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과 온 세상이 하나의 거대한 환상이다. 현실이라는 이름과 느낌의 환상이다. 이 뿌리 깊은 미혹의 잠에서 깨어나는 것이 깨달음이다. 깨어나면 부처와 중생, 깨달음과 미혹도 모두 꿈속의 이야기일 뿐이다. 이 꿈속의 인물인 ‘나’가 ‘깨달음’을 구하는 꿈을 꾸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꿈에서(from) 깨어나 달리 다른 현실을 다시 얻는 것이 아니다. 그저 꿈으로(to) 깨어나는 것이다. 꿈에서 꿈으로 깨어나 꿈이 빚어내는 이야기에 속지 않을 뿐이다. 바로 지금 꿈꾸는 이것 이외의 다른 것을 구하지 않는다. 모든 것이 꿈일 뿐이니 꿈속의 어떤 것도 꿈 아닌 것이 아니다.
고통을 버리고 열반을 구하지 않는다. 고통도 꿈이고, 열반도 꿈이다. 번뇌를 싫어하고 선정을 좋아하지도 않는다. 번뇌도 꿈이고, 선정도 꿈이다. 미혹을 떠나 깨달음으로 나아가지도 않는다. 미혹도 꿈이고, 깨달음도 꿈이다. 모든 일이 일어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과 같다.
이 마음의 감옥이 그대로 해탈의 세계임을 사람들은 믿지 않는다. 언제나 자기를 버리고 남을 좇으려 한다.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을 돌아보지 않고 자꾸 밖으로 구하려고만 한다. 찾으려는 대상보다 찾고 있는 자신에 초점을 맞추려 하지 않는다. 언제나 자기는 빼놓는다. 언제 어디서나 늘 자기인데. 곳곳마다 주인이며 곳곳마다 진실인데.
출처 : "깨달음, 열 번째 돼지 찾기", 심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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