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6월28일 바다와밍크(정맥산우회) 원주매호마을회관~베틀바위~평장바위굴~선녀바위샘물~송운봉474m~소군산468m~호덫봉~문바위봉597m~칠봉교 9.8km 5'52" 시작고도 133m 최고고도 613m 햇살이 무척 따가운 날씨였다. 게다가 바람마저 없어서 많이 힘든 산행이되었다. 태닝오일이 조금 들어있는 병인줄 모르고 물을 담아 먹었다가 올라가는 내내 목에서 기름냄새가 나고 입이 번들거려서 곤욕을 치렀다. 이번 코스의 하일라이트는 소군산과 문바위봉 정상 일대였다. 모두 높지는 않지만 계속 올라치면서 체력을 시험받은 후 멋진 경치를 내주는 그런 곳이다. 땅나리를 비롯해 바위틈에서 강인한 생명력으로 살아가는 양지꽃과 노간주나무를 비롯해 마을 어귀에서 본 서양톱풀과 금계국, 능소화, 접시꽃, 수국을 비롯해 이름없는 들꽃들로부터 위로와 감동을 선물받은 산행이었다. 하산구간을 잘못 찾는 바람에 고생이 컷다. 오늘의 들머리는 원주 매호리마을회관앞. 오전9시 조금안되는 시간에 도착하여 배낭을 정리하고 소군산을 향했다. 논에는 벼가 무럭무럭 자라고, 인삼을 비롯해 밭작물이 뜨거운 햇살을 견디며 크고있다. 새신발님이 처음오셨다는 나그네님을 살갑게 동행하며 인증사진을 남기는 모습이 보기가 좋다. 조금 올라가니 좌측으로 등산로 표시가 나타난다. 숲길로 접어들자 시(詩)를 적은 빛바랜 현수막이 걸려있다. 관리도 그렇고 다소 뜬금없어 보였지만 누가 이걸 세워뒀는지 금방 이해가 됐다. 원주와 인연이 있을 동백문학회 회원들이 햇빛이 잘 드는 등산로 진입부 안쪽에다 등단기념비 등을 조성했다. 잣나무와 향나무, 산목련과 소나무를 심어 경관을 아름답게 꾸몄다. 이외에도 시비와 소군산을 오르며 지었다는 섬강별곡을 돌에 새겨 기단 위에 세우는 등 비용과 정성을 들인 흔적이 역력하다. 대부분이 기념석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서둘러 올라가는 바람에 연리지(連理枝)를 본 사람은 사니조아님과 나 단둘 뿐이다. '보호수'라는 간판과 함께 울타리가 쳐져 있다. 소나무 가지가 서로 엉켜 마치 한나무처럼 서 있는 모습이 매우 또렷하다. 연리지는 사랑을 상징하거나 효성이 지극한 부모와 자식을 비유하기도 하여 어느 곳이든 마을사람들로부터 보호를 받는다. 사니조아님께서 큰목소리로 "명당에 연리지까지 함께 있으니 이 얼마나 좋은 고장이겠는가" 하고 찬사를 보낸다. 나는 '물한모금(?)' 들이키고 조상의 음덕에 힘입어 매호리 마을사람들 모두모두 장수하고 효자, 열녀 많이많이 배출하길 염원하며 정상을 향했다. 그런데 대리석 산신제단이 길옆 옹색한 자세로 놓여져 있다. 흙이 튀고 매우 지저분하다. 제단이라면 성스러우면서도 여러사람들이 절이나 의식을 할만큼 주변공간이 있어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아 왜 이런데 올려놨을까 하고 의아하게 생각했다. 이게 무슨 냄새지? 호흡할 때 마다 기름냄새가 목에서 올라왔다. 입주변이 미끈거리고 특유의 오일냄새가 역겨웠다. 아무리 생각해도 왜이런지 이유를 알수가 없었다. 계속 올라치는 상황에서 날은 더워 땀은 비오듯 하고 목에서 올라오는 역겨움에 등산이 너무 힘들었다. 밍크가 "아니 왜 물어도 한마디 안하시나?" 하고 나의 동태를 살핀다. 잠시 그늘에 서서 짚이는게 있어 프론트백(front back)에 있는, 조금전 뚜껑을 열고 마신 그 물병을 열어봤다. 물이 줄어든 벽면에 기름기가 잔뜩 붙어있었다. 아뿔싸, 지난주에 환갑기념제주도여행갈 때 덜어갔던 20ml정도의 태닝오일(dark tanning oil)이 병 안에 있는줄 모르고 거기에다 그냥 정수기물을 받았고, 물병안에 떠있던 오일이 입안으로 들어간 것이다. 열댓번 넘게 침을 뱉어도, 수건으로 입주변을 아무리 닦아도 오일냄새는 수그러들줄 모른다. 내가 사소한 실수때문에 오일을 먹었다는 사실에 화가나자 순간 물병에 화풀이를 하듯 땅바닥에 패대기를 치고 발로 차버렸다. 낙엽이 수북하게 쌓인 길을 계속 오르다 베틀바위 이정표를 지나 평장바위굴 표지판을 벗어나면 작은 쉼터가 나온다. 운동기구와 벤치가 놓여있다. 선녀바위샘터 표지판을 지나고 송운봉을 찍고 소군산 정상에 도착했다. 시간을 계산해보니 55분만에 2.5km를 걸었다. 이곳에서 인증샷을 남기고 400여미터 전방에 있는 소군산을 향했다. 내리막길과 평평한 길, 오르막을 반복했다. 송운봉능선에 진입하면서부터 마신 오일이 '소화가 잘됐는지' 입 주변이 미끈거리지 않고 목에서 올라오는 오일냄새도 ?거의 멈쳤다. 오일이 식용은 아니어서 혹시나 탈은 나지않을까 걱정했지만 다행이도 별일없이 끝나는 듯 했다. 내가 나 자신한테 짜증이나서 댓구도 않했던 건데 괜히 밍크한테 미안한 마음이 슬그머니 든다. 그렇다고 말하기는 좀 그랬다. 아무 생각없이 터덜터덜 걷다가 어느덧 소구산 정상에 도착했다. 정상석 주변에는 아름드리 소나무와 작은 것 수십그루 그리고 참나무가 숲을 이루어 그늘을 만들어 놓았다. 회원들끼리 둘러앉아 간식을 먹었다. 나는 전날 오후 쌈장을 새로 만들어 이날 가져왔다. 오이와 양배추 삶은거하고 잡곡밥과 함께 먹었다. 개인적인 건강을 생각하여 밍크가 식단을 고려한 것이다. 꿀맛이었다. "쌈장이 맛있어요" 잡수시는 분들이 한마디씩 하신다. 음식을 함께 나눠먹는 것이야말로 공동체를 만드는 최고의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서로 뜸했다가 '밥한번 먹자'고 얘기하는게 다 공동체를 실현하자는 얘기가 아니던가. 과일은 과일대로 맛있고, 안주는 안주대로 입에서 살살 녹았다. 땀흘리고 먹는 음식은 언제나 맛있다. 특별히 민애님의 인절미, 심부동님의 곰삭힌 홍어맛이 머리속에 오래 맴도는 듯 했다. 소군산과 문바위봉은 연계돼있지만 산 지세로 봐서는 엄연히 2개의 산이다. 그리고 문바위봉이 소군산보다 더 높고 크다. 오늘의 두번째 산을 향했다. 호덫봉 근처의 나무들은 조림을 해서 그런지 식생이 조밀하고 하늘로 쭉쭉 뻗어 큰키를 이루고 있다. 군데군데 길을 막고 길게 누운 고사목이 눈에 띄었다. 능선 곳곳에 집채만한 바위들이 나뒹군다. 고도가 계속 높아졌다가 다시 회복되기를 반복한다. 이 구간에 일명 코르크나무라고 불리는 굴참나무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큼지막한 바위 틈에서 큰나무로 자란 것이 그저 신기할 뿐이다. 이 구간에서 '머리를 땅바닥에 박은듯이' 하늘거리며 서있는 땅나리와 바위 위에서 자라고있는 양지꽃을 봤다. 척박하고 메마른 땅에서 주로 자라는 상당히 큰 노간주나무도 이 지점 근처에서 살고있다. 나무든, 꽃이든, 풀이든 물을 주거나 가꾸는 사람 하나 없어도 자연은 잘 크고 자란다는걸 새삼 깨닫는다. 500여고지 지점을 지나가는 동안 활엽수 잎새들이 4, 5월의 연초록 색깔에서 진한 빛깔로 넘어가고 있었다. 문바위봉 얼추 가다 멋진 소나무가 나타난다. 무척 큰데다 사람의 상체에 해당하는 지점부터 껍질을 벗은 붉은 가지들이 하늘을 향해 너울너울 춤을 추는 형상을 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인증샷을 남긴다. 이 지점에서 조금 더 내려가다 다시 고도가 상승하여 문바위봉 이정표에 도착한다. 이곳에 배낭을 내려놓고 문바위봉을 다녀왔다. 소군산에서 문바위봉까지 1시간 20분 정도 걸렸다. 여기서 소나무님께서 주신 막걸리 한잔으로 몸 깊은 곳으로부터 올라오는 심한 갈증을 한방에 날려버렸다. 그리고 감사를 잊지 않았다. 들머리부터 문바위봉까지 오는 동안 6월의 야생화와 쉽게 볼수없는 식물이 나를 반겨주었다. 제일 먼저 본 것은 서양톱풀. 이파리가 날카로운 톱날을 닮았다 해서 이름이 됐다. 서양허브로서 영원한 사랑을 뜻한다. 매호마을 뒷산에서 본 이 연리지(連理枝)는 소나무다. 오른쪽 줄기가 굵고 왼쪽은 상대적으로 가늘다. 처음 두 기둥이 올라오다 붙은 다음 서서히 V자 모양으로 하늘을 향해 뻗어있다. 땅나리는 소군산 정상에서 얼마 벗어나지 않은 길에서 발견했다. 붉은 색으로 핀 꽃이 땅 아래를 향해 달려있다. 커다란 바위 위에 약간의 흙을 자양분삼아 자라는 양지꽃에서 강인한 생명력을 느낀다. 꽃잎이 노랗고, 아주 낮은 키에 잎새마다 빗살무늬같은 모양이 뚜렷하여 알아보기 쉽다. 고사목을 비롯해 버섯이 줄줄이 박힌 굴참나무(코르크나무)와 두개에서 하나가 떨어져나간 소나무, 벼락맞은 참나무가 스러졌다. 자연에서 생명을 이어간다는게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건지 조금은 짐작이 된다. 날머리에 들어서면서 강아지풀과 스트레스와 비만에 좋다는 차대용의 금계국, 장원급제한 선비의 어사화로 쓰였던 능소화, (凌霄花는 하늘을 업신여기며 피는 꽃이라는 뜻이 있다. 조선시대만해도 양반들이나 심었다 하여 양반꽃으로 불렸다고 한다) 매우 아름답고 향기까지 좋은 나리속, 도종환의 접시꽃당신으로 유명한 그 접시꽃과 형형색색의 수국을 조심스럽게 쓰다듬어줬다.
문바위봉에서 칠봉교를 향해 내려갔다. 이 구간에서 심마니들이 다니는 오솔길로 잘못들어 급경사로 급하게 떨어지면서 매우 위험한 상황을 겪었다. 일부는 찰과상을 입었고, 팔이 심하게 붓기도 했다. 미끄러지고 구르고 두발두손으로 어찌어찌 내려오는데 성공했다. 마을을 이루고 있는 주민 일부가 "여기는 길이 아닌데 들어오시면 어떻합니까?" 하고 약간의 항의를 하신다. 나는 머뭇머뭇하다가 사진 몇장을 찍고 칠봉교로 갔다. 칠봉의 로프가 너무 오래되어서 위험하다고 하여 오늘의 등산일정을 여기서 마무리 했다. 피에쑤 # 소군산~문바위봉 네비게이션 =들머리는 원주시 호저면 매호리마을회관이다. 마을버스가 들어온다. 이곳에 편의점이 있어 필요한 물건을 구매할 수 있다. 마을길을 따라 올라가다 등산로입구가 나온다. 좌틀이다. 여기서부터 등산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곳이다. 시를 적은 낡은 현수막을 지난다. 왼쪽 안쪽으로 동백문학회원들이 조성한 기념비, 시비, 노래비 등이 잘 조성되어있다. 여기서 깜빡하면 못보고 그냥 지나칠 수 있는게 보호수 연리지다. 기념석 안쪽에 줄을 쳐서 보호되는, 깊숙한 곳에 잏기 때문이다. =문학기념비부터 소군산까지 꾸준히 오르막이다. 베틀바위와 평장바위굴 그리고 선녀바위샘물은 등로를 벗어나 있기도 하고 명승지 면모는 아니어서 굳이 가볼 필요는 없다. 송운봉은 소나무와 벤치가 있어 인증샷을 남기기 좋은 곳이다. 여기서 소군산까지 거리가 400m이나 생각보다 길게 느껴진다. 들머리부터 이곳 소군산까지 2.5km에 50분정도 소요된다. 들머리부터 문바위봉까지는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고 가거나 산악회꼬리표를 따라가면 틀림없다. 다만 호덫봉 표지판 근처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칠봉유원지)으로 가면 안되고 직진해야 문바위봉으로 갈 수 있다. =소군산에서 문바위봉까지 중간걸음으로 약 1시간20분 정도 소요된다. 다양한 야생화를 만날 수 있다. 고도가 약간 내려가면서 멋진 소나무도 볼 수 있다. 문바위봉표지판이 나타나면 이곳에 배낭을 내려놓고 왕복 20분이면 문바위봉까지 다녀올수 있다. 다시 진행방향으로 가다 로프구간을 지나 암릉이 나타나는데, 이곳에서 매우 주의를 요한다. (직진방향으로 가면 길이 없는것은 아니지만 급경사로를 내려가는 매우 위험한 구간이다. 등산인들이 다니는 길이 아니고 심마니나 마을사람들이 다니는 길이다) 암릉을 지나 바로 우틀하여 계곡을 따라 내려가는게 정코스이다. =우리 회원들은 직진하여 급경사를 내려가느라 체력은 바닥나고 일부는 찰과상과 손목을 다치기도 했다. =칠봉중 5봉까지는 큰 문제가 없는데 나머지 6, 7봉에 매달린 줄이 매우 약하고 사고가 날 수 있다고 한다. =칠봉 밑이 계곡물이다. 보가 설치되어서 물놀이하기 최적이다. # 2000년초부터 동백문학회 아시아작가협회 이름의 시비와 등단기념비, 섬강별곡(소군산을 오르며)을 기념하여 세워져 있다. # 길가에 웬 산신제단? 이건 말이 안된다. # 깊은 산 능선에다 운동기구를 설치하는 것도 아니할 일이다. 의자고 기구고 간에 먼지가 하얗게 쌓였다. 거의 사용하지 않는걸 왜 설치하나. 세금이 아깝다. # 노간주나무 노간주나무는 양지바른 척박한 땅이면 우리나라 어디에서나 쉽게 만날 수 있다. 어찌보면 나무들과 힘든 경쟁을 피하여 '버려진 땅'에 둥지를 틀었을지 모를 일이다. 잎이 뾰족하여 초식동물들이 함부로 먹을 수 없게 진화하였고, 도토리와 크기나 생김새가 흡사한 열매는 새들이 좋아하도록 설계하여 여기저기 널리 전파한 덕분에 어려운 환경에서도 자손을 이어가고 있다. "노간주나무가 옆에 있으면 배나무는 전부 죽는다"는 말이 있다. 사실이. 노간주가 붉은별무늬병의 중간 기주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향나무도 마찬가지다) # 쌈장 레시피 0 태양초고추장:된장비율 1(50g):4(200g)정도 0 마늘 6개 0 아카시아꿀 3큰술 0 통깨 조금 0 참기름 조금 ※양파1 청양고추4 파4=>썰고 다지고 약불에 볶아 수분날려준다.이래야 쌈장이 완성돼도 물이 생기지 않는다. 마늘6 0 땅콩 아몬드 호두=>갈아준다 0 청주1매실청3조청2 0 고추가루약간통깨약간참기름2
첫댓글
후기를 다시 읽을때 쯤, 20'6.28. 원주 소군산 산행을
파로라마 영상처럼 떠올리며, 함껏 웃으며 읽을 것 같습니다.
시간시간에 행복감,즐거움~~추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