대의 최성국(20)과 네티즌 조은비양(15)이 만났다. 20일 울산에서 진행된 데이트에서 최성국은 자신과 같은 부천에 살고 있는 조은비양에게 마치 친오빠처럼 자상하게 숙소와 경기장을 소개해줬다. 조은비양의 목소리를 통해 최성국과의 만남을 정리한다.
■떨려서 말도 안 나왔어요
20일 오전 11시30분 김포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울산으로 향했다. 서울은 비가 흩날려 흐린 날씨였지만 울산에 도착하자 비는 그쳐 있었다. 내 이름처럼 성국 오빠와의 만남을 축하해주는 ‘좋은 비’였다. 오후 1시 왠지 예감이 좋다고 생각하면서 울산 현대축구단 클럽하우스에 도착하자 김정남 감독님이 문앞까지 마중 나와 계셨다. 클럽하우스 1층 식당에서 간단하게 점심을 먹은 뒤 2층 성국 오빠 방으로 올라갔다. 감독님이 “여자가 선수 숙소에 들어온 것은 은비가 처음이야”하며 웃으셨다. 마침내 성국 오빠 방문을 열고 들어서자 생각해뒀던 얘기가 하나도 떠오르지 않았다. 멍하면서 떨렸다. 준비했던 편지와 과자를 전달하고 팔찌와 목걸이를 걸어주었지만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오빠는 지난 경기에 입었던 유니폼에 사인을 해서 주었다.
■역시 성국 오빠 발끝에서 시작되는군
오후 2시가 되자 현대축구단 선수들이 모두 차를 타고 30분 거리의 강동구장으로 이동해 자체 연습경기를 가졌다. 놓칠 수 있나 바로 따라갔다. 버스에서 내리는 오빠에게 “오늘 꼭 골 넣어요”라고 나지막하게 얘기했다. 오빠가 눈을 질끈 감으며 웃어주었다. 도도와 최전방에서 뛰는 오빠의 모습은 마치 고무가 튀는 것처럼 탄력이 있었다. 수비수 한두 명은 쉽사리 제치는 현란한 개인기를 바로 눈앞에서 보니 더욱 탄성이 나왔다. 경기 결과 2-0. 두 골 모두 성국 오빠의 발에서 시작됐다. 성국 오빠는 첫 번째 페널티킥을 유도한 데 이어 두 번째 도도의 골도 어시스트했다. 경기장을 나오는 오빠에게 음료수를 건네자 오빠도 수줍게 손을 내밀었다. 옆에서 이를 지켜보던 천수 오빠가 놀리는 소리가 들렸다.
■감독님,성국 오빠 최고죠
엄마가 학교에 오시면 담임 선생님께 나의 학교생활을 묻는 것처럼 오늘은 내가 성국 오빠에 대해 김정남 감독님께 물어봤다. “감독님,성국 오빠가 나이에 비해 성숙하다면서요” “그럼. 교회에 매주 열심히 다니면서 스스로를 잘 담금질하고 있지. 오늘 아침에도 나하고 같이 교회 다녀왔는걸.”
그렇구나. 또 가장 중요한 것을 놓칠 수 있나. “감독님,성국 오빠가 팀에서 제일 잘하죠” 감독님은 대답 대신 빙그레 웃으시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셨다. 아무래도 다른 선수들 눈치를 보시나. 대답 안 하셔도 은비는 잘 알아요. 성국 오빠가 최고예요.
■오빠와 함께한 저녁식사
숙소로 돌아와 샤워를 끝낸 성국 오빠가 1층 식당에 내려왔다. 저녁 메뉴는 돼지고기볶음과 꽃게탕. 오빠 옆에서 수저를 들고 어찌나 조심스럽던지. 많이 먹으라는 오빠 앞에서 내숭을 떨려고 했는데 밥 한 그릇을 뚝딱 해치워버렸다. 밥 많이 먹는다고 욕하지는 않았는지,반은 남길 걸…. 처음 볼 때보다는 많이 나아졌지만 아직도 오빠 얼굴을 쳐다보면 얼굴이 화끈거렸다. 오빠가 부천에 올라오면 연락 한번 한다며 전화번호를 챙겨줬다. 이렇게 멀리까지 찾아오게 해서 미안하다며. 무슨 소리예요. 오빠가 있다면 어디든지 쫓아갈 거예요.
■우리 오빠 보고 누가 못생겼대
식사 뒤 숙소 앞에서 산책을 즐겼다. 벌써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해 너무 아쉬웠지만 이제 정말 친오빠처럼 느껴졌다. 올해 40골만 넣으라고 했더니 은비 때문에라도 골문만 보이면 슛을 때려야겠다고 하네요. 올해 득점왕에 오르면 모두 은비 덕이란 걸 기억해요.
그런데 오빠가 충격적인 얘기를 했다. 개그맨 옥동자를 만나고 싶다고. 누가 오빠보고 못생겼다고 얘기를 했나 보다. 음…. 내 손에 잡히기만 해봐. 오빠는 옥동자와 의형제라도 맺겠다며 진지한 목소리로 얘기했다. 옆에 있던 기자 아저씨가 만남을 주선해준단다. 옥동자 아저씨한테는 미안하지만 성국 오빠는 정말 잘생겨서 의형제 맺으면 안 돼요. 저녁 7시 드디어 헤어져야 할 시간이 다가왔다. 흑흑. 비행기를 타러가는데 왜 이렇게 눈물이 나려는 걸까. 오빠 잘 있어요. 그리고 꼭 다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