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례없는 온라인 개학 시기를 어떻게 하면 `슬기롭게 보낼 수 있을까?` 많은 생각을 하며 보내온 초여름 이야기이다. 온라인과 등교 수업을 적절하게 병행하여 수업할 때의 가장 고민은, 온라인으로 `어떻게 즐거운 수업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깊은 생각이었다.
직접 촬영한 수업 영상을 만들기 위해, 카메라를 움직이며 감독도 되었다가, 어떤 내용을 가르칠지 대본을 만드는 작가도 되었다가, 무엇보다 중요한 강사도 되었다가. 1인 3역은 기본이었는데, 그마저도 NG가 얼마나 많이 나는지 한 강의를 제작하기 위해 10번 정도의 재촬영 정도는 으레 있는 과정이었다.
이렇게 힘든 연출의 세계를 무한 반복할 수 있는 힘은 아무래도 학생들이다. 매시간 수업을 마치고 나면, 수업 후에 돌아오는 학생들의 피드백은 그야말로 에너지의 원천이다. "선생님. 오늘 배운 내용 중에 이 부분이 어려워요." "선생님. 오늘 정말 재미있었어요." "영상으로라도 선생님의 얼굴을 뵈니 너무 반가워요" 학생들의 수업에 관한 내용으로 메시지를 받고 나면, 또 다음 수업을 할 수 있을 만한 힘이 솟아나는 것은 마치 하나의 규칙과도 같았다. 그중 학생들과 내가 한 수업 중 가장 인상 깊은 수업이 있었다. 학생들이 학습한 내용은 온라인 기간 중, 국어 문법에 관한 내용이었다.
`떫다`라는 단어를 읽을 때, [떨따]라고 발음이 되는 이유와 그 발음 규정을 배우는 것인데 결코 쉬운 부분이 아니었다. `온라인상에서 학생들의 배움이 잘 이루어졌는지 확인하는 방법이 없을까.` `네이버 폼을 활용하여 시험지를 나눠주고, 답을 확인해볼까.` `리포트를 받아 학습 정도를 이해해 볼까.` 아마 모든 선생님의 온라인 학습 중의 고민이었을 것이다.
이 고민과 걱정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머리에서 맴돌 때, 가까운 선생님에게 `방 탈출 게임`을 추천받았다. 이름이 그럴듯하게 보이지만, 학생들에게서 요즘 핫한 그 `방 탈출 게임`과 비슷하나, 결국은 배운 내용을 확인하여 문제를 맞히면, 다음 레벨로 진출할 수 있는 방식이었다. 선생님이 준비한 모든 문제를 맞히어야 게임의 목적지에 도달하는 영광을 얻는 것이다.
다만, 그 문제 구성을 직접 온라인 플랫폼에서 게임과 같은 형식으로 만들면서, 배운 내용을 잘 확인할 수 있는 문항으로 만들되, 학생들이 더 재미있게 배움을 확인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나가는 것이 교사의 역량이었다. 반나절은 꼬박 `방 탈출 게임`에 들어갈 적절한 학습 내용을 넣기 위해 최선을 기울였다. 그 결과, 학생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문법을 이렇게 공부하니 정말 즐거워요.`, `매일 이렇게 공부하면 좋겠어요`, `게임 같았는데 다 하고 나니 국어 공부를 다 해버렸어요` 등 210건에 달하는 모든 전교생의 피드백을 하나하나 읽어보니 뭉클한 마음이 피어올랐다.
이 딱딱한 문법 공부를 온라인으로나마 잘 따라와 준 학생들이 기특하기도 했고, 물리적 거리는 멀지만, 마음의 거리는 부쩍 가까워진 듯한 학생들과의 관계에 새삼 울컥한 것도 있었다. 시간이 조금씩 흘러, 슬기로운 온라인 개학 시기를 잘 보내고, 많은 학생이 교실의 자리를 다시 채워주고 있다.
작년의 왁자지껄한 교실을 떠올리면 한없이 제약이 많지만, 그래도 한 달 전의 교실에 비하면 아이들로 교실에 활기가 찬다. 아직 도란도란 모여 웃음꽃을 피울 수도 없고, 학생들이 좋아하는 모둠학습을 하기에도 상황이 좋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생님은 선생님의 자리에서, 학생들은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그리고 학교 교실에서 각자 열정을 다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이 시기를 슬기롭게 넘기는 우리 교육의 미래를 감히 확신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