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에 도착해 야행의 시작점으로 삼은 곳은 유달초등학교(구 심상소학교)다. 주차장이 있어 이동하기가 편리해서다. 1920년대 일본인 자녀들로 북적거렸을 거리에는 엄마 손을 잡고 나온 아이들이 제기를 차고, 정체모를 샌드아트를 그린다. 안내소에 들러 팸플릿을 받아 보니 스탬프 투어가 있다. 9개의 도장을 다 찍으면 선물을 준다. 증정품은 목포야행 지도가 그려진 에코백. 성공한 사람에게 물어보니 2시간 정도면 충분하단다. 학교 앞 골목으로 나오니 극단 아띠에서 아이들을 대상으로 인형극을 펼친다. 올망졸망 앉은 아이들의 눈빛이 참으로 반짝인다.
경
동성당은 우리나라 가톨릭교회로는 처음으로 평신도 신앙공동체를 도입한 곳이다.
목포 문화재 야행 기간에 경동성당 앞에서 버스킹을 한다.
청사초롱을 따라 길을 걸어가니 노랫소리가 들린다. 경동성당에서 기타를 치며 누군가 노래를 부른다. 알고 보니 여기가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레지오 마리애를 도입한 곳이라고 한다. 레지오 마리애는 가톨릭교회의 평신도 신앙공동체다.
근대역사관 2관 앞에서 펼쳐진 배우들의 퍼포먼스
야행이 좋은 점은 낮과 달리 시선이 목적하는 곳에 집중되는 것이다. 일제강점기에 동양척식회사로 사용되었던 근대역사관 2관을 마주하니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더욱이 야행이 있는 날만 특별히 밤 11시까지 오픈하니 축제 기간에만 누리는 행운이다. 과거와 현재의 목포 사진이 나란히 전시되어 있어 목포 시민이 아니라도 흥미롭다. 2층에는 일본의 잔악한 수탈 장면과 만행이 담긴 사진이 전시되어 있다. 일본군에게 죽음을 당한 독립군과 여성들의 사진이 모자이크 없이 노출되어 있어 어린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은 피하는 게 좋다.
사진을 보고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밖으로 나오니 의병과 모던보이 복장의 황금빛 동상이 서 있다. 자세히 살펴보니 눈을 움직인다. 야행 전체를 통틀어 가장 인기 많은 포토존으로 극단 새결의 배우들이 펼치는 행위 예술이다. 사진은 얼마든지 같이 찍어도 좋지만 절대 만져서는 안 된다.
여행자의 시선을 잡아끄는 플리마켓 거리
다양한 소품들을 판매한다.
일본인들의 목포거류지를 재현한 야한 워킹스트리트
의복 체험
야행의 메인로드는 플리마켓 거리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LED 풍선부터 가오나시가 판매하는 커피, 아기자기한 소품까지 어림잡아도 30여 개가 넘는 부스들이 불을 밝히고 여행자의 시선과 발걸음을 사로잡는다. 할로윈이 가까워져서인지 곳곳에 기괴한 소품이 놓여 있는 것도 재미있다. 거대한 달덩이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이들을 지나 조금 더 걸어가니 夜한 워킹스트리트가 나온다. 개항 후 일본인들이 지내던 목포거류지의 모습을 재현한 곳이다. 인력거가 놓여 있고 일본 이름의 술집과 음식점이 영업을 한다. 때마침 길놀이가 한참인 때라 거리에 신명나는 장단이 가득하다. 무언가 이질적인 느낌이 들면서도 신기하다.
동본원사는 전형적인 일본 사원 형태의 건물이다.
근대역사관 1관의 야경
일제강점기에 일본영사관으로 사용된 건물 앞에 소녀상이 놓여 있다.
현재 오거리문화센터로 사용되는 동본원사를 보았을 때도 비슷한 느낌이었다. 목포에 제일 처음 들어선 일본식 불교 사원인데 이후 교회로도 사용이 되었다. 전형적인 일본 사원 형태 건물이다. 일본에 가서 구경하던 아치형 지붕을 목포에서 보니 기분이 이상하다.
과거 일본영사관으로 사용되었던 근대역사관 1관으로 오르는 길에는 소녀상이 여행자를 마중한다. 역사관 밑에 소녀상이 앉아 있어 그런지 더욱 처연해 보인다. 입구에 서서 바라보니 왜 일본인들이 이곳에 영사관을 지었는지 알 것만 같다. 그들은 이곳에서 목포 시내를 굽어보며 수탈 계획을 짜고, 이동 경로를 계산했을 것이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니 울분이 치솟는다.
마음을 달랠 겸 성옥기념관으로 가서 소원트리에 원하는 바를 적은 후 목포 문화재 야행을 마무리했다. 확실히 낮에 본 목포와 밤에 마주한 목포는 다르다. 야행에서 만난 문화재 하나하나가 더욱 가까이 다가와서 속삭이는 것만 같다. 낮에는 주위가 산만해서 잘 보이지 않던 작은 부분도 밤이 되니 눈에 쏙쏙 들어온다. 가을바람이 쌀쌀하지만 눈도, 귀도, 입도 즐거운 밤나들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