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에 천둥, 번개를 동반한 비가 느닷없이 내렸다. 어제 오전에도 잠시 뿌리다가 말더니 올가을에는 유난스럽게 그다지 반갑지도 않은 비가 자주 오락가락을 하는 것 같다. 가을비가 내린 다음에는 기온이 뚝뚝 떨어지게 되겠지? 가을비는 쓰잘데기 없는 비라고 하는데 우리는 김장용 가을 채소를 제외하고 거둬들여야 하는 가을걷이를 다 마쳤기에 이제는 비가 오든말든 별로 상관이 없다. 오늘 아침 기온 영상 5도...
어제는 그다지 낮은 기온도 아니었는데 스산한 기운마저 감도는 쌀쌀함이 하루종일 이어졌다. 가을이 깊어가는 것이라기 보다 가을이 실종된 듯한 모습의 산골이라고 하는 표현이 오히려 더 알맞은 것 아닐까 싶기도 하다. 가을이 오는가 싶었더니 이내 서리가 내리고 기온이 떨어지고 찬공기가 기승을 부린다. 언젠 닥칠치도 모르는 추위 때문에 마음이 급해진 산골 가족은 바쁘다. 아내와 처제는 온종일 전날 다 따놓은 고구마순 껍질을 벗기느라 힘들고 지겨워하는 눈치였다. 아마도 그 많은 걸 하나하나 껍질을 다 벗기려면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은데 힘들어서 어쩌나?
촌부가 해야하는 일은 계획을 잡을 필요가 없다. 날씨의 변화에 따라 하도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어제도 그랬다. 아침나절 이슬이 깨고나면 곧장 고추밭에 나가 밭설거지를 시작해 보려고 했다. 그건 촌부 생각일 뿐이었다. 하늘에게 물어보는 것이 좋을 듯했다. 이슬이 깰 무렵에 부슬비가 내려 또다시 고추밭을 적셔놓았다. 뭐 그리 급한 일도 아닌데 그냥 쉬라는 하늘의 뜻이라 생각을 하기로 하며 푹 쉬었다.
늦은 오후 작업복 차림으로 나가는 촌부를 보고 아내가 "기왕 쉬는 거 그냥 푹 쉬지 뭘 나가요?" 라고 했다. "비도 안오는데 쉬모 뭐하노? 일을 해야제!" 라고 대꾸를 하고 고추밭으로 나갔다. 밭설거지 시작하려다 어디부터 할까 망설였다. 뒷쪽에 남은 끝물 고추를 필요로 하는 분이 있어 둘째네가 마저 따야한다는 말을 들었기에 앞쪽 부터 시작했다. 다섯 차례나 묶어놓은 고추끈을 풀고 지지대를 뽑아내고 그 다음 고추대를 뽑아 손수레에 싣고 퇴비장으로 나르는 일을 몇 차례 반복했다. 이 일은 그다지 힘든 일은 아니지만 귀찮은 일이다. 그래서 게으름을 피우기도 한다.
봄날에 농사를 시작할 때는 기대감에 부풀어 힘든 줄도 모르고 하지만 이맘때 수확을 마치고 마무리 작업으로 밭설거지를 할땐 딴 마음이다. 그러면 안되는데... 고마운 밭이 겨우내 쉴 수가 있도록 해주는 것이 땅에 대한 농부의 예의이며 도리인데 말이다. 그래서 시작을 했지만 여섯 칸 중 겨우 한 칸을 마쳤다. 고추대 뽑아내고 나면 멀칭비닐과 부직포를 다 걷어내야 밭설거지를 마치게 된다. 급히 서둘러 할 필요는 없겠지만 어차피 언제해도 해야하는 일이기에 일찌감치 해치우는 것이 더 마음 편하고 좋을 것 같아서...
첫댓글
오늘은 날씨가 좋군요.
좋은 날 되세요.^^
농촌의 일이란
참 끝이 없는듯 합니다.
오늘도 즐거운 마음으로 행복 하세요
그렇지요.
농부의 일은
보이는 것이 전부 일입니다.
그래도 이 촌부는
전문적인 농부가 아니라서
쉬엄쉬엄 즐기며 한답니다.
응원을 주심에
감사한 마음입니다.^^
오늘은 템버린 흔들어 제끼믄서 ..
...붕~짜~라~ 붕~짜~!!
철수님!
우얄꼬?
템버린이 없어서...
냄비라도 두드릴까요?ㅎㅎ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