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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로 한참 작성하다가, 애초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길어지길래 자꾸 댓글성애자로 보일까봐 답글로 남겨 봅니다.
사실 워리어스에서 리더십이 가장 두드러지게 눈에 띄는 선수는 단연 그린이죠. 보컬 리더, 락커룸 리더, 이모셔널 리더. 그를 가리키는 수식어들이니까요. 최근에도 스티브 커가 셀틱스의 마커스 스마트를 언급하며 그린과 비슷한 점들이 많다는 얘기를 했었는데, 셀틱스 수비의 핵이고 심장이자 영혼이 바로 스마트이니까요.
수비력 자체만 놓고 보면 무려 벤 월러스를 연상시키는 로윌삼의 수비력이 DPOY 스마트에 비해 결코 만만치 않은 수준이지만 여기서 둘의 가장 큰 차이점은, 로윌삼은 스마트 같은 타고난 보컬 리더 타입이 아니란 겁니다. 팀에 에너지를 불어 넣고 팀의 원투펀치 테이덤과 브라운이 수비에서 실수하면 언제라도 따끔하게 얘기할 수 있고 그들을 공개적으로 저격할 수 있으면서도 서로의 관계에 균열은 일으키지 않으면서 동료들이 여전히 리더로 따르고 인정하게 만드는 그런 리더십, 그게 스마트이고 그린이란 얘기였죠.
만약 그린이 없었다면, 워리어스는 너무 깔끔하게 농구를 하는 팀일 겁니다. 플레이오프에서 우승까지 바라보려면 상대방의 기세에 눌리지 않는 에너지와 피지컬한 농구가 필요한 법인데, 그린의 존재와 리더십으로 인해 워리어스는 상대팀 선수들이 만만하게 대할 수 없는 팀으로 변모하죠.
1차전 4쿼터에서 안이한 마인드로 셀틱스에게 40-16 run을 허용하며 홈에서 15점차 리드를 날리고 충격적인 패배를 당한 후, 위기감을 느낀 그린은 셀틱스가 워리어스 수비의 존재감조차 느끼지 못하고 너무나도 편안하게 공격했다며 즉각적인 변화를 촉구했었죠. 이런 게 다름 아닌 리더들이 하는 얘기고요. 그리고 이후, 무려 혼자서 테이덤, 브라운, 스마트, 그랜트 윌리엄스의 신경을 살살 건드리며 도발하고 알게 모르게 그들의 경기력에 영향을 끼쳤습니다. 그래서 스티브 커도 이미 옛날부터 여러 차례 그린이 워리어스의 heart & soul, 심장이자 영혼이라고 얘기했었지요.
커리와 탐슨은 이런 스타일이 아니기에, 결국 혼자 다 상대해 버립니다.
이 팀은 커리가 수비에서 실수하면 그린이 지적하지, 그린이 실수하면 커리가 지적하는 구조가 아닙니다. 이건 너무나도 명백해서, 경기들을 보다 보면 바로 눈에 띌 정도죠. 그린의 리더십이 참 대단한 게, 심지어 그는 커리나 듀랜트 같은 선수들의 후배라는 겁니다. 피펜이 조던을 그렇게 지적하거나 케빈 러브가 르브론을 그렇게 지적한다고 상상하면? 일단 그림부터 잘 그려지지 않으니까요.
그런데 이건 마치 양날의 검과도 같은 게, 대표적으로 그린과 듀랜트의 케이스가 있죠. 잔소리도 한두 번이지, 그것도 종합적인 실력은 자신보다 훨씬 떨어지는 후배 선수가 자신이 실수 좀 했다고 남들 보는 앞에서 요즘 시어머니들보다 더하게 면전에서 침을 튀기며 타박하면 결국 enough is enough, 임계점을 넘어 폭발할 수 있는 것인데, 그린은 또 상대가 누구든 절대 물러서지 않는 성격이라 결국 팀내 불화로 이어지면서 듀랜트가 떠나는 데 일조하게 될 수도 있는 것이죠.
자타공인 타고난 리더인 CP3의 리더십도 선즈의 어린 선수들에게는 잘 먹혀서 그의 리더십이 젊음과 융화되고 강팀이 되었는가 하면, 하든은 CP3가 자신을 어린애 취급하는 것에 매우 거부감을 느끼면서 결국 둘은 금방 헤어졌고, 비슷하게 어빙도 르브론에게 어린애 취급 당하는 것을 상당히 싫어했었고요.
그런데 커리는.. 이런 부분에서 정말 특별한 선수입니다. 이처럼 시대를 초월하는 기량을 보유하고 있는 것에 비해, 에고가 거의 없다시피 한 수준이죠. 다시 언급하자면, CP3나 르브론은 다들 역대급 선수들이면서도 동시에 하든이나 어빙에 비해 선배 선수들이었습니다. 미국이 우리나라처럼 수직적으로 선후배 관계를 중시하지는 않되, 여전히 앞선 선배 선수들의 경험 같은 것을 리스펙하는 부분은 존재하거든요. 부커가 CP3에게서 배우지, 부커가 CP3에게 이래라 저래라 설교하거나 가르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커리는 후배인 그린이 프랜차이즈 플레이어이자 워리어스 구단 역대 최고의 선수인 자신에게 이래저래 얘기해도, 그걸 곧이곧대로 다 듣기만 할 뿐 개인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아요. 애초에 이 선수는 항상 얼굴에서 웃음을 잃지 않는 선수이고 감독에게도, 팀원들에게도, 자신보다 까마득히 어린 선수들에게도 절대 거만하게 대하거나 함부로 대하고 불평하는 법이 없죠. 탐슨이 샷을 10개 연속 미스해도 가만히 있다가 11번째에 성공시키면 손을 번쩍 들어 올리는 선수입니다.
작년에는 결식 아동들에게 1,600만 끼니를 제공했다는 기사도 있었지요. 그 소식이 전해진 이후 워리어스 경기에서 현지 해설진이, 아마 마크 잭슨이었던 것 같은데, 1,600만이라는 숫자가 가만히 계산해 보면 얼마나 대단한지 상상할 수 있냐면서, 놀라운 선수이지만 그보다도 더 놀라운 사람이라고 표현했던 바 있습니다.
전 이런 거 보면, 위인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고 봐요. 국민들을 위해 자신의 한 몸 기꺼이 희생하겠다고 말하는 정치인들은 수도 없이 봐 왔지만, 이런 식으로까지 행동하는 정치인은 본 적이 없습니다. 커리는 국민들의 생활을 챙겨야 하는 정치인도 아니죠. 그는 한 명의 NBA 선수입니다. 그렇게 행동했으면 하는 사람들도 그렇게 행동하지 않는데, 그렇게까지 행동하지 않아도 되는데도 그렇게 행동하는 사람이 있으니, 그게 바로 커리죠.
그래서 전 그깟 공놀이라는 표현을 전혀 좋아하지 않습니다. 가만 보면 NBA 그 자체만으로도 인생의 수많은 것들이랑 다 연결이 되거든요. 선수들의 마인드, 사고방식, 헌신, 투쟁, 화합, 배려, 그들이 안겨 주는 영감 및 감동 등등.
우리 주변이나 세상에 보면 범상치 않은 사람들이 간혹 있어서 감탄을 하게 되는 경우들이 있죠. 운동하는 유튜버들만 봐도 정말 대단한 사람들 많고, 개중에는 보는 이들로 하여금 영감과 동기부여를 일으키는 이들도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우리가 논하고 있는 이 선수는 무려 전세계적으로 수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는, 작은 거인 스테픈 커리죠. 세상 그 내로라하는 수많은, 쟁쟁한 경쟁자들 사이에서 탑에 위치한 선수입니다. 충분히 칭송하고 또 칭송해도 전혀 아깝지가 않은 선수이면서 심지어 그보다 훌륭한 인격체.
제가 어렸을 때 NBA를 보면 아버지가 흑인 걔네들 농구하는 걸 뭘 그리 열심히 보냐고, 타박을 들은 게 한두 번이 아닙니다. 누구에겐 그깟 공놀이니까요. 슬램덩크도 누구에겐 그깟 만화책이고요. 그런데 실상 현세대의 수많은 사람들은 정치인들이나 주변인들보다도 코비의 맘바 멘탈리티 같은 것으로부터 더 영감을 얻죠.
한때 오직 조던을 넘어서는 것이 목표였던 코비는 은퇴하고 나이를 먹고 결국 legacy란, 사람들에게 얼만큼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인가로 정의했던 바 있습니다. 누구에겐 흑인의 뻘소리, 누구에겐 지대한 울림을 주는 메시지.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고, 결국은 같은 것을 보고도 소화하는 사람의 몫에 따라 천양지차로 달라질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이 코비도 어릴 때는 에고가 줄줄 흘렀죠. 그가 1998년 한국에 방한했을 때, 19살의 나이에 인기는 이미 현지에서도 수퍼스타급이었던 터라 인산인해를 이뤘던 한강 고수부지에선 근처에 다가가기도 힘들었고, 그때 코비의 국내 스케쥴을 담당하시던 분께서 정확히 몇 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후 미군들 격려차 근처 미8군에 들를 계획이라고 귀띔해 준 덕분에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가까이서 스타 보겠답시고 좀 지나서 폭우가 요란하게 쏟아지던 그날 이스트팩 가방에 허접한 1회용 우산 하나 달랑 쓰고 운동화 안에 빗물이 흥건히 고일 때까지 정말 몇 시간이 지난지도 모른 채 미8군 정문 앞에서 다리에 쥐가 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혹시 혼자 랩하는 것 같은지요? 엔터키 좀 누르겠습니다.
결국은 상당히 한적한 미8군 지하 레스토랑 안에서 코비를 가까이 하고 싸인도 여러 장 얻을 기회를 가졌는데, 한강 고수부지의 수많은 사람들과 카메라 앞에서 함박웃음 지으면서 태-권-도! 정권지르기 하던 그 순박한 청년은 온데간데 없고 이건 뭐 그냥 곁에만 있어도 할리우드 수퍼스타 특유의 거만함이 바로 피부에 와닿는 느낌이었습니다. 마치 국내 어느 탑 아이돌 멤버가 카메라 없는 곳에서 팬들에게 난 너희들과는 다른 세상에 사는 사람이야, 내가 말로 꼭 표현하지 않아도 알잖아~ 하는, 그런 느낌.
그런데 그 느낌이, 그때도 그랬고 지금 생각해도 그리 싫지는 않았습니다. 왜냐면, 비록 19살이었지만 1998년 올스타전에서 픽앤롤의 전설인 reigning MVP 칼 말론의 스크린도 저리 가라고 무시해 버리던, 무려 그 유명한 아프로 시절 코비 브라이언트였으니까요. 저를 낮추고 상대방을 높이려는 게 아니라, 그 정도 위치가 되면 그 정도 거만함은 자연스럽게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었지요. 내가 그 입장이 되어도 충분히 그렇게 행동할 것만 같은.
앞서 NBA 자체만으로도 인생의 수많은 것들이랑 다 연결이 된다고 했지요. 이 리그도 하나의 작은 사회이니까요. 어느 정도 성공하면, 에고와 거만함을 갖게 되는 건 사실 매우 자연스럽다고도 할 수 있을 겁니다. 왜냐면, 그렇지 않은 사람 찾아 보기가 정말 힘들거든요. 나는 다르겠지 하면서도 막상 그 위치에 서게 되면 생각이 달라지는 게, 다반사를 넘어 거의 국룰과도 같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지금 여기서 논하는 건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닉네임 좀 익숙한 사람도 아니고, 동네 헬스클럽에서 근육으로 플렉스 좀 하는 사람도 아니고, 꽤나 유명한 운동 유튜버도 아니고, 19살의 코비도 아니고, 자신만의 독창적인 농구로 무려 세대를 초월하는 수퍼스타에 챔피언 커리란 말이죠.
이 정도 위치에 있으면서 항상 웃음을 잃지 않고 별다른 불평도 없고 거만함도 없고 후배인 그린이 지적하면 다 받아 주면서 그가 팀의 굳건한 리더이자 에너자이저의 모습을 유지하는 게 가능하도록 만들어 주는 선수? Man. 이 정도로 특별한 위치에 있으면서 자신이 얼마나 특별한지 남에게 드러내고 어필하고 강조하는 데에 관심이 없는, 그래서 더욱 더 특별해지는 선수. 그러면서도 던컨과는 달리 쇼맨십은 다 갖추고 있어서 팬들이 보면서 열광하게 만드는 선수.
원래 전 르브론과 코비 정도만 되어도 엄청나게 훌륭한 선수이자 인격체들로 봅니다. 멸시와 증오가 팽배한 이 세상에서 그 위치에 올라 우월함과 거만함을 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내지 않고, 품위를 갖추면서도 흠이 잡힐 언행은 하지 않는다? 이거 말이야 쉽지요. 조금 생각해 보면, 르브론과 코비가 되면서 어떻게 우월함과 거만함을 가지지 않을 수가 있겠어요.
타고난 마스크로 어디 길거리 지나다니다가 발탁되어서 하루아침에 운 좋게 그 자리에 오른 것도 아니고, NBA의 그 괴물 같은 경쟁자들조차 따라올 수 없을 정도의 훈련량과 자기관리를 끊임없이 소화하고 인내하면서도 수많은 유혹들을 뿌리치면서 그 위치에 오른 선수들이니, 그들 시각에서 나태한 헤이터들을 보면 사실 무시하지 않기가 오히려 쉽지 않을 겁니다. 차라리 양현석이 서태지와 아이들 데뷔할 때 초심을 유지하길 기대하는 게 더 현실적일지도요.
르브론보다 직설적인 스타일의 코비는 치열하게 노력하지 않는 이들에 대해 우리는 같은 언어를 공유하지 않는다, 즉 말할 가치도 없다, 난 그런 이들을 이해할 수 없고, 이해하고 싶지도 않다고 딱 잘라 선을 그었던 바 있습니다. 코비의 매력이었죠. 원래 호불호의 원조는 호날두가 아닌 코비였으니. 어떤 이들에겐 교만하게 느껴지고 거부감 들 수 있는 메시지이면서 어떤 이들에겐 wake-up call이자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는 메시지들.
코비와 르브론은 그들의 기량만큼이나, 인격체로서도 끊임없이 성장해 온 선수들입니다. 국내에서 탑 찍었던 선수들, 은퇴하고 빌딩 투자하고 예능 프로그램 출현해서 돈 버는 게 이젠 하나의 성공 루트로 자리잡았죠. 그들이 훌륭하지 않다는 게 아닙니다. 저 같아도 그 위치에서 그렇게 할 수 있으면 아마 그렇게 할 지도요.
다만 그렇기에, 사람들에게 영감을 불러일으키고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걸 마치 자신의 책무처럼 받아들인 코비, 그리고 마찬가지로 I Promise School 설립에 일조하고 어려운 가정의 수많은 어린 아이들의 현재와 미래를 후원하면서 어린 아이들에게 영감을 불러 일으키고 뚜렷한 목표를 갖게 하고, 그러한 모범이 비단 어린 아이들뿐 아니라 자신의 뒤를 잇는 야니스 같은 선수에게도 귀감이자 롤 모델로 작용하여 그들도 르브론과 같은 길을 걷고 싶어하도록 만드는.
국내의 그들이 아무런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면, 이들이 범인의 영역을 넘어선 것이라고밖에 달리 표현할 길이 있을까요. 세상에, 그럼에도 호불호가 갈리는 이들이니 말입니다. 한번은 실리콘밸리에서 성공한, 상당히 오픈 마인드처럼 보였던 젊은 캐나다인과 대화를 나누는데, 듀랜트의 팬이었던 그는 르브론이 다름 아닌 정치색이 강해서 싫다더군요. 심지어 현지에서는 국내보다도 그들을 싫어할 이유들이 더 있더랬습니다. 저도 르브론의 행보를 잘 아는 사람이다보니, 무슨 말을 하는지 바로 이해는 되더군요. 사람들마다 제각각 사고방식과 기호가 다르고 가중치를 두는 부분도 다르다 보니, 내가 좋아하는 것도 남들이 싫어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해야만 하는 게 세상이니 말입니다.
그런데 커리는, 심지어 이런 미세한 틈들을 파고 들 여지조차 별로 없단 말이죠. 어떻게 이 선수를 좋아하지 않을 수 있을까 궁금해지게 만드는, 저절로 좋아하고 리스펙 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신기한 선수. 그래서 이번 시즌이 시작하기 이전에 호감도 순위에서 커리가 르브론과 듀랜트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던 것이겠고요.
다른 사람들에게만 그렇게 러블리할까요? 그건 워리어스의 구성원들에게도 마찬가지인 걸로 보입니다. 그래서 이 팀의 심장이자 영혼인 그린이 과거에 이 팀의 리더는 결국은 커리라고 했던 것이죠. 그는 커리를 가리켜 아무런 에고 없이 언제나 자신의 영광보다도 팀원들의 성공을 먼저 생각하는 진정한 리더라고 추켜세웠던 바 있습니다. 코트 안팎에서 팀을 지휘하고 이끄는 리더가 그린인데, 그 그린이 이처럼 리더로 인정하고 따르는 이가 있으니, 그게 커리인 겁니다.
여기엔 수년간 함께 하면서 굳어진 리스펙과 믿음이 있습니다. 커리가 10개의 샷을 연속으로 미스하더라도, 감독인 커와 그린은 난사를 그만 두라는 말을 하는 대신 끝까지 커리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죠. 더불어, 앞서 1,600만 끼니 제공을 괜히 언급한 게 아닙니다. 존재 그 자체만으로도 호감도 만렙에 엄청난 워크 에틱과 실력까지 겸비하고 있으니 이미 곁에선 아우라가 진동할 터인데, 거기에 다른 이들을 진정으로 배려하는 마음씨까지 갖추고 있으니 그린에게도 이 작은 선수가 훨씬 더 커 보일 수밖에 없을 것이고 더욱 더 자연스레 리더로 따르게 되는 것일 테죠. 스티브 커 입장에서도 자신이 코칭하는 선수지만 이 엄청난 선수이자 인격체에게 자신이 가르칠 수 있는 것이 그리 많진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겁니다.
그런데 이 커리도 결국은 이런 얘길 했습니다. 3점 특성상 제 아무리 역대 최고의 슛터라 하더라도 2점보다는 아무래도 기복이 심할 수밖에 없죠. 커리도 결국은 인간이기에, 멘탈이 흔들리는 경우들도 있고 생각이 많아지는 경우들도 있고 넋을 놓다가 어이없는 턴오버를 범하는 경우들도 꽤 있는데, 이럴 때는 스티브 커와 베테랑 이궈달라가 자신에게 할 수 있다고, 괜찮다고 자신감을 불어 넣어 준다고 말입니다.
커리도 가끔은, 스마트가 옆에서 오늘은 날이 아니라 계속 들어가지 않을 거라고 살살 긁어 주면 흔들리기도 합니다.
4차전까지 역대급 퍼포먼스로 하드캐리 하다가 시리즈 2-2 타이에 균형의 추가 기울 수 있는 중대한 5차전에서 하필 9개의 3점을 모두 미스하며 2018년 11월 이후 처음으로 3점을 단 하나도 꽂아 넣지 못 한 경기력을 보였는데, 커리가 4차전까지 하드캐리한 데 대한 보답이었는지 마침 이 경기에서 탐슨, 위긴스, 풀, 페이튼이 맹활약해 주면서 승리할 수 있었고 이날 커리는 앞서 자신이 보였던 그 어떤 역대급 경기보다도 더욱 기뻐하는 모습이었지요.
벤치에서도 군말없이 출전하고, 조던 풀이 1라운드 1차전에서부터 기대 이상으로 엄청난 퍼포먼스를 선보이자 예상치 못했던 행복한 고민에 맞닥뜨리게 된 스티브 커는 결국 그 기세를 유지하기 위해 커리 대신 풀을 몇 경기 더 주전으로 기용하는 어려운 결정을 내리게 되었는데, 그럼에도 커리는 여전히 아무런 불평을 내비치지 않았고 그로 인해 스티브 커가 여느 팀 주전 스타 뺨치도록 맹활약한 조던 풀이 섭섭한 마음을 가지지 않게 하면서 다시 벤치로 내리는 것 또한 더욱 수월해지게 되었죠.
"커리가 벤치에서 출전할 수 있다면, 어느 누구라도 벤치에서 출전할 수 있어야만 할 겁니다." 당시 커가 조던 풀의 벤치행 원복을 두고 했던 말입니다.
꼭 자신이 돋보이지 않더라도, 팀원들이 성공하면 심지어 자신의 성공보다 더 기뻐하는 듯 보일 수 있는 리더가 존재하기에 그린처럼 개성 강한 선수가 존재함에도 화기애애하고 가족적인 팀 컬처가 꾸준히 유지될 수 있는 비결이 아닌가 하고 생각해 봅니다.
정말 팀원들 하나하나가 에고 없이 서로의 성공을 기뻐해 주는 듯 보이는 팀 분위기입니다.
그리고 커리의 워리어스는 진정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위대한 팀이 되었습니다. 1980년대의 레이커스와 셀틱스, 1990년대의 불스, 2000년대의 레이커스와 스퍼스에 이어, 나중에 세월이 흘러 라떼는 말이야, 그 팀이 진짜 어땠는가 하면 말이야~ 하면서 썰을 풀 수 있는, 한 시대를 풍미한 또 하나의 팀이 추가된 것이죠.
전 제가 보유한 아이템들을 그리 자랑하려는 성격은 아닌데, 이 글을 쓰다 보니 저도 모르게 커뽕에 취해서 마무리로 최근 구한 독특한 아이템 하나 눈요기로 올려 봅니다.
이보다 값비싼 카드들도 많지만 다름 아닌 이 카드를 선보이는 이유는, 카드에 대한 복잡한 지식 같은 것 필요 없이 카드 자체가 누구나 이해하기 쉬울 만큼 이미 많은 것들을 보여 주고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커리의 친필싸인 카드 종류는 매우 다양하지만, 그 수많은 카드들 중에서 친필싸인과 함께 그의 풀네임과도 같은 인스타/트위터 계정 주소를 같이 적은 싸인카드는 난생 처음 보는 것이었고 그 자체만으로 너무 매력적이라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죠. 이베이에 리스팅 된 그날 바로 셀러와 협상하고 구매했는데, 파이널 끝나기 전에 올라와서 매우 다행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첫댓글 좋은글 감사합니다.. 농구실력을 떠나 커리는 참 신기한 캐릭터네요~ 배우고 싶을정도의 사람을 끄는 매력과 리더십을 가진.. 골스의 알파 베타이자 오메가인 커리가 앞으로도 부상없이 계속 행복농구 보여줬음 좋겠습니다
이놈의 다음카페는 좋아요 버튼이 없어 ..
고퀄 장문의 글 잘 읽었습니다!
커리가 다른 역대급 선수들과 어떤게 다른지 잘 보여주는 글이네요.. 감사합니다.
너무 좋은 글 잘봤고 내용에도 100%공감합니다.
이래서 nba가 좋고 커리가 좋고ㅎㅎ
더불어 내용처럼 코비 르브론도 리스펙합니다.
이리 까고 저리 깔려고 하고 혐오가 넘치는게 nba커뮤니티에서도 통하는 말이라 생각하는데...참 따뜻한 글이네요
크 월요일 지옥철을 녹여주는
감동적인 글 있었습니다.
확실히 커리는 그 동안 봐왔던
슈스랑은 달라요
저도 커리 좋아하기 직전 선수 계보가
모닝
가넷
이었어요 열정적 그 자체로
대변되는 선수죠
하지만 커리는 이들과 완전 다른
자신감의 컬러, 에고가 있어요
보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고
가슴이 뭉클해지는 무언가
내가 남자를 진짜 좋아하나
착각이들 정도죠
이 근거는 닥터K님이 상세하게
제 마음을 적어주신거 같아요
최고의 글입니다!
장문의 글이 이렇게 쉽게 읽히긴 처음이네요. 운동능력이 부족하다, 수비가 안 된다, 피지컬이 약하다, 슛 원툴이다, 단신 슈팅가드다 등등 수많은 비판을 받아왔고 위대한 선수가 된 지금에도 그런 편견과 싸워 오고 있으니 본인은 아직도 자기자신이 부족한 것으로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겸손한 자세를 유지할 수밖에 없지 않았나 생각이 들고요. 대부분의 운동선수들은 승부욕 때문인지 늘 심각한 표정으로 경기를 치르는 반면 커리는 치열한 순간에도 환한 미소와 어깨춤, 그리고 말도 안 되는 딥쓰리와 서커스샷으로 보는 이들을 즐겁게 해 주는, 저에게는 최고의 슈퍼스타입니다.
오 좋은글 감사합니다.
커리가 정말 특이하긴하죠. 슈퍼스타의 ego가 느껴지지가 않습니다.
정말 두루두루 친하게 좋은 bro인 사람...
여지껏 슈퍼스타 유형에서 저런 선수가 단 한명이라도 있었나요? 제 기억엔 없는데...
ps) 마지막 커리카드 수십년후 얼마일련지 ㄷㄷ... 부럽습니다
어쩌면 커리의 슈팅 포퍼먼스보다도 그의 남다른 리더십 때문에 좋아하는게 아닌가 싶을 정도예요.
정말 스케일이 다른 리더십거든요.
정말 멋진 글 감사합니다.
읽어내려 가면서 감동 받았네요 ㅠㅠㅠ
아니 뭐죠 이렇게 고퀄리티의 글은? 내용 조금만 더 보태면 책으로 쓰셔도 될 정도인데요? ㄷㄷㄷㄷ 좋은글 정말 감사합니다. 긴 글인데 지루함이 전혀 없었어요. 이따 출근하고 한번 더 볼거에요
이런 글은 댓글, 답글이 아닌 칼럼으로 남겨야할 긋 ㅋㅋ
글 너무 잘읽었습니다~k님글은 댓글도 항상 꼼꼼히읽고있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긴글이라 생각안들정도로 순삭했네요....잘 읽었습니다
월요일 시작을 이런 고퀄글과 함께해서 영광입니다!!
이런 답글을ㄷㄷㄷ
감사합니다.
리더도 여러 타입의 리더가 있고 분야에 따라 또 다르군요. 예전에 인상적이었던 팀이 빅3 시절 보스턴입니다. 주장은 폴 피어스였을텐데 코트 안팎에서 존재감은 케빈 가넷이 두드러져보였어요. 근데 그 형님들이 2010년쯤 되니 론도의 지시를 귀담아 듣고 잘 따르더라고요. 론도가 경기 중에 형님들을 모이게 해서 이것저것 주문해서 리더처럼 보이기도 했죠. 이때 보스턴도 참 매력있었네요ㅋ
너무 좋은 글 지하철에서 잘 읽었습니다.
커리는 싫어 할 수가 없는 선수에요. 좋은 글 잘봤습니다.
필력이 정말 부러워지는 좋은 글입니다.
와우...끝내주는 글입니다. 감독부터 선수까지....그 모든 게 하나로 완벽하게 움직이는 팀...골스는 정말 너무나 매력적이에요!!!
좋은글 잘봤습니다! 추천 쾅쾅쾅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긴글임에도 지루하지 않게 잘봤습니다^^ 커리는 정말 매력적이에요
잘 읽었습니다
글 많이 써주세요 ㅎㅎ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이런 정성스런글을 ^^감사히 읽었네요 ~
정성글 감사합니다.
언제나 좋은 글들 감사합니다
커리가 듣는데, 그린 말 안 들을 사람이 없겠죠. 듀란트 말곤
정성스러운 글을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커리가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고, 영감을 불러 일으키는 이유라 생각합니다.
믿고보는 doctor님들
크으.. 알럽 올드스쿨이 느껴지네요.ㅋ
정성스런 글 잘 보앗습니다!!
누가 목소리를 내는가 하면 그린이겠지만 선수들이 누굴 본받고 따르는가를 생각하면 단연코 커리이지 않을까 싶어요. 저도 그런점에서 진정한 리더는 커리라고 생각합니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리더죠.
저는 Doctor K 님 성애자입니다.
좋은글 잘 봤습니다.
두고두고 몇번 더 봐야겠네요.감사합니다
잘읽었습니다
알럽에서 가장 - 혹은 거의 유일하게 - 선수들을 가혹하거나 가끔은 말도 안되는 잣대로 판단하지 않고, 선수들에 대해 사려깊고 통찰 있는 글을 쓰시는 분. 선수에 대한 따스함과 애정이 있으면서도 동시에 논리적이고 객관적인 글을 쓰시는 분. 특정 선수에 대한 팬심에 기울어진 글을 쓰지 않고, 애정이 드러나는 글을 쓰더라도 타 선수를 비난, 비방하지 않으시는 분. 아주 예전부터 닥터케이님 글 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