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와 2000년대 아역 배우로 이름을 알려 TV 시리즈 '뱀파이어 해결사'(Buffy the Vampire Slayer, 1997~2003)와 '가십 걸'(2007~12)로 낯익은 미국 여배우 미셸 트라첸버그가 서른아홉 한창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영국 BBC는 뉴욕 경찰청(NYPD)이 고인의 죽음을 확인해줬다며 자사의 미국 파트너인 CBS 뉴스 보도를 인용해 26일(현지시간) 전했다.
사망 원인은 확인되지 않았는데 경찰은 그녀의 죽음에 의심스러운 정황은 없었다고 밝혔다. BBC 뉴스는 고인의 대변인에 코멘트를 청하고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현지에서는 고인이 간 이식 수술을 받았으며 합병증으로 갑자기 사망한 것이 아닌가 의심하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고인이 언제 간이식 수술을 받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일간 USA 투데이는 27일 뉴욕 부검의실이 성명을 통해 사망 원인을 '확정짓지 못했다'(Undetermined)고 밝혔다. ' Undetermined'란 사람이 어떻게 죽었는지 평가할 만한 정보가 충분하지 않거나 정보가 상충하거나 자살, 살인이나 사고 중 어느 하나를 특정하기에는 긍정적인 것과 부정적인 것이 반반인 경우다.
이에 따라 정확한 사망 원인을 규명하려면 부검을 진행해야 하는데 유족이 반대하고 있어 당국은 유족의 의사를 존중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사망 원인 규명은 요원해지게 됐다. 앞서 NYPD는 성명을 통해 "범죄를 의심할 만한 점은 없다. 부검의가 사망 원인을 밝힐 것이다. 조사가 여전히 진행 중"이라고 했는데 소용이 없게 됐다.
맨해튼 경찰은 이날 아침 응급 신고를 접수하고 출동해 "의식도 없고 반응도 없는" 고인이 눈에 띄었다고 밝혔다. "현장에서 사망 판정이 내려졌다"고 했다. 일간 뉴욕 포스트는 센트럴 파크 근처 자신의 아파트에서 주검으로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1986년 뉴욕에서 태어난 고인은 세 살 때 니켈로디언 TV 시리즈 'The Adventures of Pete & Pete'에 출연하며 연기에 발을 들였다. '뱀파이어 해결사'에서 버피 뱀파이어의 여동생 돈 서머스를 연기했을 때 가장 큰 인기를 끌었고 2007~12년 방영된 '가십 걸' 시리즈에서 인간을 조종하는 데 능숙한 조지나 스파크스 역할로 낯익다. 영화에 데뷔한 것은 '꼬마 스파이 해리'(Harriet the Spy, 1996)였으며 여러 편의 니켈로디언 프로덕션 작품에 얼굴을 내밀었다.
2000년대 초반 그녀는 '뱀파이어 해결사'에서의 연기로 데이타임 에미상 후보로 지명되는 등 여러 상의 연기 부문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영화 '유로트립'(2004), '아이스 프린세스'(2005), '킬링 케네디'(2014), 'Sister Cities' 등에도 출연했다. '가십 걸' 시리즈에 처음 등장한 것은 2008년이었다. 그녀는 2022~23년 HBO 맥스가 리부트했을 때 시즌 2의 두 편에 다시 등장했다.
고인이 마지막으로 맡은 굵직한 역할은 디지털 스트리머인 투비(Tubi)에 올라온 실화범죄 다큐시리즈 'Meet, Marry, Murder'의 호스트였다.
2021년 고인은 '뱀파이어 해결사'에서 주연으로 호흡을 맞춘 카리스마 카펜터가 크리에이터 조스 웨던에게 받은 대우 때문에 그녀가 트라우마에 시달린다고 폭로한 뒤 웨던을 세트장에서 부적절한 행동을 일삼았다고 고발한 일이 있었다. 웨던은 '미녀와 뱀파이어'를 시작으로 '더오피스'와 '세레니티'(이상 2005), '어벤저스'(2012), ' 어벤저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2015), '저스티스 리그'(2017) 각본 및 연출로 낯익다.
일간 뉴욕 포스트는 지난해 1월 고인이 인스타그램에 셀피 사진을 올리고 "한때 꼬마들이 이제 어른이 돼 머리숱이 적어졌다"고 설명을 단 일이 있었다고 전했다. 댓글 란이 험해졌는데 한 누리꾼은 "너 아파 보인다. 너 괜찮아?"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고인은 "내가 얼마나 아파 보이는지 설명해봐. 넌 달력을 넘기지 않아 내가 이제 열네 살이 아니라 서른여덟인 걸 알아채지 못하는구나. 네가 이따위 글이나 남기니 얼마나 슬픈 일이니?"라고 쏘아붙였다. 물론 나중에 "행복하고 건강하게" 지내라고 당부하긴 했다.
'꼬마 스파이 해리'에서 함께 연기했던 로지 오도넬, '가십 걸'에서 호흡을 맞춘 에드 웨스트윅 등이 추모의 글을 소셜미디어(SNS)에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