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동산장어구이집에서 경수가 술을 산다.
그들은 내가 정년한 줄 몰랐다고 한다.
복사한 문집 한권을 주며 돌려보라 하니 파일을 보내주면 지들이 출간해주겠다고 한다.
고맙다 말만하고 먼저 일어나 나온다.
그들은 한잔 더한다고 가고 난 큰길로 나와 1번을 타고 풍암동으로 온다.
아침을 챙겨먹기 어중간하지만 라면에 햇반 반을 넣어 먹는다.
몸이 영 무겁고 근육이 따로 움직이느ㅡㄴ 거 같다.
날마다 술을 마시지는 않았지만 술에 산행의 피로가 쌓였을 법도 하다.
그래도 술독을 빼려면 산을 가야한다.
교직원공제회에 들러 광주극장, 그리고 산을 가자.
월출산이 좋을까 제암산이 좋을까?
하늘을 보니 어차피 조망은 없을 것 같다.
고흥 가는 길 거릴 생각해 제암산으로 가자한다.
웅치보다 장흥읍이 가깝겠다.
지원동에서 국밥을 먹고 청풍을 지나 장흥공원묘지 주차장에 차를 세우니 2시 40분이 지난다.
곰재로 오르는 길이 많이 묵혔다.
사람 다닌 흔적도 드물고 길 관리도 안해놨다.
신발이 젖어오며 가시들이 할키고 칡넝쿨이 우거진 구간도 지난다.
도끼바위에서 벌써 지친다.
물은 흐르고 있다.
왜 이리 힘들까, 곰재에 닿기도 전에 두번을 쉰다.
호도협 28밴드. 얼마전 남원고리봉 오를 때가 생각난다.
곰재에 털썩 주저앉아 물을 마시고 덜 녹은 오래된 떡을 먹는다.
인증이고 뭐고 그냥 내려갈까?
숨을 고르고 나니 조금 힘이 나는 것도 같다.
돌탑봉 800미터 오르는데 30분이 다 걸린다. 그래도 쉬지 않고 걸었다.
조망이 없다. 하얀 정상으로 가는 길은 그나마 편하다.
바위를 돌고 돌아 임금바위에 올라 인증을 한다.
종이팩 소주가 있는데 마실 생각이 전혀 없다.
이리 몸이 먁하면 혹 코로나 걸리는 건 아니겠지.
챙겨 내려와 돌탑봉에서 형제바위 촛대바위 쪽으로 길을 잡는다.
비탈질 것 같고 사람 다니지 않을 것 같지만 잡풀이 우거진 길보다 낫겠지.
조금 내려가니 조망이 열린다.
형제바위인 모양이다.
가끔 열리는 읍내를 보다가 내려오는데 길은 가파르지만 큰 나무 사이 길이 또렷하다.
공원묘지 위로 내려오니 5시 40분이 다 지난다.
그래도 힘들게 3시간여 만에 제암산에 다녀왔다.
다가오려던 코로나가 멀리 도망가길 빌며 차로 오는데 퇴근하고 있다는 바보의 전화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