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마을에 오가는 사람들의 눈길을 끌며 한 번쯤 돌아보게 하는 집이 있다. 직선과 곡선이 어우러져 궁금증을 일으키고 볼거리 풍성한 마당이 시선을 사로잡기 때문이다.
글과 사진 백홍기
HOUSE NOTE
DATA
위치 경남 김해시
대지면적 720.00㎡(218.18평)
건축면적 129.59㎡(39.26평)
연면적 218.92㎡(66.33평)
1층 115.59㎡(35.02평)
2층 103.33㎡(31.31평)
건폐율 18.00%
용적률 30.40%
건축구조 경량목구조
용도 계획관리지역
설계기간 2015년 12월 ~ 2016년 2월
공사기간 2016년 2월 ~ 2016년 7월
건축비용 3억 6,300만 원(다락, 포치, 옵션, 부대비용 제외) / 3.3㎡당 550만 원
토목공사유형 석축, 우수, 조경 등
토목공사비용 5천500만 원
MATERIAL
외부마감
지붕 - AL징크
외벽 - KMEW 세라믹 사이딩 16T
현관 - Ykk베나토 단열도어
내부마감
거실천장 -친환경 벽지 + 낙엽송
거실벽체 - 친환경 벽지
거실바닥 - 폴리싱 타일
침실천장 - 친환경 벽지
침실벽체 - 친환경 벽지
침실바닥 - 강마루
주방마감 친환경 벽지, 국내 타일 300 × 600
욕실마감 이태리 수입 타일 300 × 600
단열재 지붕 - 크나우프 에코베트 R32
외단열 - 크나우프 에코베트 R21
내단열 - 크나우프 에코베트 R19(내부 칸막이벽)
주방기구 한샘 키친바흐3 402 바흐그레이
위생기구 아메리칸스탠다드
설계 더존하우징 윤세진 팀장
시공 더존하우징 1644-3696 www.dujon.co.kr
가로로 길게 배치한 주택 부지는 동·서쪽으로 단차가 커 시야가 막힘없이 멀리까지 뻗어 전망이 좋다. 그리고 조용하다. 일터까지는 불과 5분 거리다. 여러 땅을 소개받고 발로 뛰며 알아봤지만, 이만한 조건과 조망을 갖춘 곳이 없어 서둘러 계약했다. 가로로 긴 땅이라 공간 배치가 까다로울 것 같았지만, 오히려 독특한 형태의 주택을 얻어 오가는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직접 그려가며 완성한 정원
집은 마을을 관통하는 북쪽 메인 도로와 남쪽 이면도로 사이에 있다. 입구도 길 따라 양쪽에 하나씩 마련했다. 남쪽에 배치한 대문으로 진입하면 현관을 지나 북쪽 뒷문까지 정갈하고 멋들어진 정원을 감상할 수 있다. 꽃들이 휴면기에 접어들어 화사한 색은 찾아볼 수 없지만, 흔적만으로도 정원의 화려함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가지런한 정원석과 정원 둘레에 심은 수목, 경계를 표시하는 울타리 등 수많은 것들의 조화로 풍성한 정원은 부부가 손수 밑그림을 그리고 색칠하며 구성했다. 부부의 손길이 거쳤으니 그만큼 애정도 각별하다.
직선과 곡선의 조화, 살짝 꺾은 형태로 신선한 매력을 풍긴다. 대문에서 북쪽 메인 도로까지 볼거리가 풍성한 정원은 부부가 직접 설계도를 그려가며 완성한 작품이다. 앞마당에 설치한 개집, 뒤쪽에 설치한 닭장과 창고도 틈날 때마다 만들었다.
현관의 벽면은 검은색 타일, 정면 수납장과 천장은 흰색이다. 집 외형의 블랙 화이트 콘셉트를 집 안으로 이어지게 하는 첫 번째 장소다. 중문 역시 짙은 회색으로 처리해 이질감 없이 자연스럽게 연출했다. 현관 앞 홀은 침실, 거실, 계단으로 이어지는 세 개의 동선이 만나고 흩어져 원하는 공간으로 바로 이동할 수 있다.
“아파트에 살 땐 남편이 잠에서 깨면 가장 먼저 소파로 향했어요. 여기선 눈만 뜨면 밖으로 나가 애완용 닭인 금수남 모이를 챙겨주죠. 그리고 금수남이 낳아 얼마 전 부화에 성공한 병아리 모이 주고, 개 먹이를 챙기죠.”박종서 씨는 이사 후 생활은 바빠졌지만, 피로보다 삶의 활력과 건강을 찾았다고 전했다.
그리고 닭장, 창고, 울타리, 개집 등 필요한 건 직접 다 만들면서 손재주도 늘었다. 아내 임정해 씨는 아파트 생활보다 다소 불편하다고 하지만, 아름다운 정원을 갖게 되어 더 없이 만족한 삶을 누린다고 한다.
크림 톤의 폴리싱 타일과 아트월 타일의 톤온톤 배치를 고려해 아늑하고 따뜻한 공간구성을 이뤘다. 소파, 벽난로 등 적절하게 회색의 제품으로 통일하면서 밋밋한 공간에 포인트를 줬다.
여유롭게 와인을 즐기는 오픈바 형태의 키친바흐 설치로 고급스럽고 세련된 느낌이다.
프랑케 폴리에드로 후드가 오브제로 돋보이는 공간이다.
날카로움과 부드러움의 조화
블랙 화이트의 세라믹 사이딩으로 무겁고 찬 기운이 감도는 집은 북쪽 메스 지붕을 곡선으로 처리해 부드러운 인상을 풍긴다. 또, 북쪽 메스는 대문 쪽으로 고개를 살짝 틀어 손님을 반기는 모양새다. 이처럼 세 개의 메스로 나뉜 건물은 날카로운 직선과 부드러운 곡선이 만나 신선한 매력을 발산한다.
찜질방은 안주인이 가장 즐겨 찾는 장소다. 이곳에서 독서와 휴식을 취하며 일과를 정리한다. 띠살창과 한지장판, 조명까지 한옥의 느낌을 살렸다.
“시공사에서 땅을 보고 설계 초안을 만들어 왔었죠. 안방을 둔 북쪽 공간에 햇빛이 들게 남향으로 살짝 꺾어달라고 했어요. 그리고 도로에서 볼 때 건물 옆면과 뒷면이 밋밋하게 보이지 않게 하고 싶어서 지붕을 둥글게 했어요. 둥근 지붕엔 다락을 마련했죠. 여러 차례 함께 의논하면서 세세한 부분까지 수정하는데 끝까지 즐겁게 설계를 마쳤어요.”
1층 침실을 연결하는 복도 끝 벽에 포인트 벽지와 간접등으로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했다. 바닥에 반사되어 더욱 화려하다.
자연스러운 오크 집성 계단, 오래된 느낌으로 금색을 칠한 단조난간, 도시의 감성을 담은 실버 타일을 적절하게 구성해 인상적인 공간이다.
1층과 2층에 각각 하나씩 배치한 아들 방은 라이트한 우드 마감으로 깨끗하고 차분한 공간을 구성했다. 사진은 1층에 있는 아들 방. 침대 헤드 쪽 벽면 전체를 도시 이미지로 채워 개성을 연출했다.
다양한 공간으로 활용하는 서재는 부부와 두 아들이 공유하는 공간이다. 경사지붕에 설치한 천창 주위로 별처럼 배치한 조명이 돋보인다.
공간배치는 꺾인 부분을 중심으로 오른쪽에 주방과 거실, 왼쪽에 침실을 배치했다. 아파트 구조에 익숙한 건축주를 위해 복도형으로 구성했다. 침실과 현관, 주방, 거실을 ㅡ자로 배치했다.
현관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주방이 보인다. 기다란 복도 끝 주방 너머로 거실이 살짝 보이는 구조다. 주방과 연결된 복도는 조명을 켜지 않아도 어둡지 않다. 주방 정면에 설치한 통창으로 시원한 조망을 확보하면서 조도를 해결했다.
고가구와 어울리는 짙은 톤의 벽지와 벽부등이 조화를 이뤄 중후한 느낌이다. 다소 좁은 드레스룸 공간을 보강하기 위해 드레스룸 위에 다락을 만들었다. 다락은 접이식 계단을 사용해 공간 효율성을 높였다.
거실과 주방 사이엔 벽을 설치했다. 주방의 소음을 줄여 한결 조용한 거실 공간으로 완성하기 위함이다. 거실 한쪽 코너엔 회색 벽난로를 설치해 아늑한 분위기를 유도했다.
“실내 인테리어는 여러 가지 색을 쓰면 혼란스러워 외벽의 블랙 화이트와 비슷한 톤으로 통일했어요. 그리고 바닥은 밝은 포세린 타일로 마감해 환하게 했어요.”
임정해 씨는 작은 소품까지 자신의 스타일을 찾기 위해 고민했다. 그렇다고 새것만 갖춘 건 아니다. 오랜 시간 임정해 씨의 손길을 거쳐 온 물건도 각자 맡은 자리에서 빛을 내고 있었다.
2층 홀은 밖의 풍경을 감상하며 휴식하는 공간이다. 복도 끝엔 반층 계단으로 연결된 서재가 보인다.
2층에서 간단한 조리를 할 수 있게 간이주방 공간을 마련했다. 간이주방은 눈에 잘 띄지 않게 안쪽에 뒀다.
모노톤 타일과 검은색 가구가 차가운 느낌을 풍기는 욕실이지만, 넓은 창을 내 채광을 확보해 독특하면서도 이색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욕조에 오르내리는 계단은 석재로 처리해 고급스러운 욕실 분위기에 한 몫했다.
수납 하부장을 둔 세면대를 화장실 입구에 설치해 사용하기 편하도록 만들었다.
‘50세 넘으면 단독주택에 살자’고 했던 남편 말 따라 올해 집 짓고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만들어가는 부부. 이곳엔 부부 외에도 시내와 접근성이 뛰어나고 풍광이 좋아 외지인이 제법 모여들었다. 이들은 원주민과 소통하며 즐거움을 공유하고 마을을 가꿔간다. 그리고 밤이면 능선을 밝히는 불빛과 별빛이 어우러져 환상적인 풍경을 그려내는 이곳에서 부부는 아쉬움 없이 남은 생에 행복을 채워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