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 女流作家 271:2-273:1

아이코는 작가 생명이 위기에 이르렀다 싶었다. 자기 가치를 비교적 냉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다작을 양산해서 인기작가가 됐다. 자기는 이대로 끝나버리는 걸까. 《내일》과 함께. 한숨만 나왔다.　　전화가 울렸다. 받고 싶지 않았다. 마지못해 수화기를 드니 아라이였다.　　“호시야마 씨, 도와주세요. 이라부 선생이, 어떻게 하면 책을 낼 수 있냐며 연일 들이닥치는데 일을 할 수가 없어요.”　　궁지에 빠진 목소리였다. 하마 같은 놈의 의사, 아직도 조르다니!　　“똑바로 말했어? 당신에게는 재능이 없다고.”　　“그 말까지는 못 했지만 지금로서는 어렵다고 알아듣게 말했어요.”　　“그 정도로는 안 돼. 돌려서 하는 말로는 통하지 않는 사람이야.”　　“네 그래요. 문장이 나쁘다고 지적하면 어디가 나쁘냐고 추궁해서 정신차려보면 제가 고치고 있더라고요. 어제도 3시간이나 이야기했어요. 그런데 아까도 전화로 수정했다며 오겠다고. 야쿠자가 쳐들어오는 것보다 더 공포에요.”　　“책으로 내주면? 편해질 거 아냐.” 아이코는 성의없이 말을 내뱉었다.　　“부탁해요. 책으로 낼 수 없는 거 아시잖아요.”　　“난 모르지.”　　“어떻게 그런 말씀을….” 아라이가 말을 잇지 못했다.　　“내게 좋은 생각이 있어. 그 의사를 매스콤에 나가게 하는 거야. 기인이니 분명히 묘하게 인기를 끌거야. 그러면 그쪽으로 인기가 있을 거고 당신네 회사 연예인 책 만드는데는 재주있잖아.”　　“처음부터 연예인이라면 몰라도….”　　“그야 그렇지만. 잘 나가는 사람에게 편승해서 당신네 장사 잘하잖아.”　　“짓궂네요. 평사원이 무슨 권한이 있겠어요.”　　“그럼 내 담당도, 위가 명령해서 한 거야?”　　“아니오, 그건….” 순간 아라이는 대답을 잇지 못했다.　　“아아, 짜증나.” 아이코 목소리가 거칠어졌다. “도움이 안되네. 무사안일주의자. 근성도 없고. 아부쟁이. 숏다리. 지금 회사에 갈게. 의사든 뭐든 꼼짝 못하게 때려눕힐 거야.”　　“앗! 와주시나요?”　　“나 맞을 준비나 잘 하고 있어.”　　아이코가 전화를 팽개치듯 끊었다. 침대를 박차고 일어나 머리를 묶었다. 아무에게나 닥치는대로 퍼붓고 싶었다. 모두가 다 꼴보기 싫었다. 편집자도 자신도, 주변에 어슬렁거리는 사람 모두.　　전부 다 자기 속 풀이라는 거 안다. 그러나 진정이 안 됐다. 모든 감정이 산산조각 터져버릴 듯하다. 　　출판사로 들어가자 이미 로비 대합실 한쪽 둥근 테이블에 아라이와 이라부가 마주 앉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