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카드로 인터넷 예매를 하니 20% 할인이 되더군요. 양쪽으로 떡 달라붙어 있는 연인들 사이에서 보려니 첨엔 기분 쬠 이상했슴다. 그래도 뭐, 곧 저의 본 목적인 영화보기에 충실했죠.
기대를 너무 많이 해서였을까, 2편은 확실히 1편보다 못했던 것 같다. 간달프의 부활이나 주인공들이 아무도 죽지않고 무사히 2편 끝까지 함께 한다는 것은 너무나 고맙고 감격스러운 일이다. (사실, 난 겁쟁이어서 동생한테 그 정보를 미리 알아내고는 처음부터 편하게 감상을 했다) 하지만 어쨌든 헬름 협곡의 그 훌륭한 전쟁 씬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확실히 전편보다 긴장감이 덜했던 것 같다. 전편에선 반지의 행방을 쫓아 아무때나 무서운 음악과 함께 불쑥 등장하는 흑기사들이 영화 전체를 박진감 넘치게 하는데 한 몫 했었는데 두 개의 탑엔 그 정도의 두려운 악의 세력이 등장하지 않는다.
또한 전편에선 주인공들도 몸과 마음이 그리 완전한 존재들이 아니었다. 그들은 절대 반지의 위력 앞에서 때때로 이성을 잃어야 했으며, 같이 운명의 길을 걸으며서도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으니까. 2편에선 모든 주인공들이 일체의 흔들림 없이 너무 용맹스럽고 웬만해선 다치지도 않는다. 그러다보니 영화 내용이 좀 밋밋한 감을 주었다. 뭐, 불만은 아니다. 내 바램은 주인공 모두 아무도 안죽고 마지막까지 살았으면 하는 거니까.
이번에도 어김없이 정말 풍부한 캐릭터들이 등장하는데 그 중, 뭐니해도 역시 골룸(스미골)이 최고였던 것 같다. 왕방울 눈에 빈약한 몸, 선과 악의 분열된 자아. 뭔가 좀 익숙하다 싶어 곰곰 생각해보니 예전 '보물섬'이란 만화에서 짐 일행이 머물게 된 섬에 오랫동안 숨어 살아왔던 선장인지,, 뭐 그 원시인 같은 캐릭터랑 겹쳐졌었나보다. 1편에서도 프로도의 삼촌이 참 흥미로운 캐릭터였는데, 골룸은 그렇잖아도 풍성한 영화를 시각적으로나 내용적으로나 더욱 풍성하게 한 중요한 캐릭터다. 3편도 기대해야쥐.
근데 모든 악의 세력들은 왜 그리 하나같이 추하게만 생겼는지. 팜므 파탈이 아니라면 대부분은, 신데렐라와 언니들, 콩쥐와 팥쥐 등등 처럼 늘 이쁜 것은 선, 미운 것은 악.. 이런 식이니. 하긴, 오크들은 하나같이 레골라스나 아르곤 같이 생기고 반면 레골라스나 아르곤이 오크족처럼 생겼다면...ㅋㅋ. 그냥 가끔은 못마땅하기도 하다는 못생긴 이의 투정이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