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 있는 장남에게 적어 보낸 땅의 이야기
<입춘>
네 아버지와 너의 귀여운 동생이 준 생일선물로 준 돈으로 싱크대 교체하고 남은 돈으로 엄마 신발과 아빠 바지를 샀다.
노란색 후레지아와 흰색의 싱크댈 보면 아들도 기뻐하겠지.
파마를 하고 이불 꼬매는 실을 감다가 , 찐 고무마를 들고 와서 아들에게 편지를 쓴단다.
베갯옷을 연두색과 보라로 갈아입혀 놓았다.
아기 혀같은 연두빛 잎새가 얼굴을 내밀고 세상사를 엿보면 좋을 것 같은 날이다.
팥, 좁쌀, 찹쌀, 콩, 수수등을 밥솥에 앉혀놓았다.
이쁜 콩 네 알을 투명한 유리 그릇에 담아 콩쥐가 되기를 바라고 있단다. 아들이 콩밥을 보고 콩쥐밥은 이제 그만이라며. 손사래를 치던 아기 적 모습도 떠올렸단다.
도너스집이 생겼단다.
꽈배기 몇 개를 사와서 네 동생과 함께 우유와 함께 먹었다. 아들도 있었으면 몇 개 더 사왔을 도너스와 꽤배기였다.
네 동생이 '핸펀 바꿔 준다'는 말에 "아이고 말만이라도 고맙고 그대나 잘 쓰셤"
아들아! 엄마 걱정하지 말고 잘 살아.
병어 회를 떠서 어제 ~깻잎과 썬무. 새싹채소를 곁들어 너네 아빠와 먹었다.
성당 다녀오는 길에 옷을 두벌이나 샀어. 엄마가 사지 않은 물건 들 모두 버리라는 아들의 말을 들어준다... 된장국을 반지락조개 넣고 보글보글 어서 퇴근하고 왔으면 좋겠다.
<우수>
추위가 신발 끌며 물러가는 소리 들리는 오전의 공원 옆 잔목엔 여린 싹이 실눈 뜨고서 나오고 있더라. 아들이 첨으로 보던 놀이터는 모래 놀이터였고, 지금은 생활체육 시설이 있는 조그만 놀이터가 되었지,
아들과 함께 미끄럼타던 때를 생각하면 이 동네를 못 떠날 것만 같아.
아직은 보일 듯 말 듯한 봄 친구들이지만 자그마한 잎새의 눈이 엄말 보고 있는 것 같더구나.
오늘은 말이다. 너의 초딩 동창과 고교 동창의 어머니가 점심을 샀단다.
7명이 모조리 바지를 입고 졸졸 따라가서 푸짐하게 기름진 음식을 먹고서는 집에 와 방석을 만들려고 솜을 고르다가 아들에게 편지를 적어본다.
집에 오는 길에 자세히 보니 목련봉오리가 공손하게 하늘을 향해 두 손을 모으고는, 이쁜 장미와 살도록 해주심을 고마워하는 기도와 올해는 작년보다 하루만이라도 늦게 지는 목련이 되고 싶다는 기도를 하더라.
병어 회를 떠서 어제 ~깻잎과 썬무. 새싹채소를 곁들어 먹었다.
. 된장국에 반지락조개 넣고 보글보글 ~
오늘은 말이다. 푸른 색을 땅에 묻어 둔 민들래 싹이 담 밑에 보이고. 뽀송뽀송한 털이 달린 목련 봉오리 들이 어제보다 더 많은 친구와 하늘을 향해 이웃을 향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더구나, 개성을 갖추어 일주일 뒤에 개구리들과 함께 보여 줄 것이라는 신호 같은데,. 아들도 어서 현관 벨을 누르렴.
<경칩>
절두산이라는 성지에 벚꽃이 보일 듯 말듯하게 자른 새끼 손톱보다도 더 작은 얼굴을 엄마에게 보여주더라.
3여년 전의 엄마 모습같아. 아빠와 함께 졸업사진을 찍던 그 날은 엄마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인 줄 알았단다.
스스로 싹을 틔워 열매맺기를 바라는 마음은 부모마음이지 부모가 안된 사람은 잘 몰라,.
네 동생이 지구가 망하면 울트라 맨이 지켜준다는 말에 너의 동생만을 귀여워하자 엄마! 나는 엄마 나는 하던 어린 시절의 우리 아들,
우리 장남이 하늘나라에서 엄말 지켜주겠지.
산수유가 눈 서리 맞아가며 나무 등걸에 숨어 있다 노르스름 한 얼굴을 내밀고 엄마를 반기고 있더라.
<춘분>
구산동 산 어귀 바위 틈에 숨어 봉오리 내민 듯한 진달래를 살며시 안아주고 오고 싶더라.
달항아리에 담겨진 내 맘 훔쳐간 봄을, 아기 진달래와 야곰야곰 먹고픈 삼월이다. 아들이 입학 한 중학교 뒷산에 피는 진달래와 개나리가 만발했더라 새댁의 한복 같은 옷을 입은 개나리와 진달래. 아들은 진달래보고 더 이쁘다고 했지.
<청명>
복사꽃, 벚꽃처럼 곱상하고 요염한 듯한 새댁같은 사월이다.
인과의 씨앗을 심어주는 봄볕이 서둘러 아들에게 가고 있단다.. 아들 곁으로~
사랑은 실패가 없다고 적어서 보내는 편지처럼 곱게도 내려앉는 봄그림이다. 봄 엽서를 보내본다. 아들아!
<곡우>
성당 자매들과 불고기로 점심을 먹고는 불광천을 거닐고 들어왔다. 아들이 5세이던 해인가 신혼부부인 지인집에 가려고 케익을 샀으나 아들이 들고 간다며 우기길래 손에 쥐어 주었더니만 떨어뜨렸지. 강원도가 고향인 그 분은 지금 무얼 하시는지?
청둥오리 두 마리가 물위를 둥둥 떠다니면서 놀고 있었어요, 전에는 여러 마리였는데, 두 마리만 보이더라.
엄마가 초딩 때부터 살았고, 엄마처럼 응암동 언덕을 오르내리기를 3년이나 한 아들아!
엄마의 중학 시절에 가로수로 심어진 벚꽃이 자라나 서울의 벚꽃 팔경이 되었으니 세월이 무심하다.
분홍색이 들어있는 흰색인 꽃잎이 나뭇 잎새를 비집고 나온 아기자기하면서도 화사한 부잣집 딸같은 벚꽃에 취해 봄에 취해 아들이 늘 보던 서울 변두리를 엄마도 지금껏 보고 있다.
<입하>
장미 피는 계절인 오월 초,
장남이 일감호를 보고 와서는 ‘엄마 땐 캠퍼스가 더 넓었었다며? 어린이 대공원 옆에서 밥이라도 먹을 것을...
아들이 초딩 때 만들어준 종이 카네이숀이 생각난다. 버리지 말 것을 후회해 본 들..
오전엔 성경공부하고 오다가 재산세가 넘 많이 나왔다고 투덜거리는 행복한 고민을 하는 아주머니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시어머니 되었다'며 사진을 보여주면서 딸 이야기를 하더구나. 아들. 며느리 이야기하는 것인데 말이다. 우리 아들도 아는 아주머니. 비가 그친 뒤의 장미 만발한 오월 하순 돌돌 말린 토란잎 위에 앉은 물방울이 보석처럼 빛나는구나.
<망종>
5월 하순 비온 다음 날에 가지 토란 두 포기, 모종 4포기를 심어놓았다.
돌돌 말린 잎이 오종종한 자그마한 찻잔 접시처럼 한쪽 손을 든 어린이처럼 피어 누가 봐도 토란잎임을 알아 볼 만큼 자랐구나. 아직은 아우 본 아기같기만 하단다.
네 동생 초딩 입학 때 심은 나리도 곧 피어 날 것만 같다. 우리 장남이 보내준 장미향이 묻어 있는 듯,
아들의 눈이 시원할 것 같은 하늘 아래의 큰 키의 가로수, 초록에서 청록으로 변해가며 봄꽃을 대부분 떨구어 낸 나무들이 잎새를 잔잔한 바람 에 박자를 맞춰 가며 흔들고 있단다.
절두산에 가서 분홍옷을 입고서 아들을 위한 초록 촛불을 켜고 왔지...
<소만>
장미 만발한 오월 하순 돌돌 말린 토란 잎 위에 앉은 물방울이 보석처럼 빛나는 날, 아들은 잘 있니?
조그마한 틈새를 비집고 나온 초여름의 뽕나무를 보니 아들이 초딩 때 만들어 달아 준 종이 카네이숀이 생각난다. 버리지 말 것을 후회 한들...
빗물은 큰 바다에서 만날 것만 같은 장대비가 내리는 날이다.
성경 공부하고 오다가 많은 재산세가 나온 행복한 고민을 하는 아주머니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시어머니가 되었다고 해 놓구선 아들 결혼사진을 보여주면서 딸 이야기를 하더구나.
<하지>
골목 어귀의 연립 주택 담 옆에 피어 이만큼 자랐다고 속삭이는 주홍 장미와 눈인사를 나누었다. 햇볕을 향해 얼굴을 내밀고 있는 시장가던 길에 앵두파는 아주머니를 보았다. 앵두보고 귀엽다며, 웃던 아들의; 눈동자는. 앵두꽃이 피고 지기를 수십 번을 반복해도
못난 엄마 가슴에 남아 있다.
요염하면서도 청초하고, 뽐내지 않으면서도 땅을 딛지 않는 고결한 품성, 아까워 꺽지도 꺾이지도 않는 꽃이 되어 천년이 흘러도 엄마를 잊지 마렴.
<소서>
자랑스런 육군 병장 시절의 정읍에 있는 <백양사> 수조의 차디찬 물을 보려고 불교방송을 보았다. 내장산에서 아들이 사준 손수건은 그대로 엄마 핸드백 속에서 엄마의 눈물과 땀을 닦아준단다.
아들과 2014년 여름 다녀왔던 엄마의 원적지와 외가가 있는 강진과 영암
아들과 2014년 여름날 다녀왔던 엄마의 원적지와 외가가 있는 강진과 엄마가 유년시절을 보낸 영암을 다녀온 기억이 새롭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