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난감한 과제는 처음이라 두렵기도 하지만 레포트 형식이 자유라는 말이 참으로 다행이었다.
"넌 몸이 뭐라고 생각하니?"
내가 생각해도 참으로 황당한 질문이다.
"내 몸은 이건 데요."
이렇게 보여주는 게 젤 좋은 방법일 듯 한데...
그렇게하면 왠지 나의 전신누드사진이 가장 적합한 답이라 생각하기에 선뜻 실행에 옮길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해서는 많은 생각과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몸은 무엇인가?
누구나 먼저 생각나는 건 미인들의 늘씬한 몸매가 아닐까. 몸매=몸
그렇지 않으면 머리, 목, 팔 두개, 배, 다리 두개, 이렇게 연결 된 것이 몸이다.
철학적 생각을 배제하고 생물학적 지식을 배제하고 말하면 이게 정답 인 거 같은데...
뭘 더 생각해서 적어야 되는지 모르겠다.
나이 스물넷이 되도록 고작 할 수 있는 대답이 이 정도 밖에 안 되는 나의 지적수준이 참으로 한심스럽다.
솔직히 나는 한번도 몸을 생각하며 선과 악을 함께 연관지어 본 적이 없다.
누가 할 일 없이 쭉쭉빵빵한 미인들의 몸을 앞에 두고 선과 악을 생각하겠는가.
이런걸 생각하는 자체가 아마도 악행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레포트를 쓰기 전에 인터넷의 도움을 얻고자 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검색창에 "몸"이라고 적어보았다.
여러글들이 쭈욱 나오는데... 솔직히 읽으면서도 무슨 말인지 제대로 이해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나는 검색이나 참고자료 찾기조차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가 지금까지 시간을 끌게 되었다.
분명 몸은 나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닐 가장 중요한 가치를 내게 주는 것이다.
정신이 살아있다해도 몸이 없다면 나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과도 같다.
몸이 있기에 나는 숨쉬고 생각하고 밥 먹고 공부하고 연애도 하며 살아 볼만한 인생을 살 수 있는 것이다.
그래 바로 몸은 인생이다.
인생은 나의 가치관 사상 등의 측면에서부터 행동, 어릴 적 작은 몸에서 지금의 모습이 될 때까지의 전 과정, 즉 나 자신을 나타낼 수 있는 겉모습과 내적인 모습을 모두 담고 있다.
이렇게 살아가면서 내 몸이 겪는 모든 부분을 경험해서 갖게되는, 말로는 부족한 모든 것들이 내 인생이며 이것을 가질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몸인 것이다.
이제야 몸에 선과 악을 연관짓는 뜻을 조금이나마 알겠다. 그 자체가 인생이라고 보니까 그것이 이해가 된다.
왜냐면 나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선행을 베풀기도 했고 악행을 저지르기도 했으니까..
바보같이 항상 악행과 선행을 함께 저질러 온 내 몸을 나는 방금 전까지도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이 과제물 자체의 깊은 뜻을 이제야 알아 가는 것 같다.
다시금 질문을 생각해 보면, 선과 악이 무엇이냐고 하는 질문이 생각난다.
선과 악은 어느 기간 동안은 선함만이 존재하고 또 어느 기간 동안만은 악함만이 존재 했던 것이 아니라 항상 함께 내게 존재하고 있었다.
공부를 하면서도 더 좋은 성적을 얻기 위해 시험땐 컨닝을 하기도 했고,
길거리 부랑자에게 돈을 던져 주면서 뒤에선 팔다리 멀쩡한데 뭐하는 짓이냐며 헐뜯기도 했고, 복지관에서 봉사활동을 하면서도 길거리의 장애인을 보면 다른 정상인과 다르다는 식으로 생각도 했고,
아픔을 덜어주자며 헌혈을 하면서 다른 사람가슴에 못박는 일도 서슴치 않았고,
친한 친구, 후배와의 우정을 과시하면서도 친구, 후배의 단점등을 입에 거론하곤 했다.
선과 악의 중간에 아마 간사함이 존재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내 자신을 뒤 돌아 보며 문득 떠오른다. 이렇게 사람이 간사하기에 선과악 사이에서 왔다갔다 하는 것이 아닐까.
그럼 다시 돌아와서 나는 몸을 인생이라고 정의했다.
그럼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다시말해 몸에서 중요한 것은...
몸은 나만이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너도 있고 나도 있고 개도 있고 소도 있고 하물며 쥐새끼도 몸뚱아리를 가지고 이 구멍 저 구멍을 헤집고 다닌다.
그래서 몸이 있으면 그만큼 중요한 것이......나는 개성이라 생각한다.
개성에는 또한 인생을 영위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이 포함된다.
성격, 인물, 학습태도, 인간관계 등 전부 개성에 따라 나름의 목적과 행위가 이루어진다고 볼 수 있다.
나 역시 내 몸에서 개성을 참으로 중요하게 생각한다.
개성의 부분 중에서도 가장 확연하게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것이 외형적으로 보이는 개성..
외모 즉 머리 모양, 얼굴생김새, 옷 입는 스타일, 악세사리, 말투 등이 가장 두드러지는 것이 아닌가 싶다.
분명 위에서 말한 개성에도 선과 악은 존재한다.
먼저 머리모양... 털끝하나에도 개성을 중시하면서 TV에 나오는 연예인의 머리모양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특이한 형태로 나타나면 이건 곧바로 악이 되어 징계가 내려지고,
누군가 검은 치마에 쫙 붙는 쫄티를 입고 흰 양말에 분홍구두를 신고 나타나면 그녀는 그 사회계층에서 악의 존재로 매장 당할 것이며,
입술을 뚫어 구슬을 박아 넣은 피어싱을 보고 뭇 종교인이나 지식인층에서는 경악을 금치 못할 것이다.
이렇게 본인만을 PR할수 있는 개성을 중시하면서도 윗 글과 같은 상황이 나타나는 것 또한 선과 악의 공존 때문 아니겠는가.
몸이란 참으로 많은걸 담고 있는 껍데기다.
그 안엔 말로는 표현 할 수 없을 정도의 방대한 양의 지식과 사고와 이성이 존재하고 있다.
그래서 몸은 몸이면서 몸으로 보일 수 없는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다.
지금 내가 이렇게 글로 적고있는 행동 또한 몸만 있고 사고 할 수 있는 마음이 없다면 과연 가능하겠는가.
둘은 따로 존재하면서 하나일 수밖에 없는 포함관계를 성립하고 있다.
그렇기에 어떻게든 몸과 마음을 따로 생각할 수는 없다.
몸에는 인생이 베어나고 마음엔 개성이 밑바탕이 되어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 그 자체가 되는 것이 아닐까...
이렇게 글을 쓰면서도 내 마음속에 품고 있는 더 많은 생각들은 다 표현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
아마도 지금은 내 지적능력의 한계로 이런 부족한 답을 내놓지만 정말 내 몸을 최대한으로 사용해서 인생의 황혼기가 되었을 땐 좀더 의미 있는 답변을 쓸 수 있진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 레포트를 쓰며 한 번 쯤 생각에 잠겨 보는 뜻 있는 시간을 가지 게 되어 나 자신을 뿌듯하게 생각한다.
한편으로는 레포트 형식이 자유라고 해서 흐르는 대로 쭉 적어봤는데 이렇게 적었다고 점수에 감점이 가해지진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든다.
뜻깊은 시간을 가졌다며 뿌듯해 하면서 점수감점에 대한 의심이라니...
여기에서도 선과 악이 같이 존재함을 느낀다^^;
첫댓글 [2] 형식은 매우 독창적이었지만, 각 명제에대한 소주제가 미약하다는 점이 조금 아쉬웠습니다ㅡ 잘 읽었습니다ㅡ 수고하셨어요^^
[3]첫째문에 서로 대화를 통한 답내기가 아주 인상적이네요.. 독창성과 솔직함이 좋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3] 몸은바로 인생이다~라는 표현이 마음에 드네요...인생을 바르게 살려면 몸가짐도 바르게 해야겠죠??^^수고하셨습니다~~
[3] 자신의 생각을 대화체로 잘 표현하신것 같습니다...^^수고하셨습니다
[3] 몸을 껍데기로만 볼 경우에 자칫하면 몸 이상의 것을 쫓다가 지쳐버릴 수도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