菜根譚 道心篇 93
淫奔之婦, 矯而爲尼. 熱中之人, 激而入道.
淸淨之門, 常爲淫邪淵藪也如此.
음란한 여인이, 극단으로 흘러 여승이 되고,
사물에 열중하던 사람이, 격분하여 불도에 들어가니,
맑고 깨끗해야 할 불문이, 항상 음란과 사악의 소굴이 됨이 이와 같다.
(要旨) 음탕한 여자가 사세 부득이하여 정절을 위장하여 여승이 되고,
명리에 안달하던 자가 실패하자 분기하여 절로 들어오니,
깨끗해야 할 절이 음탕하고 사악한 무리의 소굴로 변한다.
(해설) 고래로 음탕한 여인은 <수호전(水滸傳)>에 나오는 반금련(潘金蓮)을 빼놓을 수 없다.
반금련이 시동생 무송(武松)의 헌출한 기상을 흠모하여
하루는 술상을 차려 놓고, 지지리도 못생긴 남편 무대(武大)가 떡을 팔러 나간 사이에, 무송을 유혹한다.
술잔을 따라 권하면서 시동생의 마음을 홀리려고「도련님」소리를 39번이나 하다가
나중에는 술 한 잔을 자기가 따라 자신이 반 잔만 마시고 무송에게 넘겨 주며
「당신! 생각 있으면 이 술잔을 받아요!」하였다.
이「당신(你)」한 마디는 참으로 묘한 마음의 표현이라 하겠다.
이런 음부도 절개를 지킨다고 절로 들어가고, 나쁜 짓만 하던 악한도 수도한다고 절로 들어가니,
절에는 도리어 악의 꽃이 피고 있음이 옛날부터 있었던 모양이다.
◇ 淫 : 음란하다.
◇ 藪(수) : 큰 늪. 덤불 숲.
◇ 淫奔 : 음란함.
◇ 矯(교) : 극단적으로 돌변함.
◇ 激 : 격분함.
◇ 淫邪 : 음란하고 사악함.
◇ 淵藪 : 물고기가 모이는 연못과 짐승이 모이는 숲. 소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