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워(1080) - 2024년 새해를 맞으며
2024년 새해가 시작되었다. 연말연시에 많은 분들과 송구영신의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건강하고 평안한 날들이기를 축원하였다. 오랜 벗이 제야(除夜)에 즈음하여 읊조린 한시(漢詩) 한 구절, '지나간 잘못에 단정히 양해와 용서를 구하고 돌아올 올바름에 경건히 은혜와 사랑을 구하네(端正往非求諒恕 敬虔來是禱恩憐, 단정왕비구양서 경건래시도은련)’ 지난 허물을 성찰하고 다가올 축복이 넘치기를!
새해 아침, 울릉도에서 독도를 품은 해
세밑에 화제의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를 관람하였다. 우리를 둘러싼 국내외 정세가 예측불허의 위기상황, 임란 내내 일관한 충무공의 뛰어난 지략과 불퇴전의 충정을 되새기는 소중한 기회였다. 결연한 자세로 불안한 안보와 정치, 경제, 사회적 위험요인을 슬기롭게 헤쳐가자.
새해 첫날 아들과 나눈 대화의 두 축,
1. 금년으로 결혼 50년을 맞는다. 결혼에 즈음하여 적어도 30년, 더 바라기는 50년을 내다보며 그 설계를 아내에게 쓴 편지글 ‘사랑과 행복에의 기원’에 담았다. 험난한 세파 견디며 그 50년에 성공적으로 이른 감회가 벅차다.
2. 어느새 80세에 이르렀다. 심신이 온전한 가운데 지금에 이른 것을 감사하며 그 나이에 세상을 밝힌 두 선인의 본을 좌표로 삼고 싶다. 하나는 40년 세월의 광야 은거에서 벗어나 이스라엘의 지도자로 우뚝 선 모세의 역정, 둘은 초야에 묻혀 낚시로 세월을 낚는 은둔에서 벗어나 경세의 지혜를 발휘한 강태공의 경륜.
새해 벽두부터 마주치는 국내외 상황이 녹녹치 않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새해에 앞서 대미‧대남 관계에서 고압적이고 공세적인 강경대응을 예고했다. 섬뜩한 그 내용, ‘전쟁은 추상적 개념이 아니라 현실적 실체로 다가오고 있다. 유사시 핵 무력을 포함한 모든 수단과 역량을 동원해 남조선 전 영토를 평정하기 위한 대사변 준비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정부와 온 국민이 정신 바짝 차려야 할 중대국면, 충무공의 지략과 충정을 거울로 삼자.
새해 첫날, 일본 이시가와 현 노토반도에서 발생한 규모 7.6의 강진이 속보로 전해졌다. 곧바로 동해안까지 밀려드는 해일경보, 다음날 부산에서 발생한 제1야당 대표의 목숨을 노린 피습사건이 전 국민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온다. 예측할 수 없는 자연재해와 각종위협이 우리를 옥죄고 있음을 실감한다. 석 달 앞으로 다가온 총선과 10개월 앞으로 다가온 미국대통령선거 등 정치적 이벤트도 불가측의 볼거리, 변화무쌍한 국내외상황에 지혜롭게 대처하자.
‘내 아들아 나의 법을 잊어버리지 말고 네 마음으로 나의 명령을 지키라 그리하면 그것이 너로 장수하여 많은 해를 누리게 하며 평강을 더 하게 하리라.’(잠언 3장 1~2절)
지인이 보내온 근하신년 카드
* 나태주 시인의 글, ‘80 나이에’를 간추린다.
‘세월이 참 빠르고 무정하다. 신년을 맞은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12월 끝자락에 와 있는 자신을 본다. 내 나이 내년이면 배안엣나이로 80이다. 고로롱 80이란 말이 있는데 정말로 그 80 나이가 되는 것이다. 건강을 자랑하는 사람도 80 이전에 세상을 떠나는데 병약한 사람이 고롱고롱 앓으면서 80까지 버티며 산다는 데서 비롯된 말이다.
정작 한 해가 가고 다시금 새해가 온다고 그런다. 어떻게 살 것인가? 그것은 젊은이들만이 문제가 아니라 나이 든 사람들에게도 중요한 문제이다. 송구영신(送舊迎新)이란 말이 있지만 어떻게 옛것을 버리고 어떻게 새것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인가? 나는 10년 인생을 생각하면서 살았다. 1년, 1년, 단발로 생각하면서 살지 말고 10년을 한 묶음으로 살아 보자. 그 10년 안에 변화되는 나 자신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렇게 마음을 다지며 살았다. 참으로 10년이란 시간은 대단한 시간이다. 내 생각은 그렇다. 사람이 무엇이든 결심하고 그 결심을 10년 동안 실천하다 보면 이 세상에서 이루지 못할 일이 거의 없노라고. 문제는 지속적인 노력과 실천이다.
새해를 맞아 젊은 분들에게 말하고 싶다. 앞으로 10년을 한 묶음으로 보면서 살아 보라고. 그것은 짧게 쉬는 호흡이 아니고 길게 쉬는 호흡이 될 것이고 상당히 인내심을 요구하는 삶이 될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매우 눈부신 것이고 매우 만족스런 것이 될 것이다. 오늘날 우리의 문제는 무엇이든 과잉과 졸속에 있다. 그러나 나에게는 이제 그 10년이란 것이 어렵다. 품을 수 있다면 5년쯤 가능할 것이다. 그 안에 정리할 것들을 차분히 정리하면서 미루었던 자잘한 소망들을 이루고 싶다. 나보다 젊은 사람들, 80이 되지 않은 사람들이 품고 살아갈 10년이 멀리 부럽다.’(중앙일보 2023. 12. 16 나태주 시인의 글, ‘80 나이에’에서)
세밑에 청주동물원에서 외국청년들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