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발 600m 팔공산 허리에 둥지를 튼 가산산성야영장은 지금 눈부신 봄날이다. 10만 9,213㎡의 넓고 아늑한 공간이 온통 벚꽃에 둘러싸여 있다. 꽃그늘에 텐트를 내려놓으면 벚꽃잎이 눈처럼 쌓여가고, 밤새 꽃비 내리는 소리를 들으며 달콤한 잠에 빠져든다. 아이들은 벚꽃잎 흩날리며 해먹을 타고, 꽃잎 내려앉은 커피는 두근두근 눈으로 마신다. 봄빛으로 물든 가산산성이 지척이니 가볍게 봄 산행을 곁들여도 좋다. 짧은 봄날, 가산산성야영장에서의 하룻밤이면 충분히 만끽할 수 있다.
벚
꽃에 둘러싸인 가산산성야영장
300그루 벚꽃에 둘러싸인 낭만 야영장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선정된 팔공산 한티로를 따라 오르면 600m 고지에 팔공산 가산산성야영장이 자리 잡고 있다. 행정구역상 경북 칠곡군에 속하지만 대구 도심에서 20분 거리에 있어 대구 시민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대구 최고의 명산 팔공산에 터를 잡았으니 두말이 필요 없을 만큼 사계절 아름다운 야영장이다.
벚꽃엔딩을 즐기는 야영객
사계절 중에서도 가산산성야영장이 가장 빛나는 때가 바로 지금. 벚꽃엔딩의 무대가 펼쳐진다. 도심의 벚꽃은 벌써 작별을 고했지만 팔공산 벚꽃은 지금이 절정이다. 격한 봄날도 깊은 팔공산 골짜기에 들어서기가 힘에 부쳤던 모양이다. 덕분에 바쁜 일상에 쫓겨 도심의 벚꽃잔치를 놓친 사람들에게 더없이 좋은 봄날 야영을 선사한다.
꽃
비 내리는 야영장
가산산성야영장에는 모두 300그루가 넘는 왕벚나무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유명한 벚꽃 명소 못지않은 경관을 자랑한다. 명당이 따로 없다.
야영장 안 벚꽃터널
텐트를 펼치는 곳마다 활짝 핀 벚꽃을 만끽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벚꽃이 가장 많은 곳은 단체야영지. 계단식으로 조성된 단체야영지에는 계단마다 벚나무가 담장처럼 심어져 있어 벚꽃 그늘에서 망중한을 누릴 수 있다.
꽃그늘 아래 설치한 해먹
살랑이는 봄바람이 나뭇가지를 스치면 텐트 위에 꽃잎이 쌓여가고, 해먹 위에 노는 아이들머리에도, 보글보글 끓는 라면에도 꽃잎이 내려앉는다. 꽃잎이 가만히 내려앉은 커피 잔은 마시기조차 아까워 두근두근 눈으로 마신다. 야영지와 야영지를 이어주는 길마다 벚꽃이 터널을 이룬다. 벚나무 사이에 시화가 전시되어 있다. 벚꽃 아래 읽는 시는 감동이 두 배다.
야영장의 봄빛이 눈부시다
1987년 칠곡군에서 개장한 가산산성야영장은 1991년 도립공원으로 이관되어 운영하고 있다. 가산산성야영장의 가장 큰 장점은 팔공산에 둥지를 튼 만큼 울창한 산림이 야영장을 두르고 있다는 것. 봄날 벚꽃뿐만 아니라 여름에는 푸른 침엽수, 가을에는 단풍이 장관을 이루고, 겨울에는 소나무에 핀 눈꽃이 아름다운 풍경을 선사한다. 최근 3년간 해마다 5만여 명이 다녀갔을 만큼 가산산성야영장의 인기가 뜨겁다.
팔공산의 울창한 산림이 야영장을 두르고 있다
10만 9,213㎡ 부지에 200여 동의 텐트를 수용할 수 있어 팔공산에서 가장 큰 야영장으로 손꼽힌다. 야영지는 단체, 가족, 개인 야영장과 숲속마루 그리고 피크닉장으로 구분된다. 야영지는 대형 4.5m x 7m, 중형 3.5m x 5m, 소형 3m x 3.5m, 지름 3m 평상 등의 형태로 A구역에서 F구역으로 이루어져 있다. 숲속마루는 일본솔이 울창하게 자라는 숲 속에 데크(3m×4.1m)가 설치되어 있다. 또 당일 방문으로 소풍을 즐길 수 있는 피크닉장이 있다. 단체 야영지는 단체 예약이 있는 날을 제외하고 일반 야영객의 이용이 가능하다.
데크가 놓인 숲속마루 야영지 풍경
야영지 외에도 대운동장, 배구장, 족구장을 갖추고 있어 여러 가족이 함께 어울리기 좋다. 특히 아이들이 마음 놓고 뛰어놀기 안성맞춤이다. 화장실과 취사장 시설도 야영지마다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다. 저렴한 가격도 가산산성야영장의 자랑이다. 팔공산도립공원 홈페이지를 통해 사전 예약제로 운영하고 있다.
취사장에도 벚꽃잔치
단점도 없지 않다. 해발 600m가 넘는 곳이다 보니 편의시설이 취약하다. 샤워장이 없고, 전기도 사용할 수 없다. 하지만 이러한 제약들이 오히려 더욱 자연과 가까워질 기회가 된다. 가장 큰 불편요소는 사이트 바로 옆에 차를 세우기 어렵다는 것. 산자락에 터를 잡은 탓에 야영지 대부분이 계단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따라서 짐을 내린 다음 차를 주차장으로 이동해야 한다. 짐을 내릴 수 있는 곳에서 사이트가 먼 곳은 관리실에 비치된 손수레를 이용하면 된다.
산자락에 기대어 계단식으로 이루어진 야영장
봄빛에 물드는 가산산성 봄맞이 산행
가산산성야영장은 팔공산의 문화재와 수려한 경관을 둘러보기 좋은 최적의 베이스캠프다. 그중에서도 야영장에서 4km 남짓 떨어진 가산산성은 놓치면 후회할 팔공산의 명소다. 팔공산 최고봉인 비로봉에서 서북쪽으로 뻗어 내린 봉우리 가산에는 조선 후기에 쌓은 가산산성이 남아 있다.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을 겪은 뒤에 왜적의 침략을 막기 위해 쌓은 성이다. 해발 902m 정상에서부터 골짜기를 따라 쌓은 산성은 내성, 외성, 중성으로 이루어져 있고, 유구가 거의 남아 있다. 현재 4개의 문지와 암문, 수문 등이 남아 있는데 그중에서도 동문과 동암문의 원형이 잘 유지되어 있다.
가산산성 진남문
가산산성을 둘러보는 몇 가지 산행 코스 중 대표적인 코스는 진남문에서 왼쪽 남포루 방향으로 산성을 따라 올랐다가 가산바위에서 중문과 동문을 지나 하산하거나, 진남문에서 동문과 중문을 지나 가산바위로 올랐다가 그 길로 하산하는 방법이다.
해원정사에서 동문으로 이어지는 산길
우선 남포루 방향으로 오르는 길은 산성의 진면목을 제대로 맛볼 수 있는 코스다. 하지만 가파른 오르막이 30~40분 이어져 산행 초보자나 노약자에게는 다소 힘든 길이다.
신록으로 물들어가는 등산로
산행 초보자나 아이를 동반한 산행이라면 진남문에서 해원정사를 지나 동문과 중문을 지나 가산바위에서 다시 왔던 길로 내려오는 방법을 권한다.
큰개별꽃과 야생화가 지천이다
동문으로 오르는 길은 임도를 따라가는 길이라 다소 지루할 수 있지만, 길이 넓고 경사가 완만해 두런두런 이야기꽃을 피우며 걸어도 좋을 만큼 편안한 산길이다.
봄맛을 제대로 누릴 수 있는 가산산성 산길
어느 길을 택하든 신록으로 물드는 산빛과 걸음마다 발길을 붙드는 야생화들을 만날 수 있다. 특히 봄의 전령사인 노란 복수초가 지천이다. 가산바위 아래쪽에는 국내에서 첫손에 꼽힐 만큼 대단위 복수초 군락지가 있다. 가산바위에 오르면 사방을 시원하게 조망할 수 있는 널찍한 바위를 만난다. 남포루에서부터 이어진 산성이 한눈에 들어오고, 그 아래 봄빛으로 물들어가는 신록이 눈부시다.
가산바위 아래 복수초 군락지
여행정보
팔공산 가산산성야영장 주소 : 경북 칠곡군 동명면 한티로 1034 문의 : 053-602-5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