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까 말까 많이 망설였던 지리산..
잘 다녀왔습니다.
구름, 비때문에 계획했던 일정과는
전혀 다른 코스로 하루만에 끝낸 일정이지만
다녀와서 너무 행복하다는 생각밖에.....
이제 산행기 적어볼께요~~
거의 한달을 준비해온 지리산행.
밤부터 비가 온다고 했지만 이번에 미루면
앞으로도 계속 어떠한 작은 일도 미룰거란 생각때문에
혼자라도 계획대로 추진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아직 신랑한테 혼자간다는 것은 비밀로 하구요..
오후 늦게 아가들은 친정으로 가고
신랑은 시댁으로 갔습니다.
12일 1시 52분 기차를 타기위해 조금이라도 자두려 했지만
설레는 마음때문에 전혀 잠이 오지않고
너무 신경써서 인지 나중엔 편두통까지...
진정하자..진정하자..여러번 마음을 다스리며 시간을 보냈답니다.
1박을 예상하고 준비한 가방은 꽤나 무겁더군요.
이런 무거운 가방을 메고 올라갈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
1시 10분에 집을 나왔습니다.
구름이 많이 끼었지만 군데군데 구름사이로 별들이 보입니다.
잘다녀오라고 하는것 같네요..
서대전역까진 걸어서 30분걸리는데 택시를 탔습니다.
역에 도착하니 20분..너무 일찍 왔나봅니다.
친구는 30분에 오기로 했고.. 나홀로 주위를 둘러 봅니다.
산행하시는 분은 안보이네요,
잠시후 친구가 도착하고 친구의 격려를 받으며 기차에 오릅니다.
잠을 자려 눈을 감지만 역시 잠이 않오고...
눈만 감고 상상만 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눈을 떴는데 창밖에선 맑은 하늘에 뜬 둥근달이
계속 나를 따라오고 있었습니다.
기쁜 마음으로 달을 오래오래 쳐다봤습니다.
남원에 도착한 시간이 4시 30분쯤..
백무동 버스시간이 7시 15분이라고 했으니
역 대합실에서 어느정도 시간을 보내려고
가방을 내려놓고 누웠습니다.
조금이라도 자고 싶었는데 역에서 키우는 닭이
아침이라고 일어나라는 겁니다.
아직 달이 환한데 왜그리 열심히 기상나팔을 울리는지...
결국은 5시에 역에서 나왔습니다.
파출소에 가서 터미널에 가는 길을 물어보고 걸어서 출발했습니다.
터미널에서 하늘이 점점 파래지는 것을 보며
지루한 시간을 보내고 드디어 버스에 올라 출발..
버스기사 아저씨도 백무동이 오늘 처음이시랍니다.
들뜬 마음으로 창밖을 바라봅니다.
날씨는 엄청 좋습니다.
창밖으로 여러님들이 말씀하셨던 다산방도 지나쳐가고...
백무동에 도착하니 8시 20분쯤..
매표소를 통과한 시간이 8시 30분이었습니다.
장터목과 세석의 이정표 앞에서 잠시 고민...
예정과 반대로 비가 오지않는 오늘 천왕봉에 오르고
내일 세석으로 해서 한신계곡으로 하산하자 생각하고
하동바위쪽으로 올랐습니다.
아직은 이른시간인지 사람이 별로 보이지 않습니다.
오늘 날씨가 좋은 줄 알았더니 좋은게 아니라 덥습니다.
한시간도 채 걷지 않았는데 땀이 엄청 흘러 손수건이 흠뻑 젖습니다.
출발하면서 생각하기를 거북이 걸음으로 산에 오르자 생각했더랍니다.
원래 산을 잘 못오르기도 했지만 천천히 한발한발 내딛으면서
마음을 비우자...^^ 그런 생각으로요..
정말 천천히 올랐습니다.
어디어디 산악회에서 오신 많은 분들이 저를 추월해가고...
왁자지껄한 그 분위기보다는 혼자서 계곡물소리 들으면서
천천히 걷는게 훨씬 좋았습니다.
9시 25분 하동바위 도착..
별로 힘들진 않아서 그냥 바위쳐다보고 위로 위로 오릅니다.
올라가면서 많은 분들께 길 양보 하고,,,^^
천천히 한발한발 내딛는게 너무 행복했습니다.
항상 이런식으로 살면
욕심부려서 피곤할 일도 없을텐데 생각도 해봅니다.
10시 참샘도착..
배낭을 내려놓고 빈 물통을 하나 채웁니다.
그리고 바로 출발...
아주 천천히 걷습니다.
워낙에 천천히 걸으니 별로 힘들지도 않습니다.
그래도 날이 더우니 땀은 많이 흐릅니다.
10시 39분 소지봉 도착..
길이 많이 편해졌습니다.
나를 추월해 갔던 아저씨들이 여기서 쉬시네요.
아저씨들은 토끼고 전 거북이 같습니다.
저보구 천천히 잘오른답니다.
아가씨 혼자 산행한다고 대단하다 하십니다.
어떤분은 학생이랍니다..-_- v
11시 27분 망바위를 지나니 비가 한두방울 툭툭 떨어집니다.
진짜 비인지 구름속이어서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아직 우비를 입을 정도는 아닌 것 같고..
그냥 비를 맞기로 합니다.
이미 땀에 흠뻑 젖은 옷입니다.
좀 험한길 편한 길 번갈아가면서 나와 그리 힘들지 않습니다.
예쁜 나무 계단도 올라가고 험한 길을 휘휘 돌기도 하고...
그러데 어디서 무슨 냄새가 납니다.
라면냄새다..생각하는 순간 저~ 앞에 운무에 싸인 산장이 보입니다.
나혼자서도 활짝 웃음이 절로 나옵니다.
장터목에 도착한 시간이 12시 20분..3시간 50분걸렸네요.
아주 천천히 걸어서 중간에 휴식시간도 필요없었고..
이정도면 잘한거라 혼자 칭찬합니다.
산장에 가방을 내려놓고 티셔츠를 갈아입고 삼각김밥을 먹었습니다.
먹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새벽 5시에 먹은 샌드위치가 전부이니
체력이 좋아야 천왕봉에 올라갈 수 있다 생각하면서 억지로...
다리 좀 풀어주고 잠시 누워 있다가
1시 10분쯤 샘터에 내려가 물을 뜨고 천왕봉으로 향합니다.
구름비가 제법 세서 우비를 입었습니다.
구름에 휩싸여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그래도 좋습니다.
제석봉을 지나고 통천문도 지나고...
장터목에서 조금 뒹굴뒹굴 했더니 몸이 벌써 나태해 졌습니다.
조금만 걷고도 힘들다고 난리입니다.
땀이 흘러서 우비를 벗어 둘렀습니다.
슈퍼맨 망토 같습니다.
천왕봉에서 망토 두르고 뛰면 날 수 있을까..실없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천왕봉까지 올라가는데는 두번이나 쉬었습니다.
어떤 아저씨 두분과 동행해서 그분들 쉴때 같이..
이 힘든 산을 왜 오르냐 하십니다.
그냥 웃었습니다.
그 아저씨는 이번이 4번째라십니다.
오를때마나 내가 미쳤지를 연발하시면서 또 오르시고 계시답니다.
힘들땐 동행이 있는것도 좋습니다.
우리네 사는것은 산행에서도 마찬가지네요..^^
2시 25분 천왕봉 도착..
기분이 좋았습니다.
온통 구름뿐 아무 것도 안보이는 정상이지만 그래도 좋습니다.
정상에 올랐다는 기쁨보단 혼자서 열심히 잘 왔구나 그런 생각이 더..
정상을 밟았다고 전해야 되는데.. 이런~~ 전화가 안터집니다.
혼자서 느끼랍니다.
같이 올라와 주셨던 아저씨들과 일행인 먼저 올라와 있던 언니가
사과와 따뜻한 캔커피를 주십니다.
바람이 불어 추웠는데 마시지 않고 주머니에 넣고만 있어도 따뜻합니다.
그분들은 중산리로 하산하신다며 같이 가자 하십니다.
전 장터목에서 1박 할꺼예요..인사하고 헤어졌습니다.
천왕봉 정상을 조금 서성였다 하산합니다.
비때문에 돌이 미끄럽고 장갑을 끼지 않아서 금방 손이 더러워집니다.
음...스틱을 꼭 장만해야 겠군..생각했습니다.
엉금엉금 기어서 장터목에 내려오니 3시 30분입니다.
산장에 앉아서 과연 내일 비가 내릴때
내가 잘 하산할 수 있을지 생각해봤습니다.
저는 올라가는 것보다 내려가는 것을 더 못하거든요.
또 내일 아침 집에 와서 엄마가 없어서 실망할 애들 얼굴도 생각나고...
산장 아저씨게 가져간 떡을 드리면서 막차 시간을 여줘보니
7시 35분이랍니다.
여러차례 갈등끝에 1박은 포기하고 중산리로 하산하기로 결정했습니다.
4시에 장터목을 출발하면서 전화를 보니 안테나가 빵빵합니다.
신랑한테랑 친구한테 전화해서 천왕봉에 올랐던거
오늘 하산하기로 한거 전화로 알립니다.
앞에 여러분이 가셔서 따라가보려 했지만
걸음이 너무 빨라 따라잡지 못합니다.
그냥 다시 제 페이스대로 가기로 합니다.
미끄러운 바위를 보니 스틱 생각이 더 간절합니다.
여기를 올라왔음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각도 합니다.
가도가도 험한 바위길이 끝나지 않습니다.
한참을 가다 예쁜 나무 다리를 건너는데
주변에 단풍이 너무 예쁘게 펼쳐집니다.
아까 하동바위길은 이런 아기자기한 맛은 없었는데...
주위를 천천히 둘러보며 망중한을 느낍니다.
계곡엔 단풍이 아름답고 이제 걸을맛이 납니다.
그러나 잠시후 또 바윗길들...
바위가 무섭습니다.
단풍 구경도 하고 무슨무슨 폭포를 보고...
발을 삐끗하셨다는 어떤 아저씨와 그일행분들과 동행합니다.
매년 한차례 중산리로 천왕봉을 오르신답니다.
조금만 더 가면 칼바위가 나올거라 말씀하십니다.
드뎌 칼바위입니다.
이제 조금만 더...
칼바위 지나고 나니 금방 어두워졌습니다.
순식간에 깜깜해지더군요.
헤드랜턴을 켜고 한발한발 조심스럽게 걷습니다.
6시 25분 드뎌 중산리 매표소를 지납니다.
아저씨들은 식당에서 한잔하신다면서 같이 하자십니다.
전 막차 시간때문에 가봐야 된다고 하고 같이 내려와서
많이 도움되었다고 인사드렸습니다.
버스정류장은 많이 내려가야 된다고 하십니다.
열심히 내려왔는데 마을도 아무것도 안보입니다.
내가 잘못내려왔나...
차도 안다닙니다.
다들 저 위 식당에서 동동주랑 파전 먹고 있나 봅니다.
좌우로 우거진 숲, 컴컴한 산길을 혼자 걷고 있는대도 무섭지 않습니다.
한참을 걸어 내려가서 나온 슈퍼에 물어봤습니다.
저 계단으로 쭉 내려가라하십니다.
맞게 왔습니다.
정류장에 도착하니 7시더군요.
버스타고 중산리에 오면 안되겠구나 생각합니다.
산행하기전에 기운이 쫙 빠질 것 같습니다.
진주가는 표를 예매하고 집에 전화했습니다.
진주에서 대전가는 기차표를 조회해 보라고...
매진이랍니다.
헉... 5시간이나 걸린답니다..
입석으로 갈 수도 없고...
그럼 부산으로 갈가 생각하는데
부산 역시 대전오는 기차는 매진이랍니다.
일요일 저녁이라서 그런가봅니다.
신랑이 열심히 컴터 앞에서 배팅(=조회)하다가
진주에서 9시 18분에 출발하는 기차표가 하나 나와서 예매했답니다.
기특하기도 해라....흐뭇합니다.
그런데 한장밖에 없다고 해서 괜찮다고 했습니다.나 혼자라구요..
그랬더니 겁도 없이 혼자갔다고 왜 얘기 안했냡니다.
걱정할까봐 안했다고~ 잘 다녀왔으니 됐다고 했습니다.
버스에 올랐습니다.
다리가 많이 무겁습니다.
신발을 벗고 발을 올려봅니다..
으~~ 발냄새..주변에 사람이 없기 다행입니다.
차안엔 몇사람 없습니다.
7시 40분이 되어 출발하시네요.
친구한테 문자보내면서 왔습니다.
낯선 풍경들을 창밖으로 보내면서 8시 50분 진주에 도착했습니다.
진주역까지 택시로 가서 예매해둔 기차표를 찾았습니다.
이젠 맘이 풀어져서 인지 다리가 많이 아픕니다.
다리를 질질 끌며 기차에 올랐습니다.
하루종일 먹은게 별로인데도 배가 고프지 않습니다.
무릎도 만져주고 다리도 주물러 주고 하면서 졸고 있습니다.
전라선쪽으로 들어서면서 생각합니다.
지금이 낮이라면 섬진강의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을텐데..하고...
치치네 외갓집이 여수라서 전라선은 아주 많이 타봤거든요.
졸다 다리 주무르다 하면서 논산을 지날 즈음 신랑이 전화합니다.
벌써 서대전 역에 나와있다구요.
아직도 30분은 가야하는데 말입니다.
2시 20분 서대전역에 도착하니
열심히 만져주고 쉰 덕에 다리가 많이 나았습니다.
서대전역의 수많은 계단이 겁이 납니다.
올라갈때보다 내려갈때 무릎 뒤쪽이 많이 아픕니다.
개찰구를 통과.. 신랑이 서있습니다.
대단해~~를 연발합니다.
맞아..대단해...웃어줍니다.
마음이 많이 가볍습니다.
혼자 올라가서 많이 행복했습니다.
한걸음 한걸음 딛을때마다 정말 열심히 발자국을 옮겼습니다.
집에 도착해서 지금은 언제일지 모를 다음 산행을 계획합니다.
이번에 못간 한신계곡과 세석평전을 함께한 산행이 다음 목적지입니다.
이제 지리산꿈을 꾸면서 잘겁니다...
첫댓글 그냥 주무시고 낼 쓰시징.. 승질하곤... ^^ 굳은 날씨에 잘 다녀오셔서 다행 ^^ 그게 다 저를 알고나서 산행해서 그럽니다.. ^^ 푹 주무시고요.. ^^ 낼부터 또 다시 화이팅 ^_^ 앞으론 행운만 창창창창 ^^
산행기 읽으면서 내내 제 얼굴에도 웃음이 머무네요...^^ 너무 흐믓하게 잘 읽었구요, 잘 다녀오신거 축하해요~! 님의 글때문에 제 마음도 행복하네요...^^
^^ 입꼬리가 계속 올라갑니다... 잘봤습니다..전그전날...10시백무동출발해서..2시에 장터목 도착했어요..ㅋㅋ
님의 글 보며.. 저도.. 저만의 반란을 꿈꿔봅니다.. 님이 부럽습니다..
나도 지리산 또가고 시퍼... 고생하셨네요, 저도 대전사는데...
마음이 많이 가벼워 지셨다니.. 다행입니다.. 다음 산행을 꿈꾸며 치치님 많이 행복하시겠네요..
많은 격려덕분에 제가 용기를 낼 수 있었지요..그런데 후유증이 큽니다...겨우 그저께 일인데 빨리 또 오르고 싶다는,,,,어떡하죠??
축하합니다 천왕봉 올르시기 힘드셨죠? 솔직히 올라가면 아무것도 없는데 왜 그리 힘들이며 올라가는지....저는내일 (10/15일) 갑니다 대성골코스로....만약 천왕봉가면 9번째인데요...
총무님..대성골로.당일치리로는 안가나요? 저 대성골 넘넘 가고싶어요...
나도 가고 싶다~ 중간고사 싫어~
깜장콩님 대성골 당일치기도 되는데 엄청걸어야 됩니다 11월15~12월15 까지 산불통제기간 빼고 시간한번 내세요 제가 안내(적반하장인가?) 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