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네이크의 한마디.
내 이름은 스네이크.
거미 요괴 중에서도 최강의 권력을 지닌 부모한테서 태어나 부족한 것 하나없이 지낸
축복받은 인생이라고 생각되는 삶을 살고 있는 나다.
물론 남들의 입장에서 볼 때의 이야기지만 말이다.
맨날 뭣 좀 못한다 싶으면
'어머... 왜 스네이크님은 이게 안 되실까요? 부모님께서는 잘만 하시는데.....'
다른 애들이랑 어울려 놀려고 하면
'꺄! 이 녀석들 어딜 스네이크님의 몸에 손을 대?!!
이 천한 것들 어서 썩 꺼지지 못해?'
정말 과보호도 이만한 과보호면 완전 감금생활이지.....
그러던 중 권력이 좋다는 걸 깨닫게 해준 사람이 바로
내가 샤이라고 부르는 카이엘 페이 가이네이샤였다.
정말 웬만한 생명체보다 아름답고, 오만한 내가 처음으로
내 목숨을 걸어서라도 가지고 싶던 것이었다.
물론 결국 가지지는 못했지만.......
아직도 생각난다. 그 녀석의 어이없는 그 말들.....
-이봐. 스네이크. 방금 전에 내가 계약 맺었던 여자애 예쁘지?
난 그 애하고 결혼할거야. 그러니까 네가 우리 약혼 좀 파기해 줄래?
난 네가 그렇게 해 줄 거라고 믿어. 왜냐하면 넌 착하니까.-
어릴 적엔 왜 그 말이 그토록 눈물나게 좋았는지.....
바보였던 나는 곧장 생난리를 쳐 약혼을 파기해 달라고 했고,
결국 엄청나게 부모님께 맞고 난 후 약혼을 파기할 수 있었다
약혼이 파기되자 샤이는 다시 날 찾아왔다.
-정말 고마워. 역시 넌 정말 착해. 그런데.... 한가지만 더 들어줄래?
슈야가 날 잊으면 안되니까.... 가끔 날 기억할 수 있게 해줘.
물론 내가 직접가면 좋겠지만.... 난 슈야와 비슷한 위치에 가야하거든. 할 수 있지?-
샤이의 애절한 부탁에 바보 같았던 난 고개를 끄덕였고,
샤이는 정말 눈물날 정도로 아름답게 웃으며 나를 꼭 안아 줬다.
그리고 나는 샤이의 품에 안겨서 바보같이 슈야가 샤이를 잊지 못하게 만들기로 결심했다.
많은 고민을 했으나 가장 기억에 남는 거라면 고생한 일들.
결국 나는 가끔 '샤이를 가로챘다' 라는 핑계로
슈야란 마녀가 샤이를 잊지 못하게 괴롭혀 댔다.
정말.... 지금 생각하면 어릴 적의 행동은 모두 바보 같았다.
바보같이 약혼자보고 다른 여자한테 반려계약을 해 보라고 하질 않나,
얌전히 약혼을 파기해주질 않나....
뺏기고도 병신같이 잊지 못하게 하질 않나.....
정말 어릴 적 나는 한 마디로 얼간이었다.
어쨌든..... 샤이는 날이 갈수록 강해지고, 아름다워졌고
나는 그런 샤이를 뒤에서 지켜보며 억지 웃음만 지을 뿐이었다.
정말.... 무슨 내가 얼어죽을 해바라기 행동을 하고 그랬는지.... 후회막심이다.
차라리 악녀처럼 악랄하게 굴다가 뺐기면 그래도 덜 억울하지....
슈야 고 계집애는 날 완전히
'약혼자한테 버림받고 나한테 화풀이하는 이상한 여자아이' 로 보고...
생각하니까 더 억울하네..... 흑...
어쨌든!! 해명할 게 하나 더 있으니 끝까지 들어라!
사실 퇴마사 애송이 네 명을 과거의 슈야에게 보내 버린 건
결코 사악한 마음이 들어가지 않았다!!
난 그저 붉은 머리의 애송이가 슈야를 사랑한다는 것을 눈치채고,
슈야에게 정나미를 떼버리라고 일부러 보냈던 것이다.
왜냐고? 왜냐고 묻는다면 대답해 주겠다.
첫째! 슈야를 사랑하면 샤이와 적이 될 텐데....
나는 결코 죽어도 샤이가 아픈 꼴은 못 본다. 차라리 내가 아프고 말지...
둘째! 만약 슈야가 그 녀석을 사랑하게 되면 곤란하기 때문이다.
샤이가 아파서도 있지만 더 중요한 건 슈야 고 년이 힘들다.
원래 생명이 긴 것과 짧은 것의 사랑이란 어렵기 마련이다.
나는 인간이 여자로 환생해서 동성연애를 하는 마녀도 봤고;;
하필 고양이로 환생해서 고양이를 품에 안고 사는 거미 요괴도 봤다.
거기다가 중요한 건 인간은 금방 늙는다는 거였다.
그래도 콩깍지가 껴서 주름살조차 예쁘다고 하니;;
정말 끔찍해도 그런 끔찍함이 없지;;
생각해 보니 이것도 바보 같다.
차라리 인간과 슈야를 엮어 줘서 샤이를 내가 가질걸....
난 왜 이렇게 바보같은 행동을 많이 하는 건지.....
정말 짜증나!!!!!!!!!!!!
그리고.... 성에서 슈야가 나오지 못하게 문을 봉해 버린 것과,
슈야를 버리고 가자고 샤이를 재촉한건.... 슈야에 대한 나의 질투라고 해 두자.
뭐.... 결국 다 잘 됐으니... 괜찮겠지.....
현재 내 앞에는 행복한 얼굴로 슈야의 입술에 가볍게 입술을 대는 샤이와
수줍은 표정으로 가만히 서있는 슈야의 얼굴이 보인다.
정말..... 솔로의 가슴에 불을 지르는 구나!!!!
확! 사실을 말해버려? 그럴까? 그래 사실을......
사실을.......말할 수 있을 리가 없지.....
내가 이 나이에 얼어죽을 착한 바보짓이나 하고 있으니....
아.... 정말 슬퍼도 이런 슬픔이 없지.... 체..... 꼴이 말이 아니고만....
슈야와 샤이는 어느 새 피의 계약을 마치고 마지막으로 진한 키스를 하고 있었다.
젠장.....나는 답답한 마음에 조심스럽게 일어나 나가 버렸다.
바깥은 그나마 안보다는 나았다.
시원한 기운이 날 감싸 안았고, 나는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저기..... 스네이크양 맞으시죠?"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나는 뒤를 돌아봤고,
그 곳에는 검은 날개를 펴고 나를 바라보는 웬 남자 한 명이 보였다
"내가 스네이크인데.... 무슨 용건이냐?"
나도 모르게 오만한 말투가 나갔고, 남자는 얼굴을 잔뜩 찌푸리더니
휙 던지다시피 귀여운 캐릭터가 그려진 편지봉투를 넘겨준다.
"마왕님께서 전하시라고 했습니다."
기분 나쁘게 말을 끝낸 녀석은 검은 날개를 퍼덕이더니 날아가 버렸고,
나는 다시 병신같이 두근거리는 심장을 추리며 조심스럽게 편지봉투를 뜯었다.
그리고 하얀 색의 순결한 편지는 내 손에서 구겨져 갔다....
-스네이크에게.
내가 쓴 편지 중에 네 편지를 가장 오랫동안 고민하며 쓴 것 같아.
무려 24장이나 소비했거든.
그러니까 늦게 받는 거에 기분 나빠 하지 않길 바래.
내가 너에게 편지를 쓴 용건은 너에게 마지막 부탁을 하기 위해서야.
우리끼리 있던 일은 그냥 조용히 묻어 줬으면 한다.
솔직히 결혼 했는데 나 잊지 말라고 너에게 부탁해서
그것 때문에 네가 그 동안 슈야를 괴롭힌 걸 알면 슈야가 나에게 실망할 거 아니야.
이해할 수 있지? 난 널 믿고 있어. 넌 착하니까.
그 동안 내 부탁 들어준 것 고맙고, 행복하길 바란다.
한때 너의 약혼자였던 샤이가.....-
"이..... 나쁜 새끼! 이 나쁜 새끼!!!!!! 나쁜 새끼!!!!! 나빠....."
어느 새 눈에서는 눈물이 나오고 있었고,
편지는 조각조각 나서 바람에 흩날리고 있었다.
슈야 때문에 날 더럽게 이용해 먹은 샤이도 정말 나쁘지만..... 정말 나쁜 건 나다.
끝까지 샤이를 궁지에 몰지 못하고 바보같이 구니까....
편지를 슈야에게 가져다 줬으면..... 그랬다면 이렇게 바보 같지는 않을 텐데....
"젠장.... 그래, 실컷 이용해 먹어라! 그리고.....그리고...... 행복해...."
나는 오른팔을 들어 눈물을 슥 닦고
샤이의 결혼식장을 향해 세 번째 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씨... 이게 아니지! 행복하지 못하게 평생 괴롭혀 줄 테니까 행복해 보시지?
샤이, 너 진짜 죽었어. 이제 죽을 때까지 쫓아다니면서 괴롭혀 줄 테다!
슈야, 샤이, 그리고 둘 사이에서 태어난 애까지 전부 다 괴롭혀 줄 거야!
나 스네이크의 이름을 걸고, 반드시!!!!!"
커다랗게 소리를 지르자 웬지 가슴이 시원해지면서
처음으로 내가 바보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헤헤. 슈야, 샤이 각오해. 평생 괴롭혀 줄 거야~♡
번외 슈야의 결혼 일기.
"슈야! 일어나라 냥! 스네이크가 왔다 냥."
"으음..... 응....."
"슈야! 스네이크가 왔대도, 냥!"
침대에 누워 달콤한 잠을 맛보던 슈야는 옆에서 들려 오는 목소리에 살며시 눈을 떴다.
인간 형태로 천천히 꼬리를 흔들며 소리를 지르는 냥이를 보자,
슈야는 있는 힘을 전부 동원해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으으.... 정말 죽을 것 같아. 딱 죽기 일보 직전이라고."
"냥, 나도 널 깨우는 게 미안하다 냥. 하지만 스네이크를 보면 태아에게 좋지 않다 냥."
안스러운 얼굴로 슈야를 깨우더니 슈야를 업는 냥이.
그리고 빠르게 발을 놀려 방에서 탈출한다.
냥이가 나가기 무섭게 무척 흉. 측. 한. 모습으로 방에 들어오는 스네이크.
그녀의 머리는 폭탄이라도 맞은 듯 엉망진창으로 꼬여 있었고,
드레스는 이미 찢겨질 대로 찢겨졌으며,
다리에는 고양이 몇 마리가 엉겨 붙어서 떨어지지 않고 있었다;;
방을 사납게 휙 둘러보더니 발목을 붙잡고 있는 고양이들을 떨궈 버리는 스네이크.
그리고 아쉽다는 듯이 입맛을 쩝쩝 다신다.
"에이.... 오늘도 놓쳤네...... 전부 네 놈들 때문이야!!!"
겁에 질려 바르르 떨고 있는 고양이들을 향해 천천히 걸어나가는 스네이크...
잠시 후..... 방 안에는 고양이들의 처절한 울음소리만 났다는 것만 알아두자;;
...................................
"냥아, 스네이크는 도대체 언제까지 날 괴롭힐까? 이제 점점 힘들다."
많이 졸린 듯이 냥이의 등에 얼굴을 비비는 슈야.
슈야의 행동에 잠시 움찔거리던 냥이는 더욱 속도를 내며 대답한다.
"나도 모르겠다 냥. 그러게 내가 카이엘 녀석에게 붙어 있으라고 말했잖냐 냥!"
한숨을 내쉬며 흘깃 등에 업힌 슈야를 바라보는 냥이.
스네이크에게 며칠동안 시달려서인지 슈야의 모습은 지나치게 말라 있었고,
아픈 사람처럼 안색도 창백했다.
"이럴 줄 알았다면 그 녀석과 결혼 시키지 않았을 거다 냥.
슈야, 아직 늦지 않았다. 그냥 파혼하고 우리끼리 애를 키우자 냥."
"됐어요. 그냥 카이엘한테 데려다 줘.
이상하게 스네이크는 카이엘 곁에 있으면 안 나타나더라..."
말을 끝내고 잠이 오는지 냥이 등에 얼굴을 붙이고 고른 숨을 내쉬는 슈야.
냥이는 그런 슈야를 보며 한숨을 내쉰다.
................................................
"으음..... 흐음........"
슈야는 등에서 느껴지는 따뜻하고 푹신한 느낌에 눈을 뜨려 했으나
스네이크에게 너무 많이 시달린 탓에 눈꺼풀이 천근만근 무거웠다.
"슈야, 많이 졸려?"
슈야가 눈을 뜨는 걸 포기하고 잠을 청할 때 들려 오는 낮은 목소리.
그 목소리에 슈야는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눈을 뜬다.
부드러운 눈빛을 한 체 슈야의 머리카락을 쓸어 넘겨주는 카이엘.
슈야는 두 팔을 올려 카이엘의 목에 휘감고 눈을 감는다.
"그래, 많이 자라, 그래야지 우리 아기 쑥쑥 크지."
말이 끝나자 몸이 붕 뜨는 것이 느껴졌고, 곧 푹신한 것이 다시 등에 닿았다.
"슈야, 태교 힘들어? 얼굴이 안 좋다."
슈야의 배를 쓰다듬으며 걱정스러운 목소리를 내는 카이엘.
카이엘의 목소리에 슈야는 살짝 눈을 떠 아직 나오지 않은 배를 쳐다본다.
몇 달 후면 배가 불룩 나와 뚱뚱해지겠지?
슈야는 자신의 배를 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는다.
누워 있는 슈야를 그윽하게 쳐다보던 카이엘은
슈야를 침대 안쪽으로 살짝 옮기더니 슈야 옆에 드러눕는다.
"자, 우리 여왕님. 이제 잡시다. 자장, 자장, 우리....."
슈야는 카이엘의 자장가를 들으며 눈을 감는다.
현재 슈야의 생활.
스네이크에게 시달리는 것만 빼고는 만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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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으윽ㅠ 드디어 완결.
감동입니다!! 곧 다른 소설로 찾아뵙도록 하겠구요~
지금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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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판타지소설
[퓨전판타지]
검은 마녀의 가게 -번외-
사과앤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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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22 16:57
댓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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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꺄하~ 축하해요~~드디어 완결이시군요~~~일로 축하글남겨서 기쁨`!~!!!~~~~~~~~!!
헤헤. 지금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다른 소설도 많이 사랑해주셔요~
아핫.. 완결이군요... 좋아요~!! 다른 소설로 발리 뵙수있으면 좋겠군요.... >ㅅ<*//
금방 가지고 오겠습니다~ `
오홍홍!! ㄱ=// ㅈㅅ 아 이떄까지 열시미 열광하며 읽었는데 ; 꼬릿말 올린 횟수가;; 킁 ㅡㅡ 하여튼 완결 추카 해요&^^ 빨리 다른 소설 들고 찾아와주세욘;
네! 마녀의 가게 사랑해주셔서 감사해요~
캬캬캬..스네이크나쁘네엥..드디어 완결! 체리님!수고 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완결이라니..ㅠ-ㅠ 정말 재밌게 잘봤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ㅁ<!!!!!!
감사합니다!
어어ㅠㅠ 이게 완결이에요?? 아쉽다..하지만 정말정말 잼있었어요~~ㅋㅋ 잼있는 소설 많이 올려주시구요..^^ 감사합니다!!!!! 이렇게 마녀이야기나..그런얘기 많이 올려주세요 `~~ㅋㅋ정말 광팬입니당> _<
네~ 마녀나 마법사쪽 이야기도 써올릴게요!
이틀동안 본 끝에 드뎌 완결까지 무사히 봤네요!!!!마왕의딸도 재밌게 봤는데!!!!작가님 홧팅!새로운 소설나오면 제게 쪽지 좀 보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