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 중독>
초등학교 다닐 때의 일이다.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하루는 빗자루를 들고 나가 집 앞 골목을 열심히 쓸기 시작했다. 그것을 본 앞집 어른이 큰 소리로 나에 대한 칭찬을 나열하셨다. 그 칭찬 목록을 여기에 옮기기는 부끄럽지만, 기분이 좋아진 나는 다음 날도 땅이 패이도록 골목을 쓸었다. 더 열렬한 칭찬을 받기 위해 빗자루질하는 골목의 길이도 30미터에서 50미터로, 다시 100미터로, 급기야는 다른 골목까지 이어져서 누나에게 '제 집 마당은 안 쓸면서 남의 집 뒷마당까지 청소하는 놈'이라는 욕을 먹고 코피까지 쏟고 나서야 겨우 멈췄다.
마법의 목소리로 유명한 그리스 출신의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는 뛰어난 실력에도 불구하고 늘 다른 사람의 인정에 의존했다. 주된 이유는 어렸을 때 차별받으면서 정서 발달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자기 인정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스스로를 훌륭한 사람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기에 평생을 다른 사람의 눈에 들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했다. 관심, 사랑, 선물에 대한 굶주림은 어린 시절의 정서적 결핍이 그녀의 마음에 큰 공허감을 남긴 결과였다. 그녀는 평생 동안 그 빈 공간을 채우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훗날 자신의 어린 시절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노래를 부를 때만 사랑받고 있다고 느꼈다."
세계적인 디바가 되어서도 여전히 자신이 '충분히 아름답지 않다'고 느꼈다. 사람들이 자신을 아름답게 보는 것은 값비싼 옷과 보석, 메이크업과 헤어스타일 때문이라고 확신했다. 다른 사람들의 끊임없는 인정 없이는, 그녀는 항상 의심했지만, 내면이 공허한 상태로 남았다.
인정 중독자는 자기 가치와 자존감을 다른 사람들의 인정에 의존한다. 타인의 마음에 들어 인정받으려고 하는 사람은 누구나 '공연자'로 살아간다. 이러한 종류의 공연자는 자신의 철학이나 필요보다 다른 사람의 판단이 더 중요하다. 타인의 시선과 인정이라는 감옥에 갇혀서 살아가는 삶이다. 건강한 자존감의 소유자는 자신의 가치, 존재 이유, 철학을 안다. 나의 진정한 가치는 다른 누구에 의해서 결정되지 않는다는 사실도.
팔짱을 낀 채 비판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인 듯하다. 그림을 그려 본 적 없더라도 어떤 화가보다 그림을 어떻게 그려야 하는지 더 잘 안다. 책을 써 본 적 없어도 거의 모든 페이지에 X자를 긋는 것을 막지 못한다(부디 내 책에는 그러지 말기를!). 아이를 낳아 본 적 없더라도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에 대해 모두 알고 있다. 스키 점프 대회 중계를 보면서 사람들은 선수에게 "이런 식으로 점프해야 해! 그런 식으로 하면 안 돼!" 하고 외치지만, 그들 중 스키를 탈 줄 아는 사람은 극히 드물고 실제로 점프를 해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
멋진 풍경화를 완성한 젊은 화가가 자신의 그림 실력에 대한 사람들의 의견을 듣고 싶었다. 그래서 인파가 많이 다니는 번화가 광장에 그 그림을 내걸었다. 그리고 작품 아래에 '이 그림은 제가 정식 화가가 되어 완성한 첫 작품이라서 붓질 등에 실수가 있을 수 있습니다.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X 표시를 해 주세요.'라고 적었다.
저녁에 그림을 회수하러 갔을 때 캔버스 전체가 X 표시로 가득했다. 어떤 사람들은 그림에다 의견을 적어 놓기까지 했다. 낙담한 그는 스승에게 달려가 울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저는 화가가 될 자격이 없습니다. 사람들이 저의 작품을 철저히 거부했습니다."
스승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그대가 뛰어난 화가라는 사실을 내가 증명해 보이겠다."
젊은 화가는 마지못해 동의하고, 이틀 후 스승에게 지난번 풍경화와 동일하게 그린 그림을 보여 주었다. 스승이 말했다.
"나와 함께 가자."
이른 아침, 두 사람은 같은 광장에 도착했고, 같은 장소에 동일한 그림을 전시했다. 스승은 그림 밑에 이렇게 적었다.
'이 그림은 제가 정식 화가가 되어 완성한 첫 작품이라서 붓질 등에 실수가 있을 수 있습니다. 바로 아래에 물감과 붓이 담긴 상자를 놓아두었습니다.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붓을 들어 수정해 주십시오.'
두 사람은 저녁에 그 장소로 다시 왔다. 젊은 화가는 그때까지 수정된 부분이 한 곳도 없다는 사실에 놀랐다. 다음 날 다시 확인해도 그림은 손대지 않은 채 그대로였다. 그림을 한 달 동안 전시해도 마찬가지였다. 아무도 붓을 들어 수정하지 않았다.
-류시화
첫댓글 적당히 만족하면 될 건데 욕심 때문에 인생이 힘들지요.
그래도 적극성은 존경 받을 만 합니다. ㅎㅎ
인간의 심장 속에 깊숙히 내재해 있는
그 얄궂은 욕심...콘트롤 하기 쉽지 않긴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