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수와 은정의 기도가 드디어 하늘에 닿았나보다. 준수의 말대로 콘서트가 하루 더 연장되었던 것이다.
오늘이 바로 제 2차예매날이다. 오늘은 단단히 각오를 하고는 명혜의 집으로간다. 명혜의 컴퓨터는 몇일
전에 산거라 성능이 아주 좋았다. 명혜는 초시계를 들고 초를 불러준다. 대망의 7시 59분 59초가 되었다
!!! 은정은 예매하기버튼을 누른다. 우리집 같았으면 다운되었을건데...... 역시 새 컴퓨터가 좋긴 좋았다.
아주 수월했다. 결제완료까지 마치는데 거짓말안하고 10초걸렸다. 완료가 된뒤에 은정은 멍하게 앉아있
는다. 진정 예매를 한것이다. 혹시 뭐 잘못된것이라도 있을까봐 걱정되었지만...... 예매확인에 들어가서
보니 예매목록에 동방신기 1st 단독 콘서트 <- 있었다 !!! 그 순간 은정과 명혜는 서로를 얼싸 안는다.
"니 !! 약속대로 술사주기로했제?! 포장마차가자 !!"
"그래 !! 명혜야 고맙다 !!!"
"크하하하 ~"
명혜는 호탕하게 웃는다. 결국 우리는 명혜집 근처에있는 포장마차로갔다. 명혜는 진정한 한국 사람인
지 맥주보다는 소주를 더 즐겨마셨다. 그리고 또 주량또한 대단했다. 한참 소주잔을 홀짝이던 명혜가 갑
자기 지성이 얘기를 꺼낸다.
"야, 니 지성이 어떻게 지내는지 안 알고싶나?"
"응? 아...... 잘 지내겠지...... 히히."
"잘 지낼것 같나......?"
명혜의 까만 눈동자가 은정을 향해있었다. 뭐라고 말해야하나...... 지성과 명혜는 예전부터 친구여서 서
로가 소중한 사이였는데...... 명혜가 화낼만도하다. 난 지성이를 가지고 논 셈이 되었으니...... 그때 마침
전화가 온다. 준수오빠였다. 명혜의 눈치를 보다가 살며시 빠져나가 밖에서 전화를 받았다.
"오빠!!"
[은정아!! 성공했어? 응??]
"네 ~! 히히, 아마 앞번호일것같아요 ~"
[이야 ~!! 잘됬네~~ 축하해 ~ 그리구 고마워 ~~]
"네? 뭐가요??"
[악-!! 그냥 콘서트에 와줘서 고맙다궁, 으항항-!!]
"히히, 걱정해줘서 고마웠어요."
[고맙기는- 아무튼 이제 더 열심히 연습해야겠다.]
"열심히 하세요 ~ 실수하지 말구 !!"
[아라쏘 ~ 그럼 끊을께 ~!! 빠롱 !!]
유천오빠에게 혼이나도 언제나 마지막 인사는 '빠롱' 이었다. 카시오페아들이 즐겨 사용하는 유천법인
사였다. 여름이긴 하지만 밤이되어 조금 쌀쌀함을 느낀 은정은 재빨리 포장마차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
다. 하지만...... 그 옆에 지성이 서있었다.
"어...... 지성아."
"......... 니가 왜 여기에......"
"나 명혜한테 술사주고있었......"
"하......"
명혜가 일부러 지성이를 부른것이다. 우리둘은 눈치를 채고는 어색하게 웃었다. 아무튼 꼭 이렇게 곤란
하게 만드는데는 천재라니까...... 은정은 어색한 가운데 먼저 자리에 앉는다. 아줌마에게 소주잔을 건내
받은 지성은 명혜가 들고있던 소주병을 뺏아서 잔에 가득 체운다. 쭈욱 들이키고는 명혜에게 말한다.
"왜 불렀어."
"그냥 같이 마시자구 불렀제 ~! 자, 마셔라마셔라 !!"
명혜는 지성의 빈잔에 가득 소주를 따른다. 지성은 또다시 원샷을 하고는 은정을 바라본다. 우동 국물을
홀짝이던 은정은 지성의 시선을 느끼고는 깜짝놀라 혀를 데이고 말았다.
"은정아, 시아준수랑은......읍!"
은정은 화들짝놀라서 젓가락을 떨어뜨리고는 벌떡 일어서서 지성의 입을 막았다. 명혜는 그 상황을 보
며 재밌는 구경이라도 난듯, '으하하하' 하고 웃었다. 참나...... 남의 마음도 모르고...... 은정은 지성을
끌고 잠시 밖으로 나온다. 지성은 당황한듯 은정에게 물었다.
"명혜한테 말 안한거야?"
"응, 너한테 말한게 처음이었어."
"왜숨겨?"
"퍼뜨려봤자 좋을거 없잖아. 혹시 잘못 소문이 퍼지면...... 준수오빠가 곤란할거야. 히히."
"...... 그렇구나...... 아까 전화한 사람이 김준수였어?"
"응, 헤헤......"
"...... 후, 들어가자."
여기와서 웃는얼굴은 단 한번도 보여주지않은 지성...... 벌써 3개월이란 시간이 지났는데...... 아직도 이
렇게 불편해야 하는건가...... 은정은 그들에게서 벗어나고 싶었다.
"명혜야, 지성아. 나 이제 가봐야겠다. 계속 마셔, 먼저가서 미안해. 그리구 여기 돈......"
어쨋든 술을 사기로한건 은정이었고 먼저간다고 해서 돈을 안낼수는 없었다. 명혜는 은정의 말을 듣고
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난다.
"아니야 ! 나도 집에 갈래 ~~!! 지성아 은정이쫌 집에 데려다 줘라 ~~~ 아하하하하~"
덜썩- 넘어지는 명혜...... 명혜의 입에 베인 말은 항상 '은정이좀 집까지 데려다줘라.'이말이었다. 자기
도 제대로 걷지못하면서...... 은정은 지성에게 말한다.
"나는 술별로 안마셧으니까 명혜좀 데려다줘."
"어..... 조심히 들어가."
"그래 ~ 너도."
그는 잠시 멈추었다가 명혜를 부축하고는 뒤로 돌아선다. 다음번에 마주친다면 그때는 정말 친한 친구
로 만나기를...... 은정은 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