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프로네이터' 이 말만 남기고 떠난 독고신이 원망스럽기도 하고.
여지껏 봐온 신이의 모습이 다 거짓이라 생각하니 허탈감 마저 들었다. 윤은서 중사가 타준 뜨듯한 코코아가 내 입으로 통해 식도로 내려가 온몸을 녹였다.
덕분에 얼음장 같았던 몸을 서서히 녹일 수 있었다.
"이봐. 주현인 소위! 다시 근무를 하게 되었다고? 그렇담 기본적으로 나한테 먼저 와야 되는거 아닌가?
처음에 봤을땐 성실해 보이는데.. 갈수록 엉망진창이구만."
ICA 총 사령관님께서 빠른 걸음으로 내게와 말하셨다.
"죄송합니다! 제가 생각이 짧았던것 같습니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 부끄럽지도 않나?자네를 다시 봤네!"
사령관님의 말이 내 귀에 메아리 처럼 울려퍼졌다. 순식간에 나도 모르게 땀을 많이 흘렸다. 그 만큼 긴장한 탓인것 같다.
모처럼 사령관님께 처음으로 따끔하게 혼났다. 아무래도 지금 사령관님의 말을 깊게 새겨들어 약이되어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시작하라는 뜻일것이다.
"어이, 주현인. 사령관님께 혼난 소감이 어떠하신가? 솔직히 짜증나지 않냐? 나도 너만 할 때 부터 지금까지 귀따갑도록 들어 왔거든. 입에서 나오는게 어떻게 죄다 똑같은지~
'이봐요, 최대위 좀더 일을 할 때 정성을 들여서 하란 말이오! 후배 보는데 부끄럽지도 않소!~' 맨날 이런다니까!"
"지금.. 내 얘기를 하고 있는건가? 그럼 나도 낄 권리가 있겠군."
"앗! 사령관..님"
"이봐요 최대위. 다른사람이 없다고 그렇게 막 말해도 되는 겁니까? 그래서 어디 선배 대접이나 받겠쏘~"
"죄..죄송합니다!"
역시 최선배는 따라하는건 정말 판박이 처럼 똑같이 모방한다. 사령관님께 제대로 걸린 것이다.
"주현인 소위. 오랜만에 왔으니 일단 반갑네. 내가 아침에는 정신이 없어서 나도 모르게 실수를 하게 됬을지도 모르겠군... 미안하네.
자~ 이제 인사는 이쯤에서 하고 본론으로 들어가도록 하지. 오랜만에 온 사람한텐 미안하지만 임무를 내리도록 하겠네. 아마 요번 임무는 자네와 딱 맞을걸세."
사령관님 표정이 한순간 바뀌면서 나도 진지하게 들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하얀색으로 조금씩 나와 있는 흰머리를 쓰다듬으며 매력적이게 나 있는 콧수염을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말을 내뱉었다.
"A-GARD로 가게"
그 한마디가 이곳의 분위기를 조용하게 맞추었다. 책 넘기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너무도 조용했다.
도대체 그 한마디가 뭔지 제대로 사령관의 권력을 보였다.
"A-GARD?"
"A-GARD!"
"A-GARD야!"
"이봐 주현인~ 축하해. 드디어 A-GARD로 가는구나"
"우리 중에서는 니가 처음으로 가는 걸껄? 소위는 가기 힘들잖아.
축하한다. 주소위!"
모두의 함성소리가 내 귀를 막게해 괴로웠지만 왠지 모두들 부러움의 함성소리여서 왠지 모르게 그리 싫지만은
않았다. 그렇지만 곳 얼마 안되서 밀려오는 부담감이 날 어쩔줄 모르게 했다.
"사령관님! 제가 왜..A-GARD에 가죠? 중위쯤 돼야 갈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만..."
"아.. 그거 아니야. 이제 재도가 바뀌면서 왠만한 사람들은 다 갈 수있어. 조건만 갖추면 돼~
이 ICA의 소속이지? 그것이 조건이야. 그러니까 자네도 포함되는 거지?"
재치있는 입담으로 어디서든 분위기 메이커인 사령관님 이시다. 전혀 사령관의 지위와 권력의 이미지는 온데간데 없고 항상 이렇게 사람 놀래키는 말만 골라서하신다.
"저기 사령관님. 그렇담 우리모두가 포함되는것 아니겠습니까.. ? 왜 하필 주소위에게 가게 하신겁니까?"
최대위의 날카로운 질문에 날 당황하게 만들었다. 왠지 동료들의 시선 때문에 별로 가고 싶지 않은 충동을 일으켰다.
동료들이 내색은 안하지만 서로 가고 싶어 안달이난 상태이다. 그래서 나 혼자 간다는게 왠지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나도 같은 입장으로서 A-GARD에 가고 싶어하는 마음을 잘 안다. 그래서 따가운 동료들의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오랜만에 온 반가운 얼굴이지 않는가. 꽤 길었던 공백기간 동안 내공을 쌓았겠지.
'시험' 하는 것일세. 쉽게 찾아오는 기회가 아니니까 잘해 보게나. 단! 이번 임무를 제대로 성사시키지 못할 경우 자네는 바로 하락세인줄 알게나."
날 시험에 들게 하신거다. 아무래도 오랫동안 내 멋대로 셔서 멋대로 다시 ICA에 나오는게 괴씸하다고 생각 되서 이실거다. 그 동안 많이 셨으니까
편안하게 쉰 녀석이 얼마나 잘 하는지 일종의 '테스트'식이다. 왠지 죄송하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래도 모처럼 찾아온 기회를 썩히고 싶지 않았다.
A-GARD. 꼭 한번 거쳐야 하는 상황. 그것을..... 난 조금 빨리 거쳤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