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골목이 자리한 목포 서산동 일대의 봄 풍경
시화골목은 ‘연희네슈퍼’에서 시작한다. 영화 〈1987〉에서 연희(김태리)네 집으로 등장한다. 1980년대 풍경을 그대로 간직한데다, 시나리오작가가 목포 출신이어서 촬영지로 낙점됐다고 한다. 연희네슈퍼에는 어린 시절 추억이 떠오르는 다양한 물건이 있다.
목포 출신 예술가의 시와 그림을 널빤지에 새긴 서산동 시화골목
천천히 오르는 계단과 고만고만한 집들이 어깨를 맞댄 채 이어진다. 오르다 보면 커다란 전봇대와 함께 분기점 역할을 하는 집이 보인다. 동네 어르신들이 둘러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쉼터이기도 하다. 여기서 골목이 세 개로 나뉜다. 왼쪽에 첫째 골목과 ‘바보마당’으로 가는 길이, 오른쪽에 둘째·셋째 골목으로 가는 길이 이어진다.
시화골목에는 회색빛 시멘트 풍경이 대부분이지만, 따뜻한 삶의 모습도 있다. 커다란 고무 대야에 갖가지 화초와 채소가 자라고, 화분이 담장과 나란히 놓였다. 보리마당 바로 아래 예전에 사용하던 공동 화장실이 인상적이다. 골목을 걷다 보면 작은 창가에서 이야기 나누는 소리가 들리고, 식사 시간이면 구수한 찌개 향이 코를 자극한다. 상추와 대파 등 갖은 채소를 심은 텃밭도 쉽게 만난다. 정겹고 소중한 풍경이 오감을 만족하게 한다. 골목을 오르다 돌아서면 바다가 조금씩 보이고, 보리마당에 올라서면 바다 건너 영암 땅과 고하도가 한눈에 들어온다.
시화골목은 모두 수직으로 이어진다. 첫째 골목을 따라 올라갔다면 보리마당에서 둘째 골목으로, 다시 셋째 골목을 따라 보리마당으로 올라가는 코스가 일반적이다. 둘째·셋째 골목은 시화골목에 거주하는 어르신들이 시인이자 화가가 된다. “진도에서 태어나 / 물 건너 하의도로 간 시집 / 첫날밤 신랑이 마음에 안 들어 / 어떻게 살까…? / 그래도 나밖에 모르던 남편 / 딸 하나 낳고 / 마흔여덟에 돌아가셔버리니 / 연탄 지게 져가며 온갖 잡일로 / 가버린 내 인생.” 자서전을 시 한 편으로 함축한 듯하다. 힘겹게 살아온 어르신들의 고된 인생이 묵묵히 펼쳐진다.
바보마당의 빈집은 예술가들이 전시장으로 사용한다.
바보마당은 ‘바다가 보이는 마당’을 줄여 부르는 이름이다. 시화골목에서 가장 넓은 공간이고, 주변의 빈집은 예술가들이 전시장으로 사용한다. 서산동 골목 풍경을 사진으로 담은 ‘골목의 바다+사진’, 화려한 꽃의 색감이 인상적인 ‘세상에서 가장 작은 미술관 이꽃’, 독특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K오빠의 환경미술관’ 등 차분히 둘러보기 좋다. 바보마당에서 내려오면 흰 페인트로 주변을 칠해 눈 쌓인 풍경을 보는 듯하다. 이 풍경 속에 카페 ‘눈의꽃’이 들어앉았다. 아주 작은 마당이 있고, 지붕 너머로 바다가 보인다.
옛날 방식 그대로 만든 ‘연희네그오빠’의 쑥호떡
시화골목 입구에 자리한 ‘연희네그오빠’는 쑥을 넣고 옛날 방식 그대로 만든 쑥호떡, 매생이떡으로 만든 소떡소떡, 배추와 무말랭이, 미역귀 등을 넣어 국물이 맛있는 떡볶이 등을 낸다. 먹거리가 거의 없는 시화골목에서 허기를 달래주는 곳이니 꼭 들러보자.
목포해상케이블카를 이용할 때는 시간을 넉넉히 잡는 게 좋다. 유달산과 고하도를 차분히 만나야 하기 때문이다. 유달산스테이션에서 내리면 일등바위까지 20분 정도 걸린다. 높이 228m 일등바위 정상에 올라서면 탁 트인 전망이 일품이다. 고하도, 목포대교, 외달도, 달리도, 압해도 등 다도해 풍광과 목포 도심 풍경이 압권이다. 고하도스테이션에서 내려 판옥선 5척을 쌓은 듯한 고하도전망대를 거쳐 해안산책로를 따라 고하도 용머리까지 다녀오자. 유달산과 목포해상케이블카가 한눈에 들어온다.
고하도는 잘 알려지지 않은 이순신 장군의 흔적이 있는 곳이다. 임진왜란 때 명량해전 이후 조선 수군은 고군산군도까지 올라갔다가 내려오면서 고하도에 106일 동안 전열을 가다듬었다. 이는 마지막 전투인 노량해전에서 이기는 밑거름이 됐다. 고하도 고하마을에는 고하도이충무공기념비(전남유형문화재 39호), 고하도이충무공유적(전남기념물 10호)이 있다. 한편 고하도는 우리나라 최초로 육지면을 재배한 곳으로, 일본이 세운 조선육지면발상지비가 있다.
목포해상케이블카 유달산스테이션 전망대에서 본 일몰
해가 질 무렵에 케이블카를 타도 좋다. 유달산스테이션 전망대나 고하도스테이션 옥상정원, 케이블카에서 일몰을 감상한다. 북항스테이션으로 돌아올 때는 유달산과 목포대교, 목포 시내 야경, 케이블카 타워의 경관 조명까지 만날 수 있다.
목포근대역사문화공간 가운데 용궁장 안쪽에 자리한 목포 해안로 붉은 벽돌창고
〈당일 여행 코스〉
목포해상케이블카→목포근대역사관 1관(구 목포일본영사관)→목포근대역사관 2관(구 동양척식주식회사목포지점)→목포근대역사문화공간→서산동 시화골목
〈1박 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 해양유물전시관→목포자연사박물관→목포근대역사관 1관(구 목포일본영사관)→목포근대역사관 2관(구 동양척식주식회사목포지점)→목포근대역사문화공간→서산동 시화골목
둘째 날 / 고하도(고하도이충무공유적-고하도전망대-해안산책로-용오름길)→목포해상케이블카
여행 정보
○ 관련 웹 사이트
○ 문의 전화
- 목포시청 관광마케팅팀 061)270-8432
- 목포해상케이블카 061)244-2600
- 목포근대역사관 1관 061)242-0340
- 목포근대역사관 2관 061)270-8728
○ 대중교통 정보
[버스] 서울-목포,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하루 14~18회(05:35~다음 날 01:00) 운행, 약 3시간 50분 소요.
목포시외버스터미널 정류장에서 1번 버스 이용, 목포수협 정류장 하차, 연희네그오빠 사거리에서 좌회전, 연희네슈퍼까지 약 80m.
[기차] 용산역-목포역, KTX 하루 18회(05:10~22:25) 운행, 약 2시간 30분 소요. 수서역-목포역, SRT 하루 9회(05:10~21:10) 운행, 약 2시간 20분 소요.
목포역 건너편 정류장에서 1번 버스 이용, 목포수협 정류장 하차, 연희네그오빠 사거리에서 좌회전, 연희네슈퍼까지 약 80m.
○ 자가운전 정보
서해안고속도로 목포톨게이트→삽진고가교에서 진도·해남 방면 왼쪽 고가차도 진입, 약 3km 직진→북항교차로에서 유달산 방면 좌회전, 약 400m 직진→삼거리에서 유달산 방면 우회전→약 3.8km 직진, 해안로127번길로 좌회전→서산동 시화골목
○ 숙박 정보
- 설레임게스트하우스 : 목포시 달성길27번길, 010-9001-5886
○ 식당 정보
- 장터식당 : 꽃게살, 목포시 영산로40번길, 061)244-8880
- 인동주마을 : 꽃게장백반, 목포시 복산길12번길, 061)284-4068
- 송옥정 : 생선구이, 목포시 평화로, 061)285-8686
- 태양식당 : 아귀탕, 목포시 해안로127번길, 061)243-7724
○ 주변 볼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