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캔들 # 29
은정과의 전화연결이 끝나고 준수는 한숨을 쉬었다. 미안했다. 정말 미안하다...... 당황했을거란 건 알고
있다. 자신이 직접 만들어준 선물인데 그게 다른사람의 손에 넘어가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은정에게
는 실망이었을것이다. 준수는 으으윽-!! 이라는 신음소리를 내며 자학한다. 그때 앞에 가만히 앉아있던
창민이가 준수에게 말한다.
"은정씨가 연예인이되면 준수형한테는 더 불리할걸요."
"응??"
"은정씨가 연예인이 되면 일반사람보다 몇배로 정보가 빨리 퍼질테고 혹시 조금의 만남이라도 있으면
은정씨에게는 큰 피해가 갈걸요. 우선 스캔들이 난다면 제일 위험한건 여자 연예인이죠."
"............"
그렇다. 심창민 그는 언제나 똑부러지게 맞는말만 골라서 한다. 이번에도 역시 그의 말이 맞았다. 잠시
생각할 겨를도없이 차가 멈춰섰다. 드디어 인터뷰장에 도착한것이다. 그들은 옷매무세를 단정히 하고는
선물안으로 들어간다. 여기저기 들리는 일본어...... 이제는 그들에게 익숙해져가고있었다. 아니, 익숙
해져야만 했다.
*****
밤까지 아빠를 간병한 은정은 또다시 오피스텔로 안내받았다. 그냥 병실에 남겠다고 하니 아빠가 피곤
할거라며 오피스텔에서 쉬라고 했다. 이젠 그곳으로 돌아가도 놀러와줄 준수도 없었다. 오히려 그곳에
가면 더 외롭기만 할것같은데...... 은정은 별수없이 침대에 누웠다. 성민은 다시 나갔고...... 조용한 공
간에 은정 혼자 남게 되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은정의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지금 은정은 자신이 참으로 부끄럽다는 생각을했다. 가수라는 명예에 잠시라도 눈을 돌린것이다. 은정
은 정해놓은 꿈이있었다. 준수에게 어울리는 여자가되자....... 그것이 은정의 전부였는데...... 잠시라도
반짝이는 화려한 모습을 꿈꿨던 자신이 부끄러웠다. 진작에 SM에 다시 전화해서 오디션을 보지 않겠다
고 말하긴 했지만...... 사실 은정의 마음 한켠에도 다른꿈이 하나있었다. 많은사람들앞에서 소름끼칠정
도로 많은 사람앞에서 마음을 다해 노래를 부르고 싶다고...... 그런 꿈이 있었다. 하지만 어느순간 부터
그 꿈은 저 바닥으로 떨어져버리고 지금 은정에게 남은전 오직 김준수...... 김준수 뿐이었다.
준수는 인터뷰가 다 끝났을까...... 도무지 연락이 없다. 하하...... 지금 준수와 은정은 무슨사이일까......
아직도 팬과 연예인이라는 크고 두터운 벽이 있는 사이일까...... 아니면 조금은 가벼워진 아는 오빠 동생
사이......? 아는오빠동생사이.......
-사실 우리 아버지도 진짜 좋아하는 가수때문에 작곡가가 되셨어.
-정말 친한 오빠동생 사이였지만 결국 결혼 못하셨지.
순간 지성이가 했던말이 은정의 머릿속에 섬광처럼 스쳐지나갔다. 은정의 엄마는 아빠의 말이 사실이라
면 잘나가던 여가수였고...... 지성의 아버지의 말이 사실이라면...... 지성이의 말이 사실이라면...... 지성
의 아버지가 은정의 엄마를 좋아했다는 것과 맞아떨어졌다. 하지만 은정의 엄마는 은정의 아빠와 결혼
했고...... 순간 침대에 추욱 늘어져있던 은정은 벌떡 일어난다. 이럴수가 !!!!!! 그럼 지성이게 아버지가
우리엄마를.......?!!!! 은정은 신기했다. 세상이 좁다는말이 이런거구나...... 다시한번 생각할수있는
좋은 기회였다. 하지만...... 그게 중요한게 아니었다.
-정말 친한 오빠동생 사이였지만 결국 결혼 못하셨지.
그말이 자꾸만 머릿속에 떠돌아 다닌다. 어떡해...... 어쩜 좋아....... 지금 은정의 상황이 딱 그런 상황이
었다. 여기서 더이상 진전이 없다면 공든탑 무너지듯 눈앞에서 준수를 다른 여자에게 빼앗길수가 있었
다-!!!!!! 안되겠다. 은정은 준수에게 전화를 해볼려고 핸드폰을 들었다. 하지만...... 폴더를 열기도 전에
벨이 울린다. 준수일까...... 하지만...... 지성이였다.
"여보세요."
[나 지성이...... 근데 왜그렇게 힘이없어. 무슨일있어?]
힘없이 말한게 아니었는데 !!!!!! 은정은 다시 밝은 목소리를 내어 인사를 한다.
"무슨일은 ~ 아무일도없이 잘지냈어 ~!!!"
[언제 와?]
"음, 잘 모르겠지만 내이쯤 갈것같애. 히히-"
[빨리 왔음 좋겠다.]
"...... 음...... 지성아, 나 대구가서 너한테 할말이 있어......"
[............. 뭔데......?]
"그때 가서 말할께."
[...... 하하...... 그래...... 알았어.]
지성은 뭔가 허탈한듯한 웃음을 지었다.
[끊는다...... 몸조심히 와.]
"응, 히히-. 끊을게......"
은정은 종료버튼을 눌렀다. 그와 동시에 통화가 끊겼다. 지성이는 무슨생각중일까...... 어쩌면...... 이미
은정이 할말을 눈치채고있을지도 모른다. 난 정말 나쁜애다. 머리가 지끈거려 은정은 다시 침대에 누웠
다. 그리고는 긴 생각의 끝에 겨겨우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