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트로스/샤를르 보들레르
뱃사람들은 곧잘 재미삼아
거대한 바다 새, 알바트로스를 잡는다.
여행의 게으른 길동무인 그 새는
고통의 심연 위를 미끄러져가는 배를 따라온다.
뱃사람들이 그 새들을 배 갑판 위에 내려놓자마자
이 창공의 왕자들은 서투르고 부끄러워
가엾게도 커다란 하얀 날개를
마치 노처럼 옆으로 질질 쓸고 만다.
이 날개 달린 여행자는 얼마나 어설프고 기운이 없는지!
전에는 그토록 멋지던 그가, 그가 얼마나 우스꽝스럽고 보기 흉한지!
어떤 사람은 담뱃대를 가지고 부리를 놀려대고
어떤 사람은 절뚝이며 날아다니던 불구자를 흉내낸다!
시인은 구름의 왕자를 닮았구나
폭풍우를 드나들며 포수를 비웃던 그가
야유의 한 가운데 지상에 유배되어
거대한 날개조차 걷는 것을 방해하는구나.
-덧붙임
알바트로스에게서 자기를 본 사람들이 예술을 하거나, 삶의 흔적을 남긴다.
함석헌의 아호는 ‘신천’(信天)이다.
알바트로스를 우리는 ‘신천옹(信天翁)’이리 부른다.
신천이란 무슨 말인가? 하늘만을 믿는다는 이름이다.
그 스스로 ‘바보새’를 자처했다.
그 신천이라는 이름을 얻기까지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다.
그의 스승인 남강 이승훈에게 털어놓은 이야기이다.
“선생님, 저는 신천옹(信天翁)이라는 바보새가 좋습니다. 신천옹이라 이름한 이유는 이 놈이 날기는 잘해 태평양의 제왕이라는 말을 들으면서도 고기를 잡을 줄 몰라서 갈매기란 놈이 잡아먹다 이따금 흘리는 것을 얻어먹고 살기 때문입니다. 그래 일본 사람은 그 새를 바보새라고 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이유는 이 바보새란 이름 때문입니다. 어쩌면 제가 사는 꼴도 바보새 같다 할 수 있습니다. 마음은 푸른 하늘에 가 있으면서 밥벌이 할 줄은 몰라 여든이 다 되어 오는 오늘까지 친구들의 호의로 살아가니 그 아니 바보새입니까?”
(함석헌,『서풍의 노래』p.3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