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80평짜리 청와대 침실
1998년부터 20년간 청와대에서 요리사로 근무한
천상현씨가 최근 개방된 청와대를 방문해
관저를 보면서
“대통령님 침실이 한 80평 되는데 침대가 하나밖에
없어 엄청 무섭다”
고 했다.
그는 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문재인 등
총 다섯 대통령 내외의 식사를 담당했다.
관저에는 청와대 직원 중에서도 정해진 사람만
들어갈 수 있는데
“요리사들도 관저에 오기까지 네 단계를 거쳐야만
한다”
고 했다.
▶80평이면 ‘국민평형’이라 불리는 32평 아파트
3개를 합친 것에 가까운 면적이다.
10인 이상의 가족이 여유롭게 거주할 수 있을
만한 공간이다.
그런데 역대 대통령 내외는 이런 방에 침대 하나
달랑 놓고 지냈다고 한다.
과연 잠을 편하게 잘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부부간 대화도 소리가 울려서 침실에선 제대로
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주변에서 지켜보기에 ‘무섭다’는 말이 나올 만한
장소다.
▶청와대 관저는 1991년 건립됐다.
지상 2층, 지하 1층으로 구성돼 있으며 전체
규모는 약 1800평(6093㎡)이다.
대통령과 가족이 쓰는 사적 공간인 내실은 200평
정도 된다고 한다.
김대중 대통령 당시에는 내실에 참모들도 꽤
자유롭게 드나들었다.
김 전 대통령은 매일 아침 침실에서 의무실장과
간호부장의 건강 체크를 거친 뒤에 8시쯤 거실로
나왔다.
그러면 공보수석 등이 대기하고 있다가 조간신문
내용을 중심으로 당일 여론과 이슈를 정리해
보고했다고 한다.
▶청와대 본관의 대통령 집무실 규모도
엄청났다.
51평(168㎡)으로 백악관 오벌 오피스(23평)의
2배가 넘는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처음 집무실에 들어서면서
“테니스를 쳐도 되겠다”
고 농담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적막강산에 홀로 있는 느낌”
이라고 했다고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공간이 너무 넓어 한기를
느꼈다고 한다.
집무실 출입문부터 대통령 책상까지 약 15m로
상당한 거리였다.
보고를 마치고 뒷걸음으로 나오다 넘어지는 경우도
가끔 있었다.
어떤 장관들은 대통령에게 인사한 뒤 등을 돌리고
퇴장하다 중간쯤 다시 돌아서 인사하고 출입문에서
밖으로 나가면서 또 고개를 숙이는
‘3중 인사’를 할 정도였다.
▶청와대는 건국 이후 대한민국을 지배해왔던
‘제왕적 대통령제’의 공간적 상징이다.
마지막까지 공개되지 않았던 관저도 26일부터
시민들이 관람하게 됐다.
대통령을 왕처럼 떠받들고 그 사생활은 입에
담기조차 불경스럽게 여기던 기이한 한국식 정치
관행도 이 기회에 바뀌었으면 한다.
최승현 논설위원
[출처 : 조선일보]
[100자평]
박정도
청와대 개방과 대통령 집무실 이전은
윤석열 대통령의 특등 업적이다.
윤대통령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다른 사람들은 말뿐이었지 실천은 엄두도
못 냈다.
한국의 미래가 밝아 보인다.
윤대통령은 청사에 길이 빛낼 일을 해냈다.
윤민상
조선 왕의 침실을 대조전이라 했다.
대조전(大造展). 왕과 왕비가 왕의 직계 적손을
만들어 내는 집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 같은데
그 대조전에 침실 넓이가 청와대의
그것만큼 넓었을까?
그렇지는 않았을 것 같다.
왕과 왕비가 잠을 자는 곳 주위 격벽에는
지밀상궁이라는 젊은 여인들이 지키고 앉아
밤을 새웠으니 넓기야 하겠지만 사생활만은
유교적 실용주의를 선택한 왕조 관행으로
보아 순수한 잠자리가 그렇게 넓어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청와대 침실이 저렇게 엄청나게 넓었다는
사실은 처음 알았다.
이 글을 읽으면서 맨처음 청와대 건물을
설계한 작자는 도대체 대통령 내외가 자는
공간이 저토록 엄청나게 넓어야 한다는 생각을
왜 했을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든다.
자다말고 일어나 한밤중에 테니스라도 한 바탕
즐기라는 뜻일까?
잠이 안 오면 조깅으로 땀깨나 흘리다가 다시
자라는 뜻일까?
쓰임새와 맞지 않는 시설을 몸에 맞추느라고
고생깨나 했을 역대 대통령 모습을 상상하니
웃음부터 나온다.
형남민
'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노무현 등
총 다섯 대통령 내외의 식사를 담당했다'(?)
뒤의 '노무현'은 '문재인'의 오타(誤打)이겠지요.
이남종
그런데 민주당에서는 용산 집무실이 청와대 보다
크고 호화 스럽다고 했었다.
그것도 거짓말 이였네.
상종 못할 인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