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디 윌리엄스 저자(글) · 이세진 번역 · 김성수 감수
그러나 · 2022년 10월 31일 출시
이 정도는 해야 덕후다.
요즘도 하는지 모르겠지만, 어릴 때 초등학교에 다닐 때 방학 숙제로 곤충채집이라는 것을 하고는 했다. 매미, 잠자리도 그 대상이긴 했지만, 가장 많이 잡는 것은 아무래도 나비였다. 그 숙제를 통해서 선생님들은 곤충에 대한 관심을 갖기를 원했을지 모르지만, 친구들 중 어느 누구도 곤충에 대한 관심을 갖지는 않았고, 더구나 덕후가 되는 친구는 없었다. 그러나 아무리 덕후라 하더라도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덕질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다. 빅토리아 시대의 인물인 허먼 스트레커는 5만 개의 표본을 남겼고, 금융가 월터 로스차일드는 225만 개의 나비 표본을 남겼다. 마리아 자빌라 메리안이나 헨리 월터 베이츠는 몇 개의 나비 표본을 남겼을까? 이 정도 덕후가 되어야 덕후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들은 성공한 덕후이다. 이렇게 책에까지 나왔으니 말이다. 나비에게 어떤 매력이 있기에 그렇게 많은 덕후들이 생겼을까? 그것은 아무래도 나비의 색이 아름답고, 나는 모습이 우아해서이지 않을까? 그게 시작점일 것이다.
이 책은 그렇게 시작한 덕후들이 어떻게 나비를 연구했으며, 얼마나 열정적으로 나비를 연구했으며, 그러한 연구가 학문의 발전에 어떻게 기여했는지를 잘 보여주는 책이다. 이 책을 통해서 나비의 생태에 대한 구체적인 지식을 얻는 것도 있겠지만, 우리는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서 연구자들이 갖는 태도나 열정에 더 많은 영감을 얻었으면 하는 마음이 크다. 또한 자연과학을 연구하는데 있어서의 구체적인 방법을 배우는 것도 의의가 있겠다. 더하여 우리 사회가 이 기후변화의 시기에 자연에서 자꾸 떠밀려 떠나는 여러 다른 생물종들을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배울 수 있는 귀한 자료라고 생각한다.
책에는 이런 내용들이 실려있다.
이 책은 인간이 나비와 맺어온 관계를 과거, 현재, 미래로 나누어 소개한다.
1부에서는 과거 나비 연구가 어떻게 시작되었고, 그것이 진화론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고, 도움을 주었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1부인 과거에는 빅토리아 시대의 인물인 허먼 스트레커가 소개된다. 그는 끝없이 나비를 욕심냈고 평생을 나비 표본을 모으는데 헌신 혹은 중독된 삶을 살았다. 진화론을 쓴 다윈은 선물받은 난을 보면서 동물과 식물의 ‘공진화(共進化)’ 이론을 생각했으며, 그가 선물받은 난을 수정하는 나비가 있을 것이라고 예언했다. 또한 수많은 화석의 보고였던 미국 플로리선트 계곡의 샬럿 힐이 소개된다. 마리아 지빌라 메리안도 소개된다. 그녀는 17세기에 알에서 나온 애벌레가 나비가 된다는 진실을 발견함으로써 유럽인들이 자연의 사다리라는 문화적 속박을 벗어나 생물의 상호의존적인 망 개념을 완성하였다. 그녀는 표트르 대제, 린네, 나보코프 등에 영향을 미쳤고 존중받았다. 그녀는 우리나라 영화에서 배경으로 나온 수리남으로 가 나비를 채집하고 연구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진화론 논쟁에서 곤경에 처한 다윈을 지원한 앨프리드 러셀 윌리스와 헨리 월터 베이츠의 이야기가 실려있다.
또한 나비는 우아하고 나방은 흉측하고 징그럽다는 일반인들의 고정관념이 편견에 불과하다는 것과 나비와 나방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설명한다. 모르포 나비와 많은 나비들이 생존을 위해 어떻게 색을 사용하는지 그리고 나비가 어떻게 영양분을 섭취하는지 우리는 이 장을 통해서 알 수 있다.
2부인 현재는 먼저 제왕나비가 변화된 환경 아래에서도 어떻게 그들의 월동지를 찾아가는지, 과학자들이 일반인들에게 어떻게 도움을 받아서 제왕나비 연구를 진행하는지 잘 서술되어 있다. 제왕나비들이 추위를 피해 어느 경로로 날아서 서식지로 가는지, 제왕나비 생존에 필요한 생물은 무엇이 있으며, 이 기후변화 시기에 제왕나비의 개체수 변화는 어떤지 등을 밝힘으로써 연구의 방법을 알려준다. 또한 미국인들이 얼마나 제왕나비의 생존 환경을 보존하려고 애쓰는지도 알게 된다. 그 과정에서 제왕나비들이 좋아하는 환경도 알게 되며 제왕나비의 먹이와 생존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롭게 나온다.
그리고 또 나오는 나비는 북미연푸른부전나비다. 북미연푸른부전나비는 제왕나비와 어떤 점이 다르며, 다른 생물들과 어떤 공존관계를 맺는지, 어떤 환경에서 잘 생존하는지 등이 나와 있다. 그리고 소설 『롤리타』의 저자인 나보코프가 수행한 나비에 관한 연구가 소개된다.
3부의 제목은 미래이다. 먼저 제왕나비의 개체수가 줄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나비들이 먼 거리를 이동할 때 방향을 잡는 요인은 무엇인지, 나비는 언제 어느 방향으로 이동하는지, 나비의 번식과 이동의 상관관계는 무엇인지, 그리고 나비의 언어는 무엇인지가 나온다.
과학은 단순한 사실이 아니라 진행 중인 과정이다.
나비에 대한 우리 인간의 지식은 모두 끝난 것일까? 또 나비의 진화는 이제 마무리된 것일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아직도 우리는 나비에 대해서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훨씬 많은 상태일 거다. 이 기후변화에 나비들도 결국 진화를 통한 적응을 하게 될 것이라 믿고 싶다. 우리가 살고 있는 환경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들, 그 중에서도 곤충들은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존재가 아니다. 나비나 나방, 그리고 벌을 비롯한 모든 곤충들도 우리 이 생태계에서 그들의 역할이 있고, 그들의 역할이 제대로 수행되어야 꽃은 열매가 되고, 자연은 계속 유지될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서 많은 사람들이 나비나 곤충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되기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