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비가 많이 내렸지요.
퇴근 할 때 운동복, 얇은 요, 벼개피 등을 가방에 쑤셔 넣고 평소와 같은 시간에 버스 타는 곳으로 갔더니
아이고, 집에 까지 가는데 가장 직선거리로 가는 버스가 정류장으로 다가오는 것입니다.
그런데 신호등은 빨간불이라서 건널 수도 없고 저거 놓치면 또 십분 이상 기다려야 하고
'에라 눈 딱 감고 이번 한 번만 양심불량 하자'.
이런 마음으로 무단횡단 했더니 그렇지 않아도 이 나이에 큰 가방까지 메었지 한 손에는 우산 들었지
걸음이 빠를리가 있나? 아니나 다를까 가까이 오는 차량들이 울리는 사정없는 경음기 소리.
(아! 아래서 나이 먹으면 젊은이들에게 개저씨 소리 듣는구나)
그런데 세상일은 내 뜻대로 되지를 않습니다.
무리해서 버스를 탔더니 이놈의 버스가 교차로 마다 신호가 걸리고 정류장 마다 꼭 한 사람씩 타거나 내리고 비가 오니 안전운행
하느라 천천히 가지... 참 속이 탑니다.(이렇게 애를 태워가며 귀가 할 일이 절대 없는데 내가 왜 이럴까?)
환승정류소까지 가서 길 건너편에 있는 정류장 까지 가는데 마침 파란불이 깜빡 거리기에 뛰어 갔더니 아뿔사!
불과 몇초 사이에 빨간불로 바뀌어 버립니다. 더욱 환장할 것은 그 사이에 내가 타야할 000 버스가 지나가는 것이지요
그 버스는 한 번 놓치면 12분 정도 기다려야 하는 버스인데 아 이거 참!!!
A- 하고 투덜거리면서 한참을 기다렸다 000번 버스를 타고 끝없는 길을 가는 순례자의 마음으로(마음을 비웠다는 뜻)
목적지에 도착하니 아 이 버스가 정류장을 10여 m 벗어나서 서는 것이 아닙니까?
비를 피하기 위해 눈앞에 있는 모듈러 건물로 다가갔는데 처마가 없습니다. 우산을 펴는 그 시간에 비를 다 맞았지요.
가방 하나 둘러 멘 것이 참 행동을 굼뜨게 하고 부자연스럽게 하더군요. 무겁기도 했지만...
이윽고 토끼도 없고 여우도 없는 집에 도착해 보니 나도 모르게 한 숨이 저절로 휴~~~(내가 오늘 왜 이러지??)
반성과 후회와 회개의 파도가 사정없이 밀려옵니다. ( 너 나이먹고 뭐 하는 짓이냐?)
아! 착하게 살자, 바르게 살자, 길이 아니면 가지 말자, 양심이 부끄럽지 않게 살자, 여유를 가지고 살자!!
아직도 내 무의식을 지배하고 있는 「신속한 동작」이라는 반사신경을 지워 버리자 그래야 오래 산다.
꼭 뭐에 홀린 것 같은 아침이었습니다.
그러나 내 마음을 다시 한 번 돌아보는 아침이였습니다.
첫댓글 아,, 하하하 ~
설채 선배님 오늘 아침 리얼액션~ 하신 모습이 그려져서 미소가 절로 나옵니다.
비가 후두둑 떨어지고 탐(?)나는 버스가 코 앞에 오고 있는데 누군들 그렇지 않겠습니까?
이 상황에서 도덕적으로 자유로운 사람은 극히 드뭅니다.
도덕적인 기준이라는것이 상황에 따라서는 알량(?) 얄팍 할수도 있거든요 (제가 보는 상황별 비 도덕적 관점)
저도 빨랫감 보따리를 집에 가지고 올때면 경전철 안에서, 버스 안에서,, 사람들의(상상하는듯한)시선에 민망 뻘쭘 할때가 많습니다 - 매번 그러하지요- 특히 할줌마들은 아주 드러내놓고 쳐다보고 온갖 상상을 다 하는것 같더라고요. 이런 미친 ,,, ,, ,
비록 신호를 잘 지키는 모범기사 덕택(?)으로 퇴근은 늦으셨겠지만, 지난 밤 수고로움에 응원 보내드리옵고,
세탁된 뺄랫감들이 잘 마르기를 바랍니다.
선배님, 건깅하십시오.
굳건하게 - 용감하게 지내십시오.
다시한번 미소짓습니다, 아,, 하하하 ~*
덕분에 인생 교훈 얻었습니다. 절대 서두르지 않는것. 군자는 대로를 가는 것, 내가 시간을 지배하며 사는 것 등등
형님 숙직실에 세탁기 없습니까?
저는 세탁기
가스렌지
샤워시설
🚽
변기 다 있는데요
수고 하세요
이 학교에는 당직 장기복무자가 용역회사 소속으로 근무를 했었는데 학교 시설 보수, 개선 공사를 할 때 마다 애로사항을 말 해야 하는데 이 양반은 혹시나 밉보일까봐 '괜찮습니다. 불편한 거 없습니다, 양호합니다'. 이런 말만 했다고 합니다. 그러니 당직실 내부 또는 근거리에 세탁기 놓을 자리도 없는 좁은 공간에 당직실에 위치해 있습니다. 기회가 있을 때 반영을 해서 해야 되는데 이제는 늦었습니다. ㅎㅎ(증인:이 학교에서 청소실무원으로 오래 근무하다가 퇴역한 할머니)
저는 세탁기 혼자 사용해서 겨울에는 빨래해서 방에 가습기 대용으로 걸어두고 가습기도 켜고 잡니다
지금도 순찰돌고나면 샤워하고 세탁해서 안마르면 집에가서 말립니다
ㅎㅎㅎ 삼성세탁기 신형입니다 지난번엔 차 바닥 시트 씻어서 탈수만 해서 햇빛에 말린적도 있어여
세탁도하고 탈수도 하고 ㅎㅎㅎ
덥고 습한 날씨에 건강 하세;요
저는 빨래 증후군이 있어요 - (이게 말이되나?)
뺄래는 우리 집에서 (시원~하게)
중국에서 어떤 분이 주인의 방문요청을 받아 집을 방문하게 되었는데..
주소를 갖고 집 찾기가 엄청 어려워 3시간만에 집을 찾아내 주인에게 벌컥 짜증을 냈습니다
그말을 전해 들은 교도소의 사형수가 하는 말..
“3시간이 그렇게 힘들고 화가 나나요?”
“나는 그보다 몇배를 더 헤메이는 행복을 맛보았으면 이세상에 소원이 없겠습니다”
짜증, 시간 이런 감정들은 언제나 상대적인 개념인 것 같습니다
천천히 하세요~~~
ㅎㅎㅎ 전적으로 공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