菜根譚 道心篇 92
一事起 則一害生. 故 天下常以無事爲福.
讀前人詩云「勸君莫話封侯事. 一將功成萬骨枯.」
又云「天下常令萬事平, 匣中不惜千年死.」
雖有雄心猛氣, 不覺化爲氷霰矣.
한 가지 일이 생기면 한 가지 해로움도 생긴다.
그러므로 천하는 항상 일이 없는 것을 복으로 삼는다.
옛 사람의 시를 읽으니 이르기를「그대에게 권하노니 제후에 봉하여 지는 일에
대해서는 말하지 마오. 한 장수가 공적을 이룸에 만 명의 뼈가 마른다」하고,
또 이르기를「천하가 항상 만사를 평화롭게 만든다면,
갑 속에서 천 년을 썩어도 아깝지 않으리라」하니,
비록 영웅의 야심과 용맹한 기개가 있다 하여도,
모르는 사이에 얼음과 눈처럼 되어 버릴 것이다.
(要旨) 세상의 모든 일은 이해와 득실이 상반되는 법이다.
그래서 아무 일도 없는 것이 복이다.
한 사람이 공을 세우기 위하여 그의 부하 수만 명이 죽어야 하니,
천하가 태평하여 칼이 녹이 쓸어 못쓰게 됨이 좋겠다.
이를 생각하면 영웅심도 봄눈 같이 사라질 것이다.
(해설) 본문에 두 시인의 시가 인용되어 있다.
첫 번째는 만당(晩唐)의 시인 조송(曹松)의 <기해세(己亥歲)>라는 시다.
택국의 강산이 전쟁 판도로 들어가 澤國江山入戰圖,
백성들이 어떻게 나무하고 풀 벰을 즐길까? 生民何計樂樵蘇?
그대에 권하노니 제후로 봉하는 일은 말하지 말게나, 勸君莫話封侯事,
한 장수 공을 이루려면 만 명의 뼈 말라야 되네. 一將功成萬骨枯.
라 한 원시에는「勸」이「憑(바랄 빙)」으로 되어 있다.
다음은 작자, 연대 미상의 싯귀다.
「天下常令萬事平, 匣中不惜千年死.」는 칼을 읊은 것으로
「천하가 항상 모든 일로 하여금 태평케만 한다면,
(칼이) 갑 속에서 천년 동안이나 묵어 녹이 쓸어 버린들 아깝지 않다」
천하는 무사하고 태평한 것이 제일임을 강조한 내용이다.
◇ 匣(갑) : 상자. 궤.
◇ 霰(산, 선) : 싸락눈.(원음은 선. 속음이 산.)
◇ 雄心猛氣 : 영웅다운 마음과 용맹스러운 기개.
◇ 氷霰 : 얼음과 싸락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