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즉사 사즉생
전쟁에서 이기기 위한 병법서 중에 가장 유명한 것이
손무가 쓴 “손자병법”과 오기가 쓴 “오자병법”입니다.
손자병법은 전장에서의 임기응변을 중시하는 반면
오자병법은 전쟁의 철저한 준비를 중시하고 있습니다.
이 두 권의 병법서 중
우리에게 더 잘 알려진 것은 손자병법일 것입니다.
하지만 최근 “불멸의 이순신”이라는 드라마를 통해 오자병법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다고들 합니다. 그 이유는 바로 이순신이 자주 사용한
“생즉사 사즉생”이란 말이 오자병법을 인용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말은 "살고자 하는 자는 죽을 것이요,
죽고자 하는 자는 살 것이다.”란 뜻입니다.
즉 전쟁에서 요행을 부리고 자기 목숨이 아까워 살려는 자는
죽을 것이고, 죽기를 각오하면 살 것이라는 말입니다.
전쟁을 치러보지 않는 우리에게는 생소하고 이해할 수 없는 말 같이
들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와 비슷한 말을 예수님께서도 하셨습니다.
“자기 목숨을 사랑하는 사람은 목숨을 잃을 것이고,
이 세상에서 자기 목숨을 미워하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에 이르도록 목숨을 간직할 것이다.”
곧 일어날 수난과 죽음을 앞두고 예루살렘에 입성하신 예수님께서는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어야 열매를 맺는 다는 비유를 들면서
하느님의 영광을 위한 당신의 죽음을 이야기하십니다.
그리고 이 세상의 목숨에 집착하기보다 영원한 생명과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 힘써야 함을 강조하십니다.
그러면서 한 알의 밀알과 같은 당신의 삶과 죽음을
우리 보고도 따라오라고 하십니다.
죽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나의 밀알이 죽기 위해서는 흙 속에 묻혀
긴 밤을 지내야만 합니다. 그때는 희망도 보이지 않으며
어두운 절망만이 죽음을 더 고통스럽게 합니다.
뿐만 아니라 자신 안에서 새싹을 틔우기 위해서는
자기 몸을 찢고 깨뜨리는 참혹한 고통을 겪어야 합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그 씨앗은 싹을 틔우고 세상으로 나오게 됩니다.
그리고 무럭무럭 자라 더 많은 밀알들을 맺게 됩니다.
분명 땅에 묻혔던 그 한 알의 밀알은 없어지지만
더 많은 생명으로 거듭나게 되는 것입니다.
바로 여기에 우리가 말하는
영원한 생명과 부활의 영광이 있습니다.
죽어야 만이 참 생명을 얻는다는 진리가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세상에서의 목숨을 지켜나가기 위한 나와의 전쟁,
나의 즐거움을 위한 모든 유혹과의 전쟁,
죽음을 이기고 영원한 생명을 얻기 위한
전쟁에서 이기기 위한 병법서입니다.
바로 이 세상에서 자기 목숨을 사랑하면 목숨을 잃고,
자기 목숨을 미워하는 사람이 영원한 생명에 이른다는
“생즉사 사즉생”의 원리입니다.
그 동안의 사순 시기를 어떻게 지내왔는지 점검해 볼 때입니다.
과연 나는 영원히 살기위해
“땅에 떨어져 죽어 많은 열매를 맺는 밀알 하나”가 되고자
하는 마음이 얼마나 살아 있습니까?
만약 지금 죽기 싫어 한 알 그대로 남아있기를 바란다면
나의 삶은 하느님 앞에 아무런 결실도 없이
“외톨이”로 남아 뒹굴다가 끝나버릴 것입니다.
즉, 눈앞에 보이는 자기 이익에만 매달리며,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는 희생은커녕
양보조차 조금도 하지 않고 살려다보면,
결국 그런 인생에서 남는 것은 “공허함”뿐일 것입니다.
영원한 생명, 부활을 위한 우리의 작전은
지금 눈앞의 이익이나 편안함을 포기하고
죽기를 각오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하느님 아버지께서
영원히 기쁘게 살게 해주실 것입니다.
<요한 12,20-33> --- (롯젤로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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