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마르 16,1-7 그분께서 내 눈앞에 나타나시니 다른 모든 것들이 다 흐릿해졌습니다! 피정객들과 성 금요일을 마무리하는 프로그램으로 영화 가스 데이비스 감독의 ‘막달라 마리아-부활의 증인’을 함께 보았습니다. 마리아 막달레나가 가족을 떠나 예수님을 따라나서는 장면이 참으로 눈물겹습니다. 그녀 역시 베드로나 요한 사도처럼 예수님을 추종하기 위해 가족을 뒤로 했습니다. 그녀가 집을 떠나는 날, 오빠가 달려 나와 소리소리를 질렀습니다. “이게 하느님의 뜻이냐? 이렇게 부모 형제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행동이 하느님의 뜻이냐?” 그러나 마리아 막달레나는 의연하고 당당했습니다. 그 무엇도 그녀를 가로막을 수 없었습니다. 주님이 얼마나 좋으신지를 이미 맛본 그녀의 선택은 오로지 직진뿐이었습니다. 그녀는 이렇게 외쳤습니다. “그분이 내 눈앞에 나타나시니 다른 모든 것들이 다 흐릿해졌습니다. 그분만이 또렷하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예수님의 제자들과 추종자들은 예수님을 통한 새로운 지상 왕국이 건설될 것임을 희망했습니다. 가난한 사람, 병든 사람, 죽은 사람이 치유되고 되살아나는 하느님 나라가 바로 이 자리에서 임하길 바랐습니다. 자신들을 가난과 질병과 죽음으로 몰고 가는 세상을 예수님께서 당장 바꿔주시길 원했습니다.
그러나 자신들의 미래요 보증수표였던 예수님께서, 결정적인 순간에 한없이 무력해지시고, 더이상 기적도 행하지 않으시고, 마침내 적대자들의 손에 체포되시고, 수난당하시고, 운명하시니, 제자들은 절망과 좌절 속에 뿔뿔히 흩어졌습니다. 그러나 마리아 막달레나는 끝까지 예수님 곁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수제자 베드로 사도도 떠나고, 공동체 재정 담당 유다는 배신의 길을 걸었지만, 그녀는 마지막 순간까지 예수님 곁에 있었습니다. 놀랍게도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는 수제자 베드로 사도나 애제자 요한 사도에게가 아니라 마리아 막달레나에게 처음으로 발현하셨습니다. 그녀는 부활 예수님의 최초 목격자가 된 것입니다 예수님의 부활을 사도들에게 알렸을 때, 시건방 떨지 말고 입 닥치고 조용히 있으라는 사도들의 핀잔과 압박에 마리아 막달레나는 이렇게 외쳤습니다.
“주님의 부활을 목격한 이상, 입 다물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습니다. 모든 힘을 다해 기쁜 소식, 즉 그분의 부활을 선포하겠습니다.” 마리아 막달레나의 행적을 통해 명료하게 확인할 수 있는 그녀의 특징 한가지가 있습니다. 주님을 만난 이후 그녀에게는 두려움이 사라졌다는 것입니다.
예수님 무덤가에서 마리아 막달레나는 천사도 만나고 부활하신 예수님도 만나는데, 물론 놀라기는 합니다. 그렇지만 결코 두려워하거나 도망치지 않습니다. 마리아 막달레나가 두려워하지 않는 이유가 자명합니다. 바로 사랑 때문입니다. 사랑은 두려움을 없애주기 때문입니다. 이 세상 그 누구보다도 예수님을 사랑했던 그녀였습니다.
일곱 마귀의 횡포로 인해 사는 게 사는 게 아니었던 마리아 막달레나였습니다. 다들 벌레 바라보는 듯한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봤습니다. 끔찍하고 기괴한 자신의 모습에 사람들은 멀찌기 피해갔습니다. 이런 마리아 막달레나에게 예수님께서 다가서셨습니다. 측은지심 가득한 눈길로 안타까워하시고, 강력하지만 따뜻한 손길을 펼치셔서 평생 괴롭혀왔던 일곱 마귀를 몰아 내어주셨습니다. 그녀를 새로운 삶, 영원한 삶으로 초대해주셨습니다. 마리아 막달레나는 더 이상 망설일 것이 없었습니다. 죽음에서 생명으로 건너오게 해주신 주님의 은혜를 갚은 일은, 만사 제쳐놓고 그분을 따라나서는 일, 그분께 작은 도움이라도 되어 드리는 일, 그분의 제자가 되는 일이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이런 마리아 막달레나에게 늘 붙어다니던 창녀, 죄 많은 여인이라는 꼬리표를 과감하게 떼어주셨습니다. 그리고 그녀에게 더 이상 영예로울 수 없는 호칭을 붙여주셨습니다. ‘사도들을 위한 사도!’ 영화 속 마리아 막달레나가 남긴 대사가 참으로 은혜롭습니다. “천국은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우리 속에 있는 것입니다. 천국은 전쟁과 파괴, 힘과 혁명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천국은 모든 분노와 고뇌를 버리고 사랑과 용서와 배려를 통해 우리 속에 자라는 것입니다.” “이제 우리가 할 일은 당신께서 다시 오시겠다는 그 말을 믿는 것, 그날에 천국이 오리라는 믿음을 지니는 것, 새로운 세상이 오리라는 믿음을 갖고 그의 말씀을 전하며 살아가는 것입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