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코리아여성연합'은 7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테에서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북한 여성인권 실태를 폭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북한인권법의 국회 통과와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북한 여성인권 실태를 고발하고, 이 시간에도 북한에서 인권이라는 개념도 모른채 살아가는 북한 주민들의 실상을 우리 국민과 국제사회에 알리기 위해, 탈북 여성들이 용기를 냈다.
탈북여성단체인 '뉴코리아여성연합(대표 이소연)'은 7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19층에서 '3.8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북한의 참담한 여성 인권유린 사례를 폭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소연 대표가 사회를 맡아 진행한 이번 기자회견은 다섯명의 탈북 여성들이 북한에서의 겪은 생생한 인권침해 사례를 통해 북한 김정은 독재정권의 만행을 규탄하기 위한 자리로 마련됐다.
이소연 대표는 개회사를 통해 "다섯명의 회원이 북한의 직종별로 근무하면서 경험했던 이야기를 들려드리려 한다"며 "저를 포함한 회원들이 북한에 살면서 당했던 인권침해의 산 증인으로 이자리에 섰다"고 밝혔다.
이어 "북한이 남조선인권대책협회를 통해 대한민국 내에서 인권문제가 처참하고 이것을 국제사회에 고발하는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들었다"며 "북한 내의 처참한 인권실태를 경험하고 온 저로서는 황당하고 도적이 매를 드는 격으로 느낀다"고 분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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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남조선인권대책협회는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남한 내 여성인권 문제를 비판하고 박근혜 대통령을 비난하는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남조선인권대책협회는 남한의 북한 인권문제 지적에 대응하기 위해 북한이 설립한 단체로, 지난 2013년 12월부터 북한의 각종 매체에 등장했다.
탈북 1호 박사로 유명한 세계북한연구센터 안찬일 이사장은 이날 격려사에서 "북한에는 '여자'가 없다"는 표현으로 북한 여성인권을 고발했다. 그는 "북한에는 남성과 여성 구별 없이, 같은 노동력이라는 차원에서 여성이 존재하고, 여성은 애 낳는 기계에 불과하다"고 언급하면서, "오늘 여러분들의 생생한 증언이 자유북한방송과 단파 라디오 등을 통해 퍼져, 북한 주민들에게 의지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격려했다.
증언에 나선 탈북 여성들은 북한열차승무원 출신 김은미 씨, 북한 철도 방송원 출신 정현정 씨, 협동농장원 출신 이은미 씨, 식량난으로 꽃제비로 떠돌아야 했던, 김은실 씨 등이다. 이들 중 일부는 동영상으로 증언을 대체했다.
북한에서 열차승무원으로 근무했던 증언자 김은미 씨(가명)는 북한 열차승무원들의 열악한 근무환경과 군인들에 의한 여성 승무원들의 성폭력 실태를 고발했다.
김 씨는 증언에서 "북한 경제상황이 어려워져 배급이 끊기고 기아상태가 되는 등 생활고로 인해 출근을 하지 못하는 승무원들이 생겨났다"며 "당국은 출근하지 못하는 승무원들을 강력히 처벌하고, 열차 승무원들에게 재량권과 단속권을 줘 스스로 경영난을 해소하는 조치를 취했다"고 말했다.
▲ ⓒ유튜브 동영상 캡쳐
북한 당국의 지시로 인한 결과는 처참했다. 김씨는 "승무원들과 기관사, 열차보안원들이 여행객들을 상대로 노골적인 착취와 약탈을 자행했다"며 "열차안의 보안원들과 기관사들은 단속중에 걸린 어린여자들의 벌금등을 면제해주는 대신 성상납을 요구했고, 군인 칸에서는 여성 승무원에 대한 성폭행, 성추행이 만연했다"고 몸서리를 쳤다.
17세의 나이로 협동농장에서 일했던 이은미(가명) 씨도 "기계와 연료가 없어 하루 종일 맨손으로 모내기 김매기 등의 작업을 해야했고 아무리 열심히 일을해도 배급이 넉넉치가 않았다"며 "배급이 없는 겨울과 봄에는 항상 굶는 일이 다반사였다"고 밝혔다.
이 씨는 "배급이 없는 봄에 쌀 1kg을 빌려주면 추수철인 가을에 세배인, 쌀 3kg을 가져가 생활난이 더욱더 심해졌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러면서 "인민군지원, 충성자금 등의 부가적인 세금이 많아, 북한농민들은 항상 착취에 시달린다"고 증언했다.
김정은 정권하에서 북한 여군으로 복무했었 던 최수향(가명) 씨는 북한군대 내의 성폭력에 대해 폭로했다. 최 씨에 따르면, 김정은 정권들어서 병력자원부족으로 여군이 늘어났고, 여성 군인을 대상으로 하는 군대 내 성폭행이 만연했다고 한다.
최 씨는 자신의 군 복무시절 분대장을 회상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저녁 업무보고 때 간부로 부터 성관계를 요구 받았고, 응하지 않으면 분대 전체에 대해 이유없는 처벌이 벌어졌다"며 "분대전체에 대한 이유없는 처벌이 계속 되자 분대장이 자신을 희생해 간부에게 성상납을 했다"고 말했다.
최 씨의 증언을 듣던 이소연 대표도 자신의 북한군 복무 경험을 언급하면서 "10여년간 근무했지만 부대 내에서 성상납은 비일비재했고 피해자는 보복이 두려워서 어떠한 항명도 하지 못하는 것이 북한 여군의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북한에서 꽃제비(떠돌면서 구걸하는 북한 아이들)생활을 하다가 탈북했다고 자신을 소개한 김은실(가명) 씨는 해외파견자로 일하다 부상 후유증으로 사망한 아버지와, 생활고로 인해 돈을 벌기위해 집을 떠난 어머니를 회상하며 흐느낌을 주체하지 못했다.
김 씨는 집을 떠난 어머니를 기다리며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여동생과 꽃제비가 됐고, 꽃제비 생활을 하면서 한 아이가 굶어죽는 것을 보며 탈북을 결심했다고 한다.
험난했던 탈북 과정에서 단속에 걸려 도망다니던 김 씨는, 동생에게 북한에 가서 기다리면 쌀을 얻어서 금방 돌아 가겠다고 달래 돌려보냈고, 그 때 이후로 동생을 다시 보지 못했다며 눈물을 흘렸다.
김 씨는 "중국에서 여동생과 헤어진지 10년이라며 이 세상 어딘가에 살아있을 동생이 건강하기를 기도하고 있다"고 말하며 결국 끝내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
기자회견을 마치면서, 이소연 대표는 "최근 넘어오는 탈북민들의 증언을 들어봐도, 북한의 인권상황은 전혀 나아지고 있지 않다"며 "북한주민들은 자신의 인권들이 침해당하고 있다는 사실도 모른채 북한 체제에 철저히 이용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청중들을 향해 "오늘의 이 참담한 북한인권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전해 달라"며 "우리 국민들에게 대한민국의 자유의 소중함을 알리고 북한 인권에 지속적인 관심을 부탁한다"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