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완중 기자 입력 : 2016.06.21 03:00 | 수정 : 2016.06.21 08:01
물막이 공사 첫 삽 뜬 지 30년… 5년 前 시작한 조력발전으로 갯벌·습지 살아나 천연기념물 저어새가 날고 해수욕 즐길 만큼 수질 좋아져
"(어패류를) 꽤 많이 잡았어요. 이웃들과 나눠 먹고, 딸내미 생일 때 맛있는 요리를 해줄 겁니다."
지난 6일 밤 11시 경기도 안산 시화호(始華湖) 하류 선착장. 안산시 월피동에 사는 박향순(45)씨 부부 등 네 명이 컴컴한 바다에서
해루질(물 빠진 바다 갯벌에서 횃불을 밝혀 어패류를 잡는 전통 어로 방식)을 하고 있었다. 박씨는 이날 저녁부터 5시간 동안
"소라와 박하지 등 100마리가 넘는 어패류를 잡아올렸다"며 이렇게 말했다.
아름다운 군무 - 시화호 갯벌에서 먹이 활동을 하던 민물도요와 알락꼬리마도요 떼가 비상하고 있다. 이들은 부리를 갯벌이나 얕은 물속에 집어넣고 조개·새우·갯지렁이 등을 잡아먹는다. 조력발전으로 갯벌이 살아나자 숫자가 부쩍 늘었다. /주완중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①시화호 습지 갈대밭이 여름옷으로 갈아입고 있다. 갈대는 환경 적응력이 좋은 식물이다. 어느 정도 소금기가 있는 시화호는 갈대 서식지로 안성맞춤이다. ②시화호 갯벌을 찾은 사람들이 조개를 캐고 있다. 바지락과 동죽이 주를 이룬다. 바지락과 동죽은 주민 용돈벌이로도 쏠쏠하다. 전문으로 조개를 캐는 사람들은 바지락은 1kg에 6000원, 동죽은 1500원에 판다. ③시화호의 드넓은 평원을 고라니가 뛰어다니고 있다. ④시화호 상류 갈대 습지 공원 습지 연잎에 빗물이 맺혀 있고, 물속에선 잉어가 유유자적 노닐고 있다. /주완중 기자
한때 '죽음의 호수'로 불리던 시화호가 '생명의 바다'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주말이나 휴일, 시화 방조제 도로는 시화호와 인근
지역에서 생태 체험을 하려는 사람들 차량으로 주차장으로 바뀌었고, 시화호 상류 갈대 습지 공원은 연인원 50만명이 찾는
관광 명소가 됐다.
1987년 물막이 공사가 시작된 후 올해로 30년을 맞은 시화호는 한때 '죽음의 호수'로 변했다. 1994년 해수 흐름이 완전히 끊긴
이후엔 수질 악화와 함께 물고기가 떼죽음하는 일이 빈번했다. 인간이 만들어낸 최악의 환경 재앙이라는 말도 어김없이 따라붙었다. 하지만 2011년 조력발전을 위해 방조제 일부 구간을 헐어 해수를 유통시키자 호수는 다시 생명력을 회복하기 시작했다.
시화호에 새가 다시 찾아들고 물고기가 뛰놀기 시작한 것이다.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인 천연기념물 저어새.
법정보호종인 큰고니와 원앙, 큰기러기, 새매, 참매, 흑두루미를 비롯해 한 해 약 15만마리 새가 시화호를 찾는다. 상류에 있는
갈대 습지 공원에는 수달(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이 번식을 시작했고, 삵(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도 먹이 사냥을 위해 호숫가를
어슬렁거린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이자 천연기념물 제205호인 저어새도 갯벌을 뒤져 먹이를 찾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물속에는 숭어와 우럭, 놀래미 등도 지천이다. 해양환경관리공단에 따르면 1997년 물 1ℓ당 17.4㎎에 달
하던 화학적
산소요구량(COD)이 2013년에는 2.6㎎으로 줄어들었고 2015년에는 다시 2.21㎎으로 낮아졌다. 현재 시화호의 수질은
COD 기준으로만 보면, 외해와 비슷해 해수욕을 즐길 수 있는 2급수 수준이다.
시화호지킴이 최종인(62)씨는 "이제야 생태계가 안정되어 가고 있습니다. 자연은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지키는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