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 놈의 한문이 이렇게 많어?
오늘은 세종대왕께서 창제한 한글의 생일, 제557돌이다. 한글날행사는 제77주년이다.
2003년 10월 1일 국군의 날 '경축사'를 2003년 10월 호 '국방소식'에서 읽었다.
몇 차례 읽었지만 모르는 한문은 없다. 그런데도 가슴이 답답했다. 한문이 35%를 넘어 40%쯤 되어 보인다. 한글로 써도 그 뜻이 바로 전달될 것 같은데 구태여 한문을 많이 쓴 이유를 모르겠다. 한문을 많이 쓰면 함의된 뜻을 확대할 수 있겠지만 국한문 혼용세대인 나로서는 한문이 많으면 별로 달갑지 않다. 한문이 많으면 어의가 명확하고 조어(신어)할 수 있는 잇점이 있지만 배우고 쓰기에 힘이 들며, 나는 한문이 주는 관념적이며 상투적인 어감에 식상해 한다. 한글세대인 신세대가 위 경축사를 제대로 읽을 수 있을까를 생각하니 조금은 걱정된다.
조상의 행적을 기록한 비석, 빗돌(사투리)에 새겨진 비문도 완전히 한문투성이다. 불과 1세대 전인 아버지와 2세대 전인 할아버지가 세운 빗독(돌을 독으로 발음하는 서해안의 사투리)조차도 장손인 나는 전혀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읽지 못하는 십수 개의 빗돌은 단지 묘소의 장식용에 불과하다. 아, 좀 한글로 각자했으면 오죽 좋으랴? 하다못해 국한문 혼용이라도 해 두었더라면 옥편을 들고 대조나 해 보지. 수천만 원 짜리 빗돌(경주최씨 세적비)이야 외관상 거죽이야 멋있지.
한글이 창제된 지 557년이 되었지만 과연 우리 조상들이 그 동안 한글을 다듬어 썼는가? 미안하게도 아니다. 불과 100년 전에서야 한글을 제대로 다듬기 시작해서 오늘에 이르렀다고 한다. 100년 전에 언문일치를 주장하였던 선각자의 글을 보면 참 웃긴다. 한문에 토씨만 살짝 달아놓은 게 언문일치였다.
그 대표적인 문장이 바로 기미년 독립선언문이다. 내용이야 천하 제일의 문장으로 치겨 세울 수 있지만 요즘 사람들이 읽고 해석하지 못한다는 데야 문제가 있다. 유식한 양반계층이라야 이해할 수 있는 문체다.
언행일치를 주장하였던 육당 최남선의 방대한 저술, 글을 요즘 사람은 읽지 못한다. 한문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한글의 우수성은 우리가 아니라 전 세계 언어학자들이 먼저 칭송한다. 그런데도 정작 주인인 우리는 우리나라 문화유산 중 제일로 손꼽는 한글을 등한시하여 왔다. 한글이 배우고 쓰기에 쉬워서, 너무나 당연시해서 그 존재가치조차 망각했다고 본다.
외국에서는 100년 전 W 웨일즈 박사. "총, 균, 쇠"의 저자 제레이드 등 문화인류학자, 국제언어학자들이 세계 제1의 문자라고 칭송하는 문자가 바로 한글이며, 국제문맹퇴치상이 바로 세종대왕상이다.
14개 자음과 10개 모음으로도 무려 8,000여 자를 생성할 수 있는 문자다. 물론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자음 4개를 재생하여 발전한다면 소리글자는 무려 1만여 자를 상회할 것이다. 세계 어떤 글이 한글과 대비할 수 있으랴? 없다!
우리나라 말에 대한 국경일은 없어도 우리 글에 대한 국경일(지금은 없어졌지만, 한글날)을 가졌다. 문자를 창제한 사람을 알 수 있는, 전 세계인에게 자랑할 수 있는 최고의 문자다.
"토마토 날(토요일마다 토론을 하는 날)"에 대하여 본인이 글을 쓴 것이 잘못 오해를 빚을까 싶어 사족을 단다. "토요일마다 토론을 하는 날"인가, 아니면 '토요일마다 토론하는 날"이 더 나은가?
본인은 후자를 골랐다.
청와대는 전자를 택했으며 그것도 단어의 첫글자만은 선택하여 "토마토 날"이라고 명명했다.
혹자는 토마토가 이제는 우리말로 정착되었다고 지적하였다. 물론 맞는 지적이다. 그러나 우리말로 정착되었다 하더라도 그 본질은 외국어(외래어)임을 숨기지 못한다. 토마토를 순수한 우리말로 대체할 수 없는 현실에서 굳이 토착어인지 외래어인지를 식별하자는 것이 아니다. 우리말과 글로도 표현이 가능하다면 외국어(외래어)를 덜 쓰고 대신 우리말과 글로 쓰자는 주장에 불과하다. 다른 뜻은 없다. 언어학자도 아니었기에 한글의 우수하다는 근거도 제대로 제시하지 않은 채 우리말과 글을 더 사랑하자고 주장하였음을 사과한다.
본인의 어머니는 지금도 무학자이나 새댁시절 야학당에서 3 ~ 4일만에 한글을 배워서 그 문리를 터득하였으며, 1960년 대전여고생이 농촌계몽활동으로 야학을 개설하였는데 외사촌 누이는 야학당에서 며칠 만에 우리 글을 깨우쳤단다. 부끄러운 가족이야기를 들출 만큼 우리 글이 배우기 쉽고 쓰기에 우수하다는 것을 예로 들었다.
2003. 10. 9일 문회일보 사설이다.
최근 한국언어문화연구원에서 국어능력 측정 결과 100점 만점에 58.26점에 불과하단다.
미확인 사실을 하나 밝힌다. 강서구 방화동에 있는 국립국어연구원(?)에서는 155억 원(?)을 들여서 표준국어사전을 1999년에 발간하였는데 그 사전조차도 600여 개나 틀린 글자(내용)이 있다고 한다. 이 사전이 우리나라 국어사전을 대표한다는 것을 어쩔 수 없이 인정한다. 우리나라 언문정책의 혼선에 불만이다. 왜그리 맞춤법, 띄어쓰기 등이 자주 변하는지 정신을 못 차리겠다. 좀더 신중히 개정하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불행하게도 최근 인터넷에서는 무분별하게 언어파괴 현상이 심하다. 수천 개의 채팅어, 넷언어를 모았으며 이를 분석한다는 소식이다. 아니 수천 개의 넷언어가 생성소멸 현상이 너무 빠르다고 한다. 새로 발행하는 국어사전에는 부록으로 넷언어를 수록해서 본래의 언어와 넷언어와의 식별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단다.
결언한다. 무분별한 청소년들의 언어파괴의 현실에서 국방부의 우리라도 우리말과 글을 더 사랑하였으면 하는 소박한 바람에서 글을 썼음을 양해바랍니다.
2003. 10. 09.
퍼 온 글.
내 컴 시스템이 고장이 나서 글 퍼 오기가 무척이나 힘이 든다.
2020. 4.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