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 남구에 사는 조아무개(54)씨는 “투표해도 별로 바뀔 것이 없을 듯해 투표하지 않았다”며 이렇게 밝혔다. 조씨는 지난 3월 대선 때는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간의 단일화에 분노하며 SNS와 전화로 주변에 투표를 적극 독려했다고 한다. 그는 “광주에서 공천 잡음 등으로 시끄러웠다. ‘이번엔 투표 안하겠다’고 한 이들이 주변에 꽤 많았다”고 말했다.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광주의 최저 투표율은 변화를 거부하는 민주당에 대한 매서운 경고라는 평가가 나온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투표 집계 현황을 보면, 광주의 투표율은 37.7%로 전국 투표율(50.9%)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전국 광역시도 중 가장 낮은 투표율이다.
지금까지 7차례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광주가 전국에서 가장 낮은 투표율을 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역대 지방선거에 광주 투표율이 가장 낮았던 때는 2002년 6월3일 치러진 제3회 지방선거다. 하지만 당시에도 광주 투표율(42.3%)은 인천(39.3%)이나 대구(41.4%), 부산(41.8%)보다는 높았다. 그만큼 이번 선거에 대한 광주 시민들의 관심이 적었다는 얘기다.
지역 시민단체인 참여자치21은 이날 논평에서 “투표율 37%는 민주당 독점 체제에서 비롯된 비민주적 정치 상황에 대한 시민들의 준엄한 심판”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광주에선 각종 비위에 연루된 후보자의 공천 논란, 공천 과정에서의 줄 세우기와 선거 부정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민주당의 심장이라 불리는 곳에서 이 정도로 낮은 투표율이 나온 것은 민주당의 위기가 아니고 무엇인가”라고 이 단체는 덧붙였다.
지병근 조선대 교수(정치외교학)는 “광주 시민들이 대선 이후 민주당에 어떤 목소리를 내더라도 변하지 않으리라고 판단하고 무력감을 느낀 것 같다. 이런 정서가 투표 거부로 나타났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광주시당 관계자는 “무소속 후보가 많이 출마한 전남과 달리 광주는 당내 경선 이후 사실상 선거가 끝난 것 같은 분위기가 형성됐다. 민주당 지도부의 내홍 등이 광주의 투표율을 떨어뜨린 주요 원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