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 뒤에
예로부터 눈이 내린 다음엔
한 사나흘 날이 갠다고 했다
그게 거지들도 옷을 빨아 입으라는 거라 했으니
하늘의 뜻이었던 거다
그제, 세찬 눈보라 속에서 첫눈을 맞이했는데
어제 아침엔, 어떤 벗이 눈구경 가자 하더라
눈도 오고 길도 사나운데 웬 눈구경?
북한산 도선사의 설경이 그렇게 좋다는 거였다
그래서 위험하지 않느냐 했더니
차를 가지고 나온단다
눈길에 웬 차...?
위험하니 걸어서 북악산 구경이나 가보자 했다
그래서 경복궁 뒤뜰로 나가봤다
조선 초, 정도전이 북악산을 기점으로
한양도성을 구상했다 한다
그게 주산이다
서쪽으로 인왕산, 동쪽으로 낙산
그리고 남쪽 안산으로 목멱산을 잡았다니
한양의 중심이 북악산이었던 셈이다
전날 험악했던 날씨와는 사뭇 다르게
하늘도 맑고 햇살이 내리비치니
쌓였던 눈은 녹아내리고
한복 입은 외국의 관광객들도 모여들었으니
마치 굿마당을 방불케 했다
그중엔 열대지방의 관광객들도 있을 텐데
이게 웬 호강이더냐..
잘강 잘강 밟아대자 눈이 물이 되어 흐르니
이건 청계천에 합류할 게다
청계천의 시발(始拔)은 북악산 정상 어느 약수터라는데
그게 북악산을 타고 내려 경복궁을 지나 큰 내가 된다
나는 북악산을 바라보며
그새에 관광객들과 함께 눈을 짜내어
청계천의 원류를 만들고 있었으니
그게 역사의 주인공이 아니던가..
하늘이 노했다가도 이렇게 베푸니
이게 자연에 순응할 이치라 하겠다.
(첫눈 즐기는 풍경)
카페 게시글
남성 휴게실
첫눈이 험악하더니 어느새 녹아내리고
석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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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84
24.11.29 07:12
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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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폭설후
날이 그리 춥질않아
녹아내려 참 다행입니다
잔설에 조심 조심
잔설이 위험하죠.
산책가실때 미끄럼 조심하세요~
조심해야지요.
서울 왔는데
눈이 정말 많이 왔네요.
아직 덜 녹은곳도 있을테니 조심 하시기 바랍니다..
다행이 얼어븥진 않아서 좀 낫지요.
눈 이 좀 천천히 녹아야
세 살 외손녀 놀이터 使役 덜할텐데
~~^^
손녀생각이 앞섰군요.ㅎ
첫눈이 와도 너무 많이 왔어요. 그것도 이틀씩이나...
다행이 오늘 햇볕 좋아서 많이 녹여줬네요.
감사합니다.
물이 줄줄 흐르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