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자 : "여기서는 이렇게 패스를 하란 말이야"
선수 : "네!"
지도자 : "축구를 그만두는 사람은 낙오자야, 절대 포기하면 안된다고 알겠어?"
선수 : "네!"
지도자 : "이렇게 달리고 패스를 주고 나서 반대편까지 전력질주하는 거야 알겠어?"
선수 : "전력질주는 왜 하는 건가요?"
지도자 : "그냥 하라면 하는 거지. 야 말대꾸 하는거야?"
선수 : "아니요"
첫번째 질문과 대답은 2005년 9월 축구를 시작하면서 2012년 축구를 그만두고 2014년 축구 심판을 거쳐서 2022년 지도자를 하고 있는 현재까지 듣고 있다.
두번째 질문과 대답은 2005년부터 2010년 사이 초, 중학교 축구부 시절 들었던 대답이다.
세번째 질문은 첫번째 질문과 대답과 동일하다.
먼저 첫번째 질문과 대답은 선수, 사람의 생각하고 판단하며 실행에 옮기는 능력을 키울 수 없게 만든다.
일방적인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선수들은 기계처럼 움직이며 감독이 조종하는대로 움직이는 축구를 한다.
초, 중, 고 축구선수로 활동할 때 이런 환경 속에서 계속 축구를 해왔기 때문에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았다.
자유롭게 축구를 할 수 있는 순간은 개인훈련을 하는 시간 동료들과 하는 미니게임이다.
누구에게도 간섭받지 않고 하고 싶은 플레이를 마음껏 할 수 있다. 이 순간만큼은 모두가 자신의 롤모델이 된다.
좋아하는 선수의 플레이를 상상하고 그대로 따라하며 마치 그 선수가 된 것처럼 자신있게 플레이한다.
실수해도 웃어넘기며 또 다시 공을 받으러가고 한번 더 도전한다.
축구를 그만두고 선수의 입장이 아닌 심판, 지도자의 관점에서 바라보니 많은 선수들이 감독의 지시에 따라서 움직이는 꼭두각시 인형처럼 보였다. 심지어 팀에서 가장 좋은 기술을 가진 선수도 상대 수비를 직접 돌파하며 득점까지 만들어내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이 또한 마찬가지로 본인이 스스로 만들어낸 상황은 아니다.
팀 전원이 훈련을 통해 준비된 상황이 아닌 경기장 안에서 즉각적인 감독의 지시에 맞게 움직이며 찬스가 만들어졌다.
이런 과정을 거쳐서 결국 가장 기술과 속도가 빠른 선수에게 연결되고 득점까지 만들어지기 때문에 경기장 안에서 어떤 선수도 감독의 지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최근 한국과 브라질의 경기가 있었다. 한국 선수들의 기술적인 부분은 브라질 선수들에게 크게 떨어지지 않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가지고 있는 기술을 언제 어떻게 사용해야할지 빠르게 판단하여 행동으로 옮기는 속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은 분명했다.
'생각의 스피드' 가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갑자기 나타나고 향상 될 수 없는 것이 생각의 차이다.
무수히 반복되는 상황 속에서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에 옮기는 경험이 쌓여야하는 능력이다.
여기서는 이렇게 패스를 하라는 지시가 서서히 사라지기를 바래야 하며 이 질문에 공포감을 느끼는 선수가 아무런 고민도 없이 "네"라는 대답이 나오지 않아야 한다.
두번째 질문과 대답은 축구를 그만둔다는 것에 대한 공포감과 패배감을 가지게 만들어서 축구를 그만둔다는 것은 곧 낙오자, 패배자라는 생각을 가지게 만들 수 있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처음 정한 되고 싶은 모습이 이뤄지는 경우는 적다. 바뀌는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축구선수가 되고 싶었던 선수들은 훈련과 숙소생활에서 느껴지는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한 이유 때문에 축구를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
이럴때 선수가 지도자에게 반복적으로 축구를 그만둔다는 것은 인생의 패배자라는 식의 인식이 심어지게 되면 끈을 스스로 놓지 못하고 붙잡고 있게 만든다. 훈련이 두려워지고 경기에서 찾아오는 공포감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점점 무기력해지면서 축구에 대한 흥미를 떠나 인생 자체에 대한 흥미를 잃어버리는 경우도 있다. 멍하게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고 축구가 삶의 전부였던 선수가 공만 봐도 짜증이 나는 순간이 찾아온다. 스스로 곧 패배자가 될 것이라는 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왜 패배자가 되는 건지 물어보지 못하며 스스로 생각해보지 못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축구선수라는 직업을 가져보겠다는 다짐을 했다가 바꾸는 것은 그렇게 단순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너무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는 것도 아니다. 좋아해서 시작했던 축구는 시간이 지나면서 직업으로 가질 수 있는 수준으로 올라서야 하기 때문에 잘해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내가 좋아하는 축구로 돈을 벌 수 없고 더 많은 사람에게 기쁨을 전할 수 없다.
그 과정은 절대 쉽지 않다. 그만큼 많은 것을 포기해야하고 이것도 모자라 훈련과 경기에서 찾아오는 정신적, 신체적 고통 또한 견대내야한다. 이 과정을 셀 수 없이 겪으면서 이를 극복한 선수들은 본인이 원했던 것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과정을 극복하는 과정에서도 본인의 실력을 냉정하게 판단해볼 필요가 있다.
"가능성이 있는 상태"에 중독되면 정말 안타까운 현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조금만 더 하면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는 상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붙잡고 있으면 시간을 낭비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세번째 질문과 대답은 선수들이 질문을 받았을때 아주 비슷한 모습을 보여주는 결정적인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질문을 했을때 아무도 눈을 마주치지 않고 회피한다.
위와 같은 반응을 경험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긍정적인 반응을 받아본 기억이 적기 때문에 분명 전과 비슷한 부정적 반응이 나타날 것이라는 것이 무의식 속에 자리잡혀 있다. 또 선수들이 지도자를 대하는 태도가 대부분 비슷비슷하다. 눈을 잘 마주치지 못하고 인사를 하는 것도 도망가기 바쁘다. 선수들의 비슷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대부분 경험하는 것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절대 이런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어느 순간부터 질문을 하는 선수는 이상하고 특이한 선수라고 낙인 찍히기 때문이다.
중학교 1학년 첫 훈련 시간 코치님의 훈련 방법 설명이 끝나고 들으면서 궁금했던 것이 있어서 질문을 했다.
분명 들었는데 모른척을 하고 지나갔고 훈련을 시작했다. 연속적으로 같은 상황이 반복되면서 질문을 포기했다.
언젠가부터 따가운 시선이 느껴졌고 이런 느낌을 받지 않기 위해서는 입을 닫아야했다.
어릴수록 주변 환경에 더 따라가게 되는 경우가 많다.
최근 슛포러브에서 한국 유소년 선수들을 선발하여 독일 도르트문트 유소년의 훈련과 경기를 경험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영상 속에 도르트문트 유소년 선수들은 서로 먼저 질문을 하려고 손을 번쩍 들었고 지도자가 질문을 하면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자신의 대답을 멋지게 표현했다. 맞고 틀리고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당당하게 표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런 적극적인 태도는 경기장에서 그대로 표현되는 것도 영상 속에서 느낄 수 있었다.
영상 속에서 질문을 던지는 지도자의 반응은 긍정적이었고 적극적이었다. 선수들이 의욕을 가지고 임하기 충분했다.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서로 의견을 주고 받는 과정을 경험하는 것은 어떤 스포츠, 직업을 가리지 않고 중요하다.
우리는 인생을 혼자 살아갈 수 없고 문제가 나타났을때 함께 힘을 모아 극복하는 과정이 많기 때문이다.
어렸을때부터 축구를 통해 서로 의견을 주고 받고 나타나는 문제상황에 적극적인 태도로 임하여 해결해보는 경험을 많이 해봤으면 좋겠다.
이런 경험은 축구를 그만두고 진로를 변경 했을때 더 많은 도움이 된다.
자신의 삶에 적극적인 태도를 가지고 임하게 되면서 스스로 책임지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다.
축구를 통해 부와 명예를 얻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 인생에 책임질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는 방법을 깨닫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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